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_How Bitcoin secures your Financial Sovereignty?

Jeongah Suh
CAU_CLink
Published in
12 min readMar 16, 2019

시리즈 두번째

지난 글에서는 블록체인에 입문하려는 초심자와 집단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의 및 종류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았다. 앞으로 이어질 10개의 시리즈 중 두번째인 이 글은, 우리가 가장 잘 알고있는 비트코인에 대하여 등장 배경과 그 의미를 ‘주권’을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Why Bitcoin?

몇 차례의 크고 작은 경제위기 이후 등장한 비트코인에서는 전통적인 거래의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의 역할을 해주었던 은행을 철저하게 배제한다. 비트코인 백서는 거래를 하고, 악의적인 참여자를 견제하고, 단일기록을 만들고,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화폐가 유통되도록 만드는 모든 일들이 중개자 없이도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참여자는 누구나 직접 화폐를 발행할 수 있고, 비트코인 시스템은 악의적인 참여자나 이중지불 문제 등으로부터 참여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시스템만을 유지한다.

그렇다면 화폐의 발행과 유통에서 중개자가 없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전통적인 화폐와 비교하여 무엇이 달라질까.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특성이 갖는 사회적, 정치적 의의, 그리고 금융주권에 대하여 정리해보자.

자본주의 화폐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비트코인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보기 위해서 먼저 현재의 자본주의 화폐가 탄생한 배경을 소유권을 중심으로 간단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현재의 자본주의 화폐는 17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이전까지는 금, 은, 동 등으로 만들어진 화폐가 교환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왕의 절대적인 힘을 상징하는 정도에 그쳤다면, 자본주의 화폐는 여기에 신용이 결합된 독특한 형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유럽의 국가들 중 상대적으로 경제발전이 느렸던 영국에서 가장 먼저 현대은행업이 제도화된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다분히 정치적인 이야기가 숨어있었다.

당시에는 암스테르담이 서유럽의 금융 중심지였다. 네덜란드에서는 어음이 매우 활발하게 사용되었고, 그중에서도 주로 무기명 어음이 유통되었다. 정부는 이 활발한 지불수단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배서제도를 적극 장려했다. 그러기 위해 기명식 어음과 무기명식 어음에 각각 다른 법을 적용했다. 우선 어음에 배서되어있을 경우, 만일 사고나 파산 등으로 지불받지 못할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법적으로 소송을 걸어 돈을 받을 수 있게 하였다. 마치 채권자-채무자같은 관계가 발생하며 이때 어음을 건넨 사람은 채무의 보증인 역할을 했다. 법률상 신용거래로 간주한 셈이다. 반면 무기명식 어음에 대해서는 신용이 아닌 판매로 분류한다. 이 경우에 어음은 오늘날의 현금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 이 익명의 어음은 소유권을 나타내지 않으며 훼손되더라도 법적인 청구를 할 수 없고 채무변제 의무가 남지 않는다.

이러한 암스테르담의 배서제도를 17세기 후반 영국의 법원이 도입하게 된다. 그러나 영국의 런던 금세공은행업자들은 익명 증서인 은행권을 만들어 배서를 교묘히 피하며, 동시에 법원이 판매로 인식하게 했다. 사실 이 은행권은 지불이 약속되어 있는 신용증서이기 때문에, 마치 이들은 신용을 실물 화폐처럼 사용한 셈이 된다. 암스테르담 은행에서는 지급준비율 100%를 의무화하여 하나의 예금에 대해 두가지 법적 권리를 가질 수 없었다. 다시 말해, 당시 네덜란드에서는 개인의 예금의 소유권은 철저하게 예금주에게 있었으므로 같은 예금에 대해 신용업을 할 수 없었다. 이러한 이중소유가 네덜란드에서는 횡령으로 간주되어 엄격하게 금지되었지만 영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17세기 후반에 ‘신탁법’이 만들어진다. 신탁법은 주로 영국의 귀족이나 지주계급 등 상류 계급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재산, 특히 땅을 국가로부터 보호하고 싶었다. 그들은 신탁법 아래에서 재산의 실질적인 소유권을 쥐고 있으면서도 법적으로는 채권으로 둔갑시켜 각종 국가가 요구하는 의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마치 소유하면서 소유하지 않은 상태를 만든 것이다. 이러한 신탁법은 마침내 영국사회에서 왕권 대 귀족, 지주계급 간의 투쟁에서 귀족, 지주계급이 승리하면서 자리잡게 된다. 특히 영국의 명예혁명에서 귀족, 지주계급이 승리하면서 왕권은 크게 제한되고 의회의 권한이 매우 강해졌다. 영국의 상류계급은 신탁법을 통해 절대적인 소유권을 누리고자 하였다.

