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전환을 위한
<2021 울산 사회혁신 캠퍼스> 1주차 현장 스케치
2021년 11월 13일 토요일은 ‘울산의 전환을 위한 2021 울산사회혁신 캠퍼스’가 시작되는 날이었어요. 어떤 분들이 캠퍼스에 모이게 될 지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한 후 캠퍼스가 진행되는 울산 민관협치지원센터로 향했어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환하고 밝은 기운이 돌던 교육장을 보니 기분 좋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한 분 한 분 들어오실 때마다 기분좋은 공기가 점점 더 채워지는 듯 했답니다.
땡땡땡! 10시 30분. 드디어 교육장의 종이 울렸습니다. 본격적인 교육을 시작하기 전, 배움의 열정을 가득 안고 오신 참가자들 모두 얼굴을 바라보고 눈을 맞출 수 있도록 원을 만들어 ‘체크인’을 하며 인사를 나누었어요. “당신의 단어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불도우저’, ‘미친’, ‘꼰대’, ‘000의 아빠’, ‘반달 눈’ 등 첫 자리임에도 자신을 소신껏 드러내는 가운데 ‘하하호호’ 웃는 소리가 중간중간 터지면서 첫 만남의 어색함을 저 멀리 날려 보냈답니다.
이후 첫 강의가 이어졌어요. “사회혁신 다시 살펴보기”라는 주제로 씨닷의 한선경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어주셨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참여자 각자가 생각하는 사회혁신의 의미를 살펴보고 사회혁신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살펴 보았는데요. 사회혁신은 21세기 시대에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고령화’, ‘기후위기’, ‘불평등’ 등 기존의 방식으로 풀리지 않는 만성적이며,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회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과 아이디어로 정의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해주셨어요. 더불어 다음과 같이 사회혁신의 정의에 대한 6가지 접근법도 설명해주셨습니다.
실용적 접근 (Pragmatic): 해결되지 않은 필요를 해결하는 새로운 아이디어
시스템적 접근 (Systemic): 복합적인 과정 (새로운 제품, 프로세스, 프로그램), 혁신을 통해 영향을 받는 시스템 내 일상적 루틴, 자원, 흐름, 힘의 관계 혹은 가치의 깊은 변화)
경영적 접근 (Managerial): 현재의 솔루션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하고, 더공정한, 개인, 그룹 기관보다는 사회전체를 위한 가치를 우선적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
경제적 접근 (Economic): 개념적인 과정이나 제품의 변화, 조직적 변화와 재정의 변화 그리고 이해관계자와 경계들과의 새로운 관계
비판적 접근 (Critical): 사회적 체계의 기능을 상향적 변화를 목표로 역량과 정치적 동원의 과정
단기적 접근 (Short approach):그 결과와 수단에 있어서 사회적인 혁신
이 후 유럽의 사회혁신 흐름부터 아시아의 사회혁신 흐름까지 그 역사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해주셨고, 사회혁신의 주체에 대해서도 꿀벌과 나무에 비유하며 이야기 나누어주셨습니다. 여기에서 꿀벌은 사회혁신가를 의미하며 나무는 이를 지원하는 법, 관련 제도, 기금 등 사회혁신 사례나 모델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자원 또는 환경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협동조합 ‘무의’, 무업 기간 동안 사회적 단절을 경험하는 청년들을 연결하고 상생해나가는 커뮤니티인 ‘니트생활자’,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로 소셜 부동산을 실험해가고 있는 ‘위스테이’ 사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사회혁신 사례도 나누어주셨는데요. 새로운 형태의 한국형 사회혁신 사례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답니다.
양이 엄청 많았던 맛난 비건 도시락으로 든든히 배를 채운 후에는 참가자들 간의 네트워킹을 하며 서로간의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Low Social Network” 라는 액티비티를 진행했어요. 자신의 아바타를 그린 후 캠퍼스 기대감을 적은 종이를 들고 참가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다니며 인사하고 서로의 공통점 그리고 인지하지 못했지만 발견된 인연 혹은 연관된 네트워크를 찾아보고 그려보는 활동이었는데요. 어찌나 빠르게 서로들 친해지고 이야기를 잘 나누던지 오후의 시작이 시끌벅적 활기찼답니다. 이 활동을 통해 사회혁신가에 뜻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소통과 협력에 능하신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또 한번 느끼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한바탕 친해지는 활동을 하고 나서는 “사회혁신가와의 만남”을 주제로 하승창 시립대 초빙교수를 모시고 시민운동가에서 청와대 사회혁신 수석까지 지나온 삶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승창 교수님께서는 시민운동가로 살다가 200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가 1년동안 미국의 시민사회를 살펴보고 또 유럽의 시민사회를 연구하면서 ‘허브’ 개념인 사회혁신 공간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해요. 단체 중심의 운동이 아닌 개인 또는 네트워크 형태로 사회 변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기존의 90년대 시민운동의 형태로는 사회변화를 만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해주셨어요.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 홍대에 ‘씽크카페’를 오픈하고 2년동안 청년, 정부기관, 시민 운동가 등 다양한 사회혁신 흐름과 관계있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갔다고 하네요. 그리고, 여기서 지금의 중간지원 조직에 대한 논의도 만들어지고 다양한 사회혁신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도 오가던 우리나라의 중요한 사회혁신 교류 거점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이어 교수님께서 강조한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셨는데요. 1968년에 프랑스 파리의 예술인과 학생들이 오데옹 극장을 점거 하면서 68혁명에 가담 되었을 때 썼던 결의안 제목이 ‘상상력이 권력을 바꾼다’였는데,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사회가 새롭게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이 전면적으로 다 이해가 되었다고 해요. 앞으로 다가올 사회적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고민이 필요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상상력의 역할이 중요하고, 또한 변화된 시대의 흐름에 맞는 방법을 잘 접목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고 하였습니다.
