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으로 블랙베리 키보드 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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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블랙베리 병에 걸렸습니다.
아실만한 분은 아시겠지만, 이 병은 블랙베리를 써야지만 낫는 병입니다. 🥲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저는 이전에 블랙베리를 써보았던 사람이라는 것이죠.
완치된 줄 알았던 블랙베리병이 재발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1. 블랙베리를 사려고 알아봅니다.
처음엔 평화로운 중고나라? 아니죠. 당근마켓에서 알아봅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한 고대의 유물 블랙베리가 저렴하지가 않습니다. 왜일까요? 매니아 또는 저와 같은 블랙베리병에 걸린 사람이 있기 때문인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알리익스프레스를 찾아보니 블랙베리가 생각보다 저렴합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예전에 써본 q10 이라든지 passport 라든지 이걸 지금 쓴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안납니다.
지원하는 사이드로딩 안드로이드 버전부터, 종료된 블랙베리 서비스. 그리고 현 시대에 맞지 않는 기기 사양. 감성으로 쓴다지만 이건 레트로 감성을 넘어서 답답함에 쓰지 못할 기분이 듭니다. 첫번째 계획은 포기합니다.
2. 블랙베리 대체품을 알아봅니다.
대체품이라고 하면, 물리키보드 또는 쿼티키보드가 달린 스마트폰입니다. 블랙베리는 갔지만 그 뒤를 누군가는 따르지 않겠어요? 유니허츠 라는 회사에서 러기드 폰 컨셉으로 키보드 달린 스마트폰을 팔고 있네요.
찾았습니다. 이제 가격을 봅니다. 그리고 다시 사양을 봅니다. 제가 쓰던 아이폰을 다시 봅니다. 쓸 수 있나? 블랙베리 병이니까 사서 몇번 누르면 또는 언젠가 치유가 되면 이 물건은 책상 서랍에 보관할 대상입니다.
즉, 너무 비싼 비용과 기대하며 공들여 물건을 사도 실망이 큰 물건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잘 아는 이유는 2015년 쯤에 제가 블랙베리를 1년 이상 써보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2023년에 블랙베리 병이 재발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유니허츠 타이탄, 타이탄 슬림 등 대체품을 알아보았지만 저는 이 휴대전화를 하나 더 가지고 다니거나 아이폰을 대체하여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번째 계획도 포기합니다.
3. 마지막 계획은 우연한 발견입니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너무 열심히 검색하다보니 우연히 이상한 물건을 발견하였습니다.
LILYGO T-Keyboard 를 주문했습니다.
이게 무얼까요? 바로 블랙베리 Q10의 키보드만 분리하여 배터리와 블루투스 모듈 그리고 입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액정창을 가진 장치입니다.
아! 저는 블랙베리 폰을 쓰고 싶었던 것이 아닙니다. 블랙베리의 키보드를 쓰고 싶었던 것이죠. 덕분에 제 병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었고, 주문한 물건의 배송만을 기다립니다.
작은 케이스에 조잡한 외형을 가진 키보드가 도착하였습니다. 3D 프린터로 출력한 듯한 모습인데요. 마감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누르는 키 느낌은 제가 기억하는 그 블랙베리입니다.
자 이렇게 블랙베리병을 고치기 위한 여정이 끝났을까요? 아닙니다!
블루투스를 연결해서 쓰니 심심합니다. 폰이랑 같이 쓰고 싶었습니다. 폰에 붙여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매번 붙이고 다니면 분명히 불편할 테니, 이왕이면 탈부착이면 좋겠습니다.
방법을 고민해봅니다.
- 폰과 키보드를 고정해요!
- 탈부착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본드는 제외해요.
- 케이스 형태를 원하지만 이런 케이스는 없어요.
- 그런데 집에서 태블릿 홀더를 발견
찾았습니다! 태블릿 홀더는 폰보다 큰 크기를 고정시켜 주니까, 아이폰과 릴리고 키보드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뭔가 좀 거대해보이지만, 아이폰13 미니입니다. 그래도 성공하였습니다. 쿼티키보드(물리키보드)를 통하여 아이폰에 텍스트를 입력하고 씁니다. 이제 블랙베리 병이 치유되었을까요?
아직 아닙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영문만 입력이 됩니다. 여러가지 기능키 조합해보지만 한글 전환(한/영 전환)이 안됩니다. 그렇다고 가상 키보드를 노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릴리고 키보드는 코딩이 가능합니다. (우와 🤩)
위 저장소에서 언어 변환 안내를 ‘alt + left shift’ 지만 역시 동작을 안합니다. 이렇게 된 이상 취미 개발을 시작해봅니다.
짜잔 위 코드를 수정하여 아이폰의 capslock 한영 전환으로 동작하도록 하였습니다. 코드로 끝나지 않아요, 저장소의 가이드 방법중 조금 더 친근한 VSCode를 사용하였습니다.
이제 제가 조합한 ‘아이폰x블랙베리’ 가 한글 입력도 잘 동작합니다.
단순하게 블랙베리를 샀다면 이런 과정이 없이 단번에 치유되었을 텐데요. 어쩌다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블랙베리가 아닌 키보드만 사게 되어 여러가지 고민과 시도를 진행했습니다. 나름 즐거운 쇼핑 경험이었고 이렇게 저는 블랙베리 병에서 나았습니다.
다행히 위 키보드는 서랍에 잠들지 않고 가끔 나와서 소파에서 메모와 글쓰기를 하는데 활약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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