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타야 서점이 잘 되는 이유는?

Eugene Kim
ciriz
Published in
5 min readFeb 19, 2019

책 ‘지적자본론'을 읽고

다케오 시립 도서관 © www.ccc.co.jp

요즘은 많은 이들이 온라인에서 서비스를 즐겨 찾고 모바일 속 세상에서 시간을 보낸다. 컨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에서도 아날로그의 감성이 느껴지는 종이책을 사고 빌리기보다는 온라인 서점에서의 책 구매를 하고 전자책을 이용하는 시대다.

츠타야 서점은 오프라인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양산업으로 저물어가는 분야에서 어떻게 독보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

1 츠타야서점은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고객이 ‘구매’하는 공간이다

나의 경우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항상 베스트 제품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갈대 같은 마음이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제품이 인기가 있는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서점에서 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는 팔리는 것에 기반을 둔 제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과 직결되는 제안이고, 사람들은 항상 잘 팔리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는 방식이다. 베스트셀러에서도 사람들이 왜 많이 찾았을까 한층 더 들여다보면 퇴사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 교양 인문을 쉽게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등 분류는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에서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서적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제안이다. …… 그 제안 내용에 따른 분류로 서점 공간을 재구축했다……여행, 음식과 요리, 인문과 문학, 디자인과 건축, 아트, 자동차…… 라는 식으로 장르에 따라 구분이 되어 있고 그 안에서도 내용이 가까운 것들끼리 단행본이든 문고본이든 틀을 넘어 횡단적으로 진열되어 있다.”

마스다는 서적의 컨텐츠를 중심으로 새롭게 제안한다. 일반적인 베스트셀러에서도 한층 더 들여봤을 때 묶일 수 있는 그룹이 있듯이, 내용이 가까운 것들끼리 모이면 누군가의 취향 저격이 오롯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가 말하는 이러한 제안력이 서비스의 핵심이고, 지적자본이 쌓여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진가이다.

2 고객이 느끼는 편안함 : 휴먼스케일의 균형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건물이 좋아서가 아니다. 사실은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이 중요하다.”

츠타야 서점을 방문하는 많은 고객이 편안한 공간과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인간에게 맞춰진 스케일의 세심함 때문이다. 책에서는 휴먼스케일을 인간의 체격을 기준으로 한 척도. 인간의 자세, 동작, 감각에 입각한 단위라고 한다. 사람이 책을 가지고걷는 보폭이나 움직이는 활동 반경, 책을 집어 들었을 때의 시야각도 등 평균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수치들이 있을 것이다.

디자인에서는 Human Centered Design라는 디자인방식이 있다. UX에서 많이 쓰이는 방식이지만 오프라인에서의 고객경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적자본론에서 말하는 중심도 결국은 사람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사람이 중심이 되었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을 더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3 영화, 음악, 서적이 한데 묶인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일까? 아마 문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문화에는 영화, 음악, 책, 연극, 뮤지컬, 전시 등 다양한 것들이 많다. 문화를 이루는 DVD, CD, 책, 잡지 등은 눈에 보이는 소비재라서 말 그대로 돈 주고 사는 제품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스다는 달랐다. “DVD, CD, 책, 잡지 등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각 상품의 내면에 표현된 라이프 스타일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상품”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고객은 한 영화를 보면서 그 주인공이 좋아하는 차분한 느낌의 재즈를 듣고 싶어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스다는 그 니즈를 멀티 패키지로 한데 묶어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것은 어디선가 ‘뿅’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비틀고, 분리하고, 조합하면서 새롭게 탄생한다. 그 어느 누구도 책을 판매하는 곳에서 음악을 판매할지 상상하지 못했지만, 마스다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는 관점을 달리 했기 때문에 영화, 음악, 서적이라는 삼위일체의 멀티 패키지 스토어(MPS)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온라인으로 눈을 돌려보면 ‘서드 스테이지’의 여러 서비스들이 너나없이 큐레이션(제안능력)을 외쳐댄다. 많은 서비스들은 자신들의 독보적인 제안력으로 각자의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TV Show와 영화를 시청할 수 있는 넷플릭스, 사용자가 동영상을 공유하고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도 그 중 하나다. 이 서비스들은 큐레이션과 여러 기능으로 고객 맞춤화를 제공한다. 요즘 사용자들은 점점 추천받는 것에 익숙해지고, ‘제안능력’있는 서드 스테이지 플랫폼의 수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제안력있는 서드 스테이지 플랫폼에서 한 걸음 나아간 ‘Fourth Stage’는 과연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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