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삶이 어려울 때에 한줌 위로

whitelips
a day of a programmer
10 min readJan 21, 2024

오늘 소개하는 책-쇼펜하우어 아포리즘-의 부제는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입니다. 피곤한 어느 날,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내가 하면 네거티브지만, 쇼펜하우어가 하면 염세주의니까 라는 생각도 작용했습니다.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책표지

아포리즘 이란,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짧고 단순하면서 진리를 드러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힘들 때는 사실 책 읽기도 힘든데, 짧은 이야기라면 조금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만 인생이 힘들까요? 쇼펜하우어도 힘들구나, 그런데 이 유명한 철학자가 힘든 경험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면서 위로가 되는 경험이었어요. 아래부터는 책을 읽으며 특별히 더 생각해본 부분들을 모아서 적어보았습니다.

자신이 증오스러울 땐 자는 것이 최고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이었습니다. 특히나 저는 힘들고 지치면 그냥 자고 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게 평범한 사람이 하면 포기하고 잠이나 자는구나로 보이지만, 철학의 대가가 힘들때 자라고 한다면? 아 역시 자는게 최고구나 라고 다시 보는 효과가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이야기한 설득을 하는 방법 중에는 권위있는 사람의 말을 빌린다고 하였는데, 휴식에 있어서도 같은 방법을 취함으로써 내 마음을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셈이죠. 물론 이런 거 없이 그냥 쉬워도 충분합니다.

흥미로운 내용은 힘들고 지칠 때 반성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반성하는 시간에서 얻어지는 감성은 나의 무능과 타인에 대한 분노이고 이는 우울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모든 원인은 피로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실제로 우리가 힘이 넘칠 때에는 뭐든 해내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려고 하지만 피로할 때에는 뭐든 잘 풀리지 않는 기분이고 잘 안된다면 바로 포기하고 싶어지니까요. 따라서 쇼펜하우어는 말합니다. 피곤할 때에는 반성하지 말고 계획세우지 말고 평소보다 많이 먹고 평소보다 많이 자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이 말을 잘 들어서, 힘이 들면 잘 먹고 잘 자고 다음날 힘차게 시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인간의 불행 중 상당수는 혼자 있을 수 없어서 생기는 일이다

놀라운 내용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MBTI 로 생각하면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너무 공감가는 내용이지요. 지성의 대가, 글과 말로 사고의 결과를 표현하는 데 능숙하다고 생각하는 철학가 조차도 혼자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니 더 강력하게 사교성과 공동체를 저격하여 평가 절하합니다.

우리도 되돌려보면 사람들과의 관계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은 가까운 가족, 친구, 그리고 매일 보는 직장인을 넘어 소셜 미디어(SNS) 관계에서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혼자 있을 수 있다면 이러한 관계에서 한걸음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일 또는 휴식에 집중할 수 있다면 조금 더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권태는 언제나 우리의 등 뒤에 서 있다

권태로운 인간은 행복할까요? 무엇이든 처음이 있고, 이후에는 그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권태가 따라옵니다. 어려움에 있어서도 처음은 굉장히 힘들지만 그 상태가 악화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혹은 더 어려웠다가 덜 어려워진다면 견딜만하다고 생각하며 이내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아이를 키우며 처음의 순간을 많이 맞이합니다. 아이의 처음을 보며 너무 놀랍고 행복하지만 이내 그 처음이 반복되면 당연시하고 오히려 아이에게 더 잘해야 한다고 나무라는 경우가 생겨납니다. 우리에게도 처음의 행복이 있었습니다. 같은 행복도 반복되면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음을 쉽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정말 힘들었을 거야. 하지만 내일은 더 힘들겠지. 살다 보면 점점 더 괴로워질 거다. 네가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고통은 점점 더 심해질거야"

인간을 불평분자로 만드는 악당

이 위대한 철학자조차도 자신은 소심하고 약한 인간이라고 밝힙니다. 모든 일에서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철학을 ‘인간을 불평분자로 만드는 악당' 이라고 답합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업무에서 매번 경험합니다. 글과 말을 쓰면 쓸 수록 잘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 갈등이 나타날 뿐입니다. 진심과 진실이 전달되는 것은 언제나 어렵고 요원한 일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상대방의 진심과 진실을 왜곡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어려운 일입니다.

인터넷은 이제 정보의 홍수가 아니라, 소셜 미디어 덕분에 허영과 불평의 홍수가 되었습니다. 블로그에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사진과 영상같은 미디어로 플랫폼이 옮겨가면서 이제 글과 말을 동시에 포함하는 혹은 넘어서는 그런 전달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은 선동하고 선동당하며 괴로운 일이 많아졌을 뿐이라고 생각해봅니다.

불행이 터졌을 때보다 불행이 지나간 후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완벽한 계획이라도 인생을 길게 본다면 언젠가 한번은 반드시 꼭 실수를 하게 됩니다. 지나간 실수와 불행에 집중하고 만약이라는 가정 속에서 후회할 필요가 없습니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깨끗이 인정하고 비극으로 기억한 후에는 덮어버리면 그만인 것입니다.

채연님의 유명한 싸이월드 흑역사

속된 말로 흑역사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지 말아요. 그냥 흑역사로 인정하고 잊어버려요. 이미 일어난 일은 아무리 고민해도 늦은 일일 뿐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대체 왜 우리는 노력하는가, 왜 청춘은 꿈을 꾸는가

어떤 사람은 더 많이 착취당하기 위해 최고 고등교육 기관을 졸업하고, 어떤 사람은 팔다리가 부러질 때까지 기둥을 세운다.

