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라떼

브랜더’s 다이어리 #10.

Just Beaver’s Diary
Brand & Mark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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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중에 브랜드 컨설팅 전문 회사를 다닌 분이 있다. 그 분은 특정 브랜드를 직접 경험해보는(입고 쓰고 타보는) 것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했었다. 그래서 카드빚을 져가며 고가의 브랜드를 구매했던 경험을 무용담처럼 얘기해준 적이 있었다. 솔직히 그 말을 듣고 조금 부끄러웠다. 그 빚이란 것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진정성 혹은 용기를 웅변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형편상 마트에서 일상용품을 해결하는 자신이 초라해보인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지금 다시 그 일을 떠올리며 스스로 이렇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브랜드란 무엇인가? 입고 쓰고 타는 순간 우쭐해지는 명품을 말하는 것인가? 로고를 보는 순간 그 사람을 다시 한번 훑어보게 되는 브랜드가 과연 진짜 브랜드인가? 만약 그렇다면 나는 당분간 브랜드가 무엇인지에 대해 감히 말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좋은 브랜드에 대한 안목은 있을지 모르나, 그 브랜드를 직접 경험(소비)할 능력은 한참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를 병들게 하는건 스트레스가 아니다. 스트레스가 해롭다고 여기는 우리의 생각이다.”
오늘 소개한 건강심리학자(?) 켈리 맥고니걸의 말이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차용해보고 싶다.
“우리를 초라하게 만드는 건 명품을 입지 못해서가 아니다. 명품이 그 사람의 인격을 대신한다고 믿거나, 아닌 척하면서도 이를 부러워하는 우리의 생각이다.”

명품이 비싼 것은 이유가 있다. 따라서 명품이 그에 상응하는 가격을 요구하는 일은 ‘사치’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형편과 격에 맞지 않는 소비는 사치를 넘어 허세라고 믿는다. 3,000cc의 배기음에서 삶의 만족을 느끼고, 로고가 선명한 차키를 꺼내들며 우월감을 느끼는 사람과 10년도 훨씬 더 된 고물 프라이드를 꾸준히 몰고 다니는 두 사람을 나는 안다. 나는 후자의 사람이 얼마나 인격적인지, 전자의 삶이 얼마나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차 있는지 경험으로 안다. 브랜드란 단순히 구매와 소비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사람과 삶, 혹은 인격과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비로소 완성된다.

처제가 선물해준 프라다 점퍼를 입는 날 기분이 좋은 이유를 나는 안다.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다시 봐주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습관처럼 마시는 ‘카페라떼’가 괜히 부끄러운 이유도 나는 안다. 유명 브랜드 커피의 로고가 주는 멋과 운치를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들과 나라는 인간의 자기다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도 잘 안다. 내가 부족하다면 초라한 프라다이고, 내가 떳떳하다면 독특한 커피 취향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참으로 좋아하는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취향이 ‘마이구미’였던 것처럼.

다시 한번 묻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란 어떤 브랜드인가?
당신이 입고 쓰고 탐으로 해서 그 브랜드를 다시 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한 적은 혹 없는가?
좋은 브랜드는 그런 사람들이 만들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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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비버 말고) 저스트 비버, 박요철의 다이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