[Morocco] Day 5: Marrakech

March 29 2013


마라케시 둘째 날, 간만의 늦잠으로 아침도 건너 뛰고 전날 예약해 둔 리아드로 옮기기 위해 12시에 체크아웃을 했다.

하루 묵었던 곳이라고 사진 한 장 남겨주기

이 때까지는 숙소나 레스토랑 갈 때마다 사진 찍어가며 열심히 포스퀘어 체크인 했는데 생강씨가 너무 열심히 해서 모로코 가는 곳마다 시장이 되는 바람에 난 의욕 꺾여서 관둠. 거의 모로코 전국을 통치할 기세였다. 하지만 시장 도시를 다스리고 시장 부인은 시장을 다스리는 거라며…ㅋㅋ

핸드폰으로 찍은 숙소 사진
정오의 마라케시 메디나
하교길의 아이들
아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부킹닷컴에 싸고도 시설 좋은 리아드는 많았지만 그 중에도 내가 예약한 곳이 분명 광장에서 가깝고 찾기 쉽다는 후기가 있어서 선택한 건데… 아놔… 한참을 헤매도 리아드가 안 보였다. 홈페이지에서 찾은 약도는 아무리 약도라도 그렇지 너무 약소하게 그려 놓고, 구글맵도 역시 마라케시의 메디나는 커버하지 못한다.

게다가 오토바이는 왤케 많은지 그 좁은 메디나 골목에 오토바이들이 끊임 없이 들어와서 걸어 다니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4년 전에 왔을 땐 이 정도로 많진 않았던 것 같은데…

마라케시 메디나의 무법자, 오토바이

생각보다 좀 헤맨 끝에 드디어 숙소를 찾았다! 메디나 골목 상당히 안쪽으로 들어 가야 나왔음.

Riad Mehdia

인테리어도 예쁜데 귀여운 냥이들이까지 살고 있는 리아드여서 길 헤맨 건 순간 싹 잊어 버렸다ㅋㅋ

반질반질 턱시도 차려 입은 애교 많은 남자 아이
까칠한 삼색 여자 아이
턱 긁어 주는데 좋아서 뒤로 넘어 가면서도 자꾸 물려고 하던 녀석!
숙소 옥상 테라스
옥상에서 내려다 본 메디나 골목

집마다 위성 안테나는 어쩜 그리 많은지. 가만 보면 모로코 사람들이 정보 통신 쪽에 관심이 많은 듯. 어딜 가나 안테나 많은 것도 그렇고 와이파이도 무료로 빵빵 잘 제공해주는 거 보면.

썬베드도 있는데 예의상 함 누워 줘야지

리아드는 생각보다 찾기 어렵고 광장에서 한 10분은 걸어 들어가야 한다는 것 빼곤 부킹닷컴 평과 같았다. 카드도 받아주고, 스텝들도 친절하고, 방도 모로코식으로 아주 예뻤다. 근데 이 땐 왜 방 사진을 하나도 안 남겨 놨을까 :’(

다시 광장으로 나와 모로코 둘째 날 관광을 일단 오렌지 쥬스로 시작했다. 여행 오기 전엔 모로코 가면 오렌지도 왕창 사먹고 오렌지 쥬스도 실컷 마실 거라고 다짐하고 갔는데 막상 가서는 생오렌지는 커녕 오렌지 쥬스도 생각보다 많이 안 사마셨다. 이제 와서 아쉽네…