쇼펜하우어 생전인 1800년 대에도 이러한 고민이 있네요.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무엇을 위해 공부하나요? 공부하여 대기업에 혹은 전문직으로 일을 하면 행복이 당연히 따라올까요? 높은 연봉은 물론 평균 연봉보다는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나 따라오는 엄청난 노동시간이나 강도 높은 업무가 있다면 정말 괜찮은 걸까요?

간혹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연봉 1억을 위해서 엄청 노력했는데, 이후에 목표를 잃었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유명한 FAANG/MANGA 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것은 분명 훌륭하고 영광스러운 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 목표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될 일입니다.

가끔 무언가에 집중하여 매몰되면 과정이 목적이나 목표과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돈을 벌어 여유롭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모든 여유를 잃고 돈만을 좇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저도 간혹 그런 생각을 합니다. 공감될지는 모르나 직장인에게 주어지는 ‘연차'가 있는데요. 기업에 따라 사용하지 못한 ‘연차'를 연차보상비로 주는 경우가 있고, 모든 연차를 소요케 하고 못쓰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을 너무 바쁘게 하던 시기에는 어차피 다 못쓸 연차 혹은 휴가 후에 찾아오는 밀린 업무로 인하여 연차보상비를 당연히 생각하고 이 금액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머리 속에 휴가 하루는 얼마 라는 생각을 종종했고 더 나아가 시급 얼마, 그만큼의 경제 가치가 없는 행위는 즐겁지 않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고, 지금(남은 시간 중 가장 젊은 나) 시간에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겠지요. 특히 어린 아이가 있는 분은 공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사실 다니던 회사가 바뀌어 모든 연차를 보상없이 사용해야 하는 것이 이렇게 생각이 바뀐 계기로 동작하였습니다.

승리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외톨이가 되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정치단체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는 것으로도 모자란다고 생각했는지 요즘은 종교에 귀의한 자들의 파벌싸움도 툭하면 펼쳐진다.

200년 전에도 이랬다고 하니 놀랍습니다. 지금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사람들은 정말 툭하면 별 것 아닌 일로 다투고 있습니다. 이기는 자가 정의가 되어서, 회사에서도 싸우고 정치에서도 싸우고 인터넷에서도 싸우고 있습니다.

업무에서도 한 때 정말로 이기기 위한 노력을 한 적이 있습니다. 코드리뷰에서도 엄청난 공을 들여 많은 지적을 남긴 바가 있었고, 업무에서도 상대방의 이해부족을 보면 이전의 대화 혹은 메일 이력을 모두 찾아서 지적한 바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일해서 남은 것은 일 잘하는 이미지 보다는 일 하기 어려운 사람이었습니다. 상처뿐인 승리입니다.

뒤늦게 알게된 중요한 것은 순간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함께 일하던 사람이 진실로 하려단 바를 알아채고 그에 맞추어 이야기하고 행독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을 들여 과거를 뒤지지 않고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으로도 승리가 필요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나를 거부할 때, 내 안에는 거대한 기운이 용솟음친다

여전히 나는 겁쟁이였다. 인생을 두려워했다. 모든 비극은 “만일 그때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라는 말로 시작되는데, 그 비극의 주인공은 언제나 내 몫이었다.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 이프온리

저는 쇼펜하우어와 다르게 남들이 거부하면 거대한 기운 보다는 상처받습니다. 그러나 그와 같이 겁은 많아서 어떠한 일을 해내지 못함에 있어서 게으름을 핑계로 삼았었습니다.

앞서 지나간 흑역사도 많았는데, 어릴 때에는 그때 내가 왜 그랬지라는 생각도 잠들기 전에 많이 했었습니다. 지금은 그때의 나는 바보였다고 생각하며 그냥 없는 기억으로 치고 많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잊어버렸습니다. 정말로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기억이 잘 안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정말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로 어려운 시기가 있었고 이 때에 주변을 모두 끊어내고 혼자만 있으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기운이나 용기는 없었고 그냥 시간이 지나갈 뿐이었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 누군가 저에게 손을 다시 내준 경우에 모른척 다시 붙잡았습니다. 큰 용기보다는 그냥 망각하는 것이 제게는 더 좋은 해결책이었어요.

어렵고 힘들 때에 지나갈 상황도 용기도 기운도 없을 수가 있어요.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누군가 도움을 주려고 한다면 앞선 일은 잊고 모른척 받아보세요. 혹시 나중에 도움을 받지 않아야 한다면 그 마저도 다시 잊고 지내면 어떨까요?

마무리

이 책은 철학자의 이야기이면서, 철학을 이야기하지만 상대적으로 쉽게 읽히는 책입니다. 아포리즘의 특징 덕분에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이야기는 그냥 페이지를 넘기면 됩니다. 모든 이야기가 연결되지도 않습니다. 저는 제가 보고 싶고 읽고 싶은 부분만 가져와서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한마디로 내가 힘들었는데, 쇼펜하우어도 힘들때면 그냥 자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나는 잠시 쉬고 다시 할 테다 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잠이 최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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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tware Engineer with 10+ years in iOS, focusing on performance optimization, modularization, and innovative solutions. Proven leader in major tech proje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