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에게 글쓰기는 왜 중요한가?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특별하거나 새롭지 않을 것이다. 우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의든 타의든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를 경험해 왔고, 지금도 이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하고 있을테니깐 말이다. 이번 글에선 구직자, 이직자분에게 글쓰기가 왜 중요한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채용을 위한 기업의 글쓰기
구직 이전에 잠깐 채용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참고로 채용하는 기업도 채용을 위해 글을 쓴다. 채용 공고는 명확하고 뚜렷한 목적을 가진 글쓰기의 한 형태다. 채용 공고 및 JOB DESCRIPTION (JD)을 통해 기업은 원하는 인재를 찾고자 한다. 재밌는 사실은, 채용에 경험이 많고 성숙한 기업이 아니라면, 특히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이나 대표, HR 은 이 채용 공고 글쓰기를 작성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놀랍지 않은가? 기업이 하는 채용 활동에 대해 알면 알 수록 기업이 얼마나 채용에 많은 시간과 비용, 정성을 쓰며 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구직자들은 더 놀라게 될 것이다.
이력서
다시 구직으로 돌아가보자. 구직자는 어떤 글쓰기 활동을 하게 될까? 가장 기본적으로 구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글쓰기는 이력서다. 기본적으로 구직자는 한 장, 아니 한 면의 종이에 본인의 경험과 배경을 설명하는 글을 쓰게 된다.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구직 경험이 적은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어려워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오히려 이력서 쓰기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더 문제다. 형편없는 내용과 형식으로 꾸며진 이력서는 읽는 사람들의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재밌는 사실이 있다. 이력서를 잘 작성하지 못하는 구직자들은 이력서의 문제가 자신의 글쓰기 능력과 상관있다고 꿈에도 생각지 못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스스로의 배경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쓸 내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쓸 내용이, 할 이야기가 없는 사람은 없다. 지금껏 쓸 내용이 없어서 이력서를 작성 못하겠다는 구직자들을 상담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것이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쓸 내용을 생각해 내는 것 역시 글쓰기의 일부분이다. 글감을 만들어내고 정하는 부분인데, 이 역시 대부분의 구직자분들은 훈련이 되어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쓸 내용과 경험이 없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이 애초에 없는 경험을 만들어내서 구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불법과 비리가 판치지 않는 이상 올바른 방향으로 노력한 구직자들은 분명 경쟁력이 있다.
필자에게 구직이 안 된다고, 이직이 안 된다고 하며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분들의 이력서를 받아보면, 하나같이 이력서에 문제가 많다. 물론 여기선 이력서와 커버레터 둘 다를 말하며, 더 종합적으로 보면 구직자가 면접까지 갔을 때 구직자의 커뮤니케이션, 면접 스킬까지 모두를 포함한다. 이력서가 정말 잘 정리되어 있는데 구직이 안 되거나 하는 경우는 드물다. 예외는 있다. 이력서 코칭을 잘 받아서 스스로의 글쓰기 능력이 아닌, 남이 써 준 이력서를 가지고 구직시장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그렇다. 운이 좋아 서류 합격은 될지 모르겠지만, 기업과 구직자 간에 오가는 사소한 이메일, 면접 상황에서 구직자의 글쓰기 능력, 더 정확히는 논리적 사고와 표현하는 능력은 드러나게 되어있다.
즉, 필자가 이 글에서 이력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구직자들이 어떻게든 서류 합격을 할 수 있도록 함이 아니다. 논리적 사고와 표현하는 능력을 키움으로서 여러가지 유익을 얻는데, 구직과정에서의 가장 간단한 예시가 이력서일 뿐인 것이다. 더 나아가서, 해당 기업에 이력서를 보낸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커버레터, 기업과 나누는 사소한 이메일 내용들, 채용 담당자와 주고받는 문자 내용, 기업과 최종 보상 및 처우를 결정하는 협상의 단계에서 글쓰기 능력이 요구된다.
읽기
이제 막 구직을 처음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바로 글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써 보라는 것을 권유하고 싶다. 이는 특정 전공이나 계열, 산업에 제한되지 않는다. 이 세상 어떤 직업과 상황에서도 글쓰기, 논리적 사고와 표현하기가 불필요한 곳은 없다. 대부분의 구직자, 이직자 분들에게 글쓰기 공부를 하라고 하면 시큰둥할 것이다. 뭐, 좋은 건 알겠는데, 이건 마치 ‘영어 공부를 하면 사회 생활에 도움이 되요’ 같이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직군이든 글쓰기 능력을 지속적으로 키우지 않는다면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아니 오직 유일한 무기를 버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구직자가 회사에 소개하는 요소들의 대부분은 글(Text)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언제 시작해야
‘취직하고 나면 글쓰기 한 번 배워볼게요’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 순서가 잘못 되었다. 글쓰기 공부 혹은 수련을 시작해야 하는 특정 시기란 없다. 필요하다 싶은 그 순간 바로 시작해야 한다.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도 없다. 글쓰기 학원을 등록해야 한다든지, 코칭을 받아야 한다든지 할 필요가 없다. 글쓰기는 누군가에게 허락된 전문 영역, 성역이 아니다. 모두가 위대하고 아름다운 글을 써야하는 것도 아니다.
결론
우리는 이미 글을 쓰고 있다. 매일 친구와 가족들에게 메신저로 소통하고 있는 것 역시 글쓰기 활동의 일부이다. 카톡을 하더라도 누구의 메세지는 명료하고 오해가 없는 반면, 누군가의 메세지는 2번, 3번 물어봐야 무슨 말인지 아는 경우도 있다. 카톡을 할 때, 상대방이 이해하기 편하게 고민해서 한 번 써 보자. 업무용 메신저에서 역시, 모호하거나 오해가 되는 표현을 피해보자. 동료에게 업무 요청을 할 때 TODO리스트 생성 시, 전후 배경과 Why를 넣어보자. 시도해볼만 한 건 끝도 없지만, 어느 것이든 시작하는 단계에선 내가 필요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서 작게 시작하면 된다. 마치 매일 조깅하거나 푸시업을 하듯이, 하루의 시작 혹은 하루의 끝에 짧은 일기를 써 봐도 좋다. 모든 글쓰기는 이로움만 있지 해로움은 없다고 보면 된다. 어제보단 오늘 더 나은 글을 쓰겠다는 자기인지 만을 가지고 진보적으로 써 가면 된다. 그 누구도 갑자기 유시민 작가처럼 글을 잘 쓸 순 없다.
구직 단계에서 필요한 능력, 그리고 취업 이후 필요한 능력은 구분되어 있지 않다. 흔히들 말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중, 좀 더 구체적으로 파 보면 그 안에 글쓰기 능력이 엄청나게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글쓰기 능력은 오늘 시작해서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영역이다. 물론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포기할 경우 큰 무기를 스스로 버리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내가 얻을 수 없는 것들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 누구든 자의로든 타의로든 이 지구상에서 일을 하며 살아간다면 이 글쓰기 능력을 연습하게 될 것이다. 이왕 할 거라면, 조금 더 열정과 재미를 가지고 해 보자는 것이 필자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그 어느 누구는 오래 전에 작게 시작해서, 지금도 작지만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구직자와, 글쓰기를 전혀 준비하지 않은 구직자. 같은 배경과 경험이라면 과연 어느 누가 이력서, 커버레터, 포트폴리오 및 면접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게 될까? 판단은 독자 여러분들에게 맡기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