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 반려를 위한 개발자 활용 가이드 ep.1

시작하기 전에

  • 이 글을 쓰는 저는 예체능과 문학을 전공하여 이과적 감성이라곤 1g도 탑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 코딩을 할 줄 모르지만, 남편의 작업 화면을 보고 어떤 프로젝트인지 알아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4년차 개발자 반려입니다.
  • 본문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하였습니다.

EP.1 백엔드(Back-end) 개발자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luis gomes 님의 사진, 출처: Pexels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A는 최근 1년 정도 교제하던 여자친구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았습니다. 😭

그는 데이트를 할 때마다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며 “잠시만, 급한 일이라 어쩔 수 없어. 금방 끝낼게, 미안해.” 라는 말을 하기 일쑤였고, 참다 못한 그녀가 헤어짐을 고했다고 합니다.

A는 정말 급하고 중요한 일이라 어쩔 수 없을 때에만 그랬던 것이고,
기다려준 시간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도 충분히 표현했는데
매번 연애를 할 때마다 길게 가지 못한다며 쓴 소주를 들이켰습니다. 🍺

그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회사 일도 많이 줄였고,
그로 인해 팀에서 눈총을 받아도 참았고,
일과 사랑을 병행하기 위해서 잠도 줄여가며 노력했는데 😴
그 끝이 이별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습니다. 💧

“당분간 연애같은건 하지 말고 일에만 집중할까봐.”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소개팅도 거절한 채 일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여자친구를 향한 A의 사랑이나 존중이 부족했던 걸까요?
  • 남녀 사이의 깊은 사정을 우리가 알 수는 없지만, A의 직업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결말이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요?
Eva Elijas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오늘은 벚꽃이 흩날리는 봄 날 🌸, 한강에서 돗자리를 펴고
사랑스러운 연인이 새벽부터 준비한 도시락을 공개하는 순간에도
노트북 화면을 바라봐야 하는 백엔드 개발자들의 사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서비스는 ‘보이는 부분’‘보이지 않는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좌) Kobu Agency 님의 사진 / (우) Krzysztof Kowalik 님의 사진, 출처는 모두 Unplash
  • 웹사이트나 어플에서 사용자의 눈에 보여지는 모든 것, ‘유저 인터페이스’ 부분을 개발하는 프론트엔드(Front-end) 개발자가 있고
  • 서버나 DB, API등 사용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개발하는 백엔드(Back-end) 개발자가 있습니다.
  •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한꺼번에 다 하는 사람은 풀스택(Full stack) 개발자라고 합니다.

서버나 API, DB등은 서비스를 실행하지 않는 동안에도 쉴 새 없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만히 누워있는 동안에도 뇌와 심장같은 장기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 처럼요. 유사하게 백엔드 개발자는 사용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비스가 기능하는데 꼭 필요한 것들을 개발하는 일을 합니다.

“그래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 바쁜거 다 이해해요. 그런데 서비스 출시 했다면서요? 왜 계속해서 노트북을 끼고 사는데?”
라고 A의 여자친구가 말했습니다.

서비스 출시 이후에도 A가 노트북을 항상 가지고 다녀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사람이 최선을 다해서 만든 작업물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놀이터”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 백엔드 개발자입니다. 서비스 출시 이후에도 백엔드 개발자는

  • 서버에 문제가 생기진 않는지
  • 데이터베이스가 엉뚱한 곳에 쌓이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살피고
  • 문제가 생기면 바로 출동합니다.

일주일간 야근에 시달리다 주말이 되어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만났지만, 서버가 다운 되었다는 연락이 오면 A는 어쩔 수 없이 노트북을 열어 문제를 해결하거나 컴퓨터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서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도 아무런 작업을 할 수가 없거든요.
결코 연인에 대한 사랑이 식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
그냥, 그 일이 그런 것이에요.

그러니, 한 번 그들을 안쓰럽다고 생각해 봅시다.

“휴일에도 무슨 일이 벌어질까 걱정하는 네가 안쓰러워.”
라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것도 좋아요. 비상 상황에 대비해 항상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는 그를 위해 나도 책 한권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어떤가요?

더 이상은 A가
“너는 너무 좋은 사람이지만, 개발자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라는 말을 듣지 않기를, 백엔드 개발자라는 A의 직업까지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해줄 좋은 인연이 나타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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