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크리에이터 시장과 가능성

우리는 버추얼 크리에이터 시대를 준비한다

Chris Yoon | bitBLUE
bitBLUE Story
11 min readJan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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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버추얼 아이돌, 버추얼 크리에이터 뉴스와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왜 요즘 들어 부쩍 버추얼 관련 내용이 많이 언급될까? 잠깐 지나가는 유행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엄청난 변화의 시작일까?

버추얼 크리에이터는 (일반적으로 버추얼 휴먼, 버추얼 셀럽 등으로 표기하지만 사람 형태가 아닌 모습도 있으므로 편의상 버추얼 크리에이터로 부른다) 2020년대 들어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메타버스나 온라인 생태계 성장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크리에이터 시장 관점에서는 버추얼 크리에이터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 등 라이브 스트리밍 툴의 기술적 성장도 동반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콘텐츠를 원하는 수요와 새로운 콘텐츠의 생성 측면에서 버추얼 크리에이터 분야가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버셀리 — 버추얼 크리에이터 정보를 전달하는 버추얼 리포터 (비트블루 IP)

버추얼 크리에이터는 많다. 그리고 계속 늘어난다.

이세계 아이돌, 플레이브, 숲튽훈 등 버추얼 크리에이터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 치지직 등에서 활동하는 버추얼 스트리머, 버튜버도 많다. 회사에서 국내 버추얼 크리에이터를 특정 기준으로 정리했는데 아직도 정리가 안 끝났고 계속 업데이트 중이지만 600명이 넘는다.

졸업으로 더 이상 활동하지 않는 버추얼 크리에이터와 새로 등장하는 경우와 최근 신입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증가세로 보면 국내에서는 어림잡아도 활동 버추얼 크리에이터는 수천 명에 이른다. PLAYBOARD 한국 버튜버 랭킹만 봐도 랭킹에 수많은 버추얼 크리에이터가 활동한다.

최근 트위치가 국내 철수를 결정하고 트위치에서 활동하던 버추얼 크리에이터들은 네이버 치지직과 아프리카TV로 옮겨갔다. 기존에 활동하던 분들 외에도 새로 데뷔, 탄생하는 버튜버도 계속 보인다.

해외 특히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본산(?)인 일본은 당연히 숫자도 많고 다양한 컨셉을 지닌 분들이 데뷔를 한다. 일본 버추얼 시장과 현황은 따로 글을 써야 할 정도로 거대한 시장이다 (홀로라이브, 니지산지 회사는 상장사까지 됐으니).

국내에도 버추얼 크리에이터를 꿈꾸고 데뷔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흐름으로 보이나 명확한 한계점을 갖고 있다.

오타쿠나 보는 장르 아냐?

버추얼 크리에이터는 몇 가지 카테고리,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일단 2D 모습이거나 3D 모습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가깝거나, 실제 사람과 흡사한 모습일 수 있다. 크리에이터의 모습이 2등신 일수도, 8등신 일수도 있다. 우리가 익히 접하는 대표적인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모습은 아래와 같다.

일본 버추얼 크리에이터 (출처:니지산지)

여기서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한계점은 바로 ‘보는 사람만 보는’ 콘텐츠라는 것이다. 물론 버추얼 크리에이터에 애초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많겠지만, 버추얼 크리에이터나 팬이 형성한 독자적인 문화로 인해 접근이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이는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외형과도 일부 관련이 있다. 일본 크리에이터나 국내 일부 크리에이터의 모습은 흔히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일명 ‘아니메풍 미소녀’의 모습이다.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반 대중이 보기엔 모습이 비슷해 보이는 것이다.

