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타겟팅 vs 기계의 타겟팅

Youngmin Joo
4 min readJan 3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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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운전하는 차량보다 기계가 운전하는 차량이 더 안전하다면? 테슬라가 주도하는 자율주행 기술은 인간의 인지능력보다 기계의 학습능력이 더 우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간은 기계에게 추월당할 것인가? 공상과학 소설 속에서나 다뤄졌던 질문은 우리 생활 전반에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기계학습 때문이다. 주어진 환경 속 다양한 신호를 패턴화하고 그로부터 최적의 판단과 예측을 내리는 학습기술은 인간을 둘러싼 생활과 산업의 기저, 즉 이 세상의 백엔드를 급진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기계학습이 차량운행에 던지는 질문은, 인간이 영위하는 모든 활동에 똑같은 형태로 던질 수 있다. 가령 마케팅에 대해 기계학습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인간이 직접하는 타겟팅보다 기계가 자동화한 타겟팅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면?”

타겟고객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에 대한 날카로운 타겟팅은 마케팅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지지만 (전통적 마케팅의 모든 출발점은 타겟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실세계에서 타겟팅은 전혀 작동하지 않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단지 많은 정도가 아니라, 매우 많다. 가령 타겟팅한 대상과 상반된 대상으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이 나타나거나, 전혀 무관해 보이는 대상에게서 극적인 지지가 나타나거나 (그래도 긍정적인 경우들이다), 반대로 타겟대상으로부터 가장 부정적인 반응이나 외면이 나타나기도 한다. 개념의 실질적 의미 차원에서, 타겟팅이란 말은 빈 껍데기와도 같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그것은 바로 ‘인간’ 의 타겟팅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타겟팅은 세 가지 결함을 지니고 있다.

첫째. ‘상상 속의 타겟’ 을 실제 고객이라 착각하게 한다. 인간의 타겟팅은 진성 고객을 효과적으로 구획해내는 활동이기보다는, 인간-마케터 스스로가 고객이라 믿고 싶어하는 ‘상상 속의 그대’ 를 묘사하는 그림일기인 경우가 많다. 인간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나의 것’ 이라 오인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마케팅에서 이 오인은 타겟팅의 왜곡으로 나타난다. 내 상품/서비스/브랜드에 실제로 지갑을 여는 고객이 누구인지 진지하게 탐색하고 그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접근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내 고객이길 바라는 그대’ 를 고객이라 가정하고 그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 그들이 좋아할 만한 메시지, 그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모션을 생산한다. 마케팅 현장에서 이런 ‘상상적 대상에 대한 집착’ 은 생각보다 매우 강하게, 자주 나타난다. 이러한 집착의 근본원인은 비즈니스적인 것이라기보다 심리학적인 것인데, ‘내’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것’ 이고자 하는 브랜드의 본능 때문이다. 모든 데이터가 너는 아니라고 말해주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 는 미신에 도취돼버린 나머지 실패가 예정된 고백을 무한반복하는 가련한 이와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오인사격은 통하지 않는다. 단적으로, 우리 자신부터가 ‘바로 너야’ 라고 외쳐대는 (자기 딴에는 타겟팅을 고민한) 마케팅에 얼마나 많이 No 를 표했는가.

둘째. ‘정적인 타겟’ 을 실제 고객이라 착각하게 한다. 인간의 타겟팅은 비균질적 소비자 집단을 특정한 기준을 통해 ‘정적인 대상’ 으로 균질화기를 좋아한다. ‘도시에 거주하며 문화컨텐츠를 즐기는 소비력 강한 20대 여성’ 과 같은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 정적인 대상화는 동적인 구매행위에 대해 말해주는 바가 없다. 도대체 ‘그들’ 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연유로 구매를 결정하는지는 알 수 없다. 마케팅의 궁극적 목표가 타겟으로부터 구매를 유도해내는 것이라면, 인간의 타겟팅은 매우 비효과적인 것임에 틀림 없다. 요컨대 데모그래피 / 소셜스탯으로 구현된 타겟 캐릭터는 아무리 디테일한 수준까지 세분화된다고 해도 결국 숨쉬지 않는 가설적 존재일 뿐이다. 그들은 ‘구매’ 하지 않는다. 우리가 종종 잊는 것은, ‘실제 고객’ 은 타겟팅적 속성 때문이 아니라 구매라는 ‘행위’ 를 통해 비로소 ‘고객’이 된다는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타겟팅 역시 정적인 캐릭터라이징이 아니라 동적인 컨텍스트를 더욱 긴밀히 다뤄야 맞는 것이다. 즉,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가? 라는 WHO 에 관한 질문이 아니라, 구매라는 ‘유일하게 유의미한’ 반응이 창출되는 컨텍스트에 대한 질문들 — 과연 고객들은 ‘어떤 상황에’ ‘어떤 장소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이유로’ 구매를 결정하는가? 와 같은 WHEN, WHERE, HOW, WHY 형 질문이 더 던져져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간은 인지적 한계 때문에 WHO 를 넘어서는 소비자의 behavioral한 변수를 ‘복합적으로’ ‘재빨리’ 계산할 수 없다. 물론 소비자 집단에 대한 선형적 이해가 완전히 쓸모 없지는 않지만, 구매행위라는 비선형적 상황을 밝히는 데는 매우 불충분하다. 우리가 누군가를 잘 안다고 해서 그 누군가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다.

