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IT산업기능요원 편입/전직 후기] 내 국방부 시계는 왜 이렇게 느리냐고? 난 빠르던데..
저를 응원해 주시고, 진심어린 조언을 기꺼이 건네주셨던 전, 현 직장 동료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소집해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너 아직도 전역(소집해제) 안 했어?”
오랜만에 보는 친인척들과, 한창 취업 준비와 대학원 생활에 바쁜 동기들에게 작년 말 즈음부터 들어왔던 말이다.
남들 국방부 시계는 금방 간다고 하지만, 사실 산기요도 사회생활과 다름없기에 남들이 느리게 간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어쨌든, 지난주에 드디어 23개월간의 긴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사실 계속 회사를 다닐 셈이라서 크게 감흥은 없었다.
그럼에도 금요일 퇴근길에 팀장님께서 덕담해 주시길, 나름 인생에서 큰 거 하나 해치운 거라고. 잘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생각해 보니, 어찌 되었든 한국 남성으로 태어났으면 모두 겪어야 할 군 복무 이슈를 해결한 것이니(비록 남들과는 다르게 해결했지만) 약간의 벅차오름이 생기긴 했다.
오랜만에 글을 써보는데, 이번 글에서는 23개월간의 산업기능요원(줄여서 산기요) 편입, 전직을 준비하며 느낀 점들을 가볍게 공유하고자 한다.
편입과 전직을 모두 경험해 본 입장으로써, 이 글이 산업기능요원
편입을 준비하거나 전직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해 본다.
시작과 끝은 항상 중요하다
전직 시에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여, 글의 시작점에 놓게 되었다.
생각보다 업계에서의 레퍼런스 체크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들어오게 된다.
심지어 산기요를 전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회사에서도 신중하게 뽑아야 할 것이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지원자를 확인할 것이다.
이 말인즉슨, 우리의 이직활동이 회사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퇴사 확정 후에 인수인계를 소홀히 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신이 이직활동을 하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경영진분들이 알 수도 있을 것이다.
전 직장 경영진분의 말씀을 빌리길,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나중에 꼭 한 번쯤은 다시 볼 기회가 있더라"라는 말이 와닿았다.
그러니 최소한 폐를 끼치지는 말자. 언제 어디서 전 직장동료들과 일할 수 있을지 어떻게 아는가.
남은 일들은 남는 자들의 몫이지만, 그들을 위해 문서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바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떠나는 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회사가 채택하는 언어로 사이드프로젝트를 시작해 보자
(물론 이건 나처럼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산기요를 준비하려고 하는 사람을 위한 조언이다.)
- 4급 보충역
- 지방대 컴퓨터 관련 학과 5학기 이수 (학점 3.2)
- 웹개발 공부를 갓 시작하여, 공모전에 겨우 나갈 수준
- Python / Django 사용경험
자세한 내용은 전에 작성한 2021 회고록에 있지만, 처음 편입을 시도해 보자고 결심했을 시점에 스펙이다.
사실 실무자 입장에서 보기에는, 아직 햇병아리 노베이스나 다름없는 수준일 것이다.
심지어 나는 “아직 Python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데, Java / Spring으로 넘어가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염려 속에서, 꾸준히 Python을 공부하게 되었다.
보통 Django는 Python의 동적 타입(물론 Type Hint로 보완 가능)과 Active Record, 그리고 많은 회사가 Spring을 쓰는 이유로 기초만 익히는 데 반해서 말이다.
그렇게 어영부영 준비하다 우연히 블로그에 작성한 소셜 로그인 튜토리얼 글을 통해 연이 닿아 프로그램 외주를 하나 맡게 되었고, 그 시점 이후에 실력과 자신감이 많이 상승했던 것 같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편입에 성공했을 때는, Python 백엔드 파트로 입사하게 되었다.
하지만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바로 Java / Spring 으로 공부를 열심히 했더라면 병역특례 취업 관점에서는 더 유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언어와 프레임워크에 종속되는 것이 좋지 않다고들 하지만, 처음에는 익숙함을 벗어던지고 다른 언어에 적응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애초에 자격요건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 가장 크다.