물론 각자 모습과 특징이 다르다. 다른 크리에이터와 동일시하는 것조차 비난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일반 대중의 인식은 ‘오타쿠만 보는 일본풍 콘텐츠’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버튜버는 일본에서 일본풍의 미소녀 혹은 미남의 모습을 띠고 시작한 것이 큰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갈 포인트는 애니메이션 기반 외형에 문제가 있거나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대중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언급한 것이다. 당연히 하나의 장르이고 문화이므로 존중받아야 하고 매력적인 모습을 지닌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사람과 너무 닮은 모습도 한계를 드러낸다. 자칫 보면 사람과 너무 닮은 모습에 거부감이 들 수 있고, 어딘가 어설픈 모습이라면 사람이 아닌 모습에 불쾌함을 느껴(불쾌한 골짜기) 반감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꼭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혹시 버추얼 크리에이터를 꿈꾸고 있다면 외모가 엄청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외모를 제공하는(?) 니지마(nizima)에 보면 토끼, 복어, 곰 등 다양한 외형을 찾아볼 수 있고, 최근에는 한국 웹툰 스타일의 외모를 지닌 크리에이터도 등장했다.

버추얼 산업의 성장과 메이저 컬처

버추얼 크리에이터는 탄탄한 팬층을 구축하기에 용이하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수시로 소통하며 X(트위터)나 디스코드를 비롯한 여러 소셜 플랫폼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팬덤은 가수, 아이돌 팬덤 못지않다. 금전적인 후원은 물론이고 라이브 스트리밍을 비롯해 여러 채널을 통해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정신적, 물질적 지지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성격이나 외형적 특징, 소통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밈 생성 등은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다만, 버추얼 크리에이터 산업의 성장과 대중화를 위해서는 소위 그들만의 리그에서 탈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너희들이 우리만의 문화를 이해 못 하니 이해해라’가 아니라 모두가 이해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래 유튜브 영상을 보면 버튜버에 대한 존중을 위해 하나씩 먼저 알아가는 과정이 있어야 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하나의 새로운 문화에서는 계속 변화도 일어나고 발전이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더 이상 서브 컬처가 아닌 메이저 컬처로 성장할 수 있다.

중년게이머 김실장 버튜버 1편

소수만 즐기는 문화로 남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결국 산업 자체가 커지고 자본이 투입되면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된다. 예를 들어 힙합도 과거 미국에서 시작된 문화지만, 국내에도 여러 시행착오 등을 거쳐 현지화는 물론 대중화까지 이어졌다. AI와 같은 기술도 초반에는 개발자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지만 챗GPT와 같은 대중화를 위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산업이 성장했다.

현재 버추얼 크리에이터 산업이 대중화와 함께 메이저 문화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할까?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버추얼 크리에이터가 더 주목받고 성장하는 산업이 되려면, 먼저 외형의 다양성과 콘텐츠의 수평적 확장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애니메이션 기반 외형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외형을 고려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모습의 버추얼 크리에이터 외에도 동물을 의인화한 모습이나 동물, 2D 일러스트 모습도 가능하다. 사람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모습이라면 사실 특별한 제약은 없다.

물론 외형에 따라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라이브 방송을 하는 과정에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크리에이터의 세계관과 콘텐츠를 독자적으로 구축하기에 유리할 수도 있다.

2D 소녀 (출처:nizima)
쿼카 크리에이터 (출처:nizima)

외모가 호감을 느끼는 중요 요소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외형이 전부가 아니라 크리에이터의 성격, 말투, 노래 실력, 소통 능력 등에 호감을 느낀다. 결국 어떻게 외적인 특징 외에 콘텐츠를 잘 만들고 소통을 잘하느냐에 달렸다.

산타 모자도 가능하다 (필자 보유)

일례로 어느 버추얼 아이돌 팬의 의견을 들어보니 매력적인 외모도 외모지만, 노래 실력과 팬들과 공감하면서 소통하는 모습에 반했다는 의견이 많다. 비록 버추얼 크리에이터를 모니터 너머에서 만나지만, 현실 아이돌 못지않은 내면의 매력에 반하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 버추얼 크리에이터가 주력으로 다루는 콘텐츠는 게임 방송이나 음악이다. 소통 방송이나 상담 등의 콘텐츠도 있지만, 주력 콘텐츠는 크게 게임과 음악으로 나뉜다.

버추얼 크리에이터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비록 먹방이나 야외 촬영 등에는 제약이 따르지만, 배경을 합성하는 등으로 해결하거나, 온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독자적인 콘텐츠도 있다.

