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성장 마인드셋

조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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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min readJun 10, 2024

안녕하세요, 플레이키보드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조예린입니다.

입사하고 첫 아티클을 쓴지 벌써 1년 반이 넘었네요. 유저와 UI의 접점에서 만나는 경험을 인터랙션 디자인으로 다루었죠. (해피 모먼트를 전해주는 인터랙션 디자인) UI 이면의 경험까지 고민하는 지금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변화한 점은 UXUI 디자이너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됐다는 점이에요. 그만큼 더 프로덕트 전반의 경험을 책임지고, 보다 큰 시각으로 사용자를 바라보게 되었죠.

달라지지 않은 점은 계속 1인 디자이너로 일해왔단 건데요, 1인 디자이너로서 넓은 범위를 넘나들며 다양하고 깊은 경험들을 했습니다. (최근엔 합류한 BX 디자이너님과 함께 고객의 감정 곡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경험들을 만들어내고 있답니다! 👯)

조직문화에 진심인 이곳에서 달라진 직무명만큼이나 저 자신의 마인드셋도 진화했습니다. 입사 2년을 바라보는 지금 주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인하우스의 1인 디자이너로서 얻은 레슨런과 마인드셋에 대해 자신 있게 공유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유저 리서치를 통해 사용자에 대한 잘못된 확신을 바로잡게 되었던 스토리를 통해서요. 우리는 디자이너니까요!

잘못된 확신의 시발점

tlqkf점 아닌 始發점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2012–2023 스마트폰 사용률 & 브랜드,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18~29세의 65%가 아이폰을 사용, 특히 18~29세 여성은 71%가 사용하고 있어요. 이미 많은 서비스는 iOS를 기준으로 화면을 설계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렇게 아이폰이 대중화되어도 우리 팀이 항상 해결해야 하는 세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요.

  1. 아이폰은 키보드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다들 잘 모른다.
  2. 폐쇄적인 iOS 경험으로 인해 iOS 유저는 자연스레 보안, 개인정보보호의 민감도가 높다.
  3. 안드로이드에 비해 서드파티 규제가 늦게 풀려 iOS 유저는 서드파티를 위한 시스템 설정을 어렵고 낯설어한다.

이 세 가지 문제는 서비스를 운영하며 얻은 ‘레슨런(Lesson Learn)’이 되어, 프로덕트와 유저를 이해하기 위한 플키의 바이블로 전해져왔습니다. 특히나 저는 UX를 고려할 때 항상 이 세가지를 기반으로 생각하곤 했죠.

유저 공감 지도인데, 공감(Empathy)하고 있지 못하네

메인 타겟에게 더 정교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가 입사하기 전부터 있어 왔던 레거시 퍼소나를 갱신하는 작업을 진행하던 2월의 어느 날.

여러 포지셔닝의 시행착오를 거쳐 메인 타겟을 15살 여중생으로 설정한 우리는 유저의 감정곡선을 나열하기 이전에 고객 프로파일링을 통해 퍼소나의 뚜렷한 상을 정의합니다. 공감 지도(Empathy Map)를 통해 고객이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 어려워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포스트잇에 써서 벽에 붙이기 시작했죠.

그런데 일상에 관련된 포스트잇과 달리 서비스(키보드 사용양상)와 연관된 포스트잇은 통 나오지 않더라고요. ‘왜 키보드 관련된 포스트잇은 안 나오죠?’라는 질문에 아무도 답을 하지 못하며.. 저희가 이 퍼소나에 완벽하게 공감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용자 조사가 어려울 거란 편견을 버려! 10분 만에 성사된 유저 인터뷰

현장으로 들어가 날 것의 경험을 수집하고, 유저에게 깊게 빠져들기

함께 워크숍 중이던 팀원분이 “저희 조카가 딱 이 퍼소나인 중학교 2학년인데 잠시 통화해볼래요?”라는 말 한마디를 꺼냈고, 그 자리에서 아주 러프하게 인터뷰 스크립트를 작성했어요. 이미 워크숍에서 발산한 자료, 기존에 가진 문제인식, 인터뷰에 필요한 요소의 빠른 리서치 덕분에 10분 만에 스크립트를 완성할 수 있었죠.

키보드를 입력하며 대화하는 상황의 질문을 구성하다, 흔치 않은 기회가 생긴 겸 해당 나이대의 서드파티 키보드 인지 수준에 대해 살짝 질문을 추가했어요. 약 1시간 정도의 급 성사된 전화 인터뷰를 했는데요. 살짝 추가했던 질문에서, 우리가 레슨런이자 바이블로 여겨온 정보와 완전 상충된 충격적인 답변을 받았어요.

‘또래들은 서드파티 키보드를 거의 다 알고 있다. 그중 절반 정도는 사용중이다. 나도 주변에서 사용하는 걸 꽤 봤다.’

2~30대와는 다르게, 중학생들은 이미 초등학생 시절 Android에서 서드파티 키보드를 접하고 iOS로 넘어오면서 자연스레 앱마켓에서 ‘키보드’를 검색해 서비스를 이어오거나, 주변인이 서드파티 키보드를 사용하는 걸 일상적으로 봐오며 iOS도 된다는 걸 알뿐더러 낯설지도 않은거죠.

옳은 방향을 찾은 후 마주한 성장 지표

저에겐 1년의 데스크 리서치보다 1시간의 유저 인터뷰가 더 충격적인 무게로 다가왔어요. 아이폰에서 키보드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10대가 거의 알고 있다면, 이들은 개인정보 보안에 특히 민감할까? 서드파티를 사용하기 위한 시스템 설정들을 어렵고 낯설다고 생각할까? …내가 정설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내 고정관념이고 잘못된 확신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닿았습니다.

