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각과 3D 프린팅

이 글은 먼저 쓴 사진조각에 대한 글에 이어진다. 지난 글에서는 두 작가(권 오상, 수지 올리베이라)의 작품들을 비교했다면 이번 글에서는 권 오상 작가의 ‘데오도란트 타입’ 작업과 또 다른 산업혁명을 불러 오고 있는 3D 프린팅을 비교해보려고 한다. 둘 다 공통되게 사진의 기록적 사실성을 매개로 함에도 불구하고 둘은 서로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려 한다.

권오상, Yellow Dust_AP, C-Print, Mixed Media, 57 x 189 x 46 cm, 2007

3D 프린팅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입출력 방식

3D 프린팅이나 사진 조각 모두 제작되려면 대상에 대한 입체적 정보(여러시점의 정보)가 필요하다. 그러한 입체적 정보를 얻기 위해서 3D 스캐너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공간이 아닌 하나의 대상에 대한 입체적 정보는 단순히 대상을 빙 둘러가며 사진촬영을 하는 것 만으로도 매우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3D 스캐너와 달리 사진촬영을 통하여 얻는 데이터이기에 입체에 실사와 흡사한 입체적 인쇄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촬영모습

‘데오도란트 타입’의 경우 작가가 직접 인물의 면면을 촬영한다면 3D 입체의 경우는 스튜디오 안에 설치된 여러 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인물을 촬영한다. 일본의 파나소닉사가 오사카센터에 만든 ‘3D포토랩’의 경우 120대의 카메라가 360도에서 1/1000초로 촬영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2015, 8–24일자 etnews 소개)

여러각도에서 찍은 사진들은 이를테면 사진들을 통해 대상의 크기를 계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예:포토모델러)에 의해 정확한 3차원적 수치로 연산된다. 연산에 따른 정교한 3차원의 모델이 프로그램 안에서 만들어진다.

포토모델러의 사진을 이용한 3D 모델링
3D 스캐닝을 통한 입력과 3D 출력 과정
3D 프린팅 인물

이렇게 만들어진 디지털 모델 데이터는 3D프린터로 이동되어 실질적인 피규어 인물상으로 만들어진다. 건물과 같이 엄청난 스케일의 3D 프린팅도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대인 만큼 조만간 실제 사람크기는 물론 모든 복제를 실제크기로 만드는것은 사진을 촬영하는 것 만큼이나 평범한 일이 될것이다. 3D 출력의 과정속에 담겨있는 평면에서 입체로의 차원전환 방식을 살펴보면

  1. 프로그램의 연산측정을 통해 2차원(사진)에서 3차원(모델링)으로 차원의 도약을 이룬다.
  2. 얇은 단면들(평면들:2차원)을 층층히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3D (입체:3차원)를 만든다.(적층방식 프린터에 한함)

이것은 평면 속에 입체성, 입체 속에 평면성이 내재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3D출력의 진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중에 있다. 그 기술을 응용한 다양한 예술적 실험 또한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

3D 프린팅 사운드: 질 아자로(Gilles Azzaro)의 오바마 대통령 연두교서

콜라주의 의미

‘데오도란트 타입’에 쓰여진 사진 콜라주는 서구 회화사의 몇몇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호크니의 사진 콜라주, 큐비즘의 콜라주, 큐비즘의 다시점, 세잔느 그림에서의 시점 이동 등과 같은 콜라주 효과는 평면에서 입체를 대할때의 경험을 관람자에게 선사한다.

데이비드 호크니, Mother I, 사진콜라주, 1985
파블로 피카소, Portrait of Wilheim Uhde, 오일 페인팅,1910
폴 세잔느, still-life-with-milk jug-and-fruit, 오일페인팅, 1986~90

콜라주를 이용해 여러 시점들을 함께 배치시킬 때가 그렇다. 콜라주의 의미는 경우에 따라 오려붙인다(브라크의 콜라주 작업의 경우)의 의미에서 확대시켜 결합시킨다는 의미로 쓰기도 한다. 콜라주는 이질적이거나 정확히 들어맞지 않은 이미지끼리 연결해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 표현방식이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결합에서 얻게 되는 새로운 감각(세계)의 발견이 중요한 덕목의 하나이다. 호크니의 ‘Mother’에서 보듯 한 인물에 대한 복합적 시점들은 한 평면에서 펼쳐진다. 호크니의 사진 콜라주와 같은 2차원의 평면이라는 제한(캔버스) 안에서 대상의 3차원성(여러 시점)은 물론 변화하는 시공간을 나타내려고 했던 시도는 조금만 더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예를들면 직선들의 각진 면으로 입체성을 해석한) 큐비스트들의 회화, 그리고 시점의 이동이 흥미롭게 섞여있는 세잔의 그림들과 연관되어 있다.