하승창 교수님과의 이야기를 마친 후에는 홍콩 MaD 소셜랩 이사장이신 에이다 웡(Ada Wong)을 줌(Zoom)으로 연결하여“지역 혁신에서 시민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에이다 웡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사회혁신 솔루션 구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 시민, 기업간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콜라보레이션의 중요성과 중앙집권이 아닌 분산적 거버넌스와 탑다운(top-down)이 아닌 바텀업(bottom-up) 체제를 강조 하였는데요. 특히 시민참여의 중요성에 대해서 안스테인(Arnstein, 1969)이 제시한 시민참여사다리로 설명해주셨어요. 시민 참여 방식에 있어서 정부는 시민과의 협의는 편안하게 느끼지만 (일방적인 관계이므로 편안함이 느껴질 수 있음을 강조) 시민이 깊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시민과 파트너십을 맺고, 시민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시민 스스로가 통제하게 할 수 있게 해야하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핵심내용이었어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의 협력 관계가 잘 형성되어야하는데 이것은 정부와 시민의 신뢰가 잘 구축 되어야만 가능하며 이런 경험을 많이 쌓아야 시민주도사례가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답니다.
이어서 전통적으로 공공과 시민참여의 관계는 ‘설문조사’, ‘타운홀 미팅’, ‘공론장’, ‘핫라인’, 커뮤니티 직접참여’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최근 동향은 ‘주민참여예산’, ‘소셜 미디어와 크라우드 스토밍을 활용하는 ‘오픈소스 콜라보레이션’, ‘온라인으로 지식 생산 및 공유’, ‘오픈소스/오픈데이터’, ‘온라인 플랫폼 활용한 포럼’등과 같은 방식으로 변화되며 시민참여가 활발할 수 있는 환경으로 구축되고 있는 트렌드에 대한 설명을 홍콩의 ‘굿랩 (Good Lab)’ 케이스를 들어 설명해주셨어요. 더불어 시민이 참여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셨는데요. 홍콩의 첫번째 커뮤니티 중심의 공공 서비스 혁신활동 실험실인 ‘매드소셜랩(MaD Social Lab)’의 실험들을 사례로 전해주셨는데, 이 기관의 3가지의 주요 원칙이 있다면 섹터간의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랩팀을 만들고 사회문제에 대한 공감력 기반을 둔 이해력을 함께 하고 함께 공동으로 창의적인 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해요. 3년 전에 진행한 하나의 실험도 소개해주셨는데요. ‘걷기 좋은 거리 만들기’라는 주제를 정부, 교통부, NGO, 시민사회단체, 기부단체등이 함께 협력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례로, 거리를 이용하는 다양한 실제 유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행동 관찰도 하고, 관련하여 워크숍도 가지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수집하고 프로토타이핑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전해주셨습니다. 이렇게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모두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도로와 보행거리를 새로 디자인을 했다고 해요. 시민이 리딩하고 실제 도로를 사용하는 유저들의 지혜를 모아 아이디어를 만들고 정부와 협력하여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낸거죠.
이 외에도 에이다 웡(Ada Wong)은 정책을 만들어내는 시민주도 실험을 계속해서 해나가려고 한다고 해요. 특히 노인 건강과 돌봄 관련하여 정부와 시민의 협력 실험을 계획 중에 있다고 해주셨어요.
이렇게 캠퍼스 첫 째 날은 사회혁신 컨텐츠를 꽉꽉 채워넣으며 보냈는데요. 배운 내용을 토대로 사회혁신에 대한 느낌을 꼴라쥬 방식으로 저널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마지막으로 가졌습니다. 긴 하루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열정적으로 활동에 참여 하시던지 깜작 놀랐고요. 꼴라쥬 완성 후에는 팀끼리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서로서로에게 감동받아 서로 으쌰으쌰하며 팀의 연결감의 농도가 한층 더 짙어져, 권유하지도 않았는데 각자의 저널을 들고 함께 팀 사진을 찍으며 그 순간을 함께 즐기기도 하셨답니다.
‘생각의 전환이 되었던 시간’, ‘사회혁신은 생소하지만 계속 찾아가는 여정’, ‘혼자서는 할 수 없을텐데 함께하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 ‘혁신은 거창한 것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부터 변화하는데에서 시작하는 것’ 등 다양한 소감을 저널로 남기며 첫 주차 과정은 막을 내렸습니다.
울산의 전환을 위한 2021 울산 사회혁신 캠퍼스!
같은 곳을 바라보면 처음 만난 사이라도 깊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과 혼자가 아닌 함께 일 때 사회혁신의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이 곳에 모인 사회혁신가들이 미래 사회를 위해 어떠한 생각의 전환을 일어날지 기대가 커지는데요. 2주차 과정도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