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만 하면 되! vs 생각해봐! 알아서 해!

실용서에 대한 생각 하나

Jace
B.J.M’s Talk with Books

--

얼마전 고전이라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 난 소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뻔한 이야기, 답답한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 등 재미, 감각적 표현 외에 얻을게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매우 좋지 않은 방식인건 알지만, 그랬다. 언젠가 실용서와 소설, 고전 책들 사이에 한쪽을 폄하함으로써 문제시 된 인물도 있었다.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책들의 상당한 비중을 실용서들이 차지하고 있다. 소위 문학 책들은 참 안팔린다고 한다. 그나마 로맨스소설과 장르소설이 매꿔주는 형상이다.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인 것이리라.

왜 실용서를 좋아할까? 배움을 좋아해서! 최고의 답이다. 배울 것이 많지 않아도 분명 있다. 배울 것이 많고 배우기 쉬우면 좋은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좀 다르게 생각하면 실용서는 하나의 메뉴얼이다. 어떤 기기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메뉴얼, 자신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메뉴얼이다.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도 따라하면 되도록 쉽게 친절하게 써있다. 그 친절하고 쉽고, 또한 알아서 중요한 것이 표시되 있다.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찾아서 그 부분만 봐도 된다. 너무나 편하다.

여기서 하나 생각해봐야는 것이 있다. 메뉴얼은 하나의 기기를 설명한다. 똑같은 기기를 똑같은 방법으로 쓰도록 도와준다. 사람은 같은 이가 하나도 없다. 쌍동이도 다르다. 사람으로써 비슷한 면이 있다고 하지만, 겪는 문제, 그와 관련한 상황, 원인 해법 등이 동일할 수 있을까? 정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실용서라고 그대로 다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내 경우 이런 식이다. 좋은 것, 나쁜 것, 쉬운 것, 어려운 것, 하고 싶은 것, 하기 싫은 것, 등으로 나눈다. 어릴 때도 난 그렇게 책을 읽었다. 소설에서는 무엇인가를 딱 던져주지 않는다. 정답이든, 틀린 답이든 무엇인가를 눈앞에 던져주면 좋은데, 이건 너무 답답하다. 그래서 멀어진 것 같다.

그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작가가 한 경험과 사고, 과정은 잘 몰라도 되고, 다 정리된 답안지를 찾는다. 정말 몰라도 되는 걸까? 물론 작가는 그 부분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논리성을 강화한다. 정답일 확률이 올라간다. 믿을 만 하고, 따라할 만 하다. 그 무엇인가를.

소설에서 비슷한 것을 찾는 다면 주인공의 결정이 될까? 하지만 그 결론을 말하기 위해 머나먼 여정을 따라가야 한다. 주인공 외의 다른 이들의 삶까지 참 부수물이 많기도 하다. 다 걸러서 주면 좋을텐데 말이다. 소설에서도 핵심은 있다. 시험치며 많이 받아보는 질문이 그것이니까. 하지만, 그 외에 생각할 꺼리들이 참 많이 들어가 있다. 읽으며 알아서 생각하고 알아서 해야한다. 그것이 작가가 생각하고, 의도한 것과 다를 수 있다. 정반대가 되어도 상관없다. 독자는 그 자신의 삶 속에서 찾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설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그 외 문학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읽으며 우리 나름의 생각의 나래를 펼치면 된다. 그래야 하는게 실제 우리네 삶이 아닐까?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것도 좋다. 어느 때부턴가 그렇게 해서는 몰입도 되지 않고 지루해졌다.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지금 생각하는 차이가 문제였을 것 같다.

이제는 좀 다르게 책을 접하게 될 것 같다. 책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가 다를 것이다. 지금 이 생각이 나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