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닷레터 #0] 안녕하세요 씨닷입니다.

Woojung Kim
C.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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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min readJun 30, 2021
[2019년 겨울과 봄 사이 제주도 팀 빌딩 트립 중_ 학습하는 조직, 씨닷 by 줄리]

씨닷은 다양한 환경과 분야에서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위해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활동하고 있는 좋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씨닷은 이 좋은 사람들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또 서로가 만나 함께하면 분명 의미 있는 일들이 생겨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씨닷은 이 좋은 사람들이 함께 만나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자주, 많이,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씨닷의 연결이 시작되었습니다. (한선경, 씨닷 대표)
- 2018년 임팩트 리포트 중에서 -

안녕하세요, 줄리예요.
씨닷이 뉴스레터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2018년 임팩트 리포트’를 기획하기로 하고 씨닷에 첫 문을 두드렸을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앗!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제 컴퓨터에 고립된 채 지내고 있는 슬픔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 >.<) 씨닷 멤버 한 사람 한 사람과 씨닷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서 나와 같은 세상을 살고 있지만 다른 공기를 마시고 있던 씨닷의 삶이 점점 더 궁금해졌고 씨닷이 마시고 있던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싶었습니다. 그 공기를 마시고 나서는 감동의 ‘울컥’이 있었는데요. 그때 그 주변에 흐르던 기류를 여기에 다시 끄집어내 보려고 합니다.

줄리: 안녕하세요 선경과 샘! 씨닷이 연결의 가치와 힘을 믿으며 걸어온 세월이 어느덧 8년이 되어가네요. 제가 3년 전 씨닷을 만난 후 변함없이 듣는 것은 ‘우리는 어떤 연결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씨닷이 만들어가고 있는 연결 그리고 그 의미 있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어보고 싶어서 인터뷰를 요청드렸어요. 먼저 요즘 두 분이 가장 꽂혀있는 키워드를 가지고 자기소개 하면서 시작해볼까요?

선경: 요즘 가장 꽂혀있는 키워드는 성장이라는 단어인데요. 특히 개인의 성장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에요. 사실 코로나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씨닷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어요. 긍정적인 변화를 이야기하자면, 새로운 영역의 사업이 늘어나다 보니 같이 하는 멤버들이 많아졌고요. 그러면서 대표라는 제 역할이 계속 변화되고 있는 것을 느껴요. 기존의 능력에서 새롭게 더 요구되는 능력도 발견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그 프로젝트들을 관리하고 조직에 대한 생각도 기존보다 깊게 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실무를 덜 하게 되는데요. 보통 실무를 해야 성장감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이 덜해지다 보니 성장감을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하는듯해요. 그래서 언제 어떻게 성장감을 체감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요즘 하고 있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BTS’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예전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최근에 딸 아이가 동요를 좋아하다가 가요를 좋아하는 단계로 진입 하면서 딸 아이와 함께 BTS를 매일 한 편 이상 보고 있는 것 같아요. 하루는 문득 BTS가 가진 철학과 기획사가 BTS를 어떻게 브랜딩 하는지 궁금해서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았어요. 왜 BTS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게 되었는지,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각 개인의 특징은 무엇인지 등 스스로 질문을 계속해가면서 생각의 퍼즐들을 맞춰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아마도 씨닷이 청년 그리고 자립과 관련된 연구를 하다 보니 BTS가 이야기 하는 것이 10대의 눈높이에 맞춘 한 인간의 성장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에 공감을 한 거죠. 사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무지 화려한 것을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BTS 멤버의 캐릭터를 살펴보면 각 개인 모두가 우리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소위 취약성이 두드러지는 인물들 같아요. 이런 면에서 지금 씨닷이 연구로 만나는 분들도 개인마다 고유한 캐릭터가 있는데 어떤 면에서는 BTS 멤버들과 겹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줄리: 이야기를 들으면서 선경이 개인의 성장에 관심이 있는 요즘이라고 했는데, BTS도 그런 맥락에서 관심 있는 키워드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한 가지 조금 더 궁금해지는 것이 있는데요. 취약성이 두드러지는 사람을 젊은 친구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 한 이유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시겠어요?