이 시기에 정치적인 사건이 하나 더 발생한다. 영국의 찰스 1세가 전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런던주조소에 예금되어있던 20만 파운드를 몰수하여 4만 파운드를 강제로 빌리고 돌려준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영국의 상류계급은 정부로부터 안전한 예금처를 찾아나섰고 런던의 금세공업자들은 이들에게 예금업과 대부업을 융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세공업자들은 예금을 받고 멋대로 예금에 대한 은행권을 발행해 대부업을 실행했다. 이는 한 예금에 대해 여러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자들을 만들어냈고, 결과적으로 정부가 간섭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자본주의 화폐와 현대의 은행업은 또한 전쟁비용을 확보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점차 유럽의 다른 나라도 이를 채택하게 된다.

결국 지금의 자본주의 화폐와 은행업은 소유권의 개념을 뒤틀어 자본가들의 배를 불리고 정치가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매우 정치적으로 마련된 결과였다. 이 화폐제도는 지금까지도 유효하여 은행에게는 낮은 지급준비율만 요구되고 과도한 신용업을 할 수 있게 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는 마치 화폐를 창조한 셈이 되었고 주기적인 금융 위기를 필연적으로 불러올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비트코인과 금융주권(financial sovereignty)

사토시는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전통적인 통화의 근본적인 문제는, 모두 신뢰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화폐의 가치를 지켜줄 것으로 신뢰받고 있지만, 사실 신용 화폐의 역사를 보면 이러한 믿음에 대한 배신으로 가득했다. 은행이 우리의 돈을 보관하고 전자적으로 송금해줄 것으로 믿고있지만, 그들은 사실 매우 낮은 지급준비율으로 신용 거품속에서 대부업을 하고있다.

사토시의 전자화폐 시스템은 기존의 화폐 시스템에 반기를 든 것이었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 권력과 중개인의 권력을 없애고 모든 참여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비트코인에서는 기존에 중앙기관이 독점하고 있던 화폐의 발행과 유통 권한을 참여자에게 나누어주어 참여자가 직접 발행할 수 있게 하였다. 이에 따라 중앙기관이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처럼 임의로 권력을 남용하거나 경제위기가 반복되는 것을 막고자 했다. 또한 화폐의 소유권을 참여자에게 돌려주어 그들의 금융 주권을 지키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소유권은 사토시가 매우 강조한 개념 중 하나이다. 비트코인 백서의 결론에서 사토시는 ‘소유권을 강력히 통제하는’, 이중지불 문제를 해결한 암호화폐라고 표현하였다. 때문에 비트코인의 설계 또한 철저하게 중개자를 제외시켜 사용자의 금융 주권을 보호하도록 의도되어 있다.

먼저, 비트코인은 제 3의 신뢰 기관을 배제하기 위해 신뢰가 아닌 암호증명 기반의 전자결제 시스템으로 설계되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신뢰 기관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비용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거래 내역은 노드에게 공개되어 있고 모두가 동일한 분산장부를 가질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각각의 노드에게 기존의 신뢰 기관의 역할이 분산되어있는 것이다. 한 참여자가 잠시 자리를 비우더라도, 다시 네트워크로 돌아와 그동안의 거래 내역을 요청해 복사하면 된다. 새로운 거래는 다른 참여자들의 검증과 암호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쉽게 거래 기록을 변경하거나 조작할 수 없다. 또한 비트코인은 오픈소스화되어 그 시스템의 설계를 누구나 볼 수 있다. 이렇게 공공의 성격을 갖게함으로써 비트코인은 신뢰가 필요없도록 만들어졌다.

또한 비트코인은 비가역적이다. 비가역성은 다시 그 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조작과 수정을 어렵게 만들어 판매자를 보호하고 악의적인 노드를 견제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이중지불이라는 기존의 전자화폐가 갖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했다. 이중지불이란 같은 전자화폐가 중복으로 쓰이는 것을 말한다. 전통적인 모델에서는 중앙시스템이 순서에 따라 거래를 처리하므로 이중지불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참여자들이 분산되어있는 전자화폐에서는 시간차를 악용해 악의적인 노드가 정보를 왜곡할 가능성이 발생한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백서에서 작업증명과 타임스탬프를 이용해 조작하기 어려운 시스템을 설계했다. 또한 악의적인 참여자가 정직한 참여자보다 빠르게 체인을 조작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증명했다.