‘데오도란트 타입’이 3D 프린팅과 다른 점

‘데오도란트 타입’은 3D출력의 매끄러운 인물모형과 비교하면 표면 이미지들의 콜라주가 유달리 거칠고 투박하게 느껴질런지 모르겠다. 그리고 작업과정도 (작가가 직접 바탕조각을 손으로 깎고 다듬고 사진도 직접 촬영해서 하나하나 붙여가는) 컴퓨터방식에 비해 너무 수고스럽고 아날로그적이며 인간적으로 보여진다.

‘데오도란트 타입’ 시리즈의 작품 제작과정과 완성작품들의 부분

‘데오도란트 타입’에서 겹겹이 붙여진 네모 사진들은 어떤 역할을 할까?

만약 이미지를 매끄럽게 연결하려고 한다면 인물의 눈 코 입 모양에 맞게 오려 붙였을 텐데. 좀더 사실적으로 보이게 하려면 말이다.

이미지들은 병렬적으로 붙여져 가면서 사진과 입체가 면면이 대응되도록 하고 있다. 프레임처럼 보이는 네모들은 호크니의 경우와 같이 스스로 사진임을 강조하려 한다. 사진 한장 한장은 우리의 눈이 입체를 실질적으로 바라보듯 끊임없이 분절된 초점으로 조각의 전체를 탐험하게 한다. 세잔느의 풍경화나 정물화가 그러했듯 권오상 작가는 조각입체에서 그것을 실현하였다. 그것은 ‘데오도란트 타입’ 이 사진과 조각의 경계지점에 서서 그 경계를 넘나들게 한다. 이는 빛의 감도를 맞추기 위해 조리개가 끊임없이 자동으로 닫혔다 열렸다를 반복하듯 사실성과 허구성의 경계를 줄타기한다고 볼 수 있다.

사진=seamless=기록성=사실성
vs
회화=segmented=주관성=허구성

통상적으로 대립되어지는 사진(기록성) vs 회화(주관성) 또는 사진(평면) vs 조각(입체)과 같은 어느 한쪽의 형식에 속해있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들며 경계를 흐리고 있다. 사진이라는 매체로 회화적인 페인팅과 조각을 하는듯 하는 권오상의 사진조각 시리즈는 3D 프린팅 기술과 흡사 비슷해보이지만 평행선상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자기의문에서 나아가는 것

권 오상작가가 사진을 조각에 사용하게 된 계기는 조각이라는 매체에 대한 개인적인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사진을 위해서 조각을 떠올린 것이 아니라 조각의 입장에서 출발하는 고민이다. 조각을 전공하던 그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조각에 대한 전제, 조각에 쓰이는 재료라는 것(제한)에 대한 나름의 문제의식을 가졌다. (그는 조각이 전통적으로 무겁게 만들어진다는 점을 비판한다.) 그리고는 당시 조각을 위한 재료로서 인식되지 않았던 사진을 작업에 시도한다.

컴퓨터 3D 입체의 경우 동시 촬영된 사진이 대상의 입체적 정보를 얻는 수단으로 쓰였다. 그에 비해 사진조각에서 사진은 조각을 위한, 조각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기 위한 맥락에서 시도되었다. 여기서 잠시 생각해보면 조각이라는 입체를 표현하기 위해 사진이라는 평면 이미지를 가져온 것이 (작가 개인의 실험의식에서비롯되었지만) 어찌보면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사진조각은 작가가 자신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나오게 된 산물이다. 사람들이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 의문하고 자신의 선입견도 의문하는 자기 물음. 사진조각이 3D 출력과 다른 점의 하나는 이와같은 ‘자기의문’으로부터 나아간다는 것이다.

작성자: 이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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