선경: 쉽게는 ‘나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공감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우리도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우리 자신을 알기가 어렵잖아요. 꿈은 그려보는데 어떻게 그 꿈에 도달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 사회는 너무 큰 것 같고 그런 상황에서 모든 인간은 자신의 취약성을 극복하는 과정을 가지게된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흘러간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고민도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관계들이 있어서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그 안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조금씩 이겨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사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하는 이야기 방식은 파워가 센 사람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고, 뭔가 부와 권력을 누리며 하는 행동들을 빛나게 한다거나 아니면 오히려 반대로 그런 모습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크게 내는 방식이라면 BTS는 달라요. BTS의 멤버 한 명 한 명의 캐릭터가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의 아이, 부모의 과한 욕심으로 자신의 인생이 컨트롤 되었던 인물, 어떤 트라우마가 지배적으로 존재하는 아픔을 겪는 식의 내가 어릴 적 겪었던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들을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해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거든요. 그래서 공감을 크게 얻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줄리: 샘은 어떤가요?

샘: 씨닷이 BTS를 덕질 하는 것으로 보이면 곤란한데요.(웃음) 근데 저도 요즘 BTS에 빠져있어요. 선경과 조금은 비슷한 이유이기도 하고 조금은 다른 이유이기도 해요. 저는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전 ‘아미’에요 (웃음). 사실 저는 BTS 전에 슬릭이라는 가수 때문에 이미 덕질 세계에 입문했는데요. 느끼시겠지만 저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이 좋고, 그것을 자기 이야기로 풀어내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슬릭이나 BTS가 맞고요. 처음 BTS를 알게 되었을 때는 기대 하지 않았는데 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언급하고 지지하는 거예요. 그래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그들의 가사를 직접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아닌데 뭐라고 이야기할까.. 음악으로 사회 운동하는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제가 더 지지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선경 딸 지아를 핑계로 선경과 BTS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즐거운 것은 덤이죠. (웃음)

줄리: 저도 왠지 곧 BTS 세계에 빠져드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제 씨닷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씨닷하면 ‘사회혁신의 연결’ 이미지가 바로 떠오르는데요. 씨닷의 연결의 의미는 무엇인지 이야기 들려주실래요?

선경: 줄리가 임팩트 리포트에 써준 ‘보이지 않는 깊은 인터랙션(Interaction)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어요. 얘기하자면 일반적인 소개보다는 더 깊은 만남을 기대하는 연결인 것 같아요. 훌륭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우연하게 만나게 해주기보다는 씨닷의 만남에서는 하나의 가치로 서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요. 저희가 무엇을 하드하게 준비를 하거나 혹은 준비를 시키거나 하는 것은 아닌데요. 그저 그 이야기 장 자체에서 서로 이해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디자인하는데 초점을 맞추죠. 그래서 사람들이 그 자리에 오면 ‘이전에 만난 적 없는 사람인데 만나도 괜찮은 거구나’, ‘뭔가를 같이 해봐도 되겠구나’라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연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샘: 저는 씨닷이 진짜 다양한 방식의 연결 그리고 다양한 분야를 서로 연결하는 것을 많이 해온 것 같은데요. 즉, 기관 간의 협력, 새로운 이야기 관점을 소개하기 위한 연결, 사람과 사람과의 연결 등 이러한 것들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해왔어요. 근데 요즈음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연결 다음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것을 통해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것 같아요.

줄리: 그렇게 연결되어 씨닷의 네트워크가 된 기관이 80여 곳이 넘는다고요. 그 모든 분을 다 애정 하겠지만 그래도 특별한 인연이 있어 소개하고 싶은 기관이 있다면요?

선경: 진짜 너무 많은데요. 개인적으로는 제 삶의 새로운 챕터를 열 수 있도록 지지해준 씨닷의 해외 어드바이저 분들이에요. 사적인 친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씨닷의 교류 측면이나 씨닷에 대한 마음을 생각해보아도 태국 Change Fusion의 Sunit Shrestha(수닛 슈레스타), 인도네시아 Instellar의 Romy Cahyadi(로미 카하디), 홍콩 Make a Difference Institute, Good Lab의 Ada Wong(에이다 웡) 이 세 분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특히 씨닷은 아시아의 사회혁신 교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아시아 네트워크를 빌드업할 때 큰 지지와 도움을 주었어요. 그리고 조직적으로 저는 돌봄의 조직 형태와 씨닷 멤버 각자가 스스로 이루고 싶은 미래의 방향성을 그려나가는게 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이 것에 영감을 가장 많이 준 분이 Enspiral의 Susan Basterfield(수잔 바스터필드)인데 제가 의지를 정말 많이 해요.

