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표는 개발자를 좋아해 (1)

Sue.jeong (Sue)
Algorima
Published in
3 min readFeb 28, 2020

“이런식으로 하면.. 엔지니어들이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대표가 말했다. Git에 이슈를 등록하는데 어설프게 했다는 이유였다. 중복된 이슈를 파악하지 않고 New 이슈로 등록한 나를 탓하는 말이었다. 엔지니어 커리어를 갖고있는 대표의 성향 상 회사의 업무편의는 엔지니어 중심이다. 그것이 내가 이 회사를 온 이유중에 하나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홀대받는 자식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 느껴질 때도 있다.

대표 : 이러면 잔소리 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긴 한데.. 중복된 이슈가 없는지 파악하고 새로운 이슈를 등록해야 관리하기도 쉽고 일 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죠.

너무나 맞는 말이어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온통 개발 언어뿐인 Github에서 어떻게 중복이슈를 걸러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대표의 성향을 너무나 잘 표현해주는 말이어서 피식 웃음이 났다. 사실 제품관리자가 Github에 크게 관여하는 일은 없는데 이 회사는 조금 특이하다. 기획자의 Github 사용이 자유롭고 배포도 기획자가 한다. 프로그래밍에 능한 인턴 기획자는 나보다 Git을 더 잘 사용한다.

대표는 무엇이든 엔지니어 중심이다. 어느날은 비지니스 개발을 하는 마케팅, 세일즈 멤버들에게 zenhub(git 에 연동되는 이슈관리 툴)를 자주 들여다보고 버그도 등록 하라는 말도 농담처럼 던졌다.

나 : 그건 좀.. 마케팅, 세일즈 하는 분들이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요.

대표 : 보고 있으면 재밌어요.

꿈에서도 개발을 할 것 같은 사람의 말이었다. 동료 개발자들에게 ‘알고리마에서 가장 개발을 좋아할 것 같은 멤버’를 꼽아보라고 물어보았을 때 다들 서슴없이 대표를 꼽았다. 그정도로 개발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터미널 프롬프트에서 status를 확인하는 시간도 아까워서 슬랙에 status를 확인할 수 있는 스크립트(?)도 만들었다. 아마도 모든 멤버들에게 개발 명령어를 전파 하려는 전략일지도 모른다.

개발을 더 잘 하기 위한 환경이라면 지출도 아끼지 않는다.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하는데 엔지니어들이 동시에 작업하기에 속도가 느리다고 하니 GPU에 대한 투자도 호의적으로 말한다.

그는 항상 엔지니어가 비즈니스에 관심 갖길 바라고 개발 밖 세상을 보길 원했다. 그렇지만 대부분 그의 의도대로 되진 않았다. 그래서 말 잘하는 엔지니어를 좋아하고 그런 멤버들이 몇 있다. 그들이 자신을 대변하는 페르소나인가. 알 수 없다.

부디 대표가 이 글을 읽지 않길 바라며…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