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 반려를 위한 개발자 활용 가이드 ep.2

시작하기 전에

  • 이 글을 쓰는 저는 예체능과 문학을 전공하여 이과적 감성이라곤 1g도 탑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 코딩을 할 줄 모르지만, 남편의 작업 화면을 보고 어떤 프로젝트인지 알아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2021년 기준 5년차 개발자 반려입니다.
  • 본문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하였습니다.
  • 링크를 클릭하시면 EP.1도 읽어보실 수 있어요! (좋아요, 구독, 알림ㅅ….)

EP.2 개발자 동생과 TA 형, 그리고 형제의 난

A는 5분 먼저 태어난 형입니다. 게임회사에서 TA(Technical Artist)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B는 5분 나중에 태어난 동생입니다. 같은 게임회사에서 클라이언트와 서버 모두를 다루는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둘은 마주치기만 하면 싸웁니다. 원래 형제는 많이 싸운다고 하지만, 정말 시도때도 없이 싸웁니다.

B의 여자친구인 저는 언제나 가운데에서 A의 편도, B의 편도 들지 못한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이가 좋지 않은건가?’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이 아닌 주제로는 너무 죽이 잘 맞아요.

궁금한 나머지 “왜 일만 하면 싸우는거야?” 라고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B가 대답합니다. “원래 개발자랑 TA는 반경 1미터 안에 함께 있으면 싸워.”

도대체 TA가 뭐길래 개발자랑 붙여놓기만 하면 싸우는 건지, 반경 1미터 안에 함께 있어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새우등이 터지지 않고 고래들의 싸움을 중재하기 위해서는 게임개발자와 TA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 개발자는 크게 클라이언트와 서버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타격감이 좋았던 게임 제 마음속 top 5안에 언제나 랭크되어 있습니다.(이미지 출처 : FARCRY3 공식 홈페이지)

클라이언트 개발자는 게임 내의 캐릭터, 배경, 아이템, 효과를 연결하고 기획 의도에 맞는 규칙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작업하는 사람입니다.

주로 ‘그래픽적인 작업을 한다.’ 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흔히 게임을 할 때 타격감이 좋다, 인터페이스가 이해하기 쉽다, 이펙트가 구현될 때 그래픽이 엄청나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죠?

이게 다, 클라이언트 개발자가 영혼까지 갈려가며 최선을 다해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이미지 출처 : 게임 서버 프로그래머는 무엇을 할까? — Jobindex)

서버 개발자는 게임 유저로부터 전송되는 데이터를 관리하고 처리하는 일을 합니다. 온라인 상에서 수천, 수만명의 유저가 함께 플레이 할 수 있는 것은 서버 개발자의 작업 결과에요. 또한, 게임 내 퀘스트, 게임 룰과 관련한 로직 구현 작업도 서버 개발자의 몫입니다. 해킹이나 치팅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 기술등도 담당합니다.

서버 개발자가 없다면, 우리는 게임 세상에서도 자가격리 당한채 혼자 쓸쓸하게 플레이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TA는 뭘까요?

Technical Artist, 다시 말해 아티스트의 역량과 프로그래머의 역량을 적절히 갖춘 파트입니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아닙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게임을 만드는데 있어 아트는 중요합니다. 저도 게임을 고를때 그림체를 많이 보거든요.

이게 영화가 아니라 게임이라니 크으 (이미지출처 : Quantic Dream 공식 사이트)

TA는 게임 그래픽에서 기술적 부분의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개발지식이 있어야 해요.

아티스트로 일을 하다 개발 역량을 쌓아 TA로 전직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개발자 출신의 TA도 있습니다.

A는 회사에서 아티스트들의 작업물을 개발자가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조율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일을 합니다. TA 본인이 아트 작업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A는 회사에서 3D 그래픽과 관련한 렌더링 작업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렌더링이 무엇인지는 아래의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여기까지 알고 나니 머리속에서 퍼즐이 맞춰지지 시작했어요.

TA는 업무 특성상 개발자, 혹은 아티스트와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하는데 쌍둥이 형제이다 보니 말이 곱게 나가지 않는겁니다.

“B님, 이거 구현 못해요? 다른 개발자는 이거 할 수 있다던데?”

“A님, 이거는 안되는거에요. 이런걸 해달라고 하다니 개발 공부 더 하셔야겠네.”

오해를 방지하고자 말씀드리는데, TA와 개발자의 의견 충돌은 비일비재 하지만 이런식이진 않습니다.

얘들이 말을 심하게 하는거에요…..

결국 저는 둘 다 불러 놓고 프로답지 못하게 회사에서 선넘는 언행을 하는 것에 대해 매우 야단치고 다그쳤습니다.

깐족대고 선넘고 싸울거면 회사 밖에서 단 둘이 있을 때 해야 한다고 말이죠.

이날 뒤로 여전히 일적으로 매일 의견충돌이 있지만, A와 B는 그럭저럭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는 새우등 터지지 않고 편안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으니, 해피엔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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