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릿 : Activating Evolution] 12. 201911191419 버거킹 대담 _ Part 2.

M.merlin
아스타리아 공식 블로그
12 min readDec 14, 2019

짧았던 환희 다시 시작된 개고생, 그리고 탄생한 그것. 앱 브라우저

조쉬 : 이게 처음에는 전자책이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피디들이 직접 이 기술로 전자책을 만들 수 있고 레이아웃을 잡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제가 이걸 뭘로 확장시켰냐 하면 아예 앱도 만들 수 있게 한 거예요. 출판사들이 앱을 만드는 이유는 자체 서점도 만들고 거기에 작가 소개고 뭐 이런 부수적인 것들까지 다 보여주는 용도잖아요. 그러니 앱의 어떤 특정 부분들은 피디들이 직접 만들어라. 어바웃 화면, 작가소개 이런 것들 만드는데 개발자들이 무슨 필요가 있냐. 그냥 sbml (html에 대응하는 BXP 자체 포맷)로 하면 되지 않냐. 그래서 앱의 일부분을 sbml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생산성의 향상 정도로 생각을 했는데, 교보문고와 교보 코믹스 앱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앱 제작 전반을 다룰 수 있는 툴로 변화를 시도했어요. 교보 코믹스는 저희가 템플릿처럼 만들어 놓은 거 말고 새로운 UI(유저 인터페이스)를 요구했는데, 그 UI 개발을 담당할 개발자가 없었거든요. 다른 앱처럼 피디들이 직접 개발을 했으면 했는데, 템플릿 UI가 아닌 아예 새로운 UI가 필요했으니까요. 제가 그때 그러면 이 기술을 아예 앱 제작 툴로 변경시키자 해서 잼킷이 탄생했어요.

멀린 : 그전에는 전자책 용도로만 썼는데 앱 제작 툴로 아예 전환을 하신 거네요. 앱북에서의 사용성으로 제일 큰 특징은 스크롤 방식이 아니라 넘기는 방식이 구현될 수 있다일 텐데, 그런데 이미 사람들이 스크롤 방식에 익숙해져 있잖아요?

조쉬 : 저희 앱에서도 스크롤을 다 해요. 그리고 HTML을 저희 껄로는 자동변환해요. HTML에서 할려고 하는 요소들이나 이런 거를 저희는 다 포괄하고 있죠. 그치만 저희 꺼를 HTML로 자동변환하지는 못하죠. 저희가 더 많은 것들을 지원하기 때문에. 그런데 저희가 혁신이라고 생각했던 거는, 저희가 잼킷을 만들면서 아, 이러면은 개발자 아닌 사람들이 템플릿으로 해서 만들 수도 있겠다. 앱을 말이에요. 그런 비전까지 간 거죠. 그래서 그렇게 했다가 어느 정도 성공을 했는데,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이 만들 수 있는 앱이라는 게 한계가 있을 수 있잖아요. 뭔가 여러 로직이 막 들어가고 해야 하니까. 그래서 한 번 더 점핑을 해서 그러면은 로직을 다 다룰 수 있게끔, 진짜 앱, 앱스토어에 올라가 있는 보통의 앱처럼 만들 수 있는 부분까지 가자 해서 그렇게 다시 점핑을 했고, 그것도 성공을 했죠. 그러면 이제 이걸 오픈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오픈을 할거냐 해서 잼킷툴을 만들었고. 준비를 계속해 왔던 거에요.

멀린 : 야~ 이거는.. 사실은 그걸 하기 전에 투자를 엄청 받아서 그 작업을 해 왔어야 하는데 되게 힘들게 왔네.

