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 인터뷰 말고 ‘숏터뷰’

송차경
오토피디아
Published in
7 min readAug 2, 2023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오토피디아 프로덕트 디자이너 송차경입니다.

UX에 종사하고 있다면 ‘사용자 인터뷰’의 중요성을 아실 텐데요, 저는 사용자 인터뷰를 ‘엄청난 인사이트를 얻을 기회’임과 동시에 ‘엄청난 준비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이에게 지급되는 보상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최대한 철저하게 준비하고 제대로 된 인사이트를 얻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죠.

이런 제가 인터뷰에 대한 부담을 떨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는데요, 상반기에 ‘자동차 외장 수리 견적 기능(외장 수리에 한정하여 업체에 직접 예상 견적을 받아볼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며 마주한 문제들을 사용자와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풀어내고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목표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데..

저희는 빠르게 ‘외장 수리 견적 기능’을 개발했고, 배포도 완료했어요. 견적 프로젝트의 목표는 ‘견적을 발행하는 협력 업체 6곳에 각각 5대의 수리 차량 입고’를 성공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배포 이후 데이터 확보 기간 추이를 보니, 이대로라면 우리의 목표 성과에 도달하지 못할 것 같다고 판단했어요. 정확히는 ‘A 업체’는 목표 초과 달성이 확실해 보였고, 나머지 업체들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 같았죠.

초기 스타트업의 디자이너에게는 추가적인 개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운영 측면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역할이 주어지기도 하는데요, 저 역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문제를 보완하면 좋을지, 더 해볼 수 있는 건 없을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초기 서비스인 경우 정량적인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정성적 방법인 인터뷰를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준비

1.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을 준비한다

저는 인뎁스 인터뷰를 몇 차례 진행하면서 인터뷰 기획/준비에 큰 힘을 쏟았던 경험 때문에 준비 과정에 대한 부담감이 생겨버린 상태였습니다. 정석에 집착하는 저였지만 그런 건 묻어두고, 기간 내에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수집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빠르게’ 진행하자는 마음가짐을 먼저 가져야 했어요. 이번 인터뷰는 기능 배포 후에 진행되는 인터뷰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볍게 진행하는 게 가능할 것 같아서 ‘2일’이라는 기간을 목표로 두기로 했어요. 가벼운 인터뷰 진행 경험으로 ‘유저 인터뷰는 무거운 일이다’라는 저의 선입견을 깨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숏폼이 대세인 것처럼 짧아야 유저가 더 호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내심 있었죠. 이러한 의도를 반영하여 ‘숏터뷰’로 이름을 짓고 인터뷰를 정의해 보았어요.

💡 숏터뷰 인터뷰 기간, 질문 개수, 인터뷰 시간을 모두 최소화한 짧은 전화 인터뷰. 단, 인터뷰의 유의미성을 위해 모수는 최소 10명이어야 함.

*’숏터뷰’는 유튜브 예능 ‘양세형의 숏터뷰’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저희 앱의 대부분 사용자는 차량에 문제가 있을 때 수리 비용을 문의하기 위해 일회성으로 닥터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사용자의 재방문율이 낮다는 특수성이 있었어요. 이런 유형의 경우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섭외가 쉽지 않을 거로 생각했어요. 먼저 문자를 통해 섭외를 시도해 보고, 만약 목표 인원에 미치지 못한다면 냅다 전화해 보는 것을 대안으로 잡고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어요.

2. 원 페이저를 작성한다

처음에는 ‘어떤 유저 의견이라도 빨리 수집하자’가 숏터뷰의 계기였는데요, 막상 질문지를 작성하려고 보니 뭘 물어봐야 할지 난감하더라고요. 목표가 명확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였죠. 저는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설정한 프로젝트의 목표 수치를 달성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는 ‘A 업체’에만 예약이 몰리는 이유를 파악해야 했어요. 이렇다 할 템플릿은 없지만 제가 생각하는 인터뷰의 기본 요소를 정리한 원 페이저 작성을 시작했습니다.

  • 원 페이저란, 배경, 목표, 진행 방법 등 프로젝트의 모든 정보를 한 장으로 정리한 문서를 말합니다.

