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회고록] 방구석 겜돌이에서 스타트업 주니어 개발자가 되기까지 - 인생의 반환점으로 기억될 2021년을 돌아보며

Chanjong Park
Chan’s Programming Diary
9 min readJan 2, 2022

작년 말까지 급한 업무가 올라와서 정신없이 보내던 와중, 날짜를 보니 벌써 연말이 지나버렸다.

야근이라는 핑계로 미뤘던 작년 회고록을 써보고자 한다. 부족한 필력으로 두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뜻깊었던 작년인 만큼 감회가 새롭기 때문에 양해를 바란다.

23살까지의 내 모습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23.7살

다사다난한 24살

주도적인 삶을 이끌어 갈 25살

23살까지의 내 모습

출처 - ifi.gg

10대, 20대 초중반을 통틀어 게임은 내 삶의 빼놓을 수 없는 일부였다. 일과 후에는 항상 게임을 의무적으로 해야만 했었고, 휴학하고 하루 종일 게임만 했던 시절도 있었다.

위 사진은 리그오브레전드의 내 역대 전적들이다. 각 시즌마다 1년이었으니, 얼마나 게임을 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심지어 각 시즌별로 부케, 친구 계정 등으로 게임한 전적이 있을 것이니, 각 시즌마다 1.5배는 곱해야 수지 타산이 맞을 것이다.

LOL만 했겠는가. 여러 가지의 게임들을 두루 섭렵하여 하루 종일 했으니, 게임이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외롭고 우울한 시절을 보냈을 때도 게임은 항상 옆에 있었고,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들도 돌이켜 보면 게임이 대부분 원인이었다.

그렇다 보니 남들은 당연히 겪는 인생에 굵직한 이벤트도 없었으며, 어떠한 자극, 동기부여가 있어도 결국엔 게임이라는 동굴 속으로 숨어 들어가기 일쑤였다.

필자는 게임을 5살때 부터 시작했기 때문에(아버지 옆에서 디아블로 2를 구경했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게임이 이미 삶의 깊숙한 부분에 들어와 있었다.

게임이라는 깊고 어두운 동굴은 되려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었고,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었다.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23.7살

언제까지 게임만 하고 살 순 없었기에, 내 나이의 또래들이 으레 그렇듯 주도적으로 공부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지루하게 듣던 전공수업과 시험만을 위한 암기가 아니라, 개발이라는 장기 레이스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공부 말이다.

그렇게 게임에 맞서 싸우기를 결심하며, 1학기를 마치고 평소 공모전에 관심이 많았던 과 친구들과 첫 공모전을 나가기로 했다.

첫 공모전이 나에게 의미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꾸준히 공부했으며, 열정적으로 개발하고, 끈기 있는 삽질로 성취감을 느꼈다. 무엇보다 위의 과정을 주도적으로 했다.

사실 꾸준히 공부하는 것은 정말 힘들어서 중간중간 탈선할 뻔했지만, 같이 하는 친구들 눈치를 봐서라도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

어쩌면 지금 블로그를 작성하고, 계속 개발할 수 있는 것도 첫 공모전의 경험 덕분일 것이다.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그냥 경험해 보자’라는 추상적인 마음가짐으로 임했더라면, 결코 아래와 같은 결과물이 안 나왔을 것이다.

https://github.com/H43RO/Footprint

아쉽게도 수상은 못했지만, 개발에 흥미를 느끼게 해주기에는 차고 넘쳤다.

사실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주고 팀을 이끌었던 중심의 인물이 한 명 있었는데, 위 Repo의 주인이자 대학교 후배인 해로다.

안드로이드 개발을 꾸준히 해왔음에도 Django를 학습하였고, 자신의 학습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로드맵을 제시해 준 것이다.

로드맵의 일부

해로 멘토(이 정도면 멘토였지 않았을까?) 님의 업적을 상기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프로젝트 총괄

2. 백엔드 4인분을 안드로이드 혼자서 개발

3. 뉴비 4명의 로드맵 제시 및 공부일지 관리

4. 주기적인 모각코를 통한 멘탈케어협업능력 상승

이 모든 부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점에 있어서, 확실한 리더십개발 능력에 대해 입증된 셈이다.

프로젝트 대시보드 중 일부

실력 있는 학생들과 협업을 했더라면 충분히 수상이 가능(최종심사에서 탈락함) 했음에도 불구하고 뉴비였던 나를 개발의 세계로 이끌어 준 것에 대해 아직도 감사함을 느낀다.

덕분에 첫 공모전을 발판 삼아 꾸준히 개발하였고, 다른 공모전에서는 최우수상으로 입상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현재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해로는 최근에 카카오페이에 합격했으며, 곧 첫 입사를 앞두고 있다.

다사다난한 24살

추진력을 얻어 열심히 개발하고 있을 즈음, 포스팅이 오래되었거나 없는 내용들을 블로그에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게 되었다.

자신감이 없어서 작성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지만, 그때 당시 열심히 삽질했던 부분을 포스팅하게 되었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블로그를 방문해 주셨다.

