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그거 다 거품 아녀??

추석 특집: 당신의 정신 건강과 블알못 친척 어르신들을 위한 블록체인

블록체인 관련 회사에 입사하고 맞는 첫 명절이신가요? 부모님, 친척들에게 회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생각만 해도 답답하십니까? 뉴스에서는 투기, 사기 소식 뿐이라 모인 친척들이 다 여러분을 걱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계신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건강하고 활기찬 명절을 위해 쉽고 간단한 솔루션을 준비했습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이 글을 몇 장 뽑아다 친척들에게 돌리는 것 뿐입니다!

(프린트하지 않은 명절의 당신)

(프린트한 뒤의 당신)

*간단하고 재밌게 설명하기 위해 조미료가 많이 첨가된 글입니다. 추가 질문이 들어온다면, 여러분이 현장에서 멋지게 답변해주시면 됩니다!*


“어휴 옆집 누구 그거하느라 다 날려먹었다더라 뭐하는 짓거리라니 당장 그만두고 다른 거 할 순 없니?”

이 오해는 마치 삼성에 취직한 자식이 주식을 하다 날려먹었다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삼성도 주식이 있죠. 그렇다고 당신 자식이 삼성 주식에 몰빵한다거나 몰빵할 돈이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블록체인은 ‘인터넷’만큼이나 넓은 범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쿠팡이나 11번가 같은 쇼핑몰도 있고, 다음 카페나 네이버 밴드 같은 모임도 만들 수 있죠. 뉴스도 보고 광고도 볼 수 있고요. 또 애니팡이나 한게임 포커도 할 수 있고요. 블록체인도 얼추 비슷합니다. 그리고 이런 산업이 커지기 위해서는 위험성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개인이나 기관들도 필요한 것이죠. 전과 차이점이 있다면, 큰 돈을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소액씩 투자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자식이 단순히 블록체인 뭐시기를 한다고 벌써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블록체인 뭐시기 회사에 다니지만 하루종일 논문, 기사를 읽고 글 쓰는 게 제 일이기 때문입니다. 자식이 블록체인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직접 물어보시면 됩니다. 알고보면 평범한 회사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블록체인은 좋은데 가상화폐인지 암호화폐인지 그거 없이 하면 안 돼?”

작은 마을에 사는 생선 가게 지원이와 과일 가게 수현이는 친한 친구입니다. 이들은 서로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데요, 매번 돈을 내기 번거로워서 같이 장부를 쓰고 한 달에 한 번씩 정산하기로 했습니다.

이 제도가 편리해보여서 마을 사람들도 따라서 공용 장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원이는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빌릴 때도, 빌려줄 때도 생겼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부탁할 때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돈’입니다. 돈이 걸려 있으면 사람들은 계산을 똑바로 하게 되고, 잘못 행동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 전체가 공용 장부를 쓰기로 하고, 장부를 관리하는 사람들을 몇 명 둡니다. 장부 관리자들은 매달 약간의 보상을 받는 대신 100만원씩 예치금을 걸어놔야 합니다. 잘못 관리하면 100만원은 압수되는 것입니다. (압수한 100만원을 어떻게 할지는 마을 사람들끼리 규칙을 정할 수 있습니다.) 장부 관리하는 사람들끼리도 담합할 수 없게 엄격한 방법을 고안하고요.

블록체인에서는 이 돈을 원화나 달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폐를 사용해서 공용 장부를 적는 것입니다. 정부 발행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마을에서 직접 관리하기도 쉽고, 사람들끼리 토론해서 마을만의 규칙을 설립하기도 좋습니다. 여기에 블록체인만의 ‘아무나 장부를 수정할 수 없는’ 보안성도 더해지고요. 컴퓨터 연산으로 암호화해서 자산의 소유주를 구분하고 보안을 지키는 것이 블록체인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암호화폐는 가상화폐와 구별됩니다.


“근데 가격이 안정적이어야 쓰지, 왔다갔다해서 쓰겠나?”

암호화폐는 단순한 화폐 이상의 가치를 갖기도 합니다. 아주 단순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2위인 OO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앞으로 OO 주식으로 월급을 받게 된다고 칩시다. 회사 수익률이 올라갈 때 내 월급에도 인상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입니다. 일은 일대로 하고 월급은 그대로인 것보다 훨씬 좋네요.

그리고 이 회사 계열사 제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OO 주식으로 지불하면 할인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 다른 사람들도 할인받을 수 있는 OO 주식을 사겠죠? 주식 가격은 더 올라갑니다.

주식 성격이 있다보니 가격 변동이 더 눈에 띄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화를 기반으로 암호화폐 가격을 봤을 때입니다.

가격 변동성에 문제 의식을 느끼고 해결하려는 여러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정말 1 달러를 내야만 1 암호화폐를 주는 테더(tether)도 있고, 수학적 모델로 안정적 가격을 형성하는 여러 솔루션도 있습니다. 티몬의 신현성 대표가 주도하는 테라(Terra)도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입니다.


“그거 실물도 없는데 사기야 사기”

신용카드가 나오기 전에는 현금이나 수표를 썼습니다. 현금이 나오기 전엔 화폐 가치가 있는 물건을 썼고, 그 전에는 물건끼리 교환했습니다. 물물교환 이래로 발생한 화폐는 항상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실물이 아니라 누군가 가치를 보장해주는 상징물(symbol)입니다. 사용하기 편리하게 지폐나 카드 형태로 발급된 것 뿐입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오늘날에는 굳이 카드도안 들고 다녀도 결제할 수 있죠. 블록체인은 한 걸음 더 나간 것입니다. (그리고 원한다면 실물을 인쇄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 그런 걸 다 알고 하면 참 좋지. 근데 대부분 모르고 이것저것 하다가 돈 날려먹는 거 아냐.”

맞습니다! 아직 갈 길도 멀고,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도 많습니다. 때문에 학계와 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계속 연구하고, 공부하고, 토론하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풀어 전달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옆집 누가 그걸로 몇 백 만원 벌었대!’하는 식의 소문만 듣고 투기를 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은 국가 기관의 검토를 거쳐 발행하는데 비해, 암호화폐는 아직 정부의 적법한 검토 절차가 마련되지 않은 채로 횡행하기 때문입니다. 투자하기 전에 많은 공부가 필요한 과목입니다.

여러분의 자식, 조카, 사촌은 이 새로운 기술을 신뢰하고, 블록체인이 우리 실생활에 가져다줄 혁신과 편리함을 위해 오늘도 일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업계 특)) 연휴가 연휴가 아님) 걱정은 조금 덜으시고, 옆에서 격려로 지켜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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