대표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구직활동을 했던 당시, 산업기능요원을 채용할 수 있는 회사들 중에서 Python 백엔드를 거의 뽑지 않았다.
2. 채용을 원하는 대부분의 회사는 스타트업이고, 가급적 빠르게 업무에 투입되길 원하기 때문에 각 회사에서 요구하는 언어/프레임워크의 지식이 필요하다.
외주 경험이라도 없었다면, 단순히 공모전 수준(심지어 입상도 못했었다)에서 계속 입사를 지원했다면, 입사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티드, 로켓펀치, 프로그래머스 등 산업기능요원 채용이 활발한 플랫폼에서 어떤 자격요건을 공통적으로 많이 보는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력서는 감춰야 할 것이 아니다
사실 처음 써보는 이력서라면, 심지어 졸업도 안한 상태에서 산기요를 위해 작성한다면 처음에 ‘뭘 써야 하지?’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준비 기간을 짧게 가졌거나 없는 사람들은 그럴듯한 경력도, 프로젝트도 대부분 없기 때문에 이력서에 대한 고민이 많을 시기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따로 부트캠프를 다닌 것도 아닌, 공모전 하나부터 포트폴리오를 작성했기 때문에 고민이 정말 많았다.
일단 막 써보자. 내가 하고 싶은 것, 해봤던 것들 말이다.
과제나 학교에서 했던 프로젝트도 좋다. 일단 써보기라도 시작하고, 신뢰가 가는 지인에게 피드백을 부탁하자.
사실 진부한 말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력서를 보여주는 걸 부끄럽게 여기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꼭 말해주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서, 그 사람의 경험을 바탕으로 피드백을 전달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이직을 위해 만들었던 포트폴리오도 무려 40명 이상의 피드백을 받아 완성했고, 내 기준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별로 내용이 없음에도, 타인의 객관적인 시선과 피드백은 당신의 이력서를 한층 더 가치있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니 용기를 가지고, 가장 친한 친구한테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모르면 내가 피해볼 것들은, 내가 스스로 챙겨야 한다
병역특례의 편입/전직 절차 같은 기본적인 부분들은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겠지만, 절차를 밟다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전직에서, 예를 들어 현 회사의 인사팀이 요구하는 서류나 절차가 올바른지 같은 것들 말이다.
안 좋게 이야기가 진행되면 마찰을 빚을 수 있기에, 병무청 산업지원과에 직접 전화해서 인사팀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도 안된다면, 제출 시점으로부터 14일 후에 당사자가 직접 관할 병무청에 제출할 수도 있다)
퇴사를 밝히면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퇴사 프로세스는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 한다.
최대한 갈등을 피하는 게 좋겠지만, 내가 번거롭거나 피해를 입을 것 같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말해야 할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직 사이의 공백을 최대 2주 동안 가질 수 있는데,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자.)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해볼 만 하다
사실 현역은 실력도 뛰어나야 하거니와 운도 잘 따라줘야 하기 때문에, 필자가 현역이었다면 포기했을 것 같다.
(지금은 대학생 현역으로 산기요는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만약 보충역이라면, 코딩이 잘 맞다고 느끼는 컴퓨터 관련 학부생이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2년간 휴학을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버렸기 때문에, 공익으로 소집해제 후에 아무 경험 없이 졸업했다면 늦었다는 조바심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직접 해보며, 나름 2년간 경력을 쌓고 돌아가게 되었다.
좋든 싫든 이러한 경험 자체는 나에게 너무 소중하다.
업무에 시달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적도, 꽤 큰 실수로 간담이 서늘했던 적도 있었지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소통으로 프로젝트를 위해 서로 토론하는 기분 좋은 경험도, 때론 진중하게 사회 선배님들께 진심 어린 조언을 받았던 경험도 있었기에, 이전보다 더 성장한 내가 있지 않나 싶다.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것들을 경험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