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해킹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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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직장인들의 눈 피로를 풀어주는 건강제품을 만들고 판매하고 있다.

작년 김 대표는 제품 홍보를 위해 광고 영상 제작 후, 여러 SNS 홍보를 통해 대박이 났던 경험이 있다. 주변에서도 신박한 광고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고, 제품 홍보의 가장 큰 이유라 회고하며 뿌듯해했다. 올해 역시 야심 차게 준비한 신제품 홍보를 위해 역시 같은 방식의 광고를 제작하여 홍보를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신제품 판매는 이전 제품 대비 50% 도 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이전 제품에서도 비슷한 스토리 중심의 광고였고, 이번에는 신제품인 관계로 분명 더 반응이 뜨거웠을 것 같은데 왜 그랬을까. 갑자기 김 대표는 신제품의 색다른 맛이 문제라 생각하여 또 다른 신제품과 추가 광고를 찍게 된다. 그러나 처참한 결과는 반복되었다.

서비스, 제품을 판매하는 입장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제품 성공,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복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오프라인의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온라인으로 전환 되며, 고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어려워진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그로스 해킹이라는 단어가 업계에 떠돌고 있다. 마케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다. 필자가 처음 들었을 땐, 컴퓨터 해커의 다른 형태로 이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로스 해킹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그로스 해킹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제품 관리, 마케팅, 영업, 엔지니어링이 별개의 비즈니스 단위로 서로 담을 쌓고 있어 각자 우선순위가 제각각이고 기능 간 상호 작용이 제한적이다. 제품 팀들은 시장 조사를 하고 제품 사양을 개발하고 시장의 규모를 평가한다. 이후 제품이 적절하게 규정되었다고 판단되면 이 제품에 대한 일은 사내의 생산 부서, 즉 엔지니어링이나 제조 쪽으로 넘겨버린다. 제품 팀으로부터 연구 보고서와 사양을 받은 마케터들은 마케팅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며 이 때 제품의 핵심 관계자와 동떨어진 외부 에이전시와 광고 및 홍보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제품이 출시되면 회사는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한 일을 한다. 현장에서 만든 영업 보고서는 다음 제품 출시에 참고할 수 있도록 제품 팀과 마케팅 팀에 전달된다. 대단히 비효율적인 이런 사이클은 몇 분기, 심지어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 37P,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by 션 앨리스 & 모건 브라운

제품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해 회사, 팀 단위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 보게 된다. 그런데, 다양한 시도를 홍보 담당자의 느낌이나, 사업 대표자의 생각으로 이루어진다면 매번 수행 결과에서의 Lesson Learned 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백번 양보해서 특유의 마케팅 천재 인재가 있다고 치자. 99%의 마케팅 성공률을 보이는 인재라 하더라도, 모든 노하우가 이 인재에게 집중되어 있다면, 개인의 의존성이 커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그런 인재는 존재하지 않는데 시대가 바뀌는 흐름이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시도는 올바른 관찰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음식점을 운영한다면, 실제 방문하는 손님들의 맛에 대한 평가, 후기들이 중요하다. 그런데 손님들의 반응도 그대로 믿을 순 없다. 계산하고 나가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재방문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음식점이 잘 되고 있다면, 왜 잘 되는지 알아야 하며, 잘 되고 있지 않다면 역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실패하면 원인을 파악하려 노력하지만, 잘 되고 있을 땐 성공에 도취하여 침착하게 관찰하지 않는다.

그로스 해킹의 과정은 일부에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하나의 ‘묘책’을 발견하는 일과 거리가 멀다. — 44P,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by 션 앨리스 & 모건 브라운

유명한 기업들의 성공사례들을 본받아 따라 시도해 보는 기업도 많다. 에어비앤비의 초기 홍보 방법 중, 크랙리스트(중고 물품, 주택, 방, 거래 웹사이트)에 몰래 에어비앤비 리스트를 올려놓은 스토리는 유명하다. 그래서 비슷하게 트래픽이 많은 곳에 자신들의 제품을 몰래 올리는 시도들도 많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중 몇몇은 성공했을 것이고, 대부분은 또 실패했을 것이다. 에어비앤비에서 크랙리스트를 활용한 사례 자체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가 크랙리스트를 통해 홍보에 성공한 것은 수많은 실험들 중, 잘 된 사례가 소개된 것뿐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려면, 에어비앤비가 시도했던 여러 시도들도 함께 소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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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기업이 고객의 선택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빠르지도 쉽지도 않았다. 이들 회사가 성공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나무랄 데 없는 제품 콘셉트 때문도, 단 한 번의 통찰, 행운, 기막힌 발상 때문도 아니었다. 사실, 그들의 성공은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체계적으로 만들어내고 실험하며, 사용자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끊임없이 분석해 성장을 이끄는 좋은 아이디어들을 찾아낸 결과였다. — 27p,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by 션 앨리스 & 모건 브라운

