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의 선제적 공유

둘리와 도우너는 금년부터 같은 팀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둘리는 금년부터 팀장 역할을 하게 되었으며, 도우너는 금년 새로 입사한 신입 사원으로 둘리 팀장과 자주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둘리: 도우너, 지난 번 문의 드린 파트너사 협조 건은 어떻게 되었어요?

도우너: 아, 마침 제가 이번 주에 정리하려고 했었어요.

(일주일 뒤…) 둘리: 도우너, 파트너사 협조 건, 지난 주에 정리한다고 했었나요?

도우너: 아 네, 지난 주 갑자기 일이 몰려서.. 챙겨볼게요.

둘리: 그래서 언제 된다는 것인가요?

도우너: 잠깐만요.. 아, 내일 해 보겠습니다.

둘리: 내일 파트너사에게 알림이 간다는 거죠?

도우너: 아 네, 그렇습니다.

이 대화에서 어떤 이상한 점을 발견하셨나요? 성질 급한 둘리도 보이고, 뭔가 당황해하는 도우너도 보이시죠?

오늘은 도우너 이야기를 해 봅시다. 아마도 둘리와 도우너는 파트너사 협조 건이라는 업무 협업을 위해 초기 논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도우너가 먼저 파트너사에게 공유해야 하는 것들이 있던 것 같네요. 둘리는 현재 이 업무의 상황이 궁금하여 도우너에게 문의하게 됩니다.

도우너는 원래 이번 주 정리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일로 인해 미뤄지게 되었죠. 둘리는 그 다음주에 다시 문의합니다. 도우너는 지난 주 예상치 못한 업무 요청 건들 때문에 파트너사 협조 건은 손도 대지 못했죠. 둘리는 답답했는지 구체적으로 언제 된다는 것인지 다시 묻습니다. 그리고 결국 몇 번의 문의 끝에 궁금해하던 답을 얻게 되었죠. 도우너의 상황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둘리에 대해 섭섭해 할 수도 있겠습니다. 반대로 둘리는 스무고개 하듯이 몇 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또 답답할 수 있겠죠.

도우너의 상황을 보면 정말 일이 많아 치이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이해도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도우너가 협업하는,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선제적 공유가 없다는 점 입니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면, 동료들은 도우너의 업무 상황에 대해 궁금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동료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고객, 파트너사도 마찬가지 입니다. 태스크가 만들어지면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하기로 협의가 되고 공유가 되어야 합니다. 일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한이 미뤄져야 한다는 점을 공유해야 합니다. 사전에 업무 공유가 되지 않으면 동료의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동료들끼리만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만, 사실 이는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자주 일어납니다. 채용을 위한 프로세스에서 지원자의 문의, 기업 고객의 문의에서 내부 조율로 인해 바로 답변이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내부 조율이 끝날 때까지 3–4일, 길게는 일주일 뒤에나 답변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담당자는 어쩔 수 없는 업무시일이 걸린다고 생각하겠지만, 문의한 사람은 맥락도 모른 채 마냥 기다려야 합니다. 이 담당자가 문의를 확인 한 것인지, 답변을 주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업무 요청의 기본은 즉문즉답 입니다. 나로 인해 병목이 걸려선 안 됩니다. 당장 답변할 수 없다면, 일단 메세지를 확인했고, 언제까지 답변을 주겠다는 메세지를 보내야 합니다. 물론, 언제까지 보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토 과정 자체에도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땐, 언제 이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간단하게 공유하면 됩니다.

이런 선제적 업무 공유를 잘 하기 위한 팁이 무엇인지 종종 질문받곤 합니다. 각 개인마다 맞는 방법들이 다를테니 어느 하나의 방법이 최고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참고 목적으로 필자가 종종 사용하는 방법들을 공유합니다.

  1. 질문이 필요없게 만들기

같이 협업하는데 질문을 없게 하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물으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욕심을 내어볼 수 있습니다. 사실 업무 담당자가 조금만 더 노력하고 신경쓴다면, 동료들의 질문을 확연하게 줄일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질문이 없게 한다면, 중요한 질문들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업무 담당자의 간단하고 정리된 업무 공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업무 공유는 말과 글, 여러가지 형태가 있겠지만, 요약 정리된 글의 형태가 가장 좋습니다. 물론 조직의 사이즈마다 글이 사치일 순 있습니다. 10명이 넘어가는 조직이라면 말보단 글과 문서,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2. 내가 생각하는 미래를 동료들도 같이 볼 수 있게 해 주기

업무 담당자는 지금까지 해 온 업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동료들은 아무것도 모르거나 고작해야 현재 정도, 더 나아가면 이 업무의 과거 정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담당자가 생각하는 업무의 미래를 보기 쉽지 않습니다. 업무 담당자만큼 동료가 다 알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도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분업, 협업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 담당자가 이 업무의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큰 그림 정도는 수시로 공유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림, 글, 말 모든 형태로도 좋습니다.

3. 구체적인 팁

필자는 이런 선제적 업무 공유를 위해 노트, 전자노트, 그림, 짤막한 글등을 자주 쓰고 함께 협업하는 툴(e.g. Asana, Trello)등에서 언제나 공유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습니다. 머리 속으로만 생각했던 내용들은 휘발되기 쉽기 때문에 키워드, 한 문장, 하나의 추상적인 그림이라도 어딘가에 적으려 노력합니다. 이는 동료 뿐 아니라, 스스로도 생각을 잊어버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후 동료가 알 것도 같은데 모를 것도 같으면 그냥 정돈하여 고유합니다. 공유 받은 사람이 이미 공유받았다면 ‘강조’로 이해하거나, 이전보다 더명확하게 알게 될 것입니다.

결국 태스크 진행 상황의 선제적 공유란, 오버커뮤니케이션의 일환입니다. 내 머리 속엔 타임라인, 마일스톤이 다 그려져 있다고 해서 나 이외의 동료, 고객들에게 자동으로 그림이 그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핵심은, 동료들과 고객을 궁금하지 않게 만드는 것 입니다. 이 업무 방법은 직군을 가리지 않고 모든 분들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담당하는 업무에 대해, 동료들이 자꾸 질문하고 궁금해 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현재 내가 업무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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