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타스브랜드

브랜더’s 다이어리 #7.

Just Beaver’s Diary
Brand & Mark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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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그 옛날에는 물건을 만드는 이와 쓰는 이 사이에 거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즉, 옆 마을 서씨가 만든 짚신을 신었으며, 아랫동네 박씨가 만든 갓을 쓰고, 윗마을 이씨가 애써 기른 호박으로 된장찌개를 끓였을 거란 얘기다. 그래서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입는 것들의 만든 이를 쉽사리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인품과 제품?을 연결지어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그 같은 관계는 사라지고 없다. 내가 쓰고 있는 노트북을, 신고 있는 신발을, 타고 다니는 자동차를 누가 만들었는지 알 길이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중계 역할을 화폐가 대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만든 이의 이름도 인격도 성품도 배제한 채 그 효용만을 칭찬하거나 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굳이 이 얘기를 앞서 꺼내는 이유는 유니타스브랜드가 막 새 책을 낼 참이기 때문이다. 고되고 힘든 몇 달의 시간을 지나 잡지의 겉모습을 한 단행본 한 권이 다음 주면 인쇄소를 떠나 서점으로, 독자에게로 향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브랜드와 경험의 상관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든 글을 매의 눈을 하고 읽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궁금해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고, 설사 궁금하더라도 알 방법이 없을 것이다.

허나 바로 옆자리에서 그 모습을 낱낱이 지켜본 입장에서는 감회가 남다르다. 함께 원고 마감에 쫓겨본 경험을 공유하기에 더욱 그렇다. 완전한 백지상태에서 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 한 권이 어떻게 만들어질지는 만드는 이에게도 불가능한 상상이다. 늘 쫓기는 마감에 에디터도, 디자이너도 결국 마지막 날은 새벽 6시가 가까워서야 자리를 뜰 수 있었다. 결국 한 사람, 두 사람 몸살로 자리를 비우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

모든 일이 그럴 것이다. 많은 제품이 그럴 것이고, 매장에서 웃음으로 손님을 기다리는 여러분들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수고와 어려움을 낱낱이 살펴야 할 이유나 책임이 우리에겐 없다. 하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보라. 하나의 제품,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흘린 땀방울을 조금만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책을 읽는 이, 그 제품을 쓰는 사람의 경험과 감동도 더 커질 것이다.

이번 호 특집은 그 ‘경험’에 관한 이야기다.
만드는 이와 쓰는 이의 경험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케미를 만들어내는 그런 ‘경험’에 관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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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비버 말고) 저스트 비버, 박요철의 다이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