백서에 따르면 전통적인 모델에서는 은행이 참여자와 제3자의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을 제한함으로써 프라이버시를 지킨다. 비트코인에서는 거래 내역은 모두 공개되어있지만 거래 당사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정보는 요구하지 않는다. 거래의 주소가 되는 공개키는 익명으로 유지되어있다. 사토시는 이를 두고 증권거래소에서 각 거래의 규모와 시점에 대해 공개적으로 만들어지는 정보인 ‘tape’와 유사한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익명으로 거래를 가능하게 하면서 동시에 거래내역은 투명하게 하여 중간 과정에서의 잡음이 없도록 하였다.

결국 사토시는 비트코인 시스템으로 화폐의 발행과 유통에 관한 권력을 분산시켜 각 참여자에게 주권을 돌려줄 수 있는 보다 민주적인 방식의 화폐 시스템을 설계했다. 코드는 오픈되어있어 어느 특정 참여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시쓰일 수 없으며 무신뢰성으로 의심과 신뢰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원한다면 익명으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만일 비트코인이 참여자 전체의 주권을 보호하지 않도록 실행된다면 참여자들은 다른 암호화폐를 찾아 떠나면 된다.

민간이 자유롭게 화폐를 발행한다면

사실 비트코인의 탄생으로부터 약 50년전, 국가와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 권력에 의문을 제기했던 또다른 사람들이 있다. 하이에크를 포함한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제학자들은 화폐제도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화폐 또한 상품처럼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민간이 자유롭게 발행하는 것, 다시 말해 화폐의 발행과 유통, 사용에 있어서 어느 누구에게도 특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국가가 화폐를 독점적으로 발행하게 되면 수요에 비해 언제나 화폐 공급이 초과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경기변동에 따른 화폐 공급의 급격한 축소를 불러온다. 이들에 따르면 정부의 독점 권력 대신 민간이 자유롭게 화폐를 발행하여 경기변동을 포함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민간 화폐 발행으로 정부가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막고 화폐가치가 보호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용제도를 악용하며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키는 중앙은행을 폐지하고 민간은행에게 17세기 암스테르담 은행이 그랬던 것처럼 100%의 지급준비율을 의무화한다. 더불어 민간 화폐 간의 경쟁이 활발해지면 결국 그들과 경쟁하게 될 국가 발행 화폐 또한 좀 더 안정적인 제도를 채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대효과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발표하면서 의도했던 것은 소유권이 멋대로 쓰이지 않는, 사용자에게 금융 주권이 있는 화폐 시스템이었다. 그렇다면 당시 암호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을 사용해 어떤 이점들을 의도했을까.

가장 먼저, 사토시가 백서에서 말했듯 거래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중개기관을 없앰으로써 절약하게 되는 비용은 개인 간 가볍고 일상적인 소액거래를 부담없이 가능하게 한다. 해외거래에서도 따로 환전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 환전 및 송금수수료의 부담을 줄이고 전체 거래를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다. 특히 국제송금 수수료 절약의 이점은 개발도상국가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인터넷과 금융인프라가 미약한 국가에서도 해외 은행에 의존하지 않고 거래할 수 있게 하여 그들의 문턱을 낮추어줄 수 있다.

또한, 주기적인 경제위기를 막을 수 있다. 비트코인은 소유권을 매우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암호화폐이다. 국가 주도하에 발행한 화폐가 아닌 여러 암호화폐들이 경쟁하면서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시장에서 필요한 최적의 양의 화폐만 공급될 것이다. 물론 예측능력의 한계와 사회 구조의 변화 등으로 일시적인 문제나 경기 혼란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그동안 자본가, 정치가의 이익을 대변한 자본주의 화폐 시스템의 문제점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고자 하였다.

끝으로

시리즈 두번째인 이 글은 발표된지 약 10년이 지난 비트코인 백서를 바탕으로 암호화폐로서 비트코인의 사회적, 정치적 의의를 짚어보고자 하였다.

비트코인은 참여자의 소유권과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최소한의 전자화폐 시스템이다. ‘주권’에 초점을 맞추어 원리와 배경을 이해하고 꾸준한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Reference

[1] Satoshi Nakamoto. 2009. Bitcoin :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2] 김종철. 2015. “자본주의 화폐(money)의 본질과 기원”에 대한 정치학적 설명.“ 『국제정치논총』55권3호, 157–191.

[3] http://satoshinakamoto.me/2009/02/11/bitcoin-open-source-implementation-of-p2p-currency/#selection-49.94-49.538

[4] 전용덕. 2009.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과 화폐 금융제도. 한국경제연구원. 170–178.

[5] https://voxeu.org/article/competition-between-government-money-and-cryptocurrencies

[6] https://medium.com/@VitalikButerin/the-meaning-of-decentralization-a0c92b76a274

[7]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2&nkey=2018061101176000211&mode=sub_view

[8]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15/20181015003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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