사실 어제 수닛이 저와 처음 만났을 때의 사진을 보내와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요. 2012년 수닛을 제가 하는 행사에 초대하기 위해 아주 정성스러운 메일을 썼던 적이 있어요. 그때 수닛이 뭔가 감동 받았는지 만나서 이야기하기를 ‘네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 물으면서 ‘지금 너의 포지션, 네가 하고 있는 일 생각하지 말고 이 네트워크를 가지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해봐라.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도와주겠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몸담고 있던 조직의 그 누구에게도 한 번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죠. 제가 하는 일이 어찌 보면 그냥 국제행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그 이면의 추구하는 가치는 잘 안 보일 수 있는 일인데 이것의 핵심이 무엇인지, 제가 어떤 마음인지 가장 빠르게 이해하고 읽어주었던 친구예요. 로미도 수닛과 같은 존재이고 에이다는 큰 언니 같아서 제가 무척 좋아하고요. 모두 씨닷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장 많이 이해하고 있고 그래서 씨닷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죠.

샘: 저는 씨닷에서 일하면서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을 통해 만났던 기관이나 사람들을 가장 애정 해요. 특히 ‘모-두를 위한 도시’를 했던 2019년에는 그동안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영역의 활동가들을 많이 만나는 기회를 가졌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행사였고, 씨닷도 네트워크가 한 단계 더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특별히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ANYSE 2017년에 교육 주제로 이야기 장을 펼칠 때 ‘우페 엘벡’을 기조 연설자로 초대했어요. 우페 엘벡은 덴마크 전직 문화부 장관이었고, 국회의원이자 대안당 대표였으며 혁신학교 ‘카오스필로츠’ 설립자에 또 기업가 등 수식어가 어마어마하게 붙는 분이에요. 특히 ‘카오스필로츠’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학교였는데 이렇게 일을 통해 만날 기회가 생겼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나의 관심사가 일을 통해 발현되고 그게 또 서로에게 좋은 연결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겪으면서 뭔가 묘한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이 분을 초대하는 과정에서 씨닷에게도 너무 감사했는데요. 제가 이 분을 너무 초대하고 싶어 하니까 내부에서도 함께 노력을 많이 해주셨어요. 사실 이 분이 아니면 다른 분을 초대하면 될 일인데, 하나하나 어려운 조정을 같이 해나가며 꿈을 이루게 해주었던 상황이 아직도 마음에 많이 남아있어요. 이렇게 씨닷에서 일하면서 제 관심사가 빛을 발하게 될 때가 있는데요. 최근에도 저의 팬심으로 슬릭을 초대해 모시는 과정에서 이야기 나누고 인증샷도 남기고 했죠. 그러고 보니 씨닷 덕을 많이 보고 있네요. (웃음)

줄리: 저희가 왜 2018년에도 임팩트 리포트를 만들려고 이렇게 인터뷰를 했잖아요? 그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달라져서 씨닷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 언어도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금 씨닷이 겪고 있는 변화가 있다면 이야기 해주세요.

선경: 2018년까지는 국제적 논의 소개 또는 교류가 씨닷의 핵심 사업이었어요. 이후 ‘모-두를 위한 도시’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던 2019년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이 그 마중물이 되어 국내 기관들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이런 방향성을 2018년도에는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지원주택’이라는 키워드를 만나 이야기를 펼쳐 나간 과정이 굉장히 중요해지게 된 거죠. 씨닷이 이전에는 ‘국경을 넘어서는 연결’이었다면 ‘지원주택’을 만나고 나서는 어느새 ‘경계를 넘어서는 연결’로 더욱 확장될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아요. 이런 과정을 경험 하면서 사회혁신의 나선형 모델에서 이야기하는 마지막 단계의 시스템 변화의 중요성을 공감하게 되었고 씨닷 내부적으로도 서로 동의가 되어가는 과정을 가졌죠. 사실 씨닷은 사회 시스템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에 더욱 집중했는데, 지금은 우리가 하려고 하는 연결이 궁극적으로는 시스템적 전환으로 가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고 그러기위해 필요한 센스메이킹(sense-making)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오게 된 거죠. 이런 생각까지 오게 될 줄은 사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그러고보니 씨닷이 이런 내용을 시도하려고 힘을 모은 용기의 크기도 엄청 변화된 거네요.

줄리: 코로나로 인해 타격은 안 받으셨나요? 어떻게 코로나 상황을 타개해나가고 있는지 궁금해요.

