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Asleep] “글로써 프로덕트 안팎의 고객 경험을 설계합니다”

Don Jung
Asleep Team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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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in readSep 27, 2022

프로덕트 UX 라이팅과 함께 에이슬립의 라이팅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는 UX 라이터 엘라 님은 매사 꼼꼼하고 치밀했습니다. 에이슬립에서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의 보이스앤톤을 설계하고자, 기업의 비전 시스템을 재정립하면서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고 있었죠. 업무 외의 시간엔 천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음악 유튜버로서 부캐 활동에도 열심이었는데요. 엘라 님의 이야기를 지금 소개합니다!

Q.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글로써 프로덕트 안팎의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UX Writer 엘라(Ella, 이해리)입니다. 현재 슬리(Slee)와 DTx(디지털 치료제 앱) 프로덕트의 라이팅 시스템을 설계하며 UX 라이팅을 담당하고 있어요.

Q. 에이슬립에는 어떻게 입사하게 되셨나요?

A. 몇 달 전 우연히 에이슬립에 방문할 일이 있었어요. 에이슬립의 PO 우디와 식사하기로 한 날 “잠시 회사를 구경하지 않겠냐”는 제안에 응한 게 사건의 발단(?)이었는데요. 다음날 또 오피스에 방문해 데이빗(에이슬립 CEO) 그리고 여러 리더 분들과 커피챗을 나누고, 며칠 뒤 정식으로 인터뷰까지 마치니 어느새 오퍼레터에 서명을 하고 있더라고요. 2개월간 휴식기를 가지면서 열심히 취준한 덕에 최종 선택지를 몇 군데 두고 고민하던 중, 불현듯 에이슬립과 연이 닿게 된 거죠.

여러 기회를 제치고 불과 나흘 만에 에이슬립을 택한 결정적 계기는 무엇보다도 데이빗의 명확한 비전과 마인드 때문이었어요. 직원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그에 따른 지원과 처우를 진정으로 신경 쓰는 태도가 모든 언변에서 묻어났죠. 제가 하고자 하는 UX 라이팅에 대한 필요성 또한 공감해주셨어요. 고객 경험의 중요성을 잘 알고 계셨기에 제가 에이슬립에서 일하게 된다면 ‘나를 믿어주는 기업에서 내 역량을 더 잘 발현할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때의 확신이 지금은 더 강한 믿음으로 굳어졌고요!

Q. 에이슬립에 오시기 전엔 어떤 공부와 일을 하셨나요?

A. 에이슬립에 합류하기 전에는 쿠팡의 Product UX 조직에 있었는데요. Senior UX Content Strategist라는 타이틀로 쿠팡과 쿠팡이츠 프로덕트의 UX 라이팅을 주로 담당했어요. 마이크로 단위부터 신규 서비스의 End-to-End까지, UX 라이팅을 통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성을 개선하는 업무였죠. 이를 바탕으로 팀원들과 함께 UX Writing 요소를 방법론화해 보이스앤톤을 설계하고, UX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를 제작했고요. 라이팅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과 동시에 프로덕트 바깥에서도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을 세우기도 했어요.

UX에 발을 들이기 전에는 피키캐스트와 카카오, 29CM를 거치며 6년간 다양한 IT 산업의 브랜드 마케팅과 콘텐츠 마케팅을 경험했어요. 전공은 특이하게도(?) 유아교육학이었는데, 대학생 기자단으로 대외 활동을 하면서 진로를 극적으로 틀게 됐어요. 대학내일의 마케팅 인턴으로 시작해, 이후 여러 회사에서 마케터로서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갈증이 생겨났어요. 마케터는 보통 완제품을 가지고 셀링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사실 마케터들은 보통 완제품을 가지고 셀링을 하게 되잖아요. 프로덕트 설계 과정 이후에 투입되어 고객에게 전달할 스토리라인을 만드는 일도 다반사다 보니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부분에서 다소 한계를 느꼈죠. 어떻게 하면 이 갈증을 풀 수 있을까 고민하던 때 마침 쿠팡에서 UX 라이터 직무를 제안받았어요. UX 라이터로서는 프로덕트에 직접 기여할 수도 있고, 그것을 비즈니스 성과로도 이어갈 수 있었죠. 단순히 직관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무를 이끌어갈 수 있었고요. 제가 원하던 방향, ‘고객 관점’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마케터에서 UX 라이터로 직무를 전환하게 됐어요. UX Writer라는 직군이 국내에 생겨난 지는 2년 남짓이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6~7년 전부터 있었다고 해요. 최근에는 국내에도 금융권 대기업이나 규모가 큰 일부 스타트업 중심으로 UX 라이팅 체계가 잡혀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기업으로 확장되리라 예상해요.

