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실천이 결합한 Learning & Doing 프로젝트 : 체인지메이커 유스리빙랩 기획과 운영 (1)

Hajin Song
C.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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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in readMar 31, 2022

체인지메이커 유스리빙랩(Changemaker Youth livinglab 이하 CYL)은 만19세에서 34세까지의 청년들이 참여하는 사회혁신 역량강화 프로그램입니다. 사회혁신과 그 방법론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도출한 솔루션을 실행해 보는 팀 활동이 진행됩니다.

CYL은 2020년 1기 사업이 추진되었었고, 씨닷은 2021년 2기 사업을 맡은 새로운 운영사로 선정되어 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CYL 2기를 진행했던 씨닷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유사한 프로젝트를 기획, 운영하려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려는 목적으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시민이 참여하는 사회문제 해결형 사업을 추진하려 할 때 고려해야 할 점, 씨닷이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졌던 어려움과 고민을 나누면서 누군가의 손에서 더 나은 프로그램이 탄생하기도 기대해 봅니다.

사업개요

  • 과업명 : 2021 체인지메이커 유스리빙랩 2기
  • 사업기간 : 2021년 10월 — 2022년 2월
  • 참여대상 : 사회혁신 및 리빙랩 활동에 관심이 있는 만 19–34세 청년 30명
  • 추최 : (주) 서부발전, 행정안전부
  • 주관 : 한국사회복지협의회
  • 씨닷의 운영 내용
    - 사회혁신 교육 및 리빙랩 운영
    - 참가자 모집 및 선정
    - 사업 발대식 및 수료식 기획 및 운영
    - 사회혁신의 이해 및 방법론 교육
    - 리빙랩의 이해 및 리빙랩 실험 실행 지원
  • 프로그램 내용

기획하기 : 참여자의 필요와 사업의 목표를 정렬해보기

CYL 2기 사업을 잘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 사업이 가진 조건과 구조 그리고 사업적 목표를 이해하면서 이를 참여 대상의 수요와 필요에 맞게 다듬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사업 설계의 출발이 실제 청년의 목소리로 부터 시작되면 좋겠지만 용역사업의 수행자로서 이 사업이 이미 가지고 있는 사업적 틀을 많이 변화시키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그 틀을 유지하면서도 참여자들이 원하는 경험 혹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발견하기 힘든 새로운 경험을 전달 할 수 있을까 또한 그러면서도 사업이 본래 가진 목표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업의 PM을 맡은 고래(송하진연구원)과 밤(민수진연구원)은 사업의 본격적 수행에 앞서 간단한 내부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이 고민들을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CYL에 참여할 청년들은 이러한 유형의 사업(교육과 실행이 결합된 팀 프로젝트형 과정)에서 어떤 어떤 경험을 하기 원할까?’

‘청년들의 필요를 제공하기 위해 사업적으로 준비되어야 할 점(물리적 지원, 내용적 지원, 씨닷의 마인드)은 무엇일까?’

만19~34세 라는 물리적 조건으로 정의된 대상의 필요를 파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자칫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특별함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아주 특정한 대상의 필요를 고려하다가 참가자들의 다양성, 사업의 확장 가능성들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고래와 밤은 우선 이 사업에 관심을 가질 만한 청년들의 특징을 생각하면서 이들이 왜 CYL에 관심을 가질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면 어떤 활동에서 만족감을 가질지 생각해 봤습니다.

각자가 떠올릴 수 있는 참여자들의 상황을 상상해 보았는데요.

예를 들어

‘사회혁신이란 단어, 리빙랩이란 단어는 낯설지만 경력에 도움이 될 대외활동을 찾고 있는 사람’

‘사회변화를 만드는 방법론에 구체적 관심을 가지고 학습의 욕구를 가진사람’

‘다양한 대외활동을 경험했지만 그 활동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

등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조건들을 떠올려 보면서 이런 사람들이 가진 필요가 무엇인지, 프로그램에서 어떤 것이 제공된다면 만족감을 느낄지 브레인스토밍 해보았습니다.