조쉬 : 그렇죠. 그런데 전자책으로 저희가 투자를 받아버린 터라. 전자책 앱으로 성과가 나다가 시장이 막히니까 더이상 투자가 안된 거죠. 2012년 말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엄청난 기세로 앱을 다운로드했어요. 2012년에는 <닥치고 정치>라는 책을 유료 도서 앱으로 만들어서 $6에 팔았는데, 한 달 만에 3만 2천개를 팔았어요. 하루 밤에 3천개가 팔리기도 했죠. 그만큼 사람들이 앱을 설치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매우 높았던 상태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에너지가 모두 사라졌어요. 앱은 더 이상 신기한 기술이 아니니까요. 아마 직접 앱을 제작해서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 등에 올려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앱을 만들어 배포를 해도 사람들이 더이상 설치를 하지 않아요. 왜냐? 귀찮거든요. 앱스토어 리뷰 중에서 가장 많이 올라오는 내용이 바로 “구매기록 삭제해주세요” 에요. 앱이 눈에 띄길래 설치를 해봤는데 맘에 안 들거든요. 웹페이지라면 그냥 백버튼을 누르면 되지만, 앱은 설치를 했고 기록도 남아있는 것 같으니, 얼른 지워달라는 거죠. 번거로워요. 사실 앱 개발사는 구매기록을 삭제해줄 수도 없는데.. 그래서 저희 사업에 암운이 드리워졌죠. 저희는 작지만 알차고 매력적인 앱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벌였던 스타트업이었거든요.

아스타리아의 모회사인 북잼은 2011년 3월 설립된 전자출판 전문기업이다. 70여개 출판사와 손잡고 ‘세계문학전집’, ‘열혈강호’, 허영만 ‘식객’,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상상력사전’ 등 200여개의 전자책을 선보였다. ‘세계문학전집’은 한 달 동안 앱스토어 전체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 알토스벤처스와 본엔젤스 등과 같은 투자사에서 투자를 받기도 하고 중국, 일본, 영국, 미국 등 해외 여러 나라와 합작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렌드가 바뀌며 유저들이 더이상 앱을 다운로드 받지 않기 시작했다. 사업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변화가 빠른 온라인의 세계는 오늘의 승자를 바로 과거의 원로로 치워버리기도 한다. 영원한 승자가 없는 이 세계는 그 무한성의 특성만큼 수많은 도전자와 엄청난 진화의 속도로 개발자들을 압박한다. 사는 길은 멈추지 않고 달리는 방법뿐이다. 혁신의 고삐를 멈추는 순간 밑도 끝도 없는 스크롤 압박의 연옥으로 쥐도 새도 없이 밀려날 뿐이다.

더이상 앱 다운로드를 받지 않는 유저들의 사용관습의 변화에 따라, 생존의 위기에 처하게 된 조쉬는 앱을 설치하지 않고 바로 사용하게 할 수는 없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앱을 SNS나 메신저로 바로 전달하여 실행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근데, 이 문제를 해결한 기술이 이미 있더라구요. 바로 웹 브라우저죠. 웹페이지를 설치하지는 않잖아요? 웹 브라우저만 있으면 어떤 웹페이지든지 주소만 입력하면 눈 앞에 똭 나타나니까요. 게다가 웹페이지의 주소는 SNS나 메신저로 친구들에게 바로 보낼 수도 있구요. 아하, 우리도 이 개념을 차용하여 <앱 브라우저>를 만들면 되겠구나! 근데, 앱이란 놈을 잘 들여다보면 데이터를 가져와서 화면에 보여주는 게 하는 일의 대부분이거든요. 아니면 화면에서 입력을 받아서 데이터를 변경하거나. 그렇다면 이 부분을 공통화하여 앱 브라우저를 만들 수도 있겠다. 앱의 레이아웃과 동작을 담당하는 부분을 따로 떼내어 브라우저의 기능으로 구현하면 되겠다. 그런 다음, 개별 앱은 레이아웃 및 동작을 정의하는 정적인 파일로 만들어서 브라우저가 그 파일을 읽어 들여 그 내용대로 동작을 시키면 바로 앱이 실행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근데, 우리 팀이 이걸 할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저희는 레이아웃 렌더링 기술을 이미 확보해놓은 상태였어요. 그게 투자받은 저희의 메인 기술이거든요. 그렇게 3년을 개고생한 끝에 저희의 첫 번째 앱 브라우저가 탄생했죠.”

독점과 개방

멀린 : 앱북이 외국엔 없잖아요.

조쉬 : 없었죠.

멀린 : 지금도 없잖아요?

