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Asleep]수면 전문의가 스타트업으로 온 이유
“전문의로 근무할 동안 여러 기업을 만나봤지만 에이슬립만큼 ‘수면에 진심인’ 곳은 없었죠.” 에이슬립의 메디컬 디렉터 니콜 님은 본인만큼 수면 문제에 열정을 갖고 달려드는 회사는 에이슬립이 처음이었다고 말합니다. 특히 단순한 열정에만 기대는 것이 아닌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수면에 접근하고자 하는 점이 의사로서 크게 공감한 지점이었다고요. 해박한 의료 지식과 다양한 임상경험들을 에이슬립 팀원들과 매일 공유하며 수면 연구에 앞장서고 있는 니콜 님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Q.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저는 에이슬립에서 메디컬 디렉터를 맡고 있는 니콜(Nicole, 홍정경)입니다.
Q. 에이슬립에 오시기 전 대학병원 전임의로 계셨다고 들었어요.
A. 네, 맞아요. 에이슬립 창업 당시 저는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센터에서 전임의로 근무하고 있었는데요. 그때 제 지도교수님인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님이 에이슬립에 여러 의학 자문을 해주고 계셨고, 그걸 계기로 저도 미팅에 함께 참석하면서 에이슬립과 협업을 진행하게 됐어요. 마침 저는 2019년 수면 전공으로 전임의를 시작할 무렵부터 AI를 수면에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고, 수면에 AI를 적용한 논문들을 틈틈이 계속 찾아보면서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에이슬립을 만나게 되어 특히 더 반가웠죠. 에이슬립과 논문도 같이 작성하고 AI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수면 관련 연구와 개발을 해나갈 수 있어 정말 즐거웠어요. 그래서 비밀을 하나 말씀드리자면(!) 에이슬립과 함께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고 싶어 통상 2년 정도만 하는 전임의를 3년차까지 지속했답니다. 이후 에이슬립의 제안으로 전임의 과정을 마친 뒤 올해(2022년) 3월부터 정식으로 입사하게 됐고요.
Q, 수면 분야를 세부 전공으로 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저는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었어요. 제가 대만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계속 성장을 했기에 처음엔 국립 대만대학교 심리학과로 진학했었고요. 심리학 공부도 재밌었는데 하다보니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었어요. 심리 상담이나 연구도 유익했지만 의사로서 치료의 툴을 갖고 좀 더 주도적으로 일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평소 뇌과학 쪽에도 관심이 많았기에 그와 관련된 보다 확장된 의학 연구들을 진행해보고도 싶었고요. 그러려면 정신의학과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대만에서 학업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대 의과대학에 들어갔고요. 대학 졸업 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4년간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련을 받았는데, 그때부터 세부 분야로 소아청소년 정신의학 혹은 수면의학 분야를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특히 수면은 아직 밝혀진 연구가 많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기도 해서 더 전문성 있는 분야로 키워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수면에는 사실 원래부터 관심이 엄청 많기도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잠이 많았고, 평소 꿈도 자주 꾸는 등 수면 생활에 여러모로 큰 영향을 받고 있었거든요. 이 분야를 좀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센터에서 전임의 수련을 받게 됐어요.
