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beyond the wall: (1) 미술 — The Painting Fool

DONGJOON SHIN
Algorima
Published in
9 min readFeb 18, 2020

인공지능(AI)은 이제 과학자를 넘어 대중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AI가 연구의 영역을 넘어 생활 속 가시적인 영역에까지 진입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AI에 대한 개념과 연구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진행되어 왔고, 비과학 분야에서의 적용을 위한 연구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언제까지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저는 이 ‘AI beyond the wall’ 시리즈를 통해 비과학 분야로의 적용을 목표로 한 AI의 연구 사례 및 과학의 영역 밖에서 상상하는 AI는 과연 무엇일지에 관해 함께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미술, 그중에서도 회화에 적용된 AI 기술에 관해 나누어 보겠습니다.

그림 그리는 바보, The Painting Fool

Computational Creativity, 즉 컴퓨터의 창의성에 대한 연구는 AI 연구 중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입니다. AI 연구자들은 ‘컴퓨터도 창의성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의 산물 중 하나가 바로 ‘The Painting Fool’입니다.

이름하여 그림 그리는 바보 ‘The Painting Fool’은 2001년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 사이먼 콜턴(Simon Colton)의 연구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콜턴은 자신의 사진을 미술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그래픽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진행하였고, 이는 인간으로부터 독립되어 컴퓨터가 자율적으로 작품을 창조해 내는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로까지 이어졌습니다.

The Painting Fool, <The Dancing Salesman Problem>, 2011

위의 그림은 The Painting Fool의 그림 중 하나인 <The Dancing Salesman Problem>입니다. 2011년 파리에서 열린 전시회 ‘No Photos Harmed’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으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컴퓨터 과학에서의 고전적 문제 중 하나인 ’Traveling Salesman Problem’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가지는 의의 중 하나는 컴퓨터가 디지털 이미지에 기반하지 않고 그려낸 미술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기존의 회화 작품을 학습, 답습한 것이 아닌, 신문 헤드라인이나 소셜미디어의 글과 같은 온라인 데이터를 학습하여 이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이 괄목할 만합니다.

이전에 개발되었던 유사 소프트웨어와의 차이도 여기에 있습니다. The Painting Fool이 컴퓨터가 그려낼 수 있는 소재와 장면의 범위를 확장시켰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고, 이를 넘어 이미지 이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작품까지 창조해 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AI의 큰 발전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존 화가들의 작품을 학습하여 스타일을 흉내 내는 것 또한 가능하지만,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작품을 그려내는 것은 사회적, 문화적인 함의까지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AI의 창의성 VS 사람의 창의성

The Painting Fool은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존재 목적을 이렇게 밝힙니다.

“The aim of this project is for me to be taken seriously — one day — as a creative artist in my own right.”

바로 언젠가 사람들에게 독창적인 예술가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하지만 컴퓨터가 과학을 넘어 예술가와 대중에게까지 ‘독창적인 예술가’로 인정을 받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창의성이란 무엇인지 그 정의에서부터 컴퓨터의 예술을 ‘창의성’에 기반한 결과라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석까지, 이것은 과학뿐만 아니라 예술과 사회학의 시선에서도 여전히 크고 많은 논쟁거리로 남아있습니다.

이 장벽을 뛰어넘는 것은 사이먼 콜턴에게도 커다란 연구 주제입니다. 그는 그의 논문 <Creativity Versus the Perception of Creativity in Computational Systems>에서 컴퓨터의 창의성을 인정하기 위한 기준을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Given the default position in the popular perception of machines that software cannot be creative, we can expect a certain amount of criticism towards any implication that software is being creative. We can identify such criticisms as a set of necessary conditions, and manage them in our portrayal of the software processes. We propose to concentrate on three such necessary conditions, namely that the software exhibits behaviour which could be described as skillful, appreciative and imaginative. One can imagine a painter (human or otherwise) who lacks one of these three behaviours. Without skill, they would never produce anything; without appreciation, they would never produce anything of value; and without imagination, at best they would only produce pastiches of other people’s work.”

그는 ‘skillful’, ‘appreciative’, ‘imaginative’, 이 세 가지의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결여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결코 화가라 할 수 없다 말합니다. 물론 좀 더 비관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이 세 가지의 조건 또한 이를 충족했다 해서 예술이라 칭하기엔 부족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컴퓨터가 이 기준들을 충족시키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무언가를 모방해 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지라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멀고도 험합니다.

The Painting Pool이 그린 사이먼 콜턴의 초상화

화가 ‘The Painting Fool’의 근황

The Painting Fool에 관한 소식은 사이먼 콜턴의 트위터를 통해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소식 중 하나는 2018년, The Painting Fool에게 팔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Evil Mad Scientist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AxiDraw V3라는 제품을 통해서였습니다. 이전까지 The Painting Fool은 가상의 공간에 작품 세계를 펼쳐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AxiDraw V3와의 결합을 통해 현실 세계로까지 그 작품 세계를 확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기기의 한계로 섬세한 동작까지 표현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단색 위주의 작업만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기술의 성장 속도로 볼 때 이 한계가 무너지는 것은 그리 먼 미래가 아닌듯합니다.

The Painting Food이 AxiDraw V3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모습
2018년 열린 The Painting Fool의 팝업 전시회 ‘doodlefeatures by The Painting Fool’의 포스터

참고 문헌

뉴 사이언티스트 외. 기계는 어떻게 생각하고 학습하는가. 김정민 옮김. 한빛미디어, 2018.

Colton, S.. “Creativity versus the perception of creativity in computational systems”, AAAI Spring Symposium — Technical Report SS-08–03 (2008)

Colton, S.. “The Painting Fool: Stories from Building an Automated Painter”, in Computers and Creativity, Springer-Verlag New York Inc, 2012

참고 웹사이트

The Painting Fool의 공식 웹사이트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의 <The Dancing Salesman Problem> 작품 설명 페이지

Simon Colton의 트위터

이미지 출처

https://www.rnz.co.nz/national/programmes/ninetonoon/audio/201769754/simon-colton-teaching-computers-to-be-creative

https://twitter.com/SimonGColton/status/1067369484539768832?s=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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