조쉬 : 네, 그런데 지금은 설치를 안 하니까..

멀린 : 그래서 의미가 없어진 거고, 다음 버전으로 리플릿이 나온 거다..

조쉬 : 그런데 앱이라는 컨테이너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건 되게 만족스러운 거였어요. 작은 단위로써 큐레이션 돼가지고 앱의 형태로 구현되는 건 되게 만족스러웠어요.

멀린 : 다른 데는 다 E-PUB 기준으로 가는 거예요? 다 HTML 기반으로 작업을 하는 거죠?

조쉬 : 네 그렇죠.

멀린 : 이미지는 PDF 방식이 아니면은 사실 쉽지 않을 텐데. 이미지가 많은 책들은.

조쉬 : 네. 저희는 그게 구현이 되죠. 사람이 손을 많이 대기는 했지만 저희는 표현을 하니까. 그래 가지고 위즈덤하우스랑 저희랑 만들어서 가장 많이 팔렸던 것 중에 하나가 ‘금토일 세계여행’이라는 거였어요. 엄청 잘 만들었어요. ‘금토일 세계여행’

금토일 세계여행 앱 이미지

멀린 : 아, 그러니까 지금도 사실은 그게 경쟁력이 되게 큰 거네요. 리플릿도 E-PUB나 다른 포맷을 사용하면 텍스트 위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조쉬 : 근데 그 과정에서 저희 내부의 사람들은 그 비전을 잃어가기 시작했죠.

멀린 : 아.. 뭐 그 수요가 안 나오니까..

조쉬 : 저는 그걸 끌고 간 거고..

멀린 : 음.. 이거를 그러면 어떤 용도로.. 아 그럼 로얄티를 받나요? 그러면 HTML을 만든 그 팀 버너스 리는 언어를 만든 것으로 얻게 된 부가가치가 뭐죠?

조쉬 : 없죠. 팀 버너스 리는 그걸 다 오픈한 거죠.

멀린 : 그럼 이런 언어를.. 자바나 이런 걸 만든 데는 어떻게 해요?

조쉬 : 범용으로 오픈 한 데도 있고.. 자바는 아니에요. 자바는 지금 오라클이 샀어요.

멀린 : 이거는 그냥 이렇게 만들어진 걸로 자리를 잡겠네요. 리플릿이 확산되면.

조쉬 : 저희가 아직은 그걸 독점화하고 있어요. 이거를 풀었다는 건 뭐냐면, 이 스펙을 이용해 앱 화면을 보여줘야 하잖아요. 보여주는 브라우저가 있어야 하는데, 브라우저를 누구나 만들 수 있게끔 해준다는 거예요. 이거를 푼다는 것은. 그러나 저희는 그렇지 않았죠. 그래서 이거를 다루려면 저희 브라우저를 써야 해요.

멀린 : 제가 지금 오큘러스 책에서 읽고 있는 부분이, 폐쇄로 갈 거냐, 오픈 베이스로 갈 거냐 바로 그 부분을 읽고 있는데 그 부분의 철학은 어떠세요?

조쉬 : 거기에서요. 저는 브라우저는 풀지 않는다. 브라우저는 우리 브라우저를 쓰고 대신 브라우저 생태계를 푼다. 그러니까 누가 무슨 짓을 해도 좋지만 우리 브라우저에서 해라. 근데 오큘러스는 그걸 닫았어요. 왜냐하면 HMD (Head mounted Display, VR 영상표시 장치) 이거를 쓰는데 이거를 독점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저희는 이걸 독점할 수 있거든요. 브라우저를요.

멀린 : IT 분야의 개방성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논리를 따라가지는 않으시는 거네요.

조쉬 : 아 그럼요.

멀린 : 보통 그것까지도 다 풀어야 한다라고 하는데. 그런데 웹브라우저는 풀린 거잖아요.