상상하는 상황에 딱 맞는 사람을 인터뷰 하고 그 결과를 정리해 보아도 좋겠지만 우리가 가진 시간과 자원의 한계가 있었기에 고래와 밤 서로가 이 상황의 사람이라고 몰입하며 상상하고 서로를 인터뷰 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이 ‘내가 그 상황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먼저 감정을 이입하고, 다른 사람이 ‘이 사업을 어떻게 아셨어요?’, ‘왜 참여하려고 마음을 먹으셨나요’?, ‘사업에 참여하면서 가장 만족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등과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자연적으로 나오는 대답들을 빠르게 적어 정리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실제 인터뷰는 하기 힘들지만 대상에 대한 생각을 유추해보고 싶을 때 유용한 방법입니다.

이 워크숍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각자가 상황에 몰입할 수 있는 충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상상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이해해서 이야기 하기보다는 이입된 상황에 대해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말들을 거르지 않고 이야기 하면서 나온 날것의 언어들을 중요하게 생각해야합니다. 주로 잠재적 참여 대상자들의 조건과 더 가까운 20대의 밤이 인터뷰이로 참여하고 사업기획과 운영의 경험이 더 많은 고래가 인터뷰어로 적절한 질문을 던지면서 인사이트를 모아갈 수 있었습니다.

수요자 입장에서의 필요와 만족감을 느끼는 요소를 파악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급자 입장에서 씨닷은 참여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기 원하는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회변화에 대한 열망이나 욕구는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학습이나 실천의 경험이 필요한 이행기의 청년들이 그 열망과 욕구를 유지하고, 나아가 이후의 삶에서 더 많은 실천을 펼치며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경험도 정리해 보았습니다.

워크숍을 통해 도출한 CYL의 핵심 경험과 이를 제공할 프로그램 요소
위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CYL의 경험제공 방향

이 과정을 통해 CYL이 ‘마음이 통하는 다양한 청년이 모여, 알아가는 기쁨과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며 함께 세상에 도움이 되는 성취를 만들어간다'는 내부적인 목표를 정리하고 이를 프로그램 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전략과 방향성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도출된 사업의 전략적인 부분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전략을 고민하기 : 구상한 것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함

A. 현장 중심의 경험, 실천을 펼치고 있는 전문가 멘토진과 참가자들의 협업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 사회변화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1) 교육을 중심으로 워크숍등의 탐색과정을 통해서 사회변화 아이디어까지 도출해보는 프로그램과 2)직접 해보고 싶은 활동을 팀단위로 지원해서 실행해 보는 공모 성격의 사업으로 나뉘어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1)의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디어까지는 도출하지만 그 실천을 경험해 보지 못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들이 아이디어로 그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2)의 프로그램은 사전에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있어야 하고, 함께 할 사람들을 알고 있지 않으면 참여자체가 어려운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실제 CYL 1기도 좋은 교육과 워크숍이 제공되어 성장하는 기쁨이 있었지만 도출한 아이디어는 실제 현장에서의 실천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듣는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정도로 만족해야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2기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여 ‘거창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는 작더라도 의미있는 실천의 아이디어를 도출해서 현장에서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는 리빙랩의 사이클을 꼭 한 번 이상씩은 경험하게 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CYL에서 도출한 아이디어가 현장에 연결되어 실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실질적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 분들을 멘토로 초청하였습니다. CYL의 멘토들은 각 주제의 전문가 일 뿐 아니라 현장의 활동가로서 실천의 경험을 전수해 줄 수 있었고, 아이디어가 도출 되었을 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해 줄 수 있었습니다.

