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닷레터 #0] 씨닷은 실험중입니다.

Sunkyung Han
C.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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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in readJun 30, 2021
출처: unsplash

씨닷은 그간 늘 우리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과 우리의 관계에 얽힌 이야기를 ‘행사’ 혹은 사업 밖에서 다른 형식으로 소개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뉴스레터 발송을 늘 꿈꿨지만 , 쉽지 않더라구요. 그런 가운데 2021년을 맞이해 드디어 씨닷 레터를 발송할 수 있게 되었어요. 첫글로 제가 해야할 일이 뭘까 고민이 많았는데 2021년의 씨닷의 모습을 보여주는 변화들이 왜 생기기 시작했는지 알려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제 시작해봅니다.

들어가며

2021년 기후위기 담론을 거쳐 코로나를 1년 넘게 겪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시스템이 그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는 코로나 이전에도 많았습니다. 특히 이상 기후로 인한 재난과 같은 사건들이 매해 더욱 더 자주 그리고 더 큰 규모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 혹은 기후 재난 속에서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한 논의가 커져야 한다는 고민이 커질 무렵, 우리는 코로나 19 위기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태어나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이 기이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재택이 업무의 기본 형태가 되고, 줌을 통해 회의하고, 항상 마스크를 끼며, 해외여행이 사라졌습니다. 코로나의 위기가 1년을 훌쩍 넘어 장기화되는 지금 씨닷은 ‘연결을 통한 변화’라는 미션을 ‘포용적 사회를 향한 시스템전환을 위한 센스메이킹 플랫폼’으로 좀 더 길고 구체화된 방향을 가지고 추구하고자 합니다.

인류는 결정적 선택의 순간에 도달했다. 지구와 호혜적 균형을 이루면서 평화, 아름다움, 창조력, 물질적 만족, 그리고 영적 풍요라는 오랫동안 부정돼온 인간의 꿈을 이루는 것은 우리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 꿈을 실현하려면 우리를 그 꿈에서 멀어지게 했던 현재의 문화, 제도, 그리고 사회인프라의 깊고도 신속한 변화가 필요하다.’ — 데이비드 코튼 리빙이코노미즈포럼 대표, 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앞으로 뉴스레터를 통해 ‘포용적 전환’을 위한 씨닷의 여러 사업과 실험을 소개하게 될텐데요. 그에 앞서 어떤 계기로 씨닷은 이러한 방향 설정을 하게 되었는지 그 계기 속에서 우리가 찾아낸 질문은 무엇이었는지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Section 1. 연결을 통한 사회적 변화에서 시스템 전환을 위한 센스메이킹 플랫폼

연결이 향해야 할 방향을 좀 더 뾰족하게 만들다

우리의 질문: 2021년 씨닷은 어떤 비전을 향하고 있나요? 연결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요?

씨닷은 ‘연결’을 통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장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이때 연결은 학습과 공감, 그리고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국제적인 연결’은 학습의 욕구를 높이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태도와 기준을 넘어서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영감을 가져다주는 것이었고, ‘기존’의 경계를 넘어선 만남과 관계 자체가 각자에게 주는 확장적 감정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활동 속에서 한국사회는 2016년 집합적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수백 만의 사람들이 주말마다 거리로 나와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문제와 목표’을 넘어선 사회 전체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들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습니다. 씨닷도 개인으로 조직으로 그 질문에 함께 했고, 2016년 ‘삶의 재구성’에서는 ‘위계 없는 조직’을 이야기하고 아시아 청년들의 정치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습니다. 그리고 2017년 미래혁신포럼에서는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혁신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무대가 아니라, 플로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습니다. 무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얻었던 때와 달리, 참가자들은 깊은 현실에 대한 고민 속에서 실질적이고 분명한 질문을 무대를 향해 던지고 있었습니다. 사회 전체가 새로운 경험을 함께 하게 되면서 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성할 세대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새로운 질문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질문의 등장’을 무대가 아닌 플로어에서 목격하고 우리는 이 질문에 응답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우리 사회 전체가 전환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과 관련되어야 한다고 당시는 막연하게 생각했었습니다.

