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로 보는 경제학

경제와 경제학은 같은 분야가 아니라 비슷하지만 다른 분야라는 추측을 해본다. 쉬운 비유를 하자면, 경제학은 언어에서 문법책 같은 것이고 경제는 실생활 영어 같다는 것이다. 쓰임새는 각자의 역할에 따라서 다르겠다. 활용면에서 유용한 것은 실생활 영어다. 즉, 경제를 돈을 통한 인간관계로 정의내리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인류가 활동하는 분야에서 돈이 매개체 역할을 한다면 그게 바로 경제인 것이다. 반면 학문으로써 가치가 있는 것은 경제학이다. 학문은 인간이 발생시킨 일련의 활동들(최종적 결과물)을 특정 카테고리의 분류 안에서 새롭게 정리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고 후처리의 측면이 강해 쉽게 예측하기가 불가하다. “경제학”자들이 경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이유라고 볼 수 있겠다.

앞서 경제는 돈을 매개로 한 인간관계라고 정의를 했는 데, 아주 심연의 뜻까지 파고 들면 맞는 말이긴 하지만, (왜냐하면 기업 또한 주주들의 의사결정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좀 더 쉬운 분류를 위해서 돈보다는 인간관계에 초점을 둔 것을 미시경제라고 칭하자. 미시경제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행하고 있는 경제행위들을 세밀하게 다룬 학문이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는, 시장 경제는 개개인의 독립적인 행위들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하기에는 집단 자체가 작다. 축구 선수 혼자의 독립적 경기능력(개인의 소득, 재산)이 구단이나 축구시장 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다. 인터뷰, 사인회 등 이벤트로써의 영향력으로 축구시장 계를 뒤흔들기는 마찬가지로 무리이다. 오히려 기업을 독립적인 주체로 보고 새로 정의내린 가설이 뉴욕의 증시나 대기업의 M&A 등을 잘 설명해줄 수 있겠다. 이것을 거시경제라고 한다.

시장의 규모는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첼시 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의 거대 구단이 이익을 좇아서 움직일 때 형성된다. 또한 축구선수 개개인이 활동하는 것보다 구단끼리 서로 종속적인 영향을 많게 된다. 따라서 신고전주의가 주창한 이기적 개인이 발휘하는 합리적 선택이란 현대의 규모 경제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축구 구단은 기업과 같다. 구단의 영원한 존속을 위해서는 경제적 이익에 초점을 둔 운영을 하고 챔피언스 리그, 리그컵 우승 등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유능한 축구선수와 이를 잘 이끌 수 있는 감독과 코칭 스태프들을 꾸린다. 구단의 주인은 해당 구단을 인수한 구단주이다. 첼시 FC의 로만 아브라모비치, 맨체스터 시티 FC의 셰이크 만수르 등이 각 구단의 구단주이다. 구단주 외 이사회가 있지만 이사회는 대외적으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기업 이사회 또한 기업의 의사결정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대외적인 활동을 맞고 있는 구단장이 있다. 기업으로 따지면 전문 경영인인 CEO이다. FC바르셀로나의 로베르트 페르난데스, AC밀란의 갈리아니(속칭:갈기꾼) 등이 언론에서도 널리 이름을 떨치는 구단 전문 경영인이다.(물론 바르셀로나는 구단주가 없는 소시오 클럽이다. 협동조합이라고 보면 된다.)