마라케시의 첫 오렌지 쥬스

오렌지 쥬스를 마시고 나선 메디나 골목을 간단하게 둘러보다 생강씨가 찾던 까만 체크 무늬 스카프를 발견하고 흥정에 들어갔다. 아저씨가 140 디르함인가 부르는 걸 생강씨가 50디르함으로 깎아서 샀다. 내 생각엔 그거보다 더 깎아도 됐을 것 같지만 생강씨는 그 쯤에서 만족해 하더군. 그리고 생강씨가 햇빛 뜨거우니 나보고도 스카프 하나 사라며 빨간 체크무늬 스카프를 추천해 주는 걸 사막 마을 근처에 가서 사겠다고 버텨서 안샀다. 난 좀 더 모로코스러운 스카프가 사고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빨간 체크 무늬는 전혀 내 스퇄이 아니었다구.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커플 스카프가 하고 싶었던 모양이네. 늘 커플룩을 추구하는 생강씨니까ㅋㅋ 그런데 내가 커플룩 혐오자여서 대놓고 추구하지는 못하고 은근히 혹은 몰래 내가 무슨 옷 입나 지켜보다 비슷한 옷 따라 입는다든가 하는 식임ㅋㅋㅋ

메디나 골목에서 다시 광장으로 나오니 마침 기도 시간이었는지 사람들이 광장 한 구석에 모여 절을 하고 있었다.

사진 구석, 절을 하고 있는 사람들

점심 시간. 광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테라스가 있는 식당들 중 아무 데나 한 군데 골라서 들어갔다.

식당 옥상 테라스로 올라가는 길

야외 테라스에서 아래가 잘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가 나길래 잽싸게 가서 앉았다. 3월이고 사막도 아닌데 해가 뜨거워 봤자지 하며 내 스카프는 끝까지 안샀던 건데 여기 앉아 있으니까 햇볕이 느무 뜨거워서 결국 생강씨가 자기 스카프 쓰고 있으라며 줬다.

사우디 아라비아 사람 같네. 석유 부자 부티 좀 나나영?
현실은 꼬질꼬질 알그지. 똥파리도 그걸 알고 내 머리 위에서 배회 중
똥파리 클로즈업

오늘의 점심은, 메크네스의 1001일 식당에서 꾸스꾸스의 맛에 빠진 생강씨가 시킨 로얄 꾸스꾸스와 오렌지-망고 혼합 생과일 쥬스 그리고 내가 주문한 케프타 따진이다.

Royal Couscous and Orange+Mango Juice
Kefta Tagine

맛은 다 그저 그랬다. 어차피 크게 기대는 안 했지만.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레스토랑 호객용 간판

호객용 간판에 식당 이름보다도 크게 쓰여 있는 WIFI를 보고 이끌려 들어온 건데 결국 인터넷은 쓰지도 않았다ㅋㅋ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실 모로코는 웬만한 데선 공짜 와이파이가 빵빵 터지다 보니 이 무렵엔 인터넷에 크게 아쉬울 게 없었기 때문. 어째 모로코가 영국보다 통신 인프라가 훨 나아 :þ

우리 자리에서 보이는 젬마 엘프나 광장

한낮의 젬마 엘프나 광장엔 오렌지 쥬스 가판대만 나와 있지만 저녁이 되면 야시장 가판들로 바글바글 해진다.

갑자기 등장해 재주를 넘기 시작하는 한 무리 청년들
돌아가며 재주 넘기
인간탑으로 마무리

저 아래 있는 레스토랑들 앞에선 한 번씩 공연이 벌어지던데 공연비를 벌 목적인 듯 했다. 하지만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애써 외면하고 우리는 여기서 부담없이 감상하고ㅋㅋ

밥을 먹고 나서는 결국 내 스카프를 사러 다시 메디나 상점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여러 개의 골목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천장에 발이 드리워 있는 길이 제일 예쁘다. 햇빛이 발 사이로 들어와 모로코의 알록달록한 공예품들 위로 줄무늬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메디나에서 제일 예쁜 골목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 내는 줄무늬
왜인지 모르겠지만 메디나에서 팔고 있는벨기에 만화 캐릭터 틴틴 조각 인형

