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그리고 쉼표
씨닷에서 인턴을 마치며
안녕하세요, 씨닷과 함께 한 보라입니다:)
2020년 여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었어요. 동시에 저의 계획도 휘청거렸어요. 그 폭풍 속에서 명확한 건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아산 프론티어 유스*를 통해 알게 된 씨닷과 씨닷이 걸어가는 길을 통해 제가 원했던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씨닷이 ‘글로벌 스터디’를 주제로, 전 세계의 사회혁신과 인터뷰 스킬을 알려주셨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따스하게 소통하는 스킬, 그리고 사람들에게 씨닷이 가진 역량과 스토리를 널리 알리면서 모두가 공존하는 세상을 이뤄가는 꿈도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고민 끝에, 스승과 같은 존재인 씨닷에 ‘저 일하고 싶습니다!’ 하는 마음으로 ICY 8기*를 통해 연락을 드렸습니다. 상시 채용인 씨닷이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직감을 따라보기로 했습니다. (이 직감은 나중에 씨닷의 첫! 입사 동기가 있는, 든든한 입사로 이어졌어요.)
*아산 프론티어 유스는 기업가정신을 함양한 차세대 소셜섹터 인재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입니다.
*ICY는 루트임팩트에서 진행하는 공동 채용 프로그램으로, 임팩트커리어Y의 준말입니다.
온라인 그리고 오프라인으로 면접을 거치며 면접에서 처음 받는 질문과 답이 오갔어요. “당신의 인생에서 실패를 물어봐도 될까요?” 그리고 “씨닷에 앞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등이요. 면접에서 첫사랑의 추억, 세계지도 그려보기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 논의 속에서 면접 라이벌(?)이자 이후 입사 동기의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말랑말랑한 대화 인터뷰를 거쳐, 그 날! 전화를 받았어요. “축하해요! 우리 9월부터 같이 해봐요.” (이 소식을 차분하게 듣고, 전화를 끊은 뒤에, 길바닥에서 소리를 질렀답니다! 얏-호!)
첫 날, 체크인에 들어갔어요. 씨닷은 매일 아침 10시에 각자 일을 하기 전에 함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요. 어제 퇴근 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오늘 아침에는 어떤 기분인지, 오늘 하루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해요. 그리고 그날의 기분을 5점 만점에 몇 점인지까지 점수를 매겨요. 자신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면,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주실 분을 지목해요. 씨닷 멤버인 8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에는 ‘이렇게 사적인 이야기를 직장!에서 나누다니!’라는 생각에 낯설었어요. 하지만 차츰 체크인 이야기를 듣고 하다보니, 이 이야기가 있어서 서로 어떤 상황에서 함께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직장 동료’가 아니라 같이 나아가는 ‘동료’로 느껴졌어요. 그 덕에 이전에는 공유하기 어려웠던 고민들(씨닷 이후에 어떤 커리어를 고민하는지 등)을 솔직하게 나누고 지혜로운 결정을 내리는 데 많은 도움을 얻었어요. 감사합니다!