내용만이 아니라 형식과 방법이 바뀌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다가 씨닷은 ‘언서페’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언서페는 ‘예기치 않은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대화의 장’입니다. 2018년 언서페를 통해 ‘다양성’에 대해 경험할 수 있었고, 이 ‘다양성’이 동의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행동으로 추구하는 가치로 드러나기를 기대하며 ‘포용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포용성’을 담고 싶다는 고민을 하던 차에 ‘지원주택’이라는 모델을 만나게 되면서 ‘모-두를 위한 도시’라는 컨셉으로 언서페를 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보려고 했던 변화에서도 변방이었던 영역과 그 영역 속에서 외롭게 하지만 아름답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만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포용적 사회에 대해, 사회의 전환에 대해 그리고 그 전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과정과 실험 중 ‘대화를 통한 공동의 이해’로서 센스메이킹의 역할을 더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이 경험은 씨닷에게 ‘중요한 가치’를 분명하게 만난 사건을 넘어 씨닷 멤버들에게 ‘전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씨닷은 조직과 사업에서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을 시작했습니다. 포용적 전환을 위한 논의들에 서슴없이 뛰어들어서 학습하고, 당사자들과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고, 이를 통해 문제를 새롭게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솔루션을 고민해보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씨닷은 ‘생태문명적 전환’을 주제로 서울혁신주간을 기획했고, 시스템 사고와 미래 리터러시를 중심으로 한 ‘미래전환캠퍼스’를 디자인하고 설계해 시범사업도 도왔습니다. 암경험자들의 지역사회 복귀를 위한 새로운 미션 수립을 위해 시스템 매핑에도 참여했습니다. 지원주택 당사자 생애를 시스템적인 관점을 도입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씨닷은 우리가 만들어낸 자리가 ‘포용적 전환’을 위한 자리가 되길 기대하며 지속적으로 그 이야기를 공유해보겠습니다.

Section 2. 조직적인 실험 이야기 : 코로나 19속에서 시작된 실험

실험은 해보는 것을 넘어서 (최선을 다해) 해보는 것

씨닷을 설립했을 때, 우리가 하려는 ‘일’도 중요했지만, 그 일이 우리의 행복을 돕는지도 동일하게 중요했었습니다. 당시 사회적협동조합을 허용하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통과 하는 정책 환경의 변화 속에서 씨닷 또한 조합원들이 주인이 되어 직접 운영하는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았어요. 조직이 멤버의 행복을 돕기 위해서는 ‘위계’적인 조직이 아니라, ‘수평적인’ 조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법적인 형식을 떠나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조직과 커뮤니티에 대한 탐구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씨닷이 MTA를 직접 다녀오고, TA(팀 아카데미) 관련 정보를 보고서로 정리하고, 열린 협동조합으로서 ‘엔스파이럴’을 살펴보게 된 이유도 ‘수평적인’조직, ‘함께 소유하고 운영하는’ 조직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리듬 속에서 돌보는 조직으로

