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HKB HYBRID의 오작동

albireo
Albireo’s PowerBook
5 min readApr 4, 2020

서재의 iMac Pro(macOS Catalina)와 진료실의 iMac(Windows 10)에 각각 Happy Hacking Keyboard Professional HYBRID Type-S(Type-S로 줄이겠습니다)를 달아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만, 언제부턴가 복고풍의 찰랑거리는 키감이 생각날 때가 있어 보조용으로 새로 입수한 Happy Hacking Keyboard Professional HYBRID (Non Type-S)(Non Type-S로 줄이겠습니다)는 키 입력 시 종종 다음과 같은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타이핑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다가,
잠시 멈춘 후 마지막 눌렀던 키가 수십 번 반복 입력되어 ‘ㅇㅇㅇㅇㅇ’처럼 표시됩니다.

전조 증상 없이 갑자기 발생하고 이후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는 드물어서 컴퓨터와의 Bluetooth 연결을 끊었다가 재개하면 일시적이나마 해결되지만 대개 재발합니다. 이는 지금은 단종된 Happy Hacking Keyboard BT 모델에서 자주 보고되던 문제였는데, 키보드와 컴퓨터 간의 Bluetooth 연결 품질이 악화하다가 마지막 키를 눌렀다는 정보까지만 전달되고 연결이 끊기면서 사용자가 해당 자소를 계속 누르고 있는 것으로 오인하여 발생하는 문제로 추측할 뿐 공식적인 해결책이 제시된 바는 없었습니다.

PFU 측에서 신형 HYBRID에선 개선했을 거라 믿었지만(실제로 Type-S에선 별문제 없었습니다) 그렇지만도 않았던 모양입니다.

Non Type-S 유닛의 Bluetooth 모듈 하자인가 싶어 문제가 없던 Type-S와의 Bluetooth 수신 신호 강도(RSSI 값)를 비교해 보기 위해,

옵션 + 메뉴바 상의 Bluetooth 아이콘 > 해당 기기 항목 선택했더니

RSSI -48 ~ -50 dBM 범위 내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안정적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평상시 상황으로 돌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당시 RSSI 양상을 실황으로 모니터링한 것은 아닙니다 — Bluetooth 기기를 선별하여 RSSI 실황을 그래프로 모니터링해주던 기능이 최신 macOS에서는 생략되었는지 찾는 데 실패하였습니다. 어쨋거나 RSSI -55 이상으로 유지될 경우 전파의 수신 강도는 괜찮은 수준이라고 하므로 Non Type-S의 Bluetooth 모듈의 하드웨어 결함에 대한 판정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관련된 기기들의 재설정을 시도하였습니다.

  • 연결된 Bluetooth 기기의 개수를 최대한 줄여봅니다. 애플의 관련 문서에서는 Bluetooth 스펙상 7개까지 연결이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로는 3개까지 제한하는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 iMac Pro를 재시동하면서 NVRAM 리셋하였습니다.
  • 재시동 후 옵션 + 시프트키를 누른 상태로 메뉴바 상의 Bluetooth 아이콘 클릭, 활성화되어있는 디버그 메뉴를 통해 ‘Reset the Bluetooth module’을 지정 실행하였습니다.
  • Non Type-S를 리셋 후 다시 연결하였습니다.

이번엔 전반적인 Bluetooth 신호의 간섭을 줄여보려고 시도하였습니다.

  • AirPort Utility를 통해 Bluetooth 신호와 혼선 가능성이 있는 Wi-Fi 2.4 GHz 밴드를 껐습니다.
  • 애플에서는 주변의 USB 3 혹은 Thunderbolt 3 기기와의 간섭도 의심해 보라고 합니다. 케이블을 교체해 본다거나 안 쓰는 기기의 전원을 끄라는 것입니다. iMac Pro에 연결된 Promise Pegasus3가 유일한데 필요에 따라 껐다 켤 수 있는 기기도 아니고 만일 이 저장장치와의 신호 간섭이 문제였다면 기존에 잘 작동하던 Type-S는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단 건드리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이제 소프트웨어 드라이버를 살폈습니다.

  • 매킨토시에 최신 버전의 HHKB 맥용 드라이버를 설치하였습니다. 첨부된 문서를 보면 키 반복 입력 이슈를 해결했다거나 Bluetooth 연결 안정성의 개선에 대한 언급은 없을뿐더러 이 드라이버의 정확한 역할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 Non Type-S의 펌웨어를 최신 버전으로 갱신하였습니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유닛임에도 지난 버젼의 펌웨어를 장착하고 있었다는 것은 의외였습니다. 여기에도 구체적인 개선 사항은 명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편 Logitech 사의 무선 포인팅 장치들과의 궁합 문제가 제기되어왔습니다. 제 경우 문제 발생 시 Magic Trackpad 2를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심의 우선순위는 떨어집니다만, 필요에 따라 MX Ergo를 사용하기 때문에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증상 지속 시 다음과 같은 시도를 해 볼 예정입니다.

  • 사용자화 소프트웨어인 Logi Options를 제거해 보거나
  • 같은 2.4 GHz 밴드를 사용하긴 하지만 Bluetooth를 대신하는 Unifying Receiver를 이용해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USB 포트 하나를 지속적으로 점유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정확히 원인을 골라내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중간마다 개선 여부를 확인해야 했지만,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했던 정황상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증상은 바로 개선되었고 이후 하루 동안 적지 않은 분량의 타이핑 작업(이 글쓰기를 포함하여)을 했지만 아직 재발하고 있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해결에 가장 중요했던 일은 아마도 Non Type-S의 펌웨어 갱신 작업이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여태껏 동일한 환경에서 Type-S의 오작동 현상이 없었던데다 이 두 기기 간의 차이는 저소음 키스트로크를 위한 설계 외엔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단순한 해결책을 놓고 멀리도 돌아온 것이 됩니다만 오랜만에 매킨토시를 가운데 두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보낸 두어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문제가 재발하거나 원인 혹은 해결책이 좀더 분명해지면 추후 보충 글을 적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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