체크인으로 시작해서 6개 정도의 사업을 함께 하게 됐어요. 100명의 소셜섹터에서 일하는 동료분들과 소통하는 쉼의 자리부터, 여러 사람들에게 지원주택*을 홍보하는 역할, 그리고 씨닷 내부의 온보딩과 워크샵까지 지나오면서 씨닷 멤버로서 ‘바쁜’ 일정을 보냈어요. 때때로 인턴이라 작은 역할을 맡아서 많이 배우지 못하고 업무가 마무리되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는데, 씨닷은 그렇지 않았어요. 조금씩 새로운 멤버에게 기회를 주면서, 적응하면서 성장하도록 이끌어주셨어요. 그래서 커뮤니케이션부터 홍보, 리서치까지 정말 다양한 일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씨닷만의 일정표인 ‘마스터플랜’을 작성하고 이메일이나 SNS 포스팅에서 부드럽게 ‘말하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지원주택은 혼자서 주거 유지와 자립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독거 어르신, 노숙인, 정신장애인, 발달장애인, 신체장애인 등에게 저렴한 비용의 임대주택과 함께 자립지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설이나 병원 등에 평생 갇혀 살지 않고 지역사회 내에서 인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주거 대안입니다. (씨닷 언서패 서종균 처장님 소개)
일만 바삐 했는가? 아뇨! 정말 색다른 온보딩과 회고도 있었어요. 온보딩 과제는 ‘씨닷 멤버들 모두를 인터뷰하기’였어요. 입사 동기와 함께 씨닷 멤버 6분과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어요. 멤버들의 씨닷에 들어오기 전 삶, 씨닷과 어떻게 함께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등 깊은 이야기였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집에 갈 때마다 인터뷰 때 나온 이야기를 떠올리며 괜시리 먹먹했어요. 그만큼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를 많이 꺼내주셨고, 그 이야기를 간직하고자 씨닷 매거진을 만들어서 선물해드렸어요. 다행스럽게도 좋아해주셔서, 공유해주신 이야기에 보답할 수 있었어요.
시작이 반이긴 하지만, 유종의 미도 존재했어요. 구글 스윗을 통해 인턴 경험이 어땠는지를 인턴인 저도, 그리고 인턴과 함께 한 씨닷도 서로 평가해보았어요. 지난 시간 동안 배운 점, 아쉬운 점, 앞으로의 고민 등을 풀어내다보니 그간의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더라구요. (씨닷의 시계는 빠-르게! 가요. 그 점이 가장 아쉽답니다.,) 그 이후 12월에 씨닷 내부 워크샵을, 새로운 해의 1월에 신년 계획과 시도들(첫 팀 체제와 월급 방정식 등) 논의 시간을 거치며 인턴을 마무리하고 있어요.
씨닷에서 함께 하는 내내, 많은 지인이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지금 어디서 무슨 일을 한다고?” “아, 다양한 사람들과 기관을 연결하는 장을 만들고, 서로의 이해를 공유하고, 시스템싱킹*을 기반으로 사회 혁신과 전환을 꿈꾸는데,,,” 라고 설명하곤 했어요. 그러면 보통 ‘아 그래? 좋은 일 하네~’ 하는 답이 돌아왔죠. 하지만 4개월간 씨닷과 함께 살아가고, 인턴을 마치면서, 지금은 조금 답이 달라졌어요. ‘여러 변화를 도전하는 사람들’이라고요.
*시스템싱킹은 사회 문제를 특정한 사건으로 보기보다, 사회 시스템의 구조, 패턴 등 전반적 관점으로 조망하는 사고방식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삶을 살아가요. 하지만 근무 형태는 누구나 동일하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9시에 시작해서 8시간을 꽉 채우고 6시에 퇴근해요. 하지만 씨닷은 각자 다른 삶과 환경을 존중하고, 그에 따라 각기 다른 업무 속도로 나아가고 있어요. 심지어 인턴 하면서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날을 재택해도 업무에 큰 지장이 없었죠. (씨닷은 뉴노멀 시대에 뉴노멀을 이미 일상화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뿔뿔이 흩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모두가 서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직책이나 업무와 상관없이 함께 스터디하고, 서로에게 “오늘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아요?”를 물어가며, 씨닷스럽게 마무리한 일에 대해 온라인에서 만나 축하 맥주 파티를 열면서 전례 없이 함께 일하는 분들과 솔직해지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까지도 정말 많이 얻었어요.
짧다면 짧은 5개월이지만, 그 시간 속에서 저도 씨닷도 개인적으로, 관계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결과적으로 많은 변화를 계획했고 경험했어요. 그 시간을 뒤로 하고 2021년을 맞이하면서 저의 인턴 기간은 끝났지만, 훗날 가꾸어 나갈 변화를 기대하며 씨닷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인턴 마지막 날을 함께 해준, 귀한 씨닷 멤버분들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