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s] 게임화, 진짜 이렇게 하는거 맞아?

솔라나 체인의 게임화된 디파이 이자 농사 서비스, ‘디파이랜드’에 대한 리뷰

Ethan Lee
A41.io

--

사전 고지: 본 글은 단순 정보 제공을 위해 작성 되었고 투자, 법률, 자문 등 어떤 부분에서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를 추천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며, 본문의 내용만을 바탕으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마십시오.

(디파이랜드 로고 | 출처: 디파이랜드 미디엄)

1. 개요

디파이랜드(DeFi Land)란, 솔라나 체인 상에서 디파이의 각종 기능들을 게임화한 웹 게임입니다. 디파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멀티체인 이자농사를 경험하게 해주어 궁극적으로 생태계의 확장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죠. 필자는 운이 좋게도 디파이랜드의 클로즈드 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지난 며칠간 직접 플레이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디파이랜드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와 토큰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디파이랜드가 도입한 ‘게임화’에 대해 온전히 게임 디자인 관점에서만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그럼, 게임화와 디파이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2. 디파이랜드 살펴보기

디파이랜드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디파이의 각종 기능들을 게임화한 웹 게임입니다. 지금은 디파이에서 흔해진 이자 농사 등에 관한 개념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디파이를 사용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게임화를 시도하였죠. (이 게임화에 대해서는 3. 항목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디파이랜드는 웹 게임이기 때문에 브라우저로 접속해 바로 플레이를 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클로즈드 테스트 단계이기 때문에 처음 접속 하면 코드를 입력해야 플레이를 해볼 수 있고, 코드를 보유하고 있다면 자신의 솔라나 지갑(팬텀, 솔플레어, 솔렛) 중 하나를 선택해 연결하고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디파이랜드 로그인 후 지갑 연결 화면, 알파 테스트 버전 | 출처: 디파이랜드)

게임에 접속하고 나면 게임에서 흔히 만나는 설명을 담당하는 NPC가 등장하여 디파이랜드가 무엇인지, 여기에선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 설명을 해줍니다. 이자 농사(yield farming)라는 것을 실제 농사에 빗대어 Farms에서 농사를 지어볼 수 있고, 탈중앙 거래소(DEX)의 역할을 하는 Market에서 토큰을 스왑할수도 있죠. 플레이어의 본거지인 House에서는 자신이 이 게임에서 해낸 성과를 보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비교하는 리더보드를 통해 경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디파이랜드 Farm, 알파 테스트 버전 | 출처: 디파이랜드 미디엄)

필자는 디파이랜드의 이러한 시도 자체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게임화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게임이 아닌 것에 게임플레이 기법을 도입하여 정보 수용자들의 이해를 높이고 사용을 권장하기 위한 것’으로, 잘 기획되면 매우 강력한 학습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크립토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디파이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이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하물며 디파이를 적극 사용하는 사람들조차 스마트 컨트랙트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악의적으로 짜여진 컨트랙트로 인해 어떤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히 이해를 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있죠.

때문에 디파이가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좋은 콘텐츠들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게임화라는 것은 강력한 도구이지만 잘 디자인되지 않으면 이도저도 아닌, 오히려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3. 게임화(게이미피케이션)란?

(1) 게임화의 정의와 목적

게임화란, 디파이랜드 미디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게임이 아닌 것에 게임플레이의 기법을 도입하여 사용자들의 이해, 관여도 등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게임이 아닌 것에 단순히 게임적인 요소만 가져다 붙이는 것을 게임화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이것을 도입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게임화를 각종 학습 프로세스에 도입하면 정보 수용자들이 훨씬 더 열린 태도로 정보를 수용할 뿐만 아니라 그 능률 또한 증가하기 때문이죠. 2020년 수능에도 국어영역 제시문으로 출시될 정도로 게임화는 ‘학습’ 연구에 있어서 보편화 되어가고 있는 개념입니다.

(2020년 수능에도 등장한 게임화 | 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게임화라는 것은 목적적합하게 잘 설계되지 않으면 오히려 하느니만 못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에게 두 가지를 동시에 학습을 시켜야하기 때문입니다. 디파이랜드의 예를 들어서 보면, 원래의 목적은 디파이에 대해 낯선 사람들이 디파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사용자로 전환되게끔 하는 것이 목적인데 잘 설계되지 않았을 경우 사람들은 디파이 자체에 대해서 배워야 할 뿐만 아니라 게임을 하는 방법 자체에 대해서도 학습을 해야합니다. 이렇게 되면 특정 개념에 대해 낯선 사람들은 학습 자체에 참여할 유인도 비교적 낮은데 반해 배워야하는 양은 더 늘어나기 때문에 접근을 꺼리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죠.

