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현재와 더 암울한 미래에 대한 걱정질

Sigi, Cho
PM and CEO
Published in
5 min readFeb 23, 2015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092525021

옐로모바일이 2014년 9월에 애드쿠아의 49%의 지분을 인수했다. 옐로 모바일 내에는 디지털에이전시 영역 내에 이모션과 함께 애드쿠아가 디지털 인터랙티브 광고 영역으로 합승한 것이다.

디지털에이전시, 웹에이전시로 불리는 이쪽 업계는 현재는.

여전히 저가형 웹사이트 제작 업체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기존 업체들도 단가 경쟁이 여전히 존재하며 고객사들의 단가는 오히려 낮아지거나, 유지되는 경향이 크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디지털 시장 자체가 중요함은 잘 알고 있으나, 우리가 직접 체감하지 못하는 부분일 수도 있지만, 복사 붙여넣기로 인식되는 이 시장은 오프라인의 크리에이티브보다 저평가되고 그에 따라 역량을 가진 인력들이 조금 더 나은 연봉과 복지를 찾아 여전히 떠나고 들어오고를 반복하고 있다. 늘 새로운 트랜드와 인사이트를 뽑아내고, 다시 검증하고를 반복하는 우리 업계에서는 기술기반이 아닌, 아이디어와 분석과 그에 대한 ‘현재’의 결론 밖에 낼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고, 10년, 20년을 지속 경영이 가능하도록 이어지게 하는 기반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웹은 이제 2000년대 초반과 다르게 심하게 분업화 되어 있으며, 시장에서의 수요는 점점 ‘기본적인 수요’에만 머물고,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경험에 대한 대우 보다는 ‘빠른 처리’와 ‘빠른 대응’만이 살아남는 일 처럼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개개인의 역량의 발전은 야근과 철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이제 40대가 되어서 선봉에 나서는 돌격대장의 역할 보다는 오히려 뒤에서 지원하는 관리의 역할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초심을 가진 사람들만 위험한 선봉에 나서게 된다. 시장에서의 s/w를 평가하는 기준도 여전히 문제다.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뉘어지고, 정해진 예산과 단가에 맞춰서 인력이라는 자원을 세팅해야 하고, 경험이 많으면 많은대로 생기는 문제와 적으면 적은대로 생기는 문제는 끊이질 않는다. 장인의 노하우가 전수되는 체계가 아니라는거다.

그렇다면, 현재를 기준으로 최소한의 현상 유지의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심플한 해답은 매뉴얼화다. 웹, 모바일 등의 s/w 구축 체계 및 프로세스, 검증, 보안 등 현재를 기준으로 가장 안정적인 모델을 내부적으로 수렴하고, 확정해서 Standard를 만들어 모든 activity를 매뉴얼화 하는 것이다. 물론 매뉴얼화는 기계적인 매뉴얼이 아닌, 우리가 커뮤니케이션 해야하는 방식에 대한 매뉴얼이다. 예를들면, 최초 영업 미팅에서 언급되어야 하는 필수 사항들,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제반 환경 사항, TOBE 모델이 어떻게 그려지길 희망하는지에 대한 시각적인 자료, 그리고, 해당 서비스가 운영되기 위한 최소한의 activity에 대한 나열과 이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들. 우리가 수 년 동안 이어온 방법론이자, 소위 폭포수모델이라고 불리우는 old하지만 가장 안정적이고 리스크가 적은 방안이다. 이를 토대로 우리는 지금까지 웹에이전시, 디지털에이전시 사업을 영위해왔고, 앞으로도 이어질 방법론이다.

하지만, 분명 위와 같은 방법론은 참담하고 암울하기 그지없다. 10년 넘게 프로세스의 발전은 거의 없고, 외적인 기술과 트랜드 이슈는 너무 분절, 분파되어서 이를 리딩하고 지탱해야 하는 경험자들의 피로도가 너무 많이 쌓여있다. 더군다나 영업적인, 마케팅적인 측면에서의 지속적인 발전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하지만, ‘시간’이라는 개념을 높고 봤을 때 사람은 결국 시간에 따라 ‘소모’된다고 감히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성정과 발전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의 관리와 관리 그리고, 관리에 대한 투철한 방법론들만이 시스템으로 남게 된다. 다시 말해 우리는 크리에이티브한 집단이 아니라, 수 많은 방법론들을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으로 사람이 만들어야 하는 과정을 반복할 뿐이다.

암울하지만, 그렇다면 도대체 앞으로 디지털에이전시의 미래에 대한 비전은 무엇인가.

이모션의 경우에는 시장 내에서 차지하는 value가 높은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옐로모바일과의 인수/합병은 여러 방향으로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즉, winner takes all이 되는 형국에 마케팅, 기술, 광고, 컨텐츠 등 다방면의 조직이 어떤 형태로든 시너지를 내야 하는 구조다. 외형적인 덩치만 커 보일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역시 승자 독식현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마련이다. 특히 우리와 같은 애매한 포지셔닝의 업체에게는 더욱 더. 결국 인수/합병이 디지털에이전시의 미래라고 봐야 하는가? 정답은 아니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웹이든 모바일이든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비용 그리고, 인력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부문은 자동화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아닐까. 농담처럼, 요구사항들을 siri에게 말하고, RFP와 같은 제약들을 말해주면, siri는 분명 답을 줄 것이다. 그것도 전문적이고, 다양한 방식의 프로파일링을 통해서. 미래는 분명 이러한 fact위주를 다루는 직군/산업이 자동화 단계를 거치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희망적인 부분은 이러한 다양한 자원을 결국 사람이 판단하고, 소위 컨설팅을 해 주는 적절한 영역은 오히려 더욱 고도화되거나 각광을 받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 뿐이다. 역시 이마저도 siri가 진보되면 울트론이 되고, 울트론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SF처럼 유치한 발상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현재가 너무나 암울하다.

우리는 그럼 오늘,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후아. 일단 답 모름…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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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i, Cho
PM and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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