학습과 탐구, 교류의 여정이 직접적인 조직적 실험이 되고 특히 ‘일상적’ 실험이 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미래의 일’과 관련된 연사를 초대하고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조직 내에서 일상적 실험의 구조를 가져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2020년 조직의 문화와 리듬을 만들기로 약속하며 1:1 피드백 타임과 체크인을 시작했는데, 시작할때는 다들 이게 과연 어떻게 진행되고 효과가 있을지 반신반의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19’가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1:1 피드백과 달리 체크인은 그 역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설연휴가 마무리된 후 갑작스럽게 전국을 휩쓴 코로나 19의 위기는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함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확진이 된다는 뉴스가 등장하고, 아이들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도 가지 않고 집에서 24시간을 보내기 시작했고, 재택 외에는 선택할 것이 없는 매일이 었습니다. 마트에 가기도 두려워 온라인 배송을 선택했습니다. 사람을 마주하는 것도 두렵고 가족들 간의 교류도 모두 통화등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침 ‘체크인’은 유일하게 서로를 모두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10시면 노트북 앞에 모여 어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오늘은 어떤 기분인지를 나누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화면에 등장해 아이들끼리 안부를 묻기도 했어요. 2020년 ‘휴일’이 아니면 월화수목금 매일 아침 10시가 되면 노트북 앞에 앉아 오늘 하루를 어떤 기분으로 시작했는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 체크인이 어떻게 도움이 되고 정말 필요한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2020년 우리가 스스로를 지탱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진심의 마음을 지키는 기회가 ‘체크인’에서 시작되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함께 음악을 듣고, 책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하루하루 직접 만나지 못하지만, 만나기를 고대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던 시간이었습니다. 나눌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했다가도, 오늘은 하루 건너뛰고 싶다 하다가도 동료가 나눠주는 오늘의 기분을 듣고, 에피소드를 듣다 보면 어느새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의 기분도 자연스럽게 도닥여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경험은 10월 ‘미래의 일’이라는 포럼을 기획하면서 ‘돌보는 조직’으로 우리 스스로를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돌봄’이라는 렌즈로 우리를 살펴보면서,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은 사람’만이 돌보는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모두가 돌봄을 받을 수 있고 돌봄을 제공할 수있다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변화되어 갔습니다. 돌봄은 단선적이거나 일방향적이지 않으며 상호적이고, pay it forward 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돌봄은 ‘도움’을 주겠다는 의지나 선택에 앞서 ‘스스로가 되는(be oneself)’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체크인이 씨닷 내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만나지 못하는 가운데 오해도 쌓이고 소통의 시간도 늘어나고 업무 효율도 왠지 떨어지는 것 같고, 그 외에도 각자 말 못할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매일 매일 서로를 만나는 시간이 있었고, 서로의 이야기 들어보는 시간이 있었기에 그 어려움을 헤쳐가는데 체크인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체크인’을 통해 매일 서로를 돌보는 리듬을 연습해 볼 수 있었고, ‘체크인’ 덕에 한번 더 나아가 또 다른 실험을 시도할 마음과 용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2021년 씨닷은 ‘수평적 조직’에 대한 방향성에 돌보는 조직과 학습하는 조직이라는 방향도 덧붙이게 되었습니다.

‘수평적 조직에서 돌보는 조직, 학습하는 조직으로’

우리는 1년에 2회 리트릿(retreat)을 진행하고, 임금위원회를 두어 투명하고도 합의에 따른 임금함수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조직과 개인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주 35시간이 가능한지 실험해보고 있습니다.

리트릿: 매일매일이라는 리듬과 6개월이라는 리듬

리트릿은 6개월이라는 리듬 속에서 각자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함께 돌아보는 시간이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함께 경험하는 회고의 시간이자 자신과 서로를 새롭게 만나면서, ‘씨닷’의 멤버로서 다음을 함께 그려보는데 도움이 될거라거 기대합니다.

임금위원회와 임금함수

씨닷에서 ‘연봉’은 물을 수 없고 알 수 없는 비밀이 아닙니다. 서로가 얼마를 받는지 알고 싶다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답니다. 임금은 조직과 당사자가 협의해 결정해왔지만, 그 결과에 대해 내부구성원의 이해와 동의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해 연봉을 얘기하는 시기가 올때마다 고민스러웠습니다. 사측과 노동자 측이라는 방식으로 만나 서로를 평가하고, 일하는 마음을 저울질하는 방식이 사라지지는 않더라구요. 함께 운영해나가는 조직이라면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한다면 개별적인 협상이 아니라, 서로가 합의한 어떤 계산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고민하고 있던 것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대표인 제가 스스로 공부도 하고 만들어도 보았어요. 하지만 정답을 주는 함수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함수 내 변수들을 합의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2021년 을 시작하며, 함께 만들어보자고 용기내어 제안했고, 이를 계기로 임금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임금함수을 만드는 과정은 정답과 같은 함수나 모두가 동일하게 만족하는 함수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여’에 대한 각자의 생각은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측정해나갈지 등 우리만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우선화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버퍼(buffer)처럼 해낼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계속해서 함께 만들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실험은 결과를 알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자 그 과정과 결과에서 지속적으로 학습하고자 하는 노력이 아닐까 합니다. 이 실험이 우리에게 가져가 줄 학습과 경험이 앞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이렇게 오늘의 체크인을 하고 내일의 체크인을 기다립니다.

  • 씨닷뉴스레터 준비팀 (Eun-Youngyoung, @woojung.kim, 윤지수) 덕에 이 글을 쓸수 있었어요. 팀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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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kyung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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