셋째. ‘과거의 타겟’ 을 오늘의 고객이라 착각하게 한다. 인간의 타겟팅은 오래 전 과거를 근거로 먼 미래를 관망하는 행위다. 각종 시장조사와 고객데이터는 모두 ‘어제’의 기록이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내일 물건을 살 사람을 어제에서 찾을 수는 없다. ‘그들’ 은 내일에 있다. 물론 어제를 통해 내일의 그들을 추측해낼 수는 있지만, 시차에 기인한 오차범위는 무시할 수 없다. 많은 기업에서 이 시차는 매우 크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우리는 이미 증발한 수요를 찾느라 애쓰다 고꾸라지는 마케팅, 파티가 끝나고 조용해진 방에 요란한 옷을 입고 나타나는 마케팅 사례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인간의 처리능력으로는 어제와 내일 사이의 시차를 줄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시차를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줄일 수 있다면? 고객을 이해하는 분석활동과 고객을 유도하는 마케팅활동 사이의 시차가 zero 수준이고, 타겟팅이 과거 데이터에 고정된 비가역적 방식이 아니라, 실시간 데이터를 자동으로 처리하며 시시각각 유동적으로 변해나갈 수 있다면? 진정 ‘내일 물건을 살 사람’ 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기계는 인간의 타겟팅이 갖는 불완전성을 극복한다. 기계의 타겟팅은 상상하지 않고 계산한다. ‘이상형’ 이 아니라 ‘성공확률이 높은 매치’ 를 빠르게 제시해주어, 짝을 찾는 데 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단축시켜준다. 즉 훨씬 더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돕는다. 기계의 타겟팅은 정적이지 않고 동적이다. 누가 잠재적 고객인지를 찾아낼 뿐만 아니라 어느 타이밍에, 어떤 환경에서, 어떤 조건과 이유에서 ‘실제 고객’ 으로 전환되는지를 알아낸다. 인간적 추론과 가설로 이해됐던 ‘구매요인’ 의 복합적 구성을 밝히고 가장 핵심적인 동인과 맥락을 증명한다. 기계의 타겟팅은 어제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검증한다. 분석과 마케팅을 동시적으로 진행하며, 해당 시점의 유효 수요를 최단거리로 파악해낸다. 또한 타겟팅 자체를 유동화하여 이전에 경로의존적 제약으로 포섭하지 못한 유사한 신규고객집단을 발굴해낸다. 무엇보다 기계는 반복학습을 통해 더 나은 예측과 경로수정을 수행하며, 그로부터 스스로의 규칙을 생성해나간다. 기계에게 예측과 최적화, 가설과 검증은 다른 두 대상이 아니다. 모두가 반복 테스트의 일부이다.

‘타겟팅의 자동화’ 는 지난 세기 동안 마케팅 세계의 질서를 장악해왔던 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에 마지막 사망선고를 내린다. 예상컨대, 이제 Meta-Targeting, Micro-Tracking, Auto-Optimization 의 3각 편대가 움직이는 AMC (Automated Marketing Communication) 의 시대가 다가올 것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지만, 모든 글로벌 광고 플랫폼은 이를 실현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퍼포먼스 마케팅의 개념 자체가 완전히 새롭게 바뀌는 시대, (좀 더 흥미롭게는) 타겟팅이 사라지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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