모로코 공예품들을 보고 있자면 모로코인들이 섬세한 작업이나 예술적인 작업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강씨의 스카프값 50디르함도 내가 보기엔 너무 비싸다며 내껀 20디르함에 쇼부를 보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메디나 골목으로 들어 갔는데 웬걸 조금 가다보니 고정 가격 20디르함이라는 팻말 아래 스카프들이 전시돼있는 게 아닌가! 원색의 평범한 스카프들이긴 했지만 어차피 내가 원하는 모로코풍 디자인의 스카프는 의외로 찾기 힘들었던 데다가 여기 스카프들은 나의 목표 가격 20디르함을 먼저 제시하고 나오니 흥정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해서 바로 하나를 구입했다. 사랑과 정열의 시뻘건 스카프를ㅋㅋ

그거 뒤집어 쓰고 신나게 룰루랄라 걸어가는데 한 100미터 더 걸어들어가니 똑같은 스카프를 파는 가게가 나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10디르함이라는 가격표가… 아놔 :{

10디르함 바가지 쓴 문제의 스카프
모로코 특산품인 가죽신발 바부슈를 파는 가게

메디나는 이쯤 둘러보고 이제 여길 벗어나볼까 해서 정한 다음 행선지는 입생로랑의 정원이라는 마조렐 가든Majorelle Garden. 택시를 타고 가도 되지만 미터기도 안 찍는다는 마라케시 택시 아저씨들과 실갱이 하기도 귀찮고, 우리 차를 끌고 가자니 한창 차들이 북적일 시간의 마라케시 교통 상황이 두렵고, 구글맵 보니 길게 잡아도 1시간이면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 같아 보여 그냥 걸어 가기로 결정했다. 오늘은 한 도시 안에서만 느긋하게 머물다 보니 남는 게 시간!

마조렐 정원 가는 길
오픈 팻말은 걸려 있지만 정말 연 건지 의심케 하는 옷가게
모로코 사람들이 생필품이나 음식을 사는 실생활 장터
성벽도 지난다

마라케시는 건물이 거의 다 붉은 황토빛이다. 때문에 예전에 마라케시하고 근처 사막만 왔다 갔던 내게는 모로코란 나라의 이미지가 이런 색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모로코는 지역마다 천차만별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참고로, 모로코는 도시별로 택시 색깔도 다 다르다.

황토빛 건물과 잘 어울리는 상아색의 마라케시 택시
버스도 황토빛

가다보니 까만 냥이가 보여서 얼마 전 무지개 다리를 건넌 우리 통키 생각도 나고 반가운 맘에 만면에 환한 웃음을 띄우고 와하하하~ 안녕~~? 하며 손을 흔들었다.

근데 나중에 보니 냥이 기준 한시 정도 방향 너머에 계시던 모로코 아저씨가 자기 보고 인사 하는 줄 알고 활짝 웃으시며 손을 흔들고 계심 :$

아저씨한테 상처드릴 수 없어서 티 안나게 살짝 아저씨 쪽으로 방향 틀어 몇 번 더 손 흔들고 인사를 마무리 했다.

통키 닮은 까만냥

예전 같으면 1시간 거리 쯤 30분만에 주파 하고도 남았을텐데 이젠 체력이 달린다. 그래서 중간에 까페에서 좀 쉬었다 가기로 했다. 우리나라 한여름 수준 땡볕인데도 습도가 낮아서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다.

쉬어 가는 까페에서. 아련한 찐빵 같은 표정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기. 여자용 질레바도 있네?
고깃덩이를 득템한 엄마개와 자식개

마조렐 정원은 지도 보며 찾아가기도 쉬웠고 광장에서 그닥 멀지도 않았다. 우리가 워낙 느긋하게 와서 그렇지 맵에 나온 시간 대로라면 걸어서 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

정원 앞 길은 이름이 무려 입 생 로랑 길

입장료를 내야하는데 1인당 50디르함으로 여기 물가 감안했을 땐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라 흠칫 놀랐다. 하지만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안보고 갈 순 없지.

