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많은 사람들은 돈 내는 독서모임을 하게 됐을까?

Eugene Kim
cir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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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in readJan 24, 2019

유료 커뮤니티 서비스 트레바리가 끌리는 이유

돈을 내고 독서토론모임을 한다고?

책을 읽어야 하는 돈까지 내다니..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을 수 있다. 이 유료 독서 커뮤니티 서비스는 바로 트레바리의 이야기다. 시즌제로 운영되는 트레바리는 1시즌(4개월)에 19–29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각 클럽의 형태마다 금액이 달라지는데 각 업계의 전문가들인 클럽장이 운영하는 클럽의 경우 29만원, 일반 멤버인 파트너가 운영하는 클럽의 경우 19만원이다.

트레바리는 2015년 4개클럽 80명으로 시작해서 2018년 12월의 회원수는 약 3500명을 돌파했다. 만 3년만에 회원수가 43배 성장한 것이다.

왜 많은 사람들은 유료 독서모임 커뮤니티 서비스에 모여들게 되는 것일까?

트레바리의 미션은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이다. 이 미션은 사람들이 트레바리에 이끌리는 이유와 굉장히 맞닿아 있다.

1. 세상을 더 지적으로 — 사람들의 ‘지적 욕망’을 자극한다

책 좀 읽어~~

어렸을 때, 부모님께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이다. 공부가 업이었던 학창 시절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겨운 일이었다. 마치 일터에서도 내내 해왔던 활동을 집에서도 주말에도 한다는 것은 ‘힘들어!!’라는 생각을 초등학생이던 어린 시절에도 알았던 것 같다.

이 상황은 직장인이 되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으로 반복됐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업은 있으나 업무 안에서만 박혀있을 때 큰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새로운 지식이 흡수되어야 함을 뼈저리게 느낄 때가 있다. 내 성장을 위해 필요한 지식이 업계의 전문지식일 수도 있고, 세상에 살아감에 필요한 시사적인 지식, 대학교 교양에서 들었을 법한 인문지식 등 종류는 다양하다. 하지만 막상 어떤 지식을 흡수해야 할지 오리무중이고, 지식을 흡수할 시간도 에너지도 없을 때가 종종 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1,2,3 시리즈

2017년 tvN 나영석 사단에서 연출한 눈이 즐거운 예능이 아닌 뇌가 즐거운 예능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은 최근 시즌 3까지 제작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알쓸신잡이 단순 재미가 아니라 평소 책을 읽지 않았던 이들이라도 이해하기 쉽게 전하는 지식의 소통 창구가 됐기 때문이다. 그들이 전하는 지식은 예능의 색다른 컨텐츠가 됐고 새로운 형태의 토크쇼가 되었다. 우리 사회는 대화의 기술과 이야기 기술을 닦기 위한 지식 충족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사회의 변화에 따른 나의 지적 성장도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트레바리는 내가 직접 알쓸신잡의 패널처럼 지식을 나누고 그에 대하여 토론할 수 있다. 책을 통해서 얻은 지식을 가지고 특정 발제문을 통해 토론 1개월에 한 번 모였을 때 토론한다. 창업, 마케팅, 투자, 일 잘하기, 사이드 프로젝트, 미식, 젠더,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의 클럽 성격에 따라 책 선정도 천차만별이다.

책을 읽고 무조건 400자 이상의 독후감을 써야 정기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400자를 채웠지만 내용 없는 독후감일 경우에도 모임 참석에 거부당할 수 있다. 독후감을 쓰고 책 내용을 한번 되짚고 난 후에야 토론모임에서 책의 내용과 관련된 클럽 내의 생산적인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한 트레바리 멤버는 각 업계의 전문가들이 전하는 강연, 체험 클래스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트레바리 19년 1월 이벤트 캘린더 © TREVARI 공식 웹사이트

‘독서모임’은 책을 통해서는 책에 관한 지식을 흡수하고 그에 관해 토론하는 자리라면, ‘커뮤니티 이벤트’는 업계 혹은 관심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얻어가는 자리이다.

