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닷레터 #1] 씨닷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Sunkyung Han
C.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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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in readAug 1, 2021

‘소개합니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씨닷은 지난 8년간 의미 있는 연결의 장을 만드는 일을 계속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은 이들을 만났는데요. 씨닷이 열고 있는 ‘장’은 ‘관계’를 지속하는 방식에서 가능해진다고 볼 수 있어요. 관계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이해에 기반해서 시작됩니다. 그동안 씨닷과 깊이 관계 맺어온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할 기회와 방법을 찾지 못했는데 뉴스레터를 통해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첫번째 소개할 친구는 식스(Social Innovation Exchange, SIX) 입니다.

그 시작으로 씨닷이 가진 가장 중요한 렌즈인 ‘사회혁신’에 있어 가장 규모 있는 글로벌 사회혁신 커뮤니티인 ‘식스’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씨닷은 그동안 사회혁신과 관련해 다양한 교류와 학습의 장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식스는 ‘우선적’으로 협력한 기관이었어요.

식스(SIX, Social Innovation Exchange)

식스는 제프 멀건(Geoff Mulgan)이 ‘교류를 통한 학습’의 장으로 필요성을 주장한 후 영파운데이션(The Young Foundation)에서 프로젝트로 시작해 2014년 독립했습니다. 식스는 상호 간의 가치와 관계, 지식을 연결하는 글로벌 사회혁신 기관입니다. 경험과 지식의 교류를 통한 사회적 변화를 위하여 공공과 민간,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의미 있는 대화를 촉진하며, 사회혁신가 개인 및 기관의 역량 강화를 위한 맞춤형 워크숍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진행합니다. 식스는 여러 나라와 도시의 사회혁신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수준의 교류의 장을 만들어왔습니다. 또한 식스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사회혁신 분야의 확장 및 발전을 위한 사회혁신의 흐름을 공유하거나 스터디투어를 진행합니다.

수평적 ‘교류’를 통한 (상호)학습

식스가 사회혁신에 기여한 가장 중요한 지점을 사회혁신의 발전과 확산 과정에 ‘수평적 교류’와 ‘학습을 통한 발전’의 가치를 강조했고 그렇게 해왔다는 것이에요. 사회혁신은 여러 문헌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수백 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회혁신’이 사회 내 문제를 해결하는 주요한 방법 혹은 접근이 된 것은 약 20년도 채 되지 않은 일이에요. 사회혁신을 전 세계에 주류화하고자 했던 이러한 노력의 핵심에는 바로 ‘교류를 통한 학습’이 있었어요. 소위 식민지를 넓히는 것처럼 ‘선진사례’를 다른 곳에 이식시키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다양한 자원을 취득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공유하고 서로가 배우고 싶어 할 때 ‘친구’와 ‘동료’의 마음으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인 거죠. 식스가 유럽이나 북미의 사회혁신만이 아니라, 아주 초기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이었던 건 바로 이런 ‘변방’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주목했고 그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식스는 사회혁신은 소위 선진적이라는 사회나 국가에서 발생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에, 위계적 구조를 가진 네트워크라기보다는 organic하게 자라고 성장하는 것에 주목하는 커뮤니티로서의 정체성을 가집니다.

(수평적 교류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사회혁신은 무엇이고, 왜 중요하며, 어떻게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까’라는 보고서를 참고해주세요)

씨닷은 위계질서가 아주 중요한 아시아 혹은 한국 사회에서 식스와 활동하면서 수평적 교류와 학습을 통한 발전의 중요성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었고, 이러한 태도는 씨닷의 현재 활동 속에서도 아주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어요. 배우고 교류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누구건 환영하고자 태도와 이를 통해 최소한의 소개더라도 도움이라도 주고자 하는 것. 씨닷이 맺고 있는 ‘관계’들을 상품으로 보지 않는 것도 식스라는 ‘커뮤니티’ 속에서 사회혁신을 이해하게 되었고 식스와 교류하며 성장했기 때문일 거에요. 씨닷은 이런 수평적인 문화를 가진 식스와의 우정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씨닷 이전부터 시작된 식스와의 이야기

