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 어떠한 일을 하고 살 것인가

시간은 공평하지 않다

출처: 플리커 https://flic.kr/p/hj4Uob

10년 전. 나는 모 비행장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었다. 자대 배치를 받은 직후의 부대는 훈련 시즌. 당시 나는 갓 이병에 불과했다. 여튼 인원은 한정돼 있으니 계급을 떠나 담당 게이트를 지켜야 했다.

지키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부대에서 작업 중이었던 민간 차량이 집에 가겠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한 것이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어줬고, 정문에서 시나리오 대로 테러 대비 심사를 받던 장병들에게 돌발 상황(?)을 만들어줬다. 소대 막내(?)가 말이다. 덕분에 맞기 직전까지 분대장에게 깨졌더랬다.

그런데 막상 분대장급(병장) 짬이 되니 모든 것이 수월했다. 그러나 갓 배치된 이병들은 그들의 백그라운드가 어떠했건 어리벙벙했고, 늘 실수를 반복했다. (그나저나 초소에서 공포탄 터뜨리는 애들은 무슨 생각인 건지 지금도 이해가 안된다.)

이렇듯 경험치가 능력으로 직결되는 경우는 참 많이 발생한다.

누구나 처음 일을 접하게 되면 그 전에 어느 명문대를 다녔건, 성실한 성격이건 상관없이 머리 속이 하얗게 되곤 한다. 비극적이지만 이를 단 한순간도 못견뎌하는 상사들도 주변에 놓여 있다.

모 경제지에서 갓 인턴을 했던 시절. 한 번도 기사를 써본 적 없는 나에게 써야 할 기사거리가 수없이 쏟아졌다. 지금에야 10여분 내로 쓱쓱 써낼 수 있는 수준의 글도 당시엔 1시간, 아니 2시간을 넘겼음에도 엉망진창인 수준이었다.

이런 일들은 시간이 자연스레 해결해준다. 무작정 윽박지르는 선임과 일하든,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상사 아래서 일하든 다소 시간 차는 있지만 극복이 되곤 한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지금 내가 시간을 투자하며 배워가고, 만들어가고 있는 일들이 ‘미래의 나’에 대해 얼마나 건설적으로 사용될 것인지가 정작 중요하지 않을까.

어떠한 일이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성장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능력이 미래의 나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안된다면? 혹은, 다른 방향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도태되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많은 진로 관련 서적, 강연에서 메시지가 터져나온다. ‘이렇게 하면 나의 진로를 찾을 수 있다’ ‘저렇게 해서 실패했는데 다르게 했더니 나는 발전했더라’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

각자의 인생이 다르게 지음을 받았고, 자신만의 독특함으로 이 세상을 살아내도록 설계가 됐는데, 왜 또 다시 에 끼워맞춰 색깔을 잃어가고 있는 걸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처음엔 어려워보였던 일들의 대부분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연차가 쌓이고, 일을 능숙하게 하는 수준까지 다다르게 된다. 비극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성장을 멈추곤 한다. 조직, 회사에서의 인정이 마치 내일을 보장할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환상일 뿐이다.

시간은 공평하지 않다. 그 어떤 직장, 직급, 위치만으로 안정성을 찾는 것은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 끝이 났다. 우리는 불안정의 연속점에서 살 길을 찾아야 하는 나그네들이 돼버렸다. 어떻게 살 것인가. 지금의 선택이 미래의 나를 만들게 될 것이다.

경험과 시간이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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