조쉬 : 웹브라우저는 풀었죠. 경쟁하다 보니 디팩토 스탠다드(사실 상의 산업 표준)가 만들어진 거죠. 경쟁하다 보니 만들어진 건데.. 저희는 그 경쟁을 지금 풀 수는 없어요. 그 경쟁을 저희는 꽉 쥐고 있을 거고. 저희의 경쟁력은 기술 하나인데, 누구나 저희 기술로 자유롭게 브라우저를 만들 수 있다면 저희가 뭘로 경쟁을 하겠어요.

멀린 : 구글도 뭐 앱스토어를 가지고 있지만.. 아 그런데 우리는 표준을 가지고 있으니까.

조쉬 : 저희는 스토어도 아니에요.

멀린 : 아… 그럼 더 막강한 거네.

조쉬 : 더 밑단에서 꽉 쥐고 있고, 나머지는 그냥 개방을 다 한 거죠.

멀린 : 아, 이거는 생각도 못한건대. 리플릿이 앱 매체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을 때는 거의 뭐, 이제까지 없었던 독점형태의 그게 나오는 건데.

조쉬 : 독점을 놓치려고 하지는 않아요.

멀린 : 아.. 그건 철학이네요. 아 이거는 엄청나다. 세상의 방송사를 혼자 다 갖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너희가 무슨 프로그램을 방영해도 되는 데 무조건 우리 채널에서만 틀어야 돼 이 얘기잖아요.

조쉬 : 그러니까 잼킷으로 결제 기능을 쉽게 붙일 수 있게 하되, 브라우저를 독점하고 있으면, 우리 결제를 타게 할 수 있는 거죠.

멀린 : 이 철학을 누가 이해해야 하는데 돈 있는 사람이.

조쉬 : 아.. 사람들이 이거 이해를 못 하더라구요.

멀린 : 이게 시간이 걸려 자리를 잡는다고 하면 다를까요?

조쉬 : 자리를 잡아야 이해할 거예요.

아스타리아의 기술은 참으로 어렵다. 마법사조차 지금의 이해에 도달하는데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30년 전의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듯, 기반이 되는 기술, 그리고 그것의 혁신성이 큰 만큼 사람들의 이해의 장벽 또한 높다.

“리눅스를 만든 토발즈가 쓴 자서전 격인 ‘리눅스, 그냥 재미로’란 책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등장해요. 리눅스의 첫 버전이 완성된 날, 기뻐하며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발명품을 보여줬는데 여자친구가 본 것은 하얀색 글자가 주기적으로 깜박일 뿐인 까만 모니터 화면이 전부였어요. 이걸 보고 지금의 리눅스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당연히 여자친구는 그게 무얼 뜻하는지, 이게 왜 중요한지 알 수가 없었다고 하구요. 리누스 토발즈의 마음이 이랬을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데, 그 속에 품은 건 원대한 기술적 비전이란 걸 설명하는 건 너무 어려운 듯합니다. 그냥 북잼 멤버들과 이 순간을 기억에 담는 게 가장 최선인 듯하네요.”

_ 조한열

먹음직하고 보암직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유혹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매혹시키려면 뱀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나 독인 든 사과, 썩어버린 사과, 포장만 그럴듯하고 맛대가리 없는 사과를 아무리 먹음직하고 보암직하게 만든 들 생명력을 가질 수는 없는 일이다. 조쉬의 엔지니어로서의 자존심과 고민이 한껏 쌓여있다. 리플릿의 탄생 과정에 말이다.

“결과로서의 잡스만 보이지 과정으로서의 잡스는 생략된다.”

과연 혁신의 원천이 고객일까? 그건 그냥 하나마나한 얘기같다. 잡스식 혁신의 원천은 누가 뭐래도 기술 개발이다. 고객이 열광할 멋진 아이디어가 기술 개발의 핵심인 것처럼 여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그거야말로 결과 지향적인 논리다. 잡스발 아이폰 공습이 가능했던 건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뒤 창업했던 넥스트(NeXT)란 기업의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넥스트에서 오랜 시간 다듬어온 기술을 종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이폰과 그 앱 생태계가 빠른 시간 안에 전 세계를 휩쓸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기에 주목하는 언론 기사는 쉬이 발견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확보라는 중요한 과제도 언급되지 않는다. 아쉬운 일이다.

_ 조한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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