Q. 병원 진료와 회사 업무는 성격이 많이 다를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A.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죠. 최근 3년간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센터 전임의 시기를 위주로 말씀드리자면, 그땐 수면클리닉 외래진료를 계속 해오면서 다양한 수면장애 환자들을 진료하고, 그 외에도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와 수면다원검사 판독을 해왔어요. 말하자면 진료와 연구 모두 제가 독자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의사는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위치이고, 저는 오랜 시간 의사로서 주어진 상황 대비 가장 적절한 판단을 하고 이를 수행해나갈 수 있도록 트레이닝을 받아왔어요. 의학에서 최선의 판단은 위험 대비 이득을 따지며, 이 판단은 오랜 트레이닝을 거쳐 신속하고도 신중하게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기업에서의 일은 기본적으로 함께 논의하고, 같이 결정해나가며 맞춰나가야 하잖아요. 위험을 안고 과감히 도전을 해야 할 때도 있고요. 그 점이 가장 큰 차이 같아요. 다행히 수면과 과학에 대한 저의 열정과 에이슬립의 열정이 서로 잘 맞아떨어졌기에 함께 논의해 맞춰나가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Q. 병원에서의 진료 경험을 현재 업무에는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A. 저는 진료실에서 수면장애 환자분들을 지속적으로 진료해왔기에 그들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또 어떤 니즈가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제 임상 경험은 기업의 기술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고요. 저는 수면에 대한 저의 의학지식과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에이슬립이 제품을 정말 ‘잘’ 만들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어요. 현재 에이슬립에서 수면 진단 및 수면 개선을 위한 여러 툴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제품들이 의학적 근거에 의거한 제품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의 저의 메인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새로운 내용들은 논문으로도 잘 보고해 학계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싶고요.
Q. 에이슬립의 메디컬 디렉터로서는 주로 어떤 역할들을 맡고 계신가요?
A. 앞서 말씀드렸듯이 현재 에이슬립에선 여러 개발 라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데요, 그때 각각의 라인에서 필요한 모든 의학적 검토나 의견이 필요한 곳에 저의 손길이 다 닿고 있어요. 그 외에도 요즘엔 불면증 디지털치료제 개발과AI기반 수면진단에 대한 연구 분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는 수면장애의 표준치료인 인지행동치료를 디지털화하여 앱으로 구현한 것인데요. 최근 의료계에서 굉장히 주목받고 있는 치료법인 만큼 저희도 에이슬립만의 기술을 접목해 이를 개발시켜나가고자 관련 연구를 계속 진행 중입니다. AI 기반 수면진단 연구 과정에선 AI 팀 엔지니어분들과 주로 협업하고 있어요. AI 디자인에 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의견을 내며 함께 토론도 하고, 논문도 같이 작성하고 있습니다. 논문의 주제는 AI 기술로 수면다원검사 자동화 판독의 오류를 잡아내는 기술부터, 스마트폰 녹음 기능만을 이용해 수면을 측정하는 AI 기술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는데요. 이는 모두 에이슬립의 핵심 기술을 증명하는 근거가 되는 연구 결과들이라고도 할 수 있죠.
Q.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거나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A. 아무래도 뭔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올 때 가장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에이슬립 구성원들이 저와 토론한 후 궁금증이나 어려움이 잘 해소되었다고 곧바로 피드백을 주실 때, 논문이 게재되었을 때, 개발에 참여한 제품이 완성되었을 때 같은 순간들이요. 특히 미팅 때 팀원들이 ‘니콜에게 물어요’와 같은 코너를 마련해 제게 궁금했던 여러 의학적 지식들을 물어보거나 자문을 구한 뒤, 답변을 듣고 “덕분에 몰랐던 부분이 너무 명료해졌다”고 말해주실 때 정말 뿌듯하답니다. 그 외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 저의 첫 출근날을 빼놓을 수 없을 거예요. 그날 많은 팀원분들이 저를 반겨주시며 제 자리 세팅을 도와주셨죠. 저의 책상 위의 아이맥을 켜자마자 화면 위로 떠올랐던 영롱한 ‘hello’ 인사 문구마저도 반가웠어요. 정말 기분 좋은 ‘웰컴’이었어요 :)