샘: 사실 저희는 코로나 상황이 시작될 무렵 아주 빠르게 재택 근무로 전환했어요. 다행히도 재택 근무와 유연 근무를 이전부터 종종 해왔기 때문에 그래도 조금은 순탄하게 시도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매일 재택근무가 지속되니 낯선 부분도 있고 어려운 부분도 존재하긴 했지만요.

그리고 저희가 국제 행사를 많이 해왔는데 현장에서 진행한 행사들이 많이 사라져서 사람들을 초대하고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지 못했어요. 그게 많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계속해서 연결을 유지하려고 노력을 했고 사실상 연결이 계속 되었죠.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씨닷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친구들이 코로나 전에는 한국에 올 일이 생기면 저희와 만나서 소소하게 워크샵을 하면서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는 기회를 계속 만들어 나갔는데 이제는 큰 규모의 행사나 분명한 이유나 계기가 없는 이상 만남이 어려워진 거죠. 그래서 예기치 않은 자연스러운 교류를 할 기회들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많이 아쉬워요.

줄리: 온라인으로 태세 전환을 빨리할 수 있었던 씨닷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선경: 사실 저희가 하고 있는 연결이 꼭 오프라인이라서 중요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예를 들면 씨닷은 행사에 누군가를 초대하기 이전에 그 사람에 대한 리서치도 하고, 이후 온라인으로 만나서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람의 삶과 철학에 대한 이해도 하면서 친분을 두텁게 만드는 과정을 해왔어요. 그래서 어떤 행사를 기획 하더라도 이런 보이지 않는 연결의 가능성의 방식이 불이 붙는 방식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오프라인으로 행사를 하는 것은 이제 어렵죠?’라고 물을 때 저는 오히려 온라인으로 아쉬울 수는 있지만,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경험적으로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교류의 가치는 꼭 직접 만나야만 되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동시에 여러 나라의 케이스들을 만날 수 있어서 더 좋을 수도 있죠. 저희는 온라인을 준비할 때 현재의 조건 안에서 만남의 필요성을 어떻게 만들고, 그 가치는 어떤 식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 유연하게 생각하며 만들어온 것 같아요. 그래서 오프라인 중심의 대규모 행사를 온라인 행사로 갑자기 바꾸어야 하는 상황에도 큰 부담으로 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면 만나면 되고, 만나면 우리는 분명히 할 이야기가 있고, 만나면 서로를 이해하고 더욱 격려할 수 있고, 그것이 또 서로에게 긍정적인 그다음을 생각하게 할 기회를 줄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죠. 그러니깐 우리는 원래 하려고 했던 연결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줄리: 국제 행사 외에도 다른 실험 혹은 시도를 하고 있죠. 잠깐 소개해주시겠어요?

선경: 씨닷이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을 좀 더 분명하게 알게 된 시기 같아요. 사회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는데 지금 우리는 어떤 변화를 시급하게 고민해야 하는 환경 속에 있나 했을 때, 우리는 모두 코로나를 경험 하면서 기후위기 문제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죠. 이 문제는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시스템의 한계를 기본적으로 잘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이제는 시스템적 접근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만나지 못할 것 같았던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어떤 사안에 대해서 편하고 안전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서로 이해하고 공감할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분명해진 것 같아요.

사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씨닷은 센스메이킹에 강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하셨어요. 이 부분을 떠올리며 적극적으로 수용한 지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포용적 혹은 생태문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 시점에서 시스템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무엇을 함께 공유하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성찰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장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죠. 그러려면 사실 다양한 지식과 학습이 필요한 지점이 있어요. 그래서 연구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높아졌고요. 사람들이 모여서 학습한 것을 이야기하고 또 학습의 연습도 중요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전환을 위한 연습, 근육 또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펠로우십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국제행사로 사람들을 만나는 방식만이 아닌 연구를 깊이 있게 해보거나 혹은 학습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디자인해보고, 실행해 본다거나, 사람들 간의 교류를 깊게 해주는 리트릿(retreat)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센스메이킹의 방식 중 하나로 홍보나 영상도 실험해보고 있는데요. 지금은 센스메이킹을 위한 방향성에 대해 검증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식을 다 두들겨보고 있는 시기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줄리: 센스메이킹 플랫폼을 실행하기 위해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준 것 같은데 시도하고 있는 몇 개의 사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시겠어요?

