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이 없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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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여기로 교환학생을 왔다고 했다. 내년 봄에야 학기가 끝난다고. 큰 가방을 매고 숙소를 찾다가 거리의 호객꾼에게 잡혀 엉뚱한 게스트하우스로 끌려가고 있을 때, 네가 나타났다. 넌 중국어로 뭐라 뭐라 말하면서 잡힌 내 팔을 끊어냈다. 호객꾼은 알았다는 듯 두 손을 펴 보이며 다시 자신이 있던 자리로 걸어갔다. “지도 있어요?” 그리고 너는 내게 아주 자연스럽게 한국말로 말을 걸었지. 지도를 받아든 네가 나를 숙소까지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그 호의가 불편했지만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내 짐을 나눠들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혹시 숙소가 청킹맨션이에요?” 지도를 본 네가 놀라서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너는 눈썹을 긁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왜? 싸서?” 묻는 너에 대고 나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제일 싼 곳이 거기로 나오던 걸. 너는 그곳을 향해 걸으면서 홍콩에서 갈만한 곳, 조심해야할 곳, 꼭 먹어봐야 할 유명한 음식 등을 알려주었다. 청킹맨션에 한숨 쉬었던 이유는 그곳이 우범지역이기 때문이었다. 너는 그곳의 숙소는 후지고, 불편하고, 뭐, 뭐, 계속해서 장황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래도 한 번쯤은 경험이 되겠죠.” 이미 예약해놓은 거 어떡해. 내 결정이 실수였다는 생각이 들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내 말에 너는 “그렇죠. 재밌을 거예요.” 하며 마저 길을 걸었다. 그 말을 듣는데 네 말처럼 정말 그럴 것 같았다. 이국적인 거리는 내가 여행에 왔음을 실감나게 했고, 어느새 건물들 사이로 밤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만난 너랑 5박 6일 일정을 함께 하게 되었다. 이 도시는 특히나 야경이 아름답다. 우리는 이곳의 야경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다는 하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건너편 센트럴 섬을 바라보고 앉으니 좁은 간격으로 서 있는 건물들에서 불빛들이 반짝였다. 잠잠한 바다. 소리 없이 유영하는 파도. 우리를 끌어안고 있는 해수면. 해수면 위로 반사되는 도시의 전유물들. 밤의 불빛들은 제 자리에서 화려하게 빛을 냈다. 나는 카메라가 내가 보는 것만큼 예쁘게 담아주지 않는 것에 작은 짜증을 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다. 내 옆에 앉은 너는 무수한 불빛 그 어딘가를 쳐다보며 말없이 한참을 있었다. 조금 뒤 나는 결국 카메라를 끄고 너를 따라 감상에 빠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나는 너의 시선을 같이하여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또 한참이 지났다. 우리 사이의 공백이 대화가 아닌 풍경으로 채워지고 있던 시간. 나는 고개를 돌려 너의 옆모습을 보았다. 네 얼굴과 검은 동공에 어른거리는 야경은. 찬란했다. 때마침 선선한 바람이 너의 머릿결을 지나다녔다. 느리게 깜빡이는 네 속눈썹 위에서 불빛들이 부서져 내렸다. 나는 순간.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너 말고. 이 도시의 야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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