Q. 에이슬립에서 일하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복지가 있다면?
A. 제가 가장 맘에 드는 점은 바로 에이슬립의 ‘코어 타임제’ 근무입니다. 코어 타임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집중근무를 할 수 있는 에이슬립 근무제도인데요. 각자의 리듬에 맞게 하루 동안의 시간을 조율할 수 있어 정말 편리합니다. 저는 아침잠이 많은 편이어서 보통 11시에 맞춰 출근하는 편인데요. 대신 저녁 늦게까지 더 일을 하다가 퇴근하고 있어요. 수면패턴에 따라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으로 분류할 수 있는 ‘크로노타입’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여기에 따르면 저는 저녁형 인간에 가까운 것 같아요. 물론 나이대에 따라 변할 수도 있는데 어쨌든 지금의 저는 그렇습니다. (웃음) 이런 개개인의 크로노타입을 존중해주는 코어타임제가 수면을 다루는 회사에 너무 잘 들어맞는 제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Q. 평소 스타트업에 대해선 어떤 인상을 갖고 계셨나요?
A. 사실 저는 기업 마인드가 강한 의사는 아니었어요. 딱히 기업 쪽으로 나가려고 모색해본 적도 없었고요. 에이슬립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왔을 때 가족들도 처음엔 약간 반대하기도 했어요. 스타트업이라면 하이리스크를 감안하고 시작하는 곳이라는 인상이 있었고, 그래서 다들 ‘의사 계속 하지 왜 안 가는 길 가려고 하냐, 그러다 회사가 망하면 어떡하냐’ 걱정하시기도 했죠. (웃음) 저도 스타트업에 대해 잘 모를 땐 막연히 그런 걱정이 있었지만, 사실 에이슬립은 걱정이 하나도 안 됐어요. 일단 데이빗 대표가 진짜 너무 든든했거든요. 창업 초기 함께 여러 차례 미팅을 하면서, 또 입사 후 데이빗이 업무를 관장하는 걸 직접 지켜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데이빗은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의 마음을 잘 움직이고 파악할 줄 아는 자질을 가진 대표이시죠. ‘안 되던 걸 되게 만드는 능력자’라고나 할까요. 비전은 야심차지만 윤리와 원칙을 지키는 이상주의자기도 해요. 에이슬립은 그런 특출한 리더가 있는 곳인 만큼 다른 스타트업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Q. 근무 외의 시간은 주로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A. 최근엔 투자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릴 때는 경제, 경영, 자산 이런 단어는 듣기만 해도 진저리를 치곤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스스로가 병원 밖 세상에 대해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즈니스 개념도 많이 부족해 이제부터라도 관련 인사이트를 키워나가고 싶어요. 아직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출퇴근길에 틈틈이 관련 유튜브들을 찾아보는 등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계속 공부를 해보려고요. 그 외에도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필라테스는 2018년부터 주 1–2회는 꾸준히 계속 하고 있어요. 그동안 여러 운동들을 다 해 봤지만 제겐 필라테스가 가장 잘 맞는 운동 같아요. 운동을 안 갈 때는 친구들과 소소한 모임을 즐기는 것도 좋아합니다. 다들 전공이 저마다 다른 의사들인데, 그래서 더 다양한 정보들을 나눌 수 있게 되어 좋아요. 서로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이기도 하고요.
Q. 에이슬립에서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자체적인 미션이 있다면?
A. 사실 입사 전 제가 어떤 포지션과 태도를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할까 고민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의사로서 보수적으로 사고하고 의사결정하는 트레이닝을 받아왔기 때문에 어떤 의견이 제시되었을 때 미리부터 가능하지 않을 수 있는 논문상의 여러 근거를 떠올리며 자동적으로 ‘컷(cut)’을 많이 하게 될까봐서요. 그래서 스스로 다짐했어요. ‘구성원들의 의견에 되도록이면 ‘Say no’를 외치지 말자. 대신 어떻게(how) 하면 그 의견을 문제없이 달성할 수 있을지를 같이 고민하자’ 하고요. 구성원들의 통통 튀는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들에 너무 냉소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함께 긍정적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에이슬립에서 함께 일하게 될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함께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러분의 열정과 에너지에 전염되어 저도 힘이 차오르는 것 같아요. 여러분과 친해지고 싶은 한 팀원으로서 저를 부디 어려워하지 말아주시길!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