(2) 게임화의 코어 루프

게임화의 목적은 대상자의 학습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게임화를 시도할 때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장치들을 설계하여 반복되는 코어 루프(core loop)를 형성합니다. 코어 루프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시 한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감사를 표하며 2020 수능 국어영역 문제를 참고 해봅시다)

(게임화의 핵심은 바로 피드백 루프에 있다 | 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과제 제공 — 달성 시 보상 제공 — 플레이어들(참여자들)간의 경쟁을 통한 더 깊은 몰입 유도 — (반복) — 최종 목적 달성

여기서의 핵심은 바로 ‘피드백 루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게임화를 적용했을 때 정보 수용자들(사용자들)은 보상을 얻기 위해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을 얻게 되고, 이 과정을 반복 하였을 때 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참여자들 간의 경쟁 요소까지 추가하면 그 학습의 밀도는 더욱 올라가게 되죠. 이 루프를 시작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1) 학습의 목적 설정, 2) 보상(인센티브), 3) 루프의 주기입니다. 또한 부가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초기 관심을 유도하고 학습을 고도화해나가기 위한 내러티브 설계이죠.

실제 게임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게임 자체를 가지고 게임화의 예를 드는 것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을 어떻게 학습시키는지를 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기에 게임을 예로 들었습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JRPG 시리즈 게임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 ‘테일즈 오브’ 시리즈의 최신작,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의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는 게임 시작부터 주인공이 적대하는 세력과 동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플레이어들은 내가 적대해야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이 게임의 목표가 ‘아 저 나쁜놈들을 상대해서 동포들을 해방해야하는구나’ 라는 정도의 추상적인 인지를 할 수 있게 됩니다.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 인트로 | 출처: 쉐리 유튜브)

아래는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의 첫 전투 장면입니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적대하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고, 내러티브 상 현재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 대피를 하기 위해 상대를 처치해야한다는 것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투를 배워야 한다는 인센티브가 어느정도 심어진 상황이죠. 본 예시는 해당하지 않지만, 이런 전투 튜토리얼을 등의 보상으로 기본 아이템/장비들이 주어진다는 점을 알려주는 게임들도 다수 있습니다. 확실한 보상이 있음을 알려주기 위함이죠.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 전투 기초 튜토리얼 | 출처: 쉐리 유튜브)

이후 게임이 전개되어 나가면서 플레이어는 각종 동료들을 얻게 되고 동료를 들여올때마다 그들과 연계한 더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하기 위한 학습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피드백의 주기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초기에는 그 주기가 짧고 최대한 직관적인 것이 좋습니다. 아직 사람들이 학습하는 내용에 대해 익숙하지 않고 정보와 게임플레이 모두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직관적인 과제들을 짧은 주기로 여러번 던져주고 기초를 다지게 하죠. 그 뒤에는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복잡한 내용에 대한 학습을 던져줄 수 있습니다. 이때도 역시 플레이어들이 자신이 학습을 통해 어떤 것을 습득하고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보상 설정이 명확해야 합니다.

(신규 동료 ‘키사라’를 영입했을 때 거치는 스킬 학습 | 출처: 쉐리 유튜브)

위처럼 현재 대부분의 게임들에서는 플레이어들의 학습을 돕기 위해 게임 내에 여러 장치들을 배치하고 있으며 그 방식도 게임 내러티브에 맞춰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럼 이러한 관점으로 디파이랜드에 대해 다시 한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4. 디파이랜드, 진짜 게임화 맞아?

과연 디파이랜드에는 앞서 다루었던 피드백 루프가 있을까요? 적어도 필자가 현재까지 알파 버전을 살펴 보았을 때 아직은 없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디파이랜드가 타깃으로 하는 주요 고객 층은 디파이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개념에 대해서 대강은 알고 있으나 참여를 꺼리는 수동적인 정보 수용자들입니다. 이들에게는 정보를 수용하고 학습을 하게끔 유도하기 위한 명시적인 장치들이 필요한데 디파이랜드는 이 부분에서 아직 발전해야할 여지가 많아보였습니다.