씨닷의 공동설립자인 저(선경)과 아영은 씨닷을 설립하기 전에 함께 일했던 희망제작소에서 식스를 처음 만났어요. 아니, 식스가 시작되는 것을 보았고, 매해 어떤 변화와 흐름을 만들고 소개하는지 지켜보았어요. 당시 희망제작소와 영파운데이션(식스는 영파운데이션의 프로젝트로 시작함)은 이미 깊이 있게 교류하고 협력했기 때문에, 식스라는 커뮤니티 안에서 교류하고 학습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때 선물처럼 받았던 도움이 너무나 많았고, 개인적으로 ‘글로벌’하게 일하고, ‘네트워크 혹은 커뮤니티’와 혹은 그 안에서 일하는 것은 식스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배웠다고 생각해요. 저는 희망제작소에 있을 때 ‘아시아 엔지오 이노베이션 서밋(ANIS, 아니스)’이라는 교류와 배움의 장을 3회 정도 총괄하고 담당했어요. 한 번도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만들어본 적이 없었고 그런 곳에서 활동했던 적도 없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갈급함이 컸어요. 하지만 이 갈급함은 한국 사회 안에서는 전혀 해소가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유럽 출장에 ‘영파운데이션’과 식스와 관련된 기관은 꼭 방문하려 했고 휴가를 이용해서라도 식스가 하는 서머스쿨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노력했어요. 암스테르담에 열렸던 식스 스프링 스쿨(SIX Spring School)에도 그렇게 해서 가게 되었죠. (식스 스프링 스쿨은 씨닷의 어드바이저이기도 한 홍콩의 에이다 웡(Ada Wong)을 만나게 된 아주 역사적인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식스를 통해 만난 사람들 특히 직접 만난 사람들은 당시 희망제작소 내에서 제가 담당했던 아니스에도 초대되었어요. 그리고 식스 내에서 활동한 사람들도 한국에 올 일이 있으면 꼭 희망제작소에 연락해서 무료로 강연이나 워크샵, 인터뷰를 진행해 주기도 했고요. 이런 ‘친구’와 ‘동료’라는 관계에 기반한 관계가 호혜적 교류를 가능하게 해주었던 것 같아요.

식스의 친구 100인을 소개하는 코너에 소개된 선경 (출처: 식스 웹사이트)

씨닷 또한 식스를 통해 이런 호혜적 관계와 교류에 큰 도움을 받고 또한 기회가 된다면 도움을 주고 있어요. 청년허브와 진행했던 삶의 재구성, 서울시NPO지원센터와 함께 했던 NPO 국제 컨퍼런스, 청년학교, 미래전환캠퍼스 등등 크고 작은 모임에서 식스 혹은 식스를 통해 알게 된 누군가를 소개하곤 했지요. 역으로 서울 혹은 한국을 알고 싶어하는 이들이 식스를 통해 씨닷을 통해 연결되었고, 이 중 일부는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발전하기도 했답니다.

우정 vs 비즈니스?

식스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저는 실무자로서 활동하고 있었고, 이후 공동설립자와 단둘이서 씨닷을 시작하고 나서는 우리의 속도에 맞게 천천히 8년의 시간을 걸어왔어요. 규모 있는 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씨닷이 ‘글로벌한 사회혁신 전문기관’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가진 규모와 영향력(권력)의 크기와 상관없이 사회혁신을 해나가는 동료라는 점에서 ‘친구’로서 우리를 환영하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응원하고 도와주려고 한 우리의 사회혁신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사회혁신은 사회적경제와 마찬가지로 ‘연대와 호혜’가 중요하고 이러한 태도와 일하는 방식은 함께 해나가는 이들을 일을 중심으로 서열화하거나 위계를 만들지 않고 동료로서 바라보는 방식이 아닐까 싶어요. 식스와 일을 할 때도 그리고 식스를 통해 만난 이들과 일할 때도 이 과정에서 우리가 일을 주고 받는 비즈니스 관계라기 보다는 어떤 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료이거나 파트너로서 만났어요.

하지만, 친구와 같은 관계라는 게 사업적으로 유용해 보이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친구니까 편하게 서로 교류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편하고 가까운 관계를 드러내기가 어려웠거든요. 그리고 주변에서 연결과 소개로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하게 되지만, 이러한 과정이 사업적으로 평가받거나 이후에 인정(acknowledge)되는 일은 드물어요.

‘네트워크’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관계’에 기반한 것이어도 우리가 사회혁신이나 소셜임팩트를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라면 이 ‘관계’를 기반으로 무엇을 어떻게 함께 달성하고 싶은지는 ‘사업’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죠. 그런데 이 과정과 이 둘의 관계 자체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색깔을 지니게 되는 것 같아요. 씨닷은 ‘우정’에 기반한 관계에 있었을 때 평가받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떤 위기와 어려움 속에 있더라도 서로를 지지하고 이해해주는 일은 결국 ‘우정’에 기반한 관계였을 때 가능해지고요.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우정’이 계속해서 좋은 방향으로 일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설계하고 싶어요.