선경: 아주 새로운 시도를 소개하자면, 저희가 지금 지원주택으로 시작한 연구가 있는데요. 주거가 불안정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생애를 들어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측면에서 이 생애 서사 연구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이유는 지원주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식적으로만 이해하고 그 당위성을 받아들이는 것을 떠나서 사람의 인생을 살펴 보았을 때 누구에게나 다양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그 어려움이 개인의 몫이 아닌 사회에서 함께 고민해야 하고,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지원 서비스가 주어진다면 한 사람의 삶이 조금 더 풍성해지거나 혹은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는 환경에서 벗어나 좋은 삶을 펼칠 수 있는 기회들을 상상해 볼 수 있겠다 싶은 거죠. 그리고 이 연구의 결과물은 디지털 영상으로도 만들어지는 데요. 이 방식이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 시스템 변화가 왜 필요한가를 이해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이라는 방식으로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왔고, 이 편안하고 안전한 대화가 행동의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한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어서,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센스메이킹 장인데요. 코로나 이후 이것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를 오래 고민해왔어요. 그러다가 이 논의를 계속해서 해나가고 기회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해서 올 해 초에 전환콜렉티브라는 커뮤니티를 새로 시작했어요. 저희는 매 달 한 번 또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커뮤니티 멤버들이 함께 알고 싶은 주제에 대해 스피커를 모시고, 그 주제가 가지고 있는 의미나 의의를 생각하고, 또 초대받아 함께하는 분들에게 우리 커뮤니티 소식을 전하는 그런 과정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요. 모든 과정이 새로운 시도라서 이 모임이 어떤 힘을 모으게 될지 기대가 많이 되어요.

마지막으로는 씨닷의 뉴스레터를 시작한 것도 씨닷에게는 아주 중요한 센스메이킹의 시도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씨닷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해서 그 일을 잘 해내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기회를 잘 만들지 못했어요. 씨닷 뉴스레터가 씨닷이 가지고 있는 생각, 현재 살펴보고 있는 것, 변화의 실험, 그리고 변화의 실험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속해서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 플랫폼이 될 것 같아서 뉴스레터 실험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센스메이킹에 아주 중요한 시도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줄리: 개인적으로 영상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고 싶은데요. 영상으로 씨닷의 이야기 장을 넓혀가고 있는 시도를 하면서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되었는지 알려주시겠어요?

선경: 저희가 지금 만들고 있는 영상은 뭔가 드라마틱하고 힘든 것들만 부각하면서 문제에만 집중하는 그런 자극을 주는 영상이 아니에요. 단지 그 사람의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영상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생각하지 못한 많은 어려움으로 뒤섞인 삶에서 자신이 조금 더 드러날 수 있도록 개인이 좋아하는 것, 꿈, 그리고 좋은 삶과 같은 이야기를 내세우고 있죠. 이런 의미에서 이 영상이 아주 귀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은 이런 영상이 어떤 미디어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을 때 국내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방식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방식이 그 사람들의 삶이 우리와 분리되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아주 잘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영상이 어느 정도의 관심과 파급력을 갖게 될 지 조금은 기대되기도 하고요. 저는 사람의 이야기는 저마다 아름다운 구석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가 만나서 생애 이야기를 나누고 지금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깊이 이해했기 때문에 그들을 지지하고 싶은 면이 아주 커요. 그런데 과연 이 영상을 보는 다른 사람들도 우리가 이 사람을 만난 것처럼 만나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확산시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존재해요. 무언가를 선동하기 위해 테크니컬한 것을 가미시키지 않은 영상은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좀 살펴보고 싶은 점도 있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센스메이킹이라는 것이 아주 솔직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엄청 진실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되게 표면적으로 나를 충격적인 상황에 빠뜨리거나, 뭔가 관심 있다고 흥미를 유도하거나하는 이런 것들은 진짜 나를 설득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의 행동을 정말 바꾸도록 하는 것은 조금 더 다른 방식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영상이 사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공유 되면서 우리가 만난 사람들의 삶이 어떤 삶인지 그 삶이 나와 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같고 하지만 이 사람들이 겪었던 삶의 어려움을 다르게 만들려면 우리는 같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즉,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에 스며 드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줄리: 씨닷이 센스메이킹 차원에서 앞으로 또 시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선경: 우선은 지금 만들고 있는 영상을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만날 기회를 만들고 싶은 게 제일 큰데요, 그 형태는 어때야 하는지는 고민이 많아요. 또 사람의 이야기 이니까 그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그게 일반 사람이든 이 문제를 해결하는 이해관계자이든 상관없이 다 생각하고 있고요. 그리고 씨닷은 사람들을 연결할 때 그 사람이 만들어내는 솔루션이 너무 훌륭해서 만나게 하지는 않거든요. 저희의 만남은 언제나 그 솔루션을 만들고 있는 사람에서 출발하고, 그 사람의 만남을 통해서 협력을 추구해왔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축적해 나가는 것을 해보고 싶어요. 이번에 만난 사람들 외에도 다른 사람들도 만나보면서 삶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고, 소개해주고 싶고, 그 소개의 과정에서 사실은 다른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온라인에서 어떻게 펼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예기치 않은 만남을 가능하게 했던 대화의 장을 이번 해에도 꼭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만나서 솔직한 변화를 이야기하고 행동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경험을 오래 못한 듯해요. 사실 1년밖에 안 되었는데도 기분 상으로는 2년을 못한 것 같은 거죠. (웃음) 그래서 소규모이더라도 대면의 방식을 통해서 서로 만나고, 이야기하고, 다음을 더 도모해보는 만남의 장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리고 리트릿도 하고 싶은데요. 이 섹터에 있는 사람들이 일로 만난 비즈니스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닌 서로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고 온전히 자기를 즐기는 시간을 갖는 리트릿 형태의 행사를 해보고 싶어요.