다만 디파이랜드는 아직 알파 프로덕션 단계이고, 정식 출시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보았던 여러 기능들과 튜토리얼은 정식 출시 때는 여러 개선을 거쳐 출시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테스트를 하고 커뮤니티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것이니까요. :)

(1) 학습 과정의 부재

디파이랜드에 처음 진입한 플레이어는 NPC의 장황한 설명을 듣고 기초 개념만 학습한 뒤 여러 기능들을 직접 테스트 해보아야 합니다. 그 장황한 설명마저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건너뛰는 것이 현실이죠. 이렇게 되면 학습을 위한 코어 루프 자체가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아래의 Market에 대한 설명을 봅시다.

(디파이랜드 Market 설명, 알파 테스트 버전 | 출처: 디파이랜드)

‘이건 Market이에요! 여기서 당신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다른 것으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 하는데, 디파이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이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내가 보유한 자산’은 뭐고, ‘교환해서 받을 수 있는 자산’ 뭐지? 그리고 왜 내가 교환이라는 것을 해야하지? 라는 질문이 따라 나올 것입니다. 여기서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학습 절차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NPC: Market은 획득한 농작물을 팔거나 교환하여 수익을 올리는 활동을 하는 곳이니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Market에서 교환을 해보실 수 있도록 이 농작물들을 미리 준비해봤어요. 이건 그냥 테스트 용도이니 실제로 거래가 발생하지는 않는답니다.

NPC: 자, 여기 SOL 자산으로 거래를 해봅시다. SOL은 디파이랜드가 지어진 솔라나 체인의 토큰이에요. 이걸 BTC로 한번 바꾸어 봅시다.

(디파이랜드 Market 기능, 알파 테스트 버전 | 출처: 디파이랜드)

NPC: 잘하셨어요! SOL을 팔아 BTC를 획득하셨습니다. 각 작물의 시세는 항상 바뀌기 때문에 시세가 오를 것 같은 작물을 미리 사두면 이득을 볼 수 있겠죠? 지난달에는 옥수수(BTC)가 잘 팔리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사람들이 옥수수를 많이 찾더라구요 :)

NPC: 그럼, 보상으로 20XP를 드릴게요. 디파이랜드에서 활동을 하며 경험치(XP)를 쌓으면 다양한 보상을 얻으실 수 있답니다!

위의 대화 내용은 필자가 임의로 작성해본 것입니다. 이는 적용하기 어렵지 않은 내용이고, 게임화를 지향한다면 이러한 방식의 “1) 내러티브 설정 → 2) 학습 유도 → 3) 보상 제공 → 4) 반복 또는 다음 단계로 진행”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플레이어에게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2) 최소한의 내러티브의 필요성

게임에 처음 접근하는 사람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내러티브가 있는 것이 좋습니다. 디파이랜드 팀이 미디엄을 통해 밝힌바에 따르면, 알파 프로덕션이 끝난 후 스토리 요소를 넣을 예정이기 때문에 깊게 다루지는 않겠습니다만,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내러티브 설정을 잘하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때 귀농게임이라는 별명으로 인기를 끌었던 ‘스타듀밸리’ 인트로 | 출처: 쿠우얌 유튜브)

5. 맺으며

게임화를 통한 학습 효과 및 사용자 관여도 증가는 분명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게임화를 잘 적용하여 성공적인 (일종의) 게임으로 거듭나는데는 피드백 루프가 있는 튜토리얼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튜토리얼 제작은 게임사에게 중요한 과제이면서도 매우 어려운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는 튜토리얼이 세계관에 아직 몰입하지 않았고 이제 막 게임을 접한 사람에게 매력을 선보여야 하는 장이자,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관문이기 때문이죠. 모바일 플랫폼으로 게임 시장의 중심축이 서서히 이동함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중되었고 게임들은 플레이어들에게 마치 엘리베이터 피치를 하듯이 ‘우리 게임이 왜 매력적인지 딱 30초 만에 보여드리겠습니다!’를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챠 게임들 중 다수는 게임 내의 가장 최고 등급 캐릭터를 무료로 뽑을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해가면서 플레이어 리텐션을 높이는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단시간에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인 엘리베이터 피치 | 출처: Sarina Lambton Chamer of commerce)

디파이랜드는 이러한 측면에서 아직 게임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앞서서 말씀드린대로 아직 알파 프로덕션 단계에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MVP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했고 정식 출시 때는 게임화를 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을 게임에 녹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파이와 탈중앙화 된 세상을 키워나가는데는 더 많은 튜토리얼성 콘텐츠들이 필요하기에, 디파이랜드가 그 역할을 잘 수행해주기를 기대해봅니다.

a41 — all for one.

--

--

Writer for

Validator lead @A41 | Former Brand Manger @Riot Games | Hardcore gamer, Blockchain tech inves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