Q. UX 라이팅이 무엇인지 소개해주신다면?

A. UX 라이터는 프로덕트 안에서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에 따라 복잡한 상황, 정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요. 그 과정과 결과물을 UX 라이팅이라 부르고요. 프로덕트는 크게 비주얼과 텍스트로 보여지는데요. 그만큼 UX(고객 경험)에 있어서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글도 정말 중요해요. 앱에서 모든 글이 사라진다면 고객은 화면에 담긴 비주얼 요소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음 행동도 유추하지 못할 테니까요. 이렇듯 고객은 여러 화면을 걸쳐 서비스를 경험하기 때문에 프로덕트 안의 글, 즉 UX 라이팅의 범위 또한 서비스 전 단계에 걸쳐있어요. UX에 대한 이해와 관점을 바탕으로 고객의 시나리오를 분석해야만 단계별로 전후 맥락을 고려한 UX 라이팅이 가능한 셈이죠. 눈에 띄는 카피로 사람을 모으기보단,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서비스를 더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데서 카피라이팅과는 차이가 있어요. 물론 새로운 기능을 넛지하거나, 제품을 매력적으로 느끼게끔 만든다는 데서 DNA가 완전 다르다고 할 순 없지만요. 개인 아티클에서도 언급한 내용인데, UX 라이팅에서 결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글로 고객에게 빠르고 명확하고 좋은 경험을 주어야 한다는 거예요.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UX 라이팅으로 고객의 소중한 시간을 아껴주는 일이 UX 라이터의 미션이죠.

[사진] 개인 아티클 ‘UX Writing의 개념’

Q. 현재 에이슬립에서 담당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A. 초반 한 달은 라이팅 시스템 설계를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어요. ‘에이슬립이라는 기업 안에 각각 다른 성격의 브랜드가 제공된다’는 내부 관점에 얼라인하는 게 우선이었어요. 예컨대 쿠팡보다는 비바리퍼블리카나 무신사처럼 생각해야 하는 거죠. (ex. 쿠팡 — 쿠팡앱,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쿠페이.. / 비바리퍼블리카 — 토스, 타다 / 무신사 — 무신사, 29CM). 그래서 기업과 브랜드의 비전시스템 위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아직 내재화되지 않은 개념을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얼라인하며 정립해나갔어요. 보이스앤톤을 잡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거든요. 지난 기업은 모두 비전시스템이 이미 설계된 곳들이었기에, 기업의 비전과 미션을 이렇게 골똘히 생각해본 건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그다음 가장 먼저 수중 위로 드러낸 업무는 ‘슬리’ 앱의 UX 라이팅이었어요. 다만 CBT 런칭까지 일주일 남은 시점에 맞춰 디자인, 개발 공수를 들이지 않는 선에서 작업해야 했기에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신경 쓰진 못했어요. 다음 이터레이션에서는 UX 라이팅의 End-to-End를 점검하며 계속해서 다듬어나갈 예정이에요.

DTx 스쿼드에서는 UX Writing과 함께 브랜딩도 담당하고 있어요. 스타트업 안의 또 다른 스타트업처럼 꾸려진 조직이라 역할 범위도 더 넓죠. 물론 슬리 앱 스쿼드처럼 애자일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디지털치료제 특성상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호흡이 길기 때문에 앞단의 브랜딩을 더 탄탄하게 잡아나가고 있어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핵심 가치, 네이밍, 보이스앤톤 순으로요. 앱 안에서 구현될 ‘인지행동치료(CBT-I)’의 콘텐츠 워싱도 맡고 있어요. 콘텐츠 전반을 맥락에 맞게 구조화하고, 어려운 전문 용어를 쉽게 풀어 쓰며 고객 관점으로 전달하는 데 주안을 두면서요. 특히 치료제라는 목적에 맞게 톤을 정제하고 조정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Q. 다른 스타트업과 차별화되는 에이슬립만의 개성이 있다면?

