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콘2023 ‘모두의 웹뷰’ 발표 후기
11월 15일 발표 이후, 한달이 조금 넘게 지나 드디어 발표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발표 후기는 바로 쓰고 싶었습니다. 시작부터 종료까지 느낀 바가 많았거든요. 그러나 발표 내용(영상) 없는 후기는 무언가 속없는 찐방이란 생각에 지금까지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발표 영상이 올라왔고 뒷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발표한 ‘모두의 웹뷰’ 영상입니다.
결론(소감) 먼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보통은 힘들다고 잘 안하는데, 이번에는 스트레스도 많았고 발표까지의 준비 과정이 어려웠어요. 발표 울렁증이 없는 데도 잠 못드는 밤이 많아서 새벽까지 준비하고 고치고 했었는데요.
일정이 정해져있던 중요 과제에 참여하고 있던 중에 없던 발표가 갑자기 생긴 것이 컸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발표 경험의 다수가 사내 발표였던 제가 대외 발표의 변수가 기대와 다르게 동작을 한 것이죠.
개발 과제 참여와 발표 준비하던 10월, 11월 2달의 기간이 제가 우아한형제들에 이직해서 가장 많은 야근을 한 시기가 되었으니까요. 다행히 발표 준비도 업무의 연속으로 인정되어 초과근무비를 받았던 것이 월급날 잠깐의 위로가 되었습니다.
발표자들이 흔히 발표 후에 이야기하는 성취감이나 후련감은 제외하고 이야기하면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과거의 저는 멀티태스킹에 능한 사람이었는데 이번에 겪어보니 잘 안되는 사람이었습니다. 특히나 여러 과제를 참여하는 역할 변경과 다르게 완전히 컨텍스트가 다른 개발과 발표는 그 차이가 크더라구요.
개발하다가 발표 준비하려고 하면 집중하는 데 시간이 들고, 반대로 발표 준비를 하다가 개발을 하려면 집중이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취한 방법이 낮에는 과제 개발을 밤에는 발표 준비였는데 이게 또 야근이니까 집중력이 낮고 늦은 밤에는 감성적이라서 발표를 계속 고치게 되고 좋지는 않았습니다.
덕분에 이제 저는 멀티태스킹이 어려운 나이 혹은 사람이 되었구나를 배웠습니다.
개발 용어 중에 ‘컨텍스트 스위치' 라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의 프로세스가 CPU를 사용중에 다른 프로세스가 CPU를 사용하도록 하는 작업을 말하는데요. 이 비용이 엄청 올라간 셈이죠.
한동안 부캐 라든지 멀티 유니버스라든지 하는 여러 캐릭터를 수행하는 것이 유행했는데요. 저는 반대로 내년에는 일과 생활에서 제가 자주 바뀌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표 이야기
발표 준비하기
우아콘 2023 웹사이트를 보셨을까요? 혹시나 들어가지 않을 분을 위해서 화면 하나를 올릴게요.
제가 발표 제안을 받았을 때는 분명히 앱(모바일)에서 4개의 발표 세션이 있을거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짜잔!
실제 발표 준비는 저 혼자 남았더라구요. 하하하. 아마도 준비 기간의 부담이 컸을 거예요. 공식적인 발표자 모집 기간의 종료 후에 모바일 분야에서도 발표를 하면 좋겠다는 그런 미션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추석 전에 전달받고 추석 후에 발표하기로 한다면 마감까지 1달도 안되는 기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하게 되었을까요?
사내에 발표했던 내용을 가지고 발표하면 되지 않을까 제안을 받았고, 그럴까 하고 혹했던 제 자신 때문인거죠. 그렇게 시작한 건데 지나보니 많이 달라졌습니다.
대외 발표만 안했지, 사내 발표 경험은 많아서 방심했습니다. 발표 그냥 하면 되죠 라고 시작했는데요. 과정은 그림으로 대신할게요.
대외 발표의 벽은 과연 높았습니다.
일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앱(모바일) 세션이 1개 뿐인 관계로 해당 참여자는 적을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따라서 모바일 네이티브 개발 내용으로만 채우면 현장 참여자가 적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사내에서는 이런 저런 그림(속칭 짤)을 두고 이야기로 풀어냈던 이야기를 공식적인 레퍼런스 이미지만 써야했고 삿된 말은 빼야했으며 속마음은 숨겨야했습니다.
발표자 교육에서는 유머는 시도하지도 말라고 당부하는데, 제 개인적인 발표 취향은 재미없는 발표는 하지도 않는다 였으니 준비 과정에서 내적 충돌과 갈등이 어마어마 했습니다.
중간 버전을 한번 만들었고, 피드백 버전을 가지고 사내 리허설을 했으며, 최정 버전을 다시 만들었으니, 하나의 내용으로 3개의 보여지는 버전을 만들었습니다. (마음과 머리 속에서 안보이는 버전은 더 많았어요.)
개발자로서 발표하고 싶은 내용, 개발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 그리고 미션으로 발표해야하는 내용에서 극적인 타협을 통하여 발표 준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발표하기
보통 참여자로 갈 때는 신나게 제일 먼저 가지만, 발표자로서는 컨디션 관리를 위해 발표 준비 한번 더 하고 가는 느낌으로 여유있게 도착하였습니다.
가는 길이 뭐랄까 그냥 일하러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발표는 스크립트 없이 진행했습니다. 원래 발표 스타일도 외워하지 않고, 준비하면서 코치받은 내용도 스크립트를 외우지 말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준비한 내용은 빼먹지 않고 무사히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
모바일 개발자 시장은 지난 10년간 아주 숙성된 시장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모바일 개발의 인기는 많이 낮아졌고,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에서 관심도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모바일 앱 개발의 중요도가 낮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모바일 앱 개발자가 늘어도 여전히 모바일 앱에서는 웹뷰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과거와는 다릅니다. 과거에는 앱 개발 리소스 혹은 이해 부족이 컸다면, 최근에는 전략적인 이유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웹뷰’ 세션은 앱개발자에게 그리고 함께 일하는 프런트엔드 개발자에게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의 중간 즈음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부담없이 듣고 하나의 프로덕트를 성공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즐겁고 행복하게 개발하시길 바랍니다.
#우아콘2023 #모두의웹뷰 #앱개발 #iO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