마조렐 정원 입성
마조렐 정원의 주요 느낌 1
마조렐 정원의 주요 느낌2
마조렐 정원의 주요 느낌3
언뜻 보기에 평화로운 연못
그러나 한 쪽에서 거북이 가족을 구박하는 물고기 떼. 결국 이곳도 냉정한 자연의 세계

생강씨가 내 사진을 잘 찍어 줘서 그에 대한 보답으로…

난 요따구로 찍어 주었다ㅋㅋ 은혜를 원수로 갚는 녀자ㅋㅋㅋ

정원 내에 있는 건물인데 입장료 별도라 들어가진 않고 창문 너머로만 봤던 곳
입 생 로랑의 일러스트를 전시해 둔 공간

여기까지가 마조렐 정원이다. 볼 게 크게 많진 않고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는 곳이지만 우린 여기서 2시간이나 뭉개고 있었으니 본전은 뽑은 것 같다.

이제 다시 젬마 엘프나 광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는 길도 힘차게! 걸어서!! ㅋㅋ

돌아가는 길
아직도 장사가 한창인 장터
고흐 그림 삘 나는 초상화
저 초상화에서 튀어 나오신 듯한 모습의 할아버지

광장으로 돌아오니 날이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불이 밝혀진 쿠투비아 모스크
광장 귀환 기념 오렌지 쥬스
메디나의 밤거리
모로코 전통 과자 파는 곳

저 까만 머리 아저씨는 여자 손님들에게 음흉, 저질 농담을 마구 남발해 댔다. 아무리 과자를 팔기 위한 쇼맨쉽이기로서니 옆에 남편이 버젓이 버티고 있는 나한테까지 그래서 생강씨가 상당히 열받아 함. 그래 놓고 여기서 산 과자는 생강씨가 더 잘 먹었다ㅋㅋㅋ

화려한 Marrakech Night

젬마 엘프나 광장의 야시장에서 저녁을 한 번 더 먹기로 하고 어제와는 다른 집인 70번, 핫산네 집엘 들어갔다.

우리 서빙을 담당하신 아저씨
얼굴에 비장함이 엿보이는 주방장 아저씨
소세지 구이
모듬 꼬치구이

처음 시킨 걸로는 양이 모자랐다. 야시장은 사실 싸지도 않고 양도 적다. 분위기 때문에 여기서 먹는다고 봐야지.

추가로 시킨 생선 한 접시

메뉴에 생선이라고만 돼있어서 생선 튀김이 나올 줄 몰랐다 :’( 생선튀김이라면 영국에서 질리도록 먹어서 다른 요리 방식의 생선이 그리웠던 차에 여긴 구운 생선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시킨 건데 낭패;; 생선의 진정한 맛을 모르는 사람들 같으니라고!

자욱한 연기 사이로 보이는 모로코 여인

가만 보니 현지인들은 주로 빵 안에 고기 스프 같은 걸 채운 음식을 주문해 먹던데 그게 대체 뭔지 모르겠다. 메뉴판에도 없는 음식인 것 같던데…

생강씨가 여기서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엄청나게 사진을 찍어대고 있으니까 여기 직원 중 한 분이 자기도 찍어 달라며 포즈까지 취해줬다.

엄청난 설정 포즈

그리고 우리 사진도 찍어 주시겠다 해서 내 카메라를 맡겼더니, 막 누르시는 거 같더니만 생각보다 훨 잘 찍어주셔서 깜놀랐다.

우리 둘이 같이 찍은 사진 중 젤 잘 나온 사진인 듯

내일은 매우 일찍 출발해야 하므로 마라케시의 둘째 날 일정은 여기에서 마무리 했다.

차를 안 가지고 다녀서 그런지 오늘은 어째 아무런 사고가 없었다. 역시 차가 모든 트러블의 근원이었던 건가ㅋ 하지만 이렇게 모로코 전역을 맘 대로 쏘다닐 수 있는 것도 역시 차 덕분이겠지.



Originally published at yeony102.blogspot.co.uk on May 1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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