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s] 이야기와 희소성, 그리고 모방 욕구

Emma
ClubRare U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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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in readMay 27, 2022

(원문) https://thecontrol.co/stories-scarcity-and-mimetic-desire-c4a344fa74e1

NFT는 최근 업계 역사상 전례 없는 방식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주류로 자리 잡았다. 구글 트렌드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최근 NFT에 대한 관심도가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도를 뛰어넘었다.

출처: 구글 트렌드의 데이터 자료

필자는 이러한 현상이 지금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수년간의 전후 사정을 바탕으로 이론을 세웠고, 이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차근차근 설명하고자 한다. 한동안 업계 소식을 가까이 접해왔던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내용일 것이다.

비트코인: 2,100만 개뿐인 ‘디지털 금’

비트코인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인물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암호화폐는 1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돈과 금융에 주된 관심을 갖는 이들의 흥미를 끌어왔다.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소유하는 이유는 바로 비트코인이 가진 이야기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며 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는 디지털 금)와 희소성 (2140년까지 단 2,100만 개의 비트코인이 발행되며 기반 프로토콜이 비트코인의 희소성을 검증 및 집행) 때문이다.

이야기와 희소성 덕분에 암호화폐는 오늘날 전 세계 13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통화보다 훨씬 많은 시가총액 약 1,334조 3,000억 원 (1조 천억 달러)을 달성하게 되었다.

현재 전 세계 수천만 명이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론이나 금융계의 통념에 따라 비트코인은 가치가 없다는 수많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에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다. 비트코인의 성공은 비트코인이라는 창작물 (비트코인은 신뢰 구조를 최소화한 디지털 희소성을 실현해낸 첫 프로토콜이었다)의 진위 및 커뮤니티의 신념에 대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제도적인 내러티브에는 개의치 않았으며 비트코인의 이야기만을 믿었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의 이야기를 믿게 되면서 초기 지지자들의 믿음이 입증되고 가치가 높아졌다.

비트코인이 지금까지 성공 가도를 달려왔어도 전 세계 수십억의 사람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에 관심이 없다. 누군가는 돈과 금융에 관심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고, 누군가는 ‘디지털 금’ 이야기에 흥미가 없거나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비트코인에 한 번쯤 발을 담갔다가 뺐을 가능성도 크다. 필자는 비트코인과 처음부터 사랑에 빠졌던 사람이지만 비트코인이 (아직은) 모두에게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충분히 인정한다.

수백만 개의 이야기를 희소 자산으로 바꾸는 NFT

비트코인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야기와 희소성을 통해 NF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NFT에 대한 관심이 더욱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데는 다음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미술, 음악, 스포츠,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NFT

돈과 금융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새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암호화폐 공간에 유입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전 세계에 미술, 음악, 스포츠, 그리고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미술, 음악, 스포츠, 문화 관련 이야기가 더 큰 흥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비플의 에브리데이즈 — 로우 (Raw, 2020년 작)

비플은 지난 13년 이상의 기간 동안 사람들이 좋아하는 디지털 미술품을 만드는 데 전념해왔으며, 지난해부터 문화 의식이 높은 자신의 미술품을 이더리움 기반으로 토큰화하기 시작했다. 해당 미술품의 가치는 현재 1,213억 원 (1억 달러)이 넘는다. 비플의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이라는 작품은 최근 크리스티 경매에서 837억 3,150만 원 (6,900만 달러)에 판매되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비플의 이야기를 믿고 있다.

로비 바랏 (비디오드롬)의 AI 생성 누드화 #1 (2018년 작)

로비 바랏은 생성적 적대 신경망 (GANs)이라 불리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한 디지털 미술품을 창작한 초기 개척자이다. ‘오비어스’라는 미술 집단이 로비 바랏의 오픈소스 코드를 복사해 만든 작품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5억 2,444만 원 (43만 2천 달러)에 판매된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로비 바랏의 코드가 진정으로 구현된 작품은 바로 슈퍼레어에서 판매된 ‘AI 생성 누드화 #1’이다. 로비 바랏은 최근 NFT의 과장된 인기로부터 확실히 거리를 두면서도 미술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다가가는 진정한 아티스트이다.

크립토펑크

크립토펑크는 NFT 프로젝트들의 원조격으로 알려져 있다. 매트 홀존 왓킨슨은 NFT가 유명해지기 훨씬 전이었던 2017년 6월, 8비트 빈티지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크립토펑크를 출시했다. 이들은 다양한 특성을 지닌 만 개의 크립토펑크를 발행해 무료로 배포했다. 크립토펑크 7804 작품은 최근 4,200 ETH에 판매되었으며, 오늘 기준 가장 저렴한 크립토펑크의 가격은 21 ETH (4,613만 원, 3만 8천 달러)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크립토펑크의 이야기를 믿고 있다.