언유주얼했던 공식적인 협업

오랫동안 친구로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었던 식스와 씨닷의 관계는 2018년 언유주얼 서스펙트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어요. 이 과정은 씨닷은 식스와 우리의 관계를 좀 더 진지하게 ‘사업’을 중심으로 공식적인 관계로 바라보게 했고, 그 과정은 글로벌 프로젝트가 로컬의 사업이 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이란?

언유주얼 서스페트 페스티벌 서울(언서페서울)은 3일간 다양한 섹터와 분야의 개인과 조직들이 “예기치 않은 만남“속에서 사회변화에 대한 새로운 대화를 나누고, 교류하는 장입니다.

언유주얼서스펙트페스티벌 2018 (씨닷)

언서페서울을 준비하는 동안 식스 멤버들이 한국에 와서 상당히 긴 시간을 함께 보냈어요. 이 설명하기 어려운 사업을 소개하기 위해 함께 설명회를 열고, 협력기관(contributor)으로 참여해달라고 설득하려고 기관방문도 정말 많이 했죠. 언서페에 대한 모든 노하우를 가진 식스에서 미팅을 할 때마다 씨닷이 이 사업에 대해 가지는 생각과 이루고 싶은 것을 자꾸 이야기할 공간을 열어주고 우리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귀 기울이게 해주었습니다. 일주일간 매일 하루에 2–3개의 미팅이 진행될 정도로 분주했지만, 일주일이 끝나갈 즈음에는 씨닷이 미팅을 주도하고 우리의 사업으로서 언서페 서울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어요.

언서페서울 2018 준비 중에 진행된 인터뷰 (출처: 서울마을공동체지원센터)

이 과정은 요청과 요구가 아니라 미팅과 미팅 사이에 나눈 대화들과 미팅에 대한 회고와 다음 미팅에 대한 상의를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어요. 식스가 이 과정에서 보여준 주도권을 건네주는 방식은 개인적으로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쉬웠다고만은 말할 수 없지만, 일방적이거나 단선적이지 않고 계속해서 서로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진행되었거든요.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로컬과 글로벌이 만나서 협력하는 방식, 그 사이에서 식스라는 조직과 씨닷과 같은 조직이 가진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어요. 씨닷도 식스를 통해 많이 배웠지만, 식스도 씨닷이었기에 자신들이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걱정 없이 로컬에 넘겨줄 수 있었다고 생각해봅니다.

식스와 씨닷

씨닷은 서울과 한국에 기반을 두고 이곳에서 계속 기여해나가면서도 글로벌한 협력을 통해 활동해 나가게 될 거예요. 그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협력했던 식스와 씨닷이 이제 ‘한국’을 중심으로 좀 더 함께 할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사회혁신은 이번 정부 들어 많은 기회를 만들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 내년에 있을 정치적인 변화가 사회혁신 지형에도 영향을 미치리라 가늠해봅니다. 그런 점에서 식스와 앞으로 어떤 관계를 유지하게 될지 기대가 큽니다.

식스와의 관계속에서 여러 역할을 한 소정

씨닷 이전에 식스와 만났고 협력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를 더 돈독하게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현재 식스의 부대표로 있는 소정(임소정, 마리아)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소정은 희망제작소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였어요. 희망제작소 내에서는 다른 부서에 있었지만 ‘아시아 내 사회혁신가들의 만남의 장’이었던 아니스를 인텔아시아와 함께 처음 기획하고 진행하게 되었을 때 TF로 만나 아주 진하게 일을 같이했죠.

소정은 1년 정도 희망제작소에서 일을 하고, 결혼과 함께 영국으로 가게 되었어요. 네덜란드의 사회혁신기관인 케니스란드(Kennisland)가 진행하는 ‘소셜 이노베이션 사파리(Social Innovation Safari)’를 경험하고 이후 영파운데이션 인턴십에 지원하게 되면서 영파운데이션과 인연을 맺고 연구자로 함께 하게 되었죠. 영파운데이션의 리더십이 변하면서 펀딩과 프로젝트에 변화가 생기게 되자 소정은 영파운데이션에서 독립한 소셜라이프(Social Life)라는 커뮤니티 리서치 기관과 지금 소개하는 식스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영국에서 김정원 박사와 함께 연구와 멀티미디어를 통해 사회혁신 사례와 흐름에 대해 깊은 이해를 제공하는 스프레드아이를 창립하기도 했어요.

2013년도 저 또한 희망제작소를 졸업하고 프리랜서로 다양한 일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스프레드아이의 초기에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아이 출산도 비슷한 시기에 하게 되어서 일과 함께 육아에 관한 이야기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어요. 물론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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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kyung Han
C.Note
Editor for

CEO (C.), 15 years connector and catalyst in social innov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