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티가 멘토가 될 수 있도록

멘토는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야

이번 글은 코드스테이츠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부트캠프에서 (이하 PMB) 멘토링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했던 고민과 겪었던 이야기를 정리한 글입니다.

Code States PMB

이전 글에서도 작성한 바가 있지만, 코드스테이츠 PMB는 13주 간의 풀타임 학습을 거쳐 1~2년 차 주니어 PM에 준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기간 동안 최대한 실무에 가까운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커리큘럼을 고도화하고, 다수의 팀 및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설계하고 있지만, 제 아무리 뛰어난 교육 프로그램이라해도 현장의 근무 경험 그 자체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실무와 근접한 경험”들을 쌓아나가며, 수강생들이 “커리어 전환”이라는 목표에 가속을 낼 수 있도록, PMB에서는 사이드 프로젝트기업협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PMB를 거쳐간 많은 수강생들이 실제 현업의 주니어 서비스 기획자, PM/PO로 일을 하고 있다.

현장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주니어 PM/PO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부트캠프에서 많은 걸 배웠지만, 실무에서 쓰는 이러이러한 개념들도 함께 익혔다면 현업에서 적응이 조금 더 빨랐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 이런 내용들을 교육 커리큘럼에 녹일 수 없다는 것도 이해는 가요. 직접 이해관계자들이랑 일하면서 경험해봐야 터득할 수 있는 것들도 있으니까말이죠 ㅎㅎ. 대신 후배들이랑 만날 기회가 있다면 ! 그때 내가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좀 전해주고 싶어요.”

현업의 시니어 PM/PO를 만나 인터뷰를 했을 때에도 역시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더라도 수업 등을 통하여 학습하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해요. 부트캠프를 통한 학습을 부정하는 건 아니구요. 결국 기본적인 지식이나 방법론 등은 부트캠프를 통해 학습하겠지만 실제로 체득하려면 현장에서 경험해야하죠. 모든 직업이 다 그렇겠지만, PM은 특히나 계속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구요. 그건 시니어나 주니어나 현업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More Impact, Better World

여기,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점은 교육 제품의 고객 생애 주기(CLV)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길고 지속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원론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오랫동안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면 당장 공식으로 산출해낼 수 있는 이익보다도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부트캠프는 단순히 교육 과정이 끝나고 고객(수강생)이 취업을 완료함으로써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종료라고 생각했던 지점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다.

공통된 페인 포인트를 찾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시작부터 거창한 주제를 꺼내 든 걸까. 돌이켜보면 시작은 캐주얼했다. 네트워킹 목적으로 가진 여러 번의 티타임을 통해, “수강생들이 프로덕트에 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기”를 원하는 만큼이나 “수료생들 역시 본인의 현장 경험을 나누는 동시에 신선한 자극과 배움을 얻고 싶어 한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업무 외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어려운 주니어들의 경우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대외활동 경험을 쌓고 싶어 한다”는 점 역시 추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새로운 고객을 꾸준히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PM/PO라는 직군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는 수강생과 마찬가지로 알럼나이(수료생) 역시 중요한 고객이다. “사람에 투자하는 교육 제품의 입장”에서 풀어야 할 숙제는 두 가지였다.

  1. 취업을 앞둔 수강생들이 정규 학습 과정 내에서 현업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 (이미 진행되고 있는 실무 프로젝트는 제외)
  2. 기존에 형성되어 있던 알럼나이(수료생) 풀을 유의미하게 확대하고, 커뮤니티를 오가닉하게 키울 수 있는 방안 모색
피그잼으로 간소한(?) 커뮤니티 고객 여정 후딱 그리기.

수강생이 수료생이 되기까지는 13주라는 버퍼 기간이 발생한다. 이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실무 경험이라는 목적을 잃지 않으면서도, 커뮤니티라는 경험까지 함께 챙겨가는 실험을 해볼 수 있을까?

정답은 Human potential, 알럼나이(수료생)에게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PMB Alumni

코드스테이츠 PMB는 쿠팡과 협업한 1기부터 현재의 8기까지 다양한 수료생들을 배출해냈는데, 현업에서 서비스 기획 직군에 종사하고 있는 대부분의 수료생들은 부트캠프 특성상 힘든 과정을 함께 이겨낸 “동기들 간의 유대감”과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었다.

아직 시니어라고 하기에는 이른 단계이지만, 먼저 발걸음을 뗀 “업계 선배”로서 간단한 조언들을 제공해주기에는 충분했다. (설령 업계 10년 차 시니어를 멘토로 섭외한다해도, 충분한 모수로 확보해 수강생 대상으로 균일한 교육 및 피드백을 제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현업 경험이 있는 세션 코치들이 포트폴리오, 모의 면접 등 코칭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선배로서 먼저 발걸음을 뗀 현업자들의 피드백까지 더해진다면 수강생들에게도 분명한 이점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멘토로서 선배 기수 수료생들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수료생과 수강생 간의 네트워킹 효과, 즉 라포 형성이 가능해진다. (덩달아 나를 포함한 수료생들은 각기 다른 도메인에서 서비스 기획 직군으로 일하고 있기도 하고, 그간의 업무 경험과 백그라운드도 모두 상이하다.)