B. 팀 활동의 효과를 극대화 : 씨닷의 코칭기능을 강화하고 성찰, 회고의 중요성을 강조함

CYL 2기에 참여한 참여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2개까지 선택하여 지원하고 팀 구성은 각자의 지원서와 경험, 지망하는 주제를 고려해서 결정되었습니다. 첫 모임에 나오면 낯선 사람들이 앉아있고, 이들과 팀웍을 형성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주어진 3개월의 시간은 결과를 만들어가기에도 빠듯한 시간입니다. 저희는 이러한 상황을 상상하면서 어떻게 하면 참여자 각각이 이 활동에 빠르게 적응하고 팀 워크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기획을 하면서 많은청년들이 팀프로젝트 흔히 ‘팀플’이라는것에 호의적인 반응 가지고 있지 않음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수업시간의 팀플 기억은 코메디의 소재가 될 정도로, 대부분 책임을 떠맡거나 팀웍이 발휘되지 않은 기억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짧은 기간 성장하고 적정한 성과를 도출하여 성취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함께하는 협력의 경험이 잘 디자인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CYL 2기는 5개의 주제별 5개의 팀이 팀 프로젝트를 통해 리빙랩을 운영하게 되는데, 그 팀별로 각각의 씨닷 연구원이 매칭되어 팀운영에 대한 코칭을 함께 진행하도록 하였습니다. 사업의 제안요청 안에는 코치라는 포지션이 없었지만 협력의 경험을 더 낫게 만드는 촉진자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코치를 팀장과 같은 역할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한 발짝 뒤어서 활동을 지원하고 밀어주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멘토도 있고 코치도 있는 상황에서 각 팀들이 이들에게 이끌려 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성을 가지고 활동하며 멘토, 코치 모두 각각의 전문성을 통해 더 나은 활동경험과 결과 도출을 위해 지원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 주도성을 부여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성찰' 그리고 ‘회고'라고 생각합니다.

CYL 2기 기간동안 하루단위의 활동 혹은 전체 프로세스를 돌아보며 자신의 위치와 팀의 활동을 돌아보는 회고와 성찰의 시간을 주기적으로 가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참여자들은 이 활동을 통해서 우리의 현재 위치와 앞으로의 일정등을 객관화 하여 바라보면서 누군가의 주도로 끌려가는 활동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그 과정에서의 내역할, 팀의 활동을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팀 활동의 기대, 역경, 극복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해 고민하는 활동
첫 날 프로그램을 마치고(21.12.4) 나의 오늘 하루를 여정 맵으로 표현해 보는 활동
프로젝트의 마지막 날(22.2.10) 팀이 걸어온 전체 여정에 대한 여정 맵 그려보기

C. 실천을 통한 학습, 학습을 통한 실천의 루프 만들기

‘교육’의 의미가 단지 교수자와 학습자간의 일방향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이미 널리 확산되었고, 실천을 통한 학습. 실행을 통한 성장을 할 때 그 효과가 크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CYL과정은 이론은 빠르고 핵심적인 내용 중심으로 학습하고 이를 직접 빠르게 실천하여 실험하고 다시 학습하고 실천하는 과정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첫 시간 부터 ‘우리는 빠르게 실패할 것이고, 그 실패로 부터 배워 다시 도전할 것이다'라는 부분을 많이 강조했는데요. 그 덕인지 정말 초기에 냈던 아이디어를 실천하다 실패하는 팀들이 나왔고 그 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모두 그 실패가 없었다면 배울 수 있는 더 많은 것을 놓쳤을 것이라는 평가를 해주었습니다.

새로운 과정들이 낯선 비 전문가로서 필요한 교육들과 학습의 과정이 있지만 동시에 리빙랩 과정으로서 실천을 해보지 않는 다는 것은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이 과정을 물리적으로 구분하면서도 동시에 진행이 될 수 있도록 구조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초반 5주의 과정은 ‘학습'이기도 하지만 ‘이미 내재 되어있는 시민성의 역량'을 일깨워 나가는 과정이라고 이름 붙여보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혁신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역량이 있지만 그 역량을 발휘하며 살 기회가 적기 때문에 일관된 방향으로 그 힘을 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첫 5주의 과정을 통해 그 감각들을 깨우고 문제에 몰입하면서 동시에 현장에서의 목소리를 수집해 현재 상황에서 적용가능한 솔루션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과연 기획단계에서의 이러한 설계 내용들은 참여자들의 실제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생각한 것 만큼 개인의 성장 경험도 만족스럽고 팀의 결과도 서로가 수용할 수 있는 퀄리티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을까요?

다음으로 이어지는 글을 통해 CYL 2기의 과정과 결과, 참여자들의 만족감 등에 대해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글쓴이 : 송하진(고래)

씨닷의 연구원입니다. 질적연구자이자 사회혁신의 촉진자로써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기반으로 변화를 만들어가기 원하는 다양한 주체들을 위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교육과 워크숍을 통해 방향을 함께 찾아가기도합니다. 당사자들의 참여를 통한 연구를 진행하고 당사자 커뮤니티가 수용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가는데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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