회사만 다니는 경우 자신이 하는 직무에만 능통하고 그 외에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직무에는 능통하더라도 다른 회사의 같은 직무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 더 알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니즈의 경우 이런 강연 이벤트를 통해 자신의 직무 관련 지식뿐 아니라 내가 알기 어려웠던 분야의 지식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2. ‘사람들을 더 친하게 — 단절되어가는 개인들을 연결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더 좋은 사람,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 게티이미지 뱅크

서울의 경우 높은 집세를 이유로 전세, 월세살이에 있는 밀레니얼 세대(약 1980년생~2000년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정해진 약 2년 정도의 계약기간에 채워서 살며 주위 이웃들과 서로 알고 지낼 이유도 잘 지낼 여유도 없는 현실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본인이 속한 지역사회에서의 커뮤니티보다는 서로 알고 지내왔던 사람들 위주나 온라인에서 관심사가 유사한 유저들끼리의 만남을 형성하는 편이 더 익숙하다

현대사회에 들어서는 웃긴대학, 오늘의 유머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왔고, SNS가 등장하면서부터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수없이 많은 플랫폼을 통해 점점 연결되는 세상이 도래했다. 그들은 온라인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알아가지만 온라인 속 그 누군가를 손쉽게 만날 수 있지는 않다. 그가 지구 반대편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트레바리는 스스로를 ‘더 나은 우리를 위한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라고 말한다. 독시모임은 기반이 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구글 사전에서는 커뮤니티의 사전적 정의를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커뮤니티, community

지역성과 공동성을 기초로 하는 사회. 매키버(R. M. MacIver)가 사회 유형의 이념으로서 내세운 개념임. 국가·도시·읍촌 등과 같이 귀속 의식과 연대성을 가진 지역 사회를 가리키기도 함

사전에서는 커뮤니티를 지역성과 공동성을 기초로 하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지역성은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이룰 수 있는 지역적인 특성이 있고, 공동성으로는 관심사, 필요사항, 자원 등 여러 유사한 요소들이 있을 수 있다. 이 시대 온라인 커뮤니티의 지역성은 세계를 초월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특정 지역에서 모이거나 그 주변으로 묶이게 된다.

트레바리 독서모임은 안국, 성수, 압구정에 아지트(트레바리 모임 장소를 지칭하는 단어)에서 모인다. 앞서 언급했듯이 각자가 관심 있는 주제를 바탕으로 한 클럽에 참여하여 특정 지역에서 모이고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비슷한 꿈을 가지거나 취향이 유사한 사람들끼리 모일 때, 그들끼리 나누는 대화는 훨씬 재미있다.

회사는 기업의 한 이익으로 모여있는 집단이지만, 트레바리의 경우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택해서 유사한 사람들끼리 모아놨기 때문에 그들이 맺어가는 관계에서는 더 흥미를 느끼기 쉽다. 개인적인 관점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인사이트나 아이디어를 얻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사람 자체에서 배워가는 점들도 있기 때문이다.

번개

트레바리는 독서모임이지만 책 읽기 모임 말고도 다른 모임이 있다. 바로 ‘번개’다. 각 클럽에서 월 1회 이루어지는 모임 이외에도 서로의 관심사에 맞는 식사, 게임, 전시 등의 내용을 정해서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커뮤니티는 참여 멤버의 결속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번개’는 클럽의 독서모임 적극성이나 서로의 의견교환이 자유로울만한 친밀함을 키워주는 선기능을 한다.

클럽 구성 멤버에 따라 토론하는 내용이 달라지고, 어느 정도의 참여도와 지식으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토론의 격도 달라진다.

클럽의 멤버 구성에는 비교적 운빨이 따라줘야 하는 맹점도 있다. 각자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이기에 색다른 시야로 같은 문제에 대해서 토론하며 시각의 다양화를 꾀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사람들이 멤버로 구성될지 모르기에 기대했던 수준의 토론시간을 보내지 못할 확률도 있다.

그렇기에 분야의 전문가인 클럽장이 있는 클럽은 상대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퀄리티와 전문성 있기에 일반 클럽보다 멤버십 가격이 높게 측정되어 있는 이유도 있다.

앞으로의 커뮤니티는?

멤버 구성의 랜덤 구성으로 인한 나와 잘 맞는 클럽이라는 점을 알기 어렵고, 업로드 한 독후감 컨텐츠가 클럽 모임 이외에는 활용되지 않는 점 등 여러 아쉬운 점들이 있지만 돈을 지불하고 독서 모임에 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커뮤니티의 강한 아이덴티티가 있다.

많은 이들이 꼽는 트레바리의 장점으로는 책에서 얻는 지식의 유익함도 장점으로 꼽지만 클럽의 멤버들에게서 얻는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트레바리도 독서보다는 커뮤니티에 조금 더 집중하여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트레바리 이외에도 여성들의 성장을 인커리지하는 헤이조이스, 행복한 일을 찾는 어른들의 학교인 퇴사학교 등의 여러 커뮤니티 서비스가 많다. 이외에도 새롭고 더 매력있는 커뮤니티 서비스들의 다양한 등장을 기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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