저스틴 블라우 (3LAU)는 공연 및 인터넷 음원 공개 등 음악계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온 독자적인 전자 음악 아티스트이다. 그와 지난 2020년 10월 진행했던 인터뷰 내용은 이 링크를 따라가면 확인할 수 있다. 저스틴 블라우가 이후 발매했던 NFT 기반의 앨범은 133억 원이 넘는 (1,100만 달러) 가격에 판매되었다. 자신의 훌륭한 음악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저스틴 블라우의 진실한 접근 방식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믿게 된 것이다.

NBA 탑샷 시리즈 1의 르브론 제임스 덩크슛 장면

NBA 탑샷은 농구 팬들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농구 프로 선수의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순간’)을 수집할 수 있게 해준다. 농구는 수백만의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 대상이며, 팬들은 해당 NFT를 통해 자신이 열광하는 대상에 더욱더 깊은 연결고리를 가질 수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앞서 언급했던 작품들처럼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만드는 NFT 진품에 가장 열광하는 편이지만, NFT 탑샷 프로젝트가 지적재산권 기반 NFT 시장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이러한 이야기에 대한 믿음 또한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외에도 희소성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를 지닌 수많은 NFT 프로젝트 덕분에 지난 몇 달간 암호화폐 공간에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었다. 정말 좋은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야기를 희소 자산으로 바꾸는 지속가능한 방법을 누구에게나 제공하는 ‘NFT’

누구나 이더리움 기반 NFT를 통해 이야기와 희소성으로 가치를 쉽게 창출할 수 있다. 2017년 암호화폐 공개 (ICO) 붐이 일어나 이더리움이 처음으로 주류에 편승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많은 기술자와 기회주의적 사업가는 이더리움의 비허가적 특성과 대체 가능 토큰 발행을 위한 공개 표준 (ERC-20)을 활용해 이야기와 희소성으로 수십억 원을 벌어들였다.

한편, 2017년의 ICO 열풍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ICO는 확실하게 나와 있는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기반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즉, 대부분의 관련 프로젝트는 무허가 증권이었고, 규제 당국은 이를 막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했다. 미국의 규제 프레임워크 하에서 ICO는 사람들이 이야기와 희소성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었다. ICO를 진행하려면 코딩 방법을 알거나 코딩 전문가가 필요했기 때문에 대중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NFT는 위의 두 가지 문제점을 모두 해결한다. NFT는 미래에 출시가 약속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확실한 제품 (디지털 상품)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NFT 붐이 ICO 붐보다 훨씬 지속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NFT를 만드는 것이 ICO 프로젝트를 출시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코딩이 필요 없으며, 누구나 오픈씨의 NFT 생성 도구를 사용해 무료로 NFT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수요가 있는 한 수백만 개의 이야기 기반 희소 자산이 이더리움 메인넷에서 융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NFT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는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수백만 개의 NFT가 융성할 수 있는 환경에서 NFT가 시간이 흐를수록 상당한 가치를 갖게 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야기와 희소성에 막대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모방 욕구’

르네 지라르의 모방 욕구 이론은 인간이 모방적인 생명체이며 모든 인간 욕구는 타인의 욕망에 기반함을 시사한다. 암호화폐와 NFT를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보면 희소성에 기반한 이야기가 엄청난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우리 인간은 타인이 소유하고자 하는 대상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본인이 최근 대량 구매했던 건을 한 번 떠올려보자. 아마도 꼭 필요해서 산 물건은 아니었을 것이며, 타인의 욕망에 기반해 소비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시계나 운동화의 품질이 좋아서 새로 샀다고 자기합리화를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신이 그 물건들의 품질이 좋다고 생각하는 주된 이유는 타인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간 사고의 연결 방식이다.

비트코인이 2009년 처음 출시됐을 당시, 비트코인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비트코인은 사실상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같은 제품이지만 지금은 더 많은 사람이 소유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 다르다. 진품 희소 자산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해당 자산의 가치는 높아지며, 그럴수록 더 많은 이들이 원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비트코인은 그 어느 때보다 연결성이 극대화된 세상에서 전 세계 어디에서나 접근이 가능하다는 특성 덕분에 역대 어떤 자산보다 모방 욕구의 혜택을 많이 받았다. 모방 욕구는 세상의 연결성이 높아질수록 더욱 심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모방 욕구의 맥락에서 NFT의 장기적 가치를 판단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암호화폐의 호황과 불황이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NFT 시장에 일종의 거품이 끼어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러한 가격 거품 속에서 발행되고 있는 NFT의 가치는 대부분 장기적으로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공격적인 마케팅용 이야기를 앞세우며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는 대부분의 프로젝트, 특히 날조하기 쉬운 높은 가격을 강조하는 NFT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NFT 프로젝트 대부분은 구매층이 비트코인과는 달리 매우 적다 (크립토펑크와 같은 유명 프로젝트조차 하루에 구매자가 1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이렇게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이 적을 경우 가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모방 행동이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뒤집힐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일부 NFT가 미래에 엄청난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라 믿는 것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크리에이터가 발행하는 NFT는 그 이야기와 희소성 덕분에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게 되며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진실된 이야기는 성공할 것이며, 이러한 이야기의 소유권 확보에 대한 모방 욕구는 비트코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더욱 심화할 것이다.

해커타오의 ‘희생양’ (2020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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