A. 에이슬립은 특히 운동 복지에 진심이에요. 회사 근방의 가장 큰 피트니스 센터에서 헬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하면서 요가, 필라테스, PT, 테니스 중 하나를 골라 개인 강습도 받을 수 있어요. 거기에 재미를 더해 분기별로 랜덤 조를 편성하고, 각자의 운동 횟수로 조별 점수를 카운팅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걸 바로바로 체크할 수 있도록 한 개발자가 Slack에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해 슬랙봇을 만들었어요. 인증 사진과 함께 ‘workout’을 입력하면 1점이 부여되도록요. 심지어 세 명이 모여 인증하면 점수도 배로 줘요! 분기 말에는 가장 높은 점수를 쌓은 조에게 프로틴 박스 같은 상품도 시상한대요. 이 정도면 어마어마한 진심 아닌가요?

에이슬립의 문화 중에서는 ‘트렌디’함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업무 툴과 프레임워크, 프로세스 관련해서요. 개발, UX, 데이터 쪽은 특히 플랫폼에 민감도가 높은 직군이잖아요. 업무의 효율을 배 이상으로 높여주기도 하니까요. 에이슬립에서는 그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테스트해볼 수 있어요. 기존 플랫폼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설득할 수 있다면요! ‘실리콘밸리에서는 요즘 이렇게 일한다’는 정보에 일가견 있는 분들, 주저없이 얼른 에이슬립에 합류해주세요! :)

Q. 근무 외의 시간은 주로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A.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엘랄랄라 믹스셋’을 간간히 만들고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워낙 좋아해서 동네 레코드 숍에도 자주 들르고 CD와 LP도 종종 사모았어요. 그러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들을 즐겨 들어왔죠. 이런 취향을 남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어서, 올해 초부터 취미 삼아 알앤비 소울, 펑크, 디스코, 재즈,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를 테마로 엮어 유튜브에 올렸는데요. 어느 날 콘텐츠 하나(’왕가위라는 장르, 홍콩 영화 속으로 침잠하는 믹스셋’)가 조회 수를 8만 가량 찍더니 기꺼이 효자 노릇을 하더라고요. 콘텐츠 하나로 구독자 천 명을 넘겼습니다! (넵, 자랑입니다!) 덕분에 최근엔 ‘넷플연가’라는 커뮤니티 서비스의 음악 모임장을 제안 받아, 곧 모임을 진행하게 될 예정이에요. 유튜브의 알쏭달쏭 신기한 알고리즘이 불러온 나비효과 같았어요.

주중의 끝무렵과 주말엔 부캐 ‘쩝쩝박사’의 명예를 걸고 방방곡곡 좋은 음식을 먹으러 다녀요. 맛과 멋, 술과 향, 음악과 흥이 있는 곳들을 디깅하며 찾아다니곤 하는데, 그런 공간들을 그저 ‘핫(힙)플레이스’라고 치부하진 않아요. 유행만 좇는 특색 없는 공간보단 기깔나게 맛있거나, 감도가 높거나, 아이덴티티가 명확한 ‘콘텐츠가 있는 공간’을 선호해요. 에이슬립의 복지 중 4주에 한 번 모든 구성원이 업무를 중단하고 바깥 활동을 즐기는 Culture Day가 있는데요. 이때 취향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좋은 공간을 많이 다니고 싶어요.

인생의 꿈이 뭐냐고 물으면 저는 “나이가 지긋해져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 그 이전에 취향을 탐닉하려는 마음이 지금과 같이 여전했으면” 하고 대답해요. 이런 꿈 때문인지 가끔은 일상에서 쌓인 감각이 일에서도 좋은 재료로 쓰일 때가 있어요. 제겐 확고한 취향과 감각이 일만큼 소중하기에 계속 이 꿈을 잃지 않으려 해요.

7, 8월 Culture Day

Q. 에이슬립에서 이루고 싶은 나만의 미션은?

A. 다른 직군과 달리 여러 프로덕트를 넘나들며 UX 라이팅을 한다는 점이 지금으로써 가장 큰 특이사항인데요. 그만큼 각 스쿼드에서 제가 해야 할 업무를 거시적으로 바라보며 기업 관점에서 우선 순위를 세우는 일이 중요해요. 혼자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덴 한계가 있고,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 있으니까요.

장기적으로는 프로덕트 내 UX 라이팅을 넘어 에이슬립에 속한 여러 브랜드의 보이스앤톤을 설계하고 점검, 개선해나가면서 기업의 라이팅 시스템을 탄탄하게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에이슬립이 전하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글로써 정의하고, 앱 안팎에서 일관된 목소리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나갈 예정이에요. 지금부터 그 기반을 열심히 닦으며, 언젠가 함께하게 될 분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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