현재 대세인 게임 방송과 음악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버추얼 크리에이터가 늘어난다면 대중화와 산업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경력이 많은 코치, 카운셀러가 진로나 고민 상담을 하는 콘텐츠, 헤드헌터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커리어와 이직 상담,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하는 라디오 방송, 제품 리뷰 전문 콘텐츠 등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버추얼 크리에이터를 통해 다뤄져야 한다.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장점을 활용한다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영상 콘텐츠 영역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버추얼 크리에이터 시대가 온다

영상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흐름은 버추얼 크리에이터로 점차 이동할 수 있다. 과거 TV가 등장한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방송국 TV 연예인 → 유튜브 크리에이터 → 버추얼 크리에이터로 가는 시대의 흐름이다. 시간이 더 지나면 평면 모니터가 아닌 VR, AR 등을 포함한 혼합 현실(XR) 크리에이터 시대가 오겠지만, 아직은 시기 상조라 생각한다. 크리에이터, 특히 영상 분야는 IT기술 발전과 밀접하다. 2020년 초반부터 지금, 그리고 앞으로는 버추얼 크리에이터 활동에 맞는 관련 기술과 인프라의 성장이 예상된다.

크리에이터의 다양성 측면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 XR 크리에이터 시장은 애플의 비전 프로, 메타의 퀘스트 등의 발전과 맞물릴 것이다. 몇 년 걸리겠지만 XR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면 XR 기반 크리에이터 활동이 생기고 관련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본다. 메타버스가 망한 것처럼 보이지만 버추얼 크리에이터와 XR이 만나는 공간이 메타버스다. 메타는 나중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혼합현실 속의 하나의 크리에이터가 되어 SNS 활동을 하는 모습을 생각한다. 이미 아바타를 등장시킨 것을 보면 메타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나름 명확하다.

과거의 방송, 영상 콘텐츠는 외모가 뛰어난 연예인이 TV에 등장하는 방식이었다. 시대가 흘러 유튜브 시대가 되면서 일반인도 연예인에 못지 않은 말솜씨와 콘텐츠를 선보이며 크리에이터 시대를 열었다. 물론 유튜브 시대에도 잘 생기고 이쁜 외모는 강력한 무기로 작용했다. 이제 버추얼 크리에이터 시대에는 진짜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 콘텐츠를 만들고 소통하는 크리에이터의 외모를 제거한, 크리에이터 재능의 시대다.

이제 버추얼 크리에이터 시대에는 실제 사람의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온전히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능력을 드러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외모가 뛰어나지 않지만 누구보다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세상의 지식을 전달하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수 있다. 얼굴을 드러내기에는 부끄럽지만 뛰어난 노래 실력을 뽐내고 싶은, 혹은 가수 도전에 실패했던 사람도 버추얼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수 있다. 즉, 유튜브보다 더 열려 있는 누구나 도전하고 참여할 방법이 버추얼 크리에이터 활동이다.

이전에는 모션 캡쳐, 고가의 카메라 장비 등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아이폰이나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버추얼 크리에이터로 단기간에 데뷔할 수 있다.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도 잘 갖춰져 있고, 라이브 영상이 아닌 숏츠 영상이나 X(트위터) 같은 소셜 채널에서만 활동할 수도 있는 등 제약이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다

2023년 12월 31일 일본 NHK 홍백가합전에는 버추얼 아이돌이 공연을 펼쳤다. 멀지 않아 국내 연말 가요대전에서도 버추얼 아이돌이 공연을 펼치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유튜브를 하고 싶었지만, 얼굴을 드러내기 힘들었거나, 외모와 관계없이 갖고 있는 끼와 지식, 말솜씨를 마음껏 펼치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싶다면, 지금 도전해도 늦지 않다. 이미 버추얼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인생 상담을 하는 80대 할머니도 있고, 중년의 나이에도 버추얼 크리에이터로 데뷔하는 사례가 많다.

누구나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

필자도 언젠가 유명 버추얼 크리에이터가 될 날을 꿈꾸며.

※ 저희 회사는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가치와 성장을 위한 플랫폼 ‘알트타운(https://alt.town)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오픈 베타 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더 많은 버추얼 크리에이터와 함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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