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복귀하면서 메인 서비스의 종료를 결심했다.

최하림
AB-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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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min readMay 24, 2022

(왜 연 200억의 거래액이 나오고 있는 인포크스토어를 접는 결심을 했나?)

18년 3월 팀빌딩 이후 5월에 런칭한 MVP의 Traction을 통해 Seed투자를 유치하였고 10월에 법인을 설립했다.

그 과정에서 서비스를 리뉴얼하여 11월에 런칭 후 5월까지 총 44개월동안 460억원의 누적거래액을 기록하고 있다.

인포크스토어 분기별 거래액(단위: 만원)

마케팅 비용은 전혀 들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8년도 4분기 2.6억원의 거래액을 시작으로 지표는 나쁘지 않게 성장하였다. 크리에이터들이 쓰기 쉽게 최적화된 OMS(Order Management System)를 만드는것을 서비스 성장 동력으로 설정하고 있었고, 22년도부터는 새로운 가설과 전략을 가지고 서비스를 디벨롭하기 위해 21년도부터 4개월동안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하는등 프로덕트의 안정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분명히 업데이트를 마치고 나면 내년안에 월 거래액 150억원까지도 만들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쌩둥맞게도 2주 가량의 짧은 출장을 마치고 나서 내가 한 말은 “서비스를 접자”였다.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이런 이상해 보이는 선택을 하게된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첫째, 시장과 고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크리에이터(구:얼짱)가 인터넷을 통해 쇼핑몰을 만들고 싶으면 카페24나 메이크샵을 사용했지만 네이버 스마스스토어를 시작으로 중소형 PG사들도 조금 더 가벼운 쇼핑몰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전자상거래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산업들의 기업들도 “쇼핑몰 빌더”라는 목적으로 수익을 확장하고자 하였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우리도 그 유행에 편승하였다. 경쟁자들이 점점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서비스를 성장켰다. 하지만 큰 문제는 이탈하는 유저들의 유형은 바꿀 수 없다는것이었다. 이들은 더 복잡한 기능들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원했고 자유도 높은 디자인을 필요로 했었다. 결국 월 매출이 1억원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이탈의 낌새를 보이기 시작하고 결국 시기만 다르지 결과적으로 이탈하였다. 여기에서 인포크스토어는 “더 쉽고 크리에이터에게 최적화된 OMS”를 표방하였기에 이탈하는 유저들이 원하는 개발 방향성과 충돌이 일어났다. “쇼핑몰”을 만들고 싶어하는 고객이 꼭 “상품을 팔아서 수익을 얻고 싶어하는” 고객과 같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우리가 설정하고 있는 고객에게 최적화된 프로덕트인가? 해당 프로덕트로 많은 고객을 빠르게 대려올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아니다”라는 대답이 계속 나왔다.

둘째, 초기 스타트업의 특성과 강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은 가장 뾰족한 무기로 다른게 없더라도 하나의 이유 때문만이라도 쓰게 만들어야만다. 마치 카카오톡의 채팅이나 토스의 송금처럼. 하지만, OMS라는 서비스는 매우 무거운 서비스다. 하나의 주문은 (상품-장바구니-결제-재고-배송관리-마일리지-클레임)으로 이어지는 매우 긴 연결고리를 가졌다. 새로운 기능에 대한 테스트를 하고자할때 신경써야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으며, 개발 초기에 아키텍쳐의 스노우볼로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처리하지 못했다. 결국 이런 이유들 때문에 하나의 기능에 대한 테스트를 활발하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상품을 팔아서 수익창출을 하고 싶다”는 니즈를 해결해주기에 OMS로의 문제 해결은 효율적이지 못했다. 따라서 어떻게하면 문제의 핵심을 짚어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결론은 OMS는 스타트업 그리고 우리팀의 강점을 최대로 살린 프로덕트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셋째, 회사의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서비스를 3개 운영하고 있었다. 크리에이터의 쇼핑몰을 만들어주는 인포크스토어, 크리에이터들의 수익창출과 관련된 여러 페이지를 연결해주는 인포크링크, 크리에이터와 브랜드를 중개해주는 인포크 비즈.

우리는 14명이서 월 15억원의 거래액, MAU 700만명을 감당하고 있었다. 별개의 서비스별로 숫자가 나오다보니 회사의 목표는 한곳으로 모아지지 않았고, 옆에 있는 동료가 고민하는게 무엇이고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각 프로덕트별 성장 방정식이 달랐고 집중해서 보는 숫자들이 달랐다. 이게 나름 잘 굴러갔으면 모르겠는데 우리가 원하는 끝내주는 성장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그래서 회사의 이름 ABZ대로 우리의 현황(A)을 재점검해보았다.
인포크링크는 꾸준히 많이 성장하고 있었다.

인포크링크의 월간 활성 사용자수 (Google analytics)

최근에 광고,공고 중개에서 프로덕트를 크리에이터가 브랜드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고 2달동안 평균 30%씩 성장을 만들고 있었다.

인포크링크 주차별 제안하기 건수

마지막으로, 우리는 서비스를 글로벌로 확장하고 있었다.
해외는 브랜드, 크리에이터 모두 Shopify를 사용하고 있었다. 인스타그램도 커머스를 붙이려고 할때 OMS를 손대지 않고 기존에 잘하고 있는 Shopify와 손잡고 성장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Shopify를 필두로한 로컬 OMS 서비스를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한 판단을 했을때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을 냈다. 우리는 애초에 Shopify를 이기자!로 시작하지도 않았고, 경쟁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크리에이터들은 그들의 커머스 형태에 대체제가 없었기 때문에 Shopify를 쓰고 있는데 우리가 똑같은걸 만들어줄 필요는 없었다.

우리가 풀려고 했던 문제의 본질에 대해 고민했고 결과적으로는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움직이고 있다. 프로덕트의 형태는 계속 지켜봐주길 부탁한다. 우리는 더 가볍게, 기민하게 움직여야 된다. 더 큰 성장을 만들어내야 된다. 고객들이 진짜 사랑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된다. 그러기 위해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된다. 인포크스토어를 접는다는 결심은 크리에이터의 커머스 형태를 포기하겠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보는게 적절하다. 우리에게 확실한 무기가 있고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시기에 훨씬 좋은 접근방향으로 커머스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사실 이미 어떻게 풀면 되겠다는 생각은 나지만 더 다듬고 시기를 기다려야 될것 같다.)

결정은 2주동안 고민하여 이루어졌지만, 생각은 몇개월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인포크스토어의 성과, 우리의 강점, 인포크스토어가 끝까지 갔을때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봤다. 절대로 못할것 같아서, 힘들것 같아서, 자신이 없어서 내린 결정이 아니라 고객이 더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방법을 찾기 위해 진심을 담은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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