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실천을 결합한 Learning & Doing 프로젝트 : 체인지메이커 유스리빙랩 기획과 운영사례(2)

Hajin Song
C.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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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in readMay 30, 2022

체인지메이커유스리빙랩(이하 CYL)의 기획과정에 대해 이야기 드렸던 지난 글에 이어서 이번 글에서는 3개월간 진행한 CYL 2기의 운영 결과를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1. 안전주제_안전사회를 위한 대응 팀

안전팀은 자신의 주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안전의 문제에서 부터 탐색을 시작해서 가시화된 구체적 결과를 도출하는 추진력이 돋보였던 팀입니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가시적인 MVP(최소기능제품)를 만들어 테스트해서 솔루션이 아이디어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까지 확인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전팀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기존의 안전교육은 교육을 받는 이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교육의 효과 면에서 제한적이라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때문에 참여자의 흥미와 주체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스토리텔링 요소를 더해 현실감 있게 안전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학습할 수 있는 메타버스 RPG 게임을 제작했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 방식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 콘텐츠들이 있지만 교육적 요소와 흥미요소의 밸런스를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 안전팀은 베타테스터로 참여했던 청소년들에게 그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안전팀의 멘토를 맡았던 재난,안전 전문가 김동훈 멘토께서 이 모델을 발전시켜 사업을 해보는 것에 대해서 제안하셨을정도로^^ 짧은 기간안에 높은 완성도와 가능성을 보여주어 호평을 받았습니다.

2. 공동체주제_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방안

리빙랩이 현장의 이해관계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변화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을 밟아나가기에, 짧은 기간 내에 문제를 정의하고 현장에 들어가서 관계적인 협력을 이뤄내는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주제들이 그러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특히 ‘공동체'라는 주제를 가지고 접근해야하는 공동체팀의 경우 그 부담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지역에서 고령자와 청년이 만날수 있는 접점이 없다는 것을 문제로 정의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으로 육아 플랫폼에서 두 주체가 만나 협력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었는데요. 해커톤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고도화 시키는 과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질문들이 발견되었고(그 두 주체가 정말 만나고 싶어하나?, 그 주체들에게 육아를 정말 맡길 사람들이 있을까? 공동체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지만 서비스로서 제공된다면 준비해야할 장벽들이 너무 높지는 않은가?) 아이디어는 잠정 보류 상태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처음 CYL 과정을 진행할 때 생각한 첫 실패의 경험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공동체 팀은 다시 처음부터 문제 해결과정을 밟아가기 시작했지만 그 경험때문에 기존에 문제를 바라보았던 시각과는 다른 시각으로 논의를 개시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디어에 사람들의 필요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필요를 발견하여 그것을 아이디어화 하는 과정을 생각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급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주변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팀의 한 멤버가 꺼낸 ‘공동체적 장소'인 학교 앞 카페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동네의 작은 카페로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오면서 언제든지 들르면 자신의 친구들을 한 두명은 만날 수 있는 그 카페.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점차 줄어드는 손님이 눈에 띄었다고 했는데요. 자신의 경험에서 부터 우러나온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공간의 필요와 사람의 필요를 연결하는 ‘콩집합'프로젝트의 그림을 그려갈 수 있었습니다.

‘콩집합 프로젝트’는 CYL 2기의 한결이 기획한, 동네 카페에서의 이웃 간 소모임 프로젝트입니다. 콩집합 프로젝트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동네 카페를 커뮤니티의거점으로 설정하며, 이를 새로운 ‘카페 이웃 문화’의 공간으로 제안합니다.어느 지역에나 있으며,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카페는 새로운 공공공간 인프라의 설치 없이도 훌륭한 모임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한결의 첫 번째 에피소드 ‘콩집합 프로젝트 with 플로릭 카페’는 이문동에 위치한 플라워 카페 ‘플로릭’과 함께 했습니다. _공동체 팀의 콩집합 프로젝트 소개

콩집합 모임을 통해 2개의 소모임이 운영될 수 있었고, 마지막에는 서로 다른 소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과정을 공유하고 지역내에서의 공동체에 대한 생각들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3. 교육주제_교육혁신 분야

교육이라는 분야가 워낙 광범위 하기에 교육혁신을 위해 뭉친 교육팀도 초기에 여러 가능성을 놓고 고심하였습니다. 교육은 제도권, 비제도권 교육 현장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고 학원 같은 사교육, 평생교육과 같은 분야에서도 때로는 가정이나 직장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는 보편적이고 광범위한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교육', ‘누구를 위한 교육인지'를 탐색하면서 교육팀이 다가간 대상은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본인과 같은 청년, 후기 청소년(20대 초반)들이었습니다. 교육팀 멤버의 대부분이 이 연령대에 속해 있었기에 스스로에게 필요한 교육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문제를 정의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프로젝트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을 때 진행하는 ‘두:데이 프로젝트’입니다.

