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뽀개기 Part 5

밴드는 탈 중앙 데이터 고버넌스를 추구하는 세컨드 레이어 오라클 솔루션을 추구한다.

밴드 프로토콜의 한국 담당으로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받은 컴플레인이 밴드 프로토콜 백서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다. 물론 백서 번역에도 많은 문제가 있어서 수정을 할 것이지만, 밴드 뽀개기(밴드 프로토콜 뽀개기)세션을 통해서 밴드 프로토콜의 백서를 분해해볼까 한다.

What White Paper Does Tell You

필자가 처음에 투자자 관점에서 밴드의 백서를 읽었을 때, 적잖이 놀란 부분이 있다. 영어 백서 25페이지에 자리한 Potential Issues and Limitations 부분이 바로 그것인데,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다양한 투자를 해보고 수많은 백서를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보통 프로젝트들이 백서에서 하는 이야기들은 필연적으로 긍정적인 이야기들 위주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돈을 모금하기 위해선, 투자자들에게 이 프로젝트가 돈이 된다는 것을 부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블록체인 투자는 수많은 조롱거리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보통 투자라는 것은 미래의 기대로 인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실체도 없는 프로젝트를 대충 논문의 형태로 정리한 종이 몇 장이면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 백 수 천억 까지 모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대한민국 정부가 왜 그렇게 규제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에게 백서란, 선거에 임하는 정치인의 공약과도 같다. 물론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블록체인 생태계에 기여를 하고자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그 프로젝트들 절반 이상이 백서에서 약속한 것들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비트코인 조차도 백서에서 이야기 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 않나(비트코인이야 백서를 작성한 사토시가 더이상 비트코인 고버넌스에 참여하지 않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결국 다양한 프로젝트가 백서에선 자신들이 최고라는 주장을 하지만, 막상 메인넷이 런칭되고 돌아가는 모습들을 보고있으면 참담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프로젝트에 지쳐있을 때쯤 밴드의 백서를 읽었던거 같다. 그러다가 발견한 섹션이 Potential Issues and Limitations 부분이었다.

Potential Issues and Limitations

밴드 프로토콜은 밴드가 가진 약점들을 백서에 명확하게 명시하였는데, 그 첫 번째가 데이터 리셀링의 문제였다. 백서에서는 이를 기생하는 데이터 소스라고 이야기 했다. 여기서 이야기 하는 데이터 리셀링의 문제는 이렇게 일어난다:

  1. 스마트 컨트랙트가 밴드 데이터셋을 통해서 데이터를 받는다.
  2. 데이터를 사용한 후에 다른 디앱에게 좀 더 싼 가격에 해당 데이터를 유통한다.
  3. 디앱의 입장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데이터를 얻는 것이니 밴드 데이터셋을 통한 데이터가 아닌, 더 저렴하게 데이터를 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 컨트랙트에서 데이터를 산다.
  4. 원래 데이터를 제공해야하는 데이터 제공자와 이들에게 투표를 한 홀더들은 수익을 잃는다.

밴드 프로토콜은 백서에서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다:

While traditional companies can prevent data reselling businesses using law enforcement, an autonomous data governance group’s smart contracts do not have such privilege. Unfortunately, Band Protocol as an open protocol cannot prevent this party’s existence.

기존 비지니스는 국가의 법에 모든 질서가 통제되기 때문에 해당 케이스가 법적인 처벌이 가능하지만, 탈 중앙 고버넌스를 채택한 밴드의 입장에선 해당 케이스를 막을 수도, 처벌할 수도 없다. 그리고 밴드는 이러한 단점들을 숨기지 않고 백서에서 정확하게 이야기 하였다.

그러는 한편, 밴드는 데이터 리셀링을 통한 데이터 소비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도 사실인 것이, 밴드의 데이터셋을 통해서 제공되는 데이터는 가장 최신의 데이터일 수 밖에 없는 반면에, 다른 스마트 컨트랙트로 리셀링 되는 데이터들은 구식의 데이터일 가능성도 높고, 악성 데이터일 가능성도 높다. 밴드는, 데이터 리셀링을 막을 수 없음을 시사하는 반면에 데이터 리셀링 자체의 위험성을 강조하였다.

두 번째 약점은 온 체인 고버넌스이다. 보통 온 체인 고버넌스라고 하면, 우리가 떠올리는 프로젝트가 있을 것이다. 바로 EOS다. EOS는 의사결정을 모두 체인 위에서 결정을 함으로써 최초로 온체인 고버넌스를 실현한 프로젝트로 평가받지만, 다양한 비리와 담합의 문제들에 고생한 이력이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밴드가 모르는 것이 아닐 것이다. 밴드도 백서에서 이러한 부분들을 명확하게 이야기 하였다:

The viability of token-based on-chain voting is not yet completely proven, particularly with respect to potential bribery

토큰을 기반으로 한 투표는 아직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았다. 특히 매수 행위를 막을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완벽하게 검증이 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문제점들을 시사하는 한편, 밴드는 이러한 표 매수 행위를 막아내기 위해서 3가지 방지책을 마련하였는데:

  1. 데이터셋 토큰 구매 가격과 판매 가격 사이에 Liquidity Spread(유동성을 공급하고자 하는 쪽에 부여하는 일종의 프리미엄)를 부여함으로써 토큰을 구매하는 행위로 하여금 특정 투표 행위의 값을 비싸게 만든다.
  2. 데이터 공급자는 자신들의 신원을 등록해야 함으로써 매수행위를 하게되었을 때 본인의 명예까지 실추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한다. 즉, 매수행위가 발각되었을 때 데이터 제공자는 돈(매수 행위에 따른 데이터셋 토큰 가치 하락)뿐만 아니라, 명예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3. 모든 투표 행위들은 다시 재고될 수 있다. 고버넌스 프로포설 역시 본인들의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결정이 나더라도 다시 재기할 수 있다.

맺으며

사실 모든 프로토콜엔 문제가 있다. 사람이 만든 프로덕트엔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인간 자체가 완벽하지 않은데 어떻게 완벽한 프로토콜을 만들 수 있겠나. 나는 그래서 밴드가 좋았다. 백서에서부터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하고, 이에 대한 입 발린 소리가 아닌 생산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법들을 명시한 유일한 프로젝트였다. 앞으로 가야할 길은 멀지만, 장기적으로 바라봤을 때 블록체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는 이렇게 성실하고 솔직하게 소신있게 프로젝트를 만들고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가치를 믿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로써 밴드 뽀개기 시리즈가 끝이 났다. 앞으로 어떤 컨텐츠를 생산할지는 커뮤니티 멤버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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