위 내용을 보면, 그로스 해킹이란 것이 마케팅에서 사용되는 특정 방법론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로스 해킹은 어느 기업에나 있는 부서간 단절을 깨고 분석, 엔지니어링, 제품 관리, 마케팅 분야의 전문 지식을 지닌 직원들을 한데 묶은 다기능의 합작팀을 조직함으로써, 강력한 데이터 분석과 기술적 노하우를 마케팅 지식과 효과적으로 결합시켜 성장을 촉진할 더 유망한 방법들을 빠르게 고안할 수 있도록 한다. 그로스 해킹은 유망한 아이디어들을 빠르게 실험하고 객관적인 지표에 따라 평가한다. 따라서 어떤 아이디어가 가치있고 어떤 아이디어를 버려야 하는지 훨씬 빨리 판단할 수 있게 된다. — 1p,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by 션 앨리스 & 모건 브라운

여기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부서간 단절을 깨고” 이다. 기존에 명확하게 팀별로 분리되어 있던 업무 형태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소통을 더 잘하자는 수준이 아니다. 단기적으로 혹은 장기적으로 그냥 한 팀으로 만들어버리자는 것이다. 데이터 기술과 엔지니어링 구현 기술, 영업, 마케팅, 고객 조사, 고객 상담 등, 어느 하나 단절할 이유가 없다.

우리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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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시 전사 모두가 그로스 해킹을 실행한 경험이 있다. 2020년 3분기, 코드스테이츠는 OMTM(One Metric That Matters)라는 취지로,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팀 간 경계를 허물었다. Growth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삼삼오오 모여 바로 내일 실행할 수 있는 작당 모임이 구성되었다. 해당 모임에서 나온 액션 아이템은 바로 다음 날, 큰 위험이 없는 이상 바로 실행되었다. 가능하면 내일 할 수 있는 액션들을 논의하기로 했고, 아무리 길어도 액션과 결과를 보는데 2주를 넘기지 않기로 했다. 데이터를 보는 동료가 광고 유입 이후 지원 전환율이 낮다는 분석이 빠르게 검토 되었고, 고객 경험팀 동료의 도움을 통해 바로 코스 설명회가 열렸다. 또한, 사업개발팀 동료의 추진력 덕분에, 코스 지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사전 과제를 내지 않는 학생들에게 직접 모두 온종일 전화만 돌렸던 기억도 있다. 엔지니어링 팀에선 코스 신청 랜딩 이후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바로 컨텐츠 큐레이션 카드를 구현하여 이탈을 막거나 좀 더 머무르게 실험하였다. 이 모든 가설, 실험들이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것은 꽤나 성과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실험들은 실패하였다. 그래도 우리는 실패를 배움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이런 우리의 활동들이 그로스해킹이라는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모든 활동들은 그로스해킹이라는 포괄적인 개념과 깊게 관련되어있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이미 독자분들은 팀 안에서 그로스해킹의 형태로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로스해킹이라 불리는 이런 마인드셋, 방법론을 배우는 것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왜 우리가 이렇게 해야 하는지, 앞으로도 지속할 것인지, 더 명확한 HOW를 가지고 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그로스해킹은 고객 유입단에서만의 이야기라고 오해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그로스해킹 팀은 지속적인 고객활성화(customer activation)에도 해당된다. (46p,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해킹 by 션 앨리스 & 모건 브라운) 제품이 기획되고, 만들어지고 이후 개선되는 전 과정에 그로스해킹이 필요하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는 CEO직속으로 그로스 팀을 운영한다. 필요한 부서에 붙어 Growth 마인드셋을 전파하고, 기획, 계획, 실험, 측정 전 영역에 참여한다. 그리고 또 필요한 팀으로 이동하여 활약한다. CEO의 입김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특수한 조직이라고 한다. 그로스팀은 더 많은 내용들을 데이터를 통해서 확인하고, 팀의 성장을 위해 여러 팀 혹은 담당자들과 긴밀하게 협업한다. 업무 요청의 수준이 아니라 출근해서 퇴근할때까지 바로 옆에서 즉시 토론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그로스 팀은 당연히 기존 팀이 일하는 방식과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여러 그로스 방법론보다 중요한 것이 회사 전체 안에 퍼져있는 그로스적 사고방식(Growth Mindset)이다. 방법론은 토론하여 타협할 수 있지만, 생각의 차이는 극복하기 힘들다. 그로스 조직을 만들든, 그로스해킹을 하든, 가장 먼저 실행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그로스적 사고 방식(Growth Mindset)을 조직 안에 탑재하는 것이다. 그로스해킹이라 불리우는 드넓은 세계의 방법들을 모두 배우고 적용해야 한다고 부담가질 필요는 없다. 우리 조직,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모두 필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바로 해 볼 수 있는 부분부터 적용해 보자.

Execution is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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