샘: 저는 개인적으로 체인지메이커들도 비즈니스에서 부여받는 역할을 떠나서 나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주고 서로에게 영감을 받는 장을 만드는 것을 계속 해보고 싶어요. 체인지메이커들의 개인적 성장에 있어 고민도 나누고, 쉼도 누리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는 경험을 주는거죠.

줄리: 마지막으로 각자에게 씨닷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선경: 사실 내 손안에 있지만 내 손안에 있지 않은 존재죠.(웃음)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좀 더 길게 말하자면.. 같이 실험해보고 싶은 마음인 것 같아요. 시작은 제가 했고 당연히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에 있어 제 의도와 의지가 많이 담겨져 있지만 시간이 가면서 씨닷 구성원들과 함께 만드는 실험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하고, 또 그걸 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요. 왜 사람이 살면서 나 혼자 해내는 프로젝트는 많잖아요. 근데 내가 시작했지만 모두와 다 같이 가꾸고, 바꾸고, 키워볼 수 있는 존재를 가지는 것은 극히 접하기 힘든 기회인 것 같아요. 아이도 남편과 나와 주변 가족이 같이 키우는 것처럼 서로가 몰랐던 사람들이 어떤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가지거나, 내가 가지고 있던 목표를 어떤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서 같이 가꾸어가는 과정은 인생에서 얻기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잘해보고 싶어요. 이 기회 때문에 저도 같이 일한다는 것을 많이 배웠고, 어떻게 같이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배우기도 하고, 제 자신도 매 해 새로운 고민들을 하게 되니깐 그 실험이라는게 힘들 때도 많지만 그래도 이렇게 해서 너무 다행인 실험인 것 같아요.

샘: 저는 개인적으로 씨닷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수 많은 눈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회에 들어온 경우인데,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어떻게 가져야하는지 또 그 시각이 얼마나 다양한 지 배웠다고나 할까요? 특히 예민하고 섬세한 관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것 같아요. 원래 알고 있던 관점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내면도 깊어진 것 같고요.

줄리: 두 분 인터뷰 시간 내주어서 감사하고요. 씨닷의 연결의 형태와 의미가 계속 확장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설레인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nding Note]
긴 시간동안 선경과 샘을 (온라인으로)만나 이야기 하면서, 2018년 임팩트 리포트를 위해 인터뷰를 했던 그 때가 떠올랐다. 그 당시에도 느꼈던 이 두 사람의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사람에 대한 진심은 변함 없었으며, 씨닷을 가꾸기위해 서로가 한 곳을 보면서도 서로의 색깔대로 마음을 쏟고 있는 것도 여전했다. 그러나 한 가지 변한 것은 씨닷의 연결이 그 때보다 더욱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점이다. 그리고 그 뿌리의 힘만큼 엄청난 성장통도 겪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씨닷은 매 번 같은 곳에 머무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 다음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기 때문에, 어쩌면 지금 겪고 있는 성장통은 스스로 자처한 것일 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해 한 해 성장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힘을 키워나가는 씨닷을 보면, 다음 해 그리고 또 그 다음 해에 씨닷이 머물러 있을 자리가 궁금해지고 기대되어진다.

[2021년 6월의 어느 날, 8년의 바램 끝에 세상에 나온 씨닷레터를 위한 인터뷰를 기억하며 by 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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