기업의 전반적 운영에의 화두인 “주인-대리인” 문제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개념이다. 소유(혹은 투자)의 의지를 비치는 구단주들은 구단의 탄탄대로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를 내세우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때로는 단장과 구단주가 매해 실적의 결과와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서 대립각을 세우는 일이 적지 않다. 2015년 AC 밀란의 회계연도 손실액이 8천 930만 유로(한화 약 1천 154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구단주인 핀인베스트를 비롯한 다른 주주들은 단장인 갈리아니와 공동 단장인 바버라 베를루스코니에게 주주총회에서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었다. 구단의 상황이 어렵게 되면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해서 두 가지 해결책을 실시한다. 첫 번째, 쉬운 기업 인수이다. 최근 AC 밀란을 인수하겠다는 중국 최대 인터넷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주요 언론보도의 찌라시에 언급되었다. 만약 알리바바가 핀인베스트를 대신해 AC밀란의 구단주가 된다면 최대주주인 알리바바의 의사결정에 따라 단장을 교체할 수도 있다. 두 번째, 경영진의 월급을 스톡옵션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주주들은 주가의 등락에 따라서 손익이 계산되지만 전문경영인들은 주가와는 상관없이 임원 월급으로 받게 된다. 따라서 회사에 대한 사명감을 발휘하지 않는 이상 도덕적 해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CEO도 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게 하는 것이 바로 스톡옵션으로 봉급을 주는 것이다.

  • 기업도 작은 사회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기업은 주식을 소유한 만큼 이사회에서 영향력을 소유할 수 있는 데 기본적으로 1주 1표를 원칙으로 한다. 보통 한 기업의 지배 지분이 20%이상이면 지배 주주이며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비교이해를 하자면, 국회는 국민이 투표한, 국민을 대표해서 주요 현안에 대해서 국회의원들이 정책 입안과 결정을 내린다. 물론 기업은 주주들이 노동자들의 뜻을 대표해서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차이이다. 주주들의 합리적인 선택은 간단히 말해 , 오로지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여 주가를 오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잘 보여주는 예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구장 교체이다. 오랜 기간 구단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비센테 칼데론 경기장이 노후로 인한 보수공사가 절실했다. 그러나 보수공사 대신 2016 하계 올림픽 개최를 위해 개축 계획된 라 페이네타 경기장이 비센테 칼데론을 대체하게 되었다. 예측가능한 수익면에서 구단과 팬들에게 사랑을 받을만 하나 문제는 전통을 지워버릴만한 거대한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바로 경기장 명칭권을 중국의 거대 부동산 기업인 완다 그룹에 넘겼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5년 완다 그룹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지분을 20%나 사들여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한창 스페인 라리가 클럽들은 소시오(협동조합과 비슷)이 존재했지만 구단 재정상황의 악화로 인해서 기업과 같은 성격의 기업 소유 구단으로 대부분 변했다. 예외적으로 레알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틱클럽 빌바오, 오사수나 만이 재정 건전성과 안정성을 인정받아 소시오 제도, 즉 시민구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기업 소유 구단이 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당연히 소시오의 의사결정권은 박탈당하고 만다. 익히 잘 알려진 레알 마드리드의 페레즈 회장은 전문경영인이긴 하지만 소시오의 투표로 인해서 선출되었기 때문에 주주가 이끄는 구단과는 내부 상황이 전혀 다른 결정이 가능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번 완다 그룹의 파트너쉽을 계기로 구단의 재정적 이익을 위한 정책들을 펼쳐갈 계획이나 오랜 팬들과의 소통과는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아직 예견하긴 힘들다고 본다.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대부분의 기업들은 결정권의 주체가 구단주와 주주들 아니면 소시오(협동조합)로 편향적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애플, 삼성 등의 거대기업들 모두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스웨덴의 볼보 그룹을 포함한 몇몇의 유수 기업들은 예외적인 행보를 보여준다. 비유하자면 구단 운영이 구단주와 이사회 의견 뿐만 아니라 축구선수, 팬, 코칭스태프들로 이루어진 조합의 의견까지 반영해서 굴러간다는 것이다. 이를 “공동 결정 시스템”이라고 하는 데, 경영 이사회에서 내린 결정이 곧바로 실시되는 것이 아니라 감독 이사회라고 칭하는 노동조합의 여론까지 수렴해야만 가능하다. 이와는 다르게 정부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그룹이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 그룹이 대표적이다. 포르쉐 가문이 민간 지배 주주이지만 니더작센 주정부가 해당 기업의 20%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권은 사실상 주정부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포르쉐 가문과 협작하여 결정하고 폭스바겐 내의 노동조합도 소수의견으로써의 요구를 수용하여 기업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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