한편 기존의 알럼나이 풀에서 더 나아가, 13주 과정을 거친 후 갑자기 수료생이라는 이름으로 알럼나이 풀(pool)에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 기수 선배들과의 “커뮤니티 온보딩”을 거치고 인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Pay it forward” 정신에도 부합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멘티가 다시 멘토가 되는 순환 구조를 그리게 되는 것이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런 방향을 기대할 수는 있다.)

장기적으로는 위와 같은 플랜으로 나아갈 수 있다.
8기에서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멘토"들

그렇게 멘토링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선뜻 멘토링 제안에 응해주신 “부트캠프 출신 현업자들”과 “우리의 교육 방향을 잘 이해하고 계시는 외부 멘토” 두 분을 섭외해 멘토링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시행하게 되었는데, 수강생과 멘토들의 시너지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 시너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멘토라는 단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회에서 흔히들 말하는 멘토는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그런 선구자적인 사람을 지칭하는 것 같아 접근하기 조심스러웠다.

실제로 멘토가 아닌 다른 명칭을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멘토라는 단어만큼 직관적이고 의미가 잘 통하는 단어는 찾기 어려웠다. (대체할 단어를 찾더라도, 그 단어에 대한 설명이 더 길게 필요해지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메타버스 ! 개더타운 !

그렇게 멘토라는 명명 하에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나의 경우 최근에는 “가배”라는 닉네임으로 멘토-멘티 밋업 네트워킹 행사에도 참여했다. 행사는 메타버스 가상공간인 게더 타운(Gathertown)에서 이뤄졌는데, 멘토들이 최대한 멘티들과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공간을 멘토의 방으로 나누어 설계했다.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도록 사전 수요조사를 통해 설정한 주제들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자유 토크 시간을 갖기도 하며 같이 수다를 떨었는데 한 시간 반이 거짓말처럼 훌쩍 지나가는 경험을 했다. (정해진 토크 시간이 끝나면, 시계 방향으로 이동하는 멘티들과 다시 처음처럼 인사를 나누는 멘토들을 볼 수 있었다...)

커뮤니티가 오가닉한 성장을 이루려면

밋업 행사 참여를 통해 다시 한 번 느꼈던 점은 커뮤니티가 오가닉하게, 유의미하게 확장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커뮤니티의 참여자는 각기 다른 잠재력을 지닌 사람들과 교류할 때 발휘되는 시너지, 개인으로 존재할 때보다 더 큰 응집의 힘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한 명 한 명의 개인이 커뮤니티의 참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커리어 성장이 되었든, 인맥을 넓히는 네트워킹이 되었든 제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 커뮤니티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네… 접니다

나는 밋업 행사에 참여해 멘토, 멘티들과 대화를 나누며 멘토링 프로그램 역시 그러한 취지의 일환으로 잘 동작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다행히 수강생들은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했고, 수강생 참여율 100%의 밋업 행사가 종료된 후에는 뒤풀이에 모인 멘토들의 VOC도 들을 수 있었다. (굉장한 행운이다.)

멘토들과 모여 뒤풀이를 하면서 멘토링 프로세스를 주제로 다양한 관점들을 나눴는데, 과정에서 정말 좋은 의견과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무래도 “문제 해결에 누구보다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있는 자리”이다보니, 더욱 열띤 논의가 오갔다. (어떤 제품이든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점이 없을 리 없다는 생각을 버릇처럼 하게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멘토들의 VOC를 들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매 실험마다 병목이라고 가정했던 “현업자들의 리소스 가용 시간”이 멘토들 사이에서는 생각보다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이들은 멘티에게 더 효과적인 피드백을 전달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제안했고, 시간을 조금 더 쓰게 되더라도 더욱더 알맹이 있는 멘토링이 진행되길 바랐다.

더 나아가 외부(수강생 출신이 아닌) 멘토로부터 PMB의 커리큘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역시 들을 수 있어 굉장히 보람된 시간이었다.

멘토들과 멘티들의 VOC를 듣고, 나 또한 멘토로 참여하며 역시 “멘토는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다.

잘 만들어진 멘토링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궁극적으로는 멘토와 멘티 모두의 성장과 동기부여를 돕는다.

밋업 시간을 통해 추후 코드스테이츠의 알럼나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기고,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현재보다도 더 진보적인 스탠스로 실험을 확장해 나가도 괜찮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PMB 수강생 및 수료생들이 내적 효능감을 크게 느끼고 더욱 자발적인 자세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들을 준비 예정에 있다. 그에 앞서, 멘토링 프로그램이 알럼나이 커뮤니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초적인 액션 플랜으로 동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멘토링 프로그램 개선 및 확장을 위해 함께 힘써주시는 PMB 크루분들, 특히 우리 송은택 PM님께 이 기회를 빌어 본격적인 감사 인사 전합니다.. 무슨 수상 소감 같네요.. :)

코드스테이츠는 개인의 경제적, 사회적 배경에 관계 없이,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 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문제들을 풀고 있습니다.

이처럼 매일매일 발전되어가는 PM 부트캠프에서 새로운 나를 만날 기회는 열려있습니다.

저희 코드스테이츠 그리고 PMB 크루들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길 원하시는 분은 아래의 채용 페이지를 참조해주세요.

https://www.codestates-career.com/#3c8dc63b55564ba2965a2874fcb621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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