이들이 확인한 문제는 자신들과 같은 후기 청소년들이 “현실의 압박으로 인한 미래와 실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정해진 경로안에서 주어진 삶을 살아내기에 급급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교육팀은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청년들이 안전하게 자신이 해보고 싶은 활동을 실천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데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분야에서 활동을 진행해 보고 싶은 사람들을 모집해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지원금을 제공하였는데요. 여기까지는 여타의 청년활동 지원 프로그램과 유사한 느낌이 들지만 두:데이 프로젝트는 이 활동을 홀로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한다는 부분을 강조하여 차별점을 두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지지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중요한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운영하는데는 교육에서 교육의 내용, 교육을 통해 이루려는 성취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 참여하고 지속하기 위한 조건으로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인사이트가 주요했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등을 겪으면서 공동의 경험을 쌓기 어려웠고 점차 개인화 되는 교육 경험, 실천 경험만을 쌓아갔던 청년들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4. 돌봄 분야_돌봄 공동체를 위한 사회서비스

디자인 씽킹에서 디자인원칙(Design Principal)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항을 고려하다보면 본래에 우리가 하려고 했던 활동이나 목적을 잊게 되기도 하는데 우리 프로젝트의 디자인 원칙을 세워놓으면 팀원간의 의견이 대립하거나 이 방향이 맞는지 의심이 되는 순간에 이원칙으로 돌아가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돌봄팀의 디자인 원칙은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우리는 따로, 또 같이 살아가며 서로의 돌봄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능력있고 주체적인 존재"

돌봄팀은 마포지역을 거점으로 코로나로 인해 바깥 생활을 하기 힘들고 복지관 출입도 힘들었던 어르신들과 관계 맺으면서 이 분들이 서로를 돌보는 상호 돌봄의 지지그룹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서서히 어르신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 위에서 각 어르신들의 삶의 배경을 알아가고 생활 속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찾아가면서 더디지만 깊게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아갔습니다.

돌봄팀이 이 과정에서 포착한 중요한 핵심 단어는 “민폐"입니다. 실제 어르신들은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받고 싶기도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다른 이들에게 ‘민폐'로 여겨질까 걱정하는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돌봄팀은 이를 위해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돌봄이 되기에는 충분한” 관계의 조건들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활동이 필요한지를 설계해 나갔습니다.

돌봄팀은 특히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돌봄팀, 멘토, 참여어르신들은 물론, 지역기관, 전문가등이 함께 참여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는데요. 리빙랩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당사자-지역-학계 등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경험했다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5. 환경팀_지역사회에서의 환경문제 해결

환경팀은 기후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실천의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던 시점이 한 창 코로나가 확산되던 때라 배달이나 포장을 통해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일상이 된 상황이었는데요. 이 때 발생하는 포장 용기로 인한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솔루션이 가능할까를 고민하였습니다. 환경팀은 직접 교육장 주변(은평구) 시장 등을 돌아다니면서 음식물을 포장해서 판매하는 가게들의 현황을 알아보고, 이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도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이 문제에 대해 함께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안을 찾는 과정에 참여할 생각이 있는 가게가 있는지도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지구용사'프로젝트입니다.

환경팀은 이 프로젝트를 캠페인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는데요,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피고 이 반응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회용기를 사용한 포장 판매의 가능성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환경팀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단지 ‘환경보호'만을 목적으로 당위적으로 모두가 이 솔루션을 써야한다는 생각으로 문제에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에는 사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고, 사람들이 이미 하고 있는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입장, 판매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이 활동의 목표는 ‘포장 판매 시 다회용기를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을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가 고려할 수있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지금은 그러한 옵션자체가 모두에게 ‘상상되어지지않는'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은평구 불광동에 있는 ‘용감한 만두집'과 함께 이 캠페인을 운영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상으로 CYL 2기에 참여한 참여 팀들이 진행한 프로젝트 결과를 살펴보았습니다. 각 팀들이 다른 주제로 다른 활동을 진행하였지만 리빙랩 과정을 경험하고, 문제 해결력을 가진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은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며 적용되었습니다.

아이디어에서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실험과 시도들이 펼쳐질 수 있기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혁신 과정으로 추진

반복적인 테스트를 통해 더 나은 시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CYL에 대한 두 번째 글까지 보내드렸는데요, 다음 마지막 글에서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드리면서 이 프로그램의 장점과 극복해야할 과제들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글쓴이 : 송하진(고래)

씨닷의 연구원입니다. 질적연구자이자 사회혁신의 촉진자로써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기반으로 변화를 만들어가기 원하는 다양한 주체들을 위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교육과 워크숍을 통해 방향을 함께 찾아가기도합니다. 당사자들의 참여를 통한 연구를 진행하고 당사자 커뮤니티가 수용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가는데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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