<숏터뷰 원페이저>

1. 인터뷰 배경 및 목적

2. 주의할 점

3. 인터뷰 기간

4. 인터뷰 대상

5. 유저에게 알아내야 하는 것(질문지)

6. 인터뷰 보상

주의할 점에 대해 부연해 설명하자면, 짧고 간결한 전화 인터뷰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정하고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어요. 인터뷰 시간이 한정적일 때는 어떠한 부정적인 경험도 주지 않는 것이 결국 긍정적 인터뷰 경험을 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언어 전달력을 떨어뜨린다거나, 유도신문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인터뷰 기본 수칙을 제외한 숏터뷰만의 주의점을 정리했습니다.

<숏터뷰 주의점>

1. 질문은 총 10개를 넘기지 않는다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인터뷰의 목적에 맞는 핵심 질문만 빠르게 치고 빠지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질문은 최대 10개로 한정했어요. 다만, 평소 고객에게 궁금했던 것, 부가 질문은 여분으로 마련해 놓고 생각보다 호응이 좋거나 흥미 있어 하는 고객에 한해 질문을 드리기로 했어요.

2. 인터뷰는 최대 30분이 넘지 않도록 한다 플랜 B로 진행될 경우, 전화 연결과 동시에 인터뷰가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에 예정 시간을 초과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여분의 질문을 드릴 기회가 있더라도 30분은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3. 짧아도 웜업은 잊지 않는다 본격 인터뷰 전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꼭 필요한 인사나 기본 정보 질문 등의 웜업 질문이 있는데, 가끔 인터뷰에만 집중하다 보면 이 부분을 간과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자칫 시간에 쫓기는 인터뷰가 될 수 있지만 이런 부분을 잊지 않도록 하는 주의점도 추가했습니다.

3. 섭외를 시작한다

원 페이저를 통해 인터뷰 계획이 구체화 됐다면 실행에 옮겨야겠죠. 이번 숏터뷰는 이틀이라는 시간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빠르지만, 확실한 스크리닝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먼저 엔지니어 파트에 견적 기능을 이용한 모든 유저 리스트를 요청했는데요, 제가 요청한 정보는 ‘요청일, 요청내용, 보험 여부, 차종, 연식, 응답일, 응답 내용, 견적액’이었습니다. 고객의 지역 정보를 요청할까 싶기도 했지만, 인터뷰에서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라고 생각해서 제외하고, 인터뷰 대상을 선정하는 데 필요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요청했습니다.

리스트를 전달받은 후, 일차적으로 실제 A 업체를 예약한 고객에 컬러링 작업을 해주었습니다. 이후 세부적인 스크리닝 기준을 세웠는데요, 먼저 리스트를 최신순으로 정렬한 뒤 ‘업체 응답 후 약 일주일이 지난 경우’와 ‘보험으로 처리한 경우’를 인터뷰 우선순위로 두었어요.

당시에는 예약기능이 연결되기 전이라 A 업체에 직접 닥터차를 통해 예약한 고객 리스트를 전달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실제 진행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었어요. 우리가 가진 정보인 업체의 응답 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현재 고객 차량의 입고/수리 작업/출고 단계를 대략 가늠할 수 있었고, 이렇게 진행 상태별로 인터뷰한다면 더욱 생생하고 구체적인 경험을 들려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업체에 직접 고객의 진행상태를 요청하기에는 현장은 너무 바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었어요.)

또, 보험이 아닌 자비로 처리한 경우라면 가격 측면의 이유로 A 업체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험으로 처리한 경우를 먼저 인터뷰해서 다양한 답변을 수집할 계획이었습니다.

인터뷰 섭외 그룹을 확정했기 때문에 바로 섭외 문자를 돌렸습니다. 이때, 단순히 ‘인터뷰에 딱 맞는분이니 저희 인터뷰에 응해주세요’ 보단, 절실한 마음을 호소하기 위해 ‘초기 스타트업이라 서비스 개선점을 찾고 있다’는 점을 언급해 주었어요.

더 자세한 내용을 읽고 싶다면 오토피디아 블로그에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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