또한 구글에서 관련 키워드로 검색하면 포스팅이 상위 노출되는 쾌거를 얻게 되었다.

지금은 첫번째에 올라와 있다

덕분에 소셜 로그인 적용에 관련하여 외주 요청을 받게 되었고, 내가 짠 코드로 밥벌이를 하는 최초의 순간이 되어버렸다.

이 일을 계기로 회사의 개발 팀장님과 꾸준히 연락을 하게 되었는데, 추후에 한 프로그램을 Django로 마이그레이션하는 작업을 맡게 된다.

토지, 수질 등 환경과 관련된 데이터기 때문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다루게 되었고, 기존 Raw Query들을 Django ORM에 매핑하는 과정이 핵심이었다.

정확하게 매핑할 수 없었던 부분들은 다른 방법으로 유도(특히 group by 절)해서 했는데, 이 과정에서 SQL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아 기초부터 공부했었다.

인강끊고 공부한 내용들이다

2달이 안되는 기간 동안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혀가며 API를 설계했던 과정이 꽤나 즐거웠고, 잘 안 풀릴 때는 오기로라도 해냈던 경험이 있다.

저 때 당시만 해도 학생이었고, 개발 경험이 별로 없던 나에게 믿고 맡겨주신 팀장님께 아직까지도 감사하다.

덕분에 외주개발을 하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고, 코드 재사용성가독성의 중요함을 상기시켜주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개발 후에도 가끔 안부 인사를 전한다. 회사가 대전에 있는데, 시간나면 놀러오라고 해주셔서 추후에 찾아뵐 예정이다.

그렇게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는 와중, 산업기능요원으로 한 회사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받았다.

나는 아직 공익을 가지 않았기 때문에,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기능요원 편입을 희망하고 있었다.

따라서 꾸준히 이력서를 돌리고 있었고, 3~4개월의 기간 끝에 Hexlant라는 블록체인 회사에 백엔드 파트로 합격하게 되었다.

합격메일 중 일부

벌써 6개월째 다니고 있지만 생각보다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다. 열정적이고 재밌는 사람들과 같이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일하니까 더욱 힘이 난다.

특히 경험이 많은 분들이 내 의견을 존중해 주고, 조언을 해주는 분위기 덕분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했던 것 같다.

회사를 다니며 준비했던 공모전에 입상하여 좋은 결과를 거둔 내용도 있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최근에 작성한 공모전 후기를 통해 소개하겠다.

산업기능요원 취업 후기는 시간이 된다면 다른 글을 통해 소개하겠다. 하지만 한마디 덧붙이자면 Django를 메인 프레임워크로 산업기능요원 취업을 희망한다면 말리고 싶다.

물론 자신이 있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나처럼 준비를 짧게 했다면,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면 다른 프레임워크(Spring, Node)를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Django도 매력적인 프레임워크다. 프레임워크 철학에도 나오듯이 빠른 개발이 핵심인 Django는 많은 스타트업에게 채택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말리는 이유는, 산업기능요원 백엔드 포지션에서 Python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생각보다 적기 때문이다.

작년의 이벤트들을 나열해 보니 생각보다 많은 결과를 얻었고, 행운 또한 따라왔다.

방황의 순간도 있었는데, 하기 싫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반사적으로 게임을 찾게 된다. 아직 게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그러다 게임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습관이 되면, 유혹을 뿌리치기가 정말 힘들었다.

지금은 게임의 굴레에서 벗어나 하기 싫은 일을 마주하려고 노력한다. 꾸준한 운동부터 시작해서 독서, 개발 공부까지 여러 방면에서 나를 가꾸고 있는 중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게임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는 현실도피의 수단으로써 게임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다른 예시가 있다면 습관적인 음주 등이 있겠다.)

나처럼 게임을 회피의 도구로써 사용한다면, 그 늪을 빠져나오라고 강력하게 권유하고 싶다.

주도적인 삶을 이끌어 갈 25살

조던 피터슨 한국 채널 - 일을 그만 미루는 방법

열정으로만 될 수 있었던 초심자의 행운 이제 끝난 것 같다.

내가 자신 있어 하는 분야만 파고들다 보니, 깊이 들어갈수록 다른 부분에서 허점이 보이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전공에서는 CS부터 시작해서 알고리즘까지, 내가 여태까지 깊게 공부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었던 분야이다.

전공 외적인 것에서는 운동, 독서, 퍼스널 브랜딩 등 나 자신을 가꾸고 매력적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겠다.
필요성을 느꼈었지만 귀찮아서, 개발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등의 이유로 내쳤던 것들이다.

앞으로 1년 반, 즉 전역 전까지는 싫어도 서울에 있어야 할 것이다.
산업기능요원의 신분으로 묶여있지만, 서울에서 살고 있다는 이점을 잘 활용하여 열심히 생활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26살이 되어 이 글을 다시 볼 때, 해내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을 겪기보다 성장했다는 성취감을 얻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