기존의 확신을 의심하니 전혀 다른 관점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고, 제가 이때까지 벽을 직면했던 문제들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iOS 유저는 잘 모를테니까..’라며 ‘우리는 어렵고 위험한(?) 서비스가 아니예요.’ 설득하는데 들였던 리소스를 걷어내고, 명료한 구성에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결과적으로 개선 전인 작년 여름 대비 키보드 활성화 비율을 20%나 상승시킬 수 있었습니다. (디테일한 과정은 다음 아티클에서 이어집니다. 🙂)

성장하는 플레이키보드가 궁금하다면, 여기서 다운받을 수 있어요.

주니어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성장 마인드셋을 깨닫다

2년이란 오랜 기간동안 생각을 깨부수지 못한 이유는 뭘까 개인적으로 돌아보며, 잘못된 확신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마인드셋을 가지면 좋을지 자연스레 알게 되더라구요. 함께 성장하는 입장에서, 제 마인드셋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❶ 내게 맞는 해법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정답!

스타트업에서 디자인 방법론의 A to Z를 모두 밟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항상 상황에 맞게 필요한 것만 취해야 하는데요. 항상 그렇게 일해왔지만, 유저 인터뷰는 유저와 제가 최전선에서 만나야 하다보니 완전무결하게 A부터 Z까지 ‘잘’ 해내야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상황에 닥치고 보니 연락 및 조율, 인터뷰 스크립트 작성, 인터뷰, 인사이트 도출 네 단계로 결정적인 힌트를 얻었구요.

이번 계기로 다시 한번 Lean한 업무방식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언제나 상황에 맞게 컴팩트하지만 임팩트있는 방법을 찾자고요.

❷ 해보지 않은 분야에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면 ‘자신감’으로 부딪히자!

많은 프로세스를 생략하고 후루룩 진행된 인터뷰가 끝나고 느낀 감정은 허탈함이었습니다. 이제껏 뭘 두려워한 건지, 이럴줄알았으면 더 전문성을 가졌으면 깊은 차원의 인사이트를 더 알아낼 수 있진 않았을지…

일단 부딪혀 막연함이 해소되니 몰랐던 정보들이 제 성장의 씨앗이란 걸 알게 됐고, 이 사실이 너무 즐겁고 설레었어요. 예를 들어보자면, 저와 통계학은 정말 먼 분야지만, 제가 통계학을 공부하면 지표나 a/b테스트 결과를 볼 때 얼마나 더 넓은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을까요?

진짜 어렵고 복잡해서 내 길이 아닌건지(!), 안 해봐서 겁나는 건지는 일단 부딪혀보면 알게 되더라구요. 덕분에 두려움을 직면하고 즐거운 맘으로 내 세상과 메타인지를 넓힐 용기를 가진채로 일하고 있어요. 🫡💘

❸ 유저를 행동 데이터가 아닌 공감의 대상으로 바라보자!

“사용자 조사의 핵심은 깊이 있는 공감이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유저를 가장 잘 이해하고 대변해야 하는 포지션이잖아요. 그런데 서비스의 성장을 위해 데이터를 계속 보다보니 점점 유저를 데이터로만 바라보며 행동을 설계하게 되는 걸 느꼈어요. ‘이렇게 하면 더 잘 먹히겠지?’ 같은 공급자적인 마인드는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유저를 데이터로 보고있는 시점에서 이미 공감과는 멀어져 버린거죠. ‘동정하는 수준의 공감(Sympathy)이 아닌 감정 이입 수준의 공감(Empathy)이 되어야한다.’는 말이 더더욱 가슴에 와닿게 됐어요.

‘좋은 동료’가 되기 위해 늘 고민해왔는데요. 프로덕트 설계 시 개발을 고려해 차선을 선택하거나 데이터를 고려해 불편을 용인하는 것보다, 흔들리지 않고 유저의 공감에 뿌리를 둔 설계를 하는 디자이너가 결국 ‘좋은 동료’인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더 가까이 다가가 유저의 언어를 이해하는 노력이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하게 됐고, UX Writing을 작성할 때에도 유저 입장에서 알아야하는 정보인가? 한번에 이해가는 정보인가? 되짚어보고 있어요. :)

더 성장할 iOS 플레이키보드 💘

‘너무 오랫동안 닫혀있어서 벽인줄 알고 있지만 사실 이건 문이다’라는 설국열차의 대사가 있어요. 박찬욱 감독이 대사를 인용하며 ‘벽인 줄 알고 있었던 여러분만의 문을 꼭 찾으시길 바란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iOS DAU는 오랜 정체를 지나 깨달음을 얻었던 2월을 기준으로 서서히 올라가며,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만들고 있어요. 그 시기에 얻은 마인드셋을 기반으로 복리처럼 더 오를 일만 남았죠. 오래 정체된 지표를 보며 벽인걸까 무수히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 열쇠는 유저에게 있었고, 그 열쇠를 발견하니 비로소 벽이 아닌 문이란 걸 깨닫고 문을 열 수 있게 됐습니다.

여러분은 우리 서비스, 우리 유저에 대해 정설이라 여기고 있는 무언가가 있나요? 그 정설은 지금도 유효하다 확신할 수 있나요? 다시 되돌아보며, 옳은 의심을 시작해보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전 세계의 모든 주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분들과 1인 디자이너분들께 따뜻한 인사를 보냅니다! 🕊️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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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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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 쓸 수록 내 일상이 윤택해지는 제품의 메이커를 지향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