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개발자 성장기

신입 개발자로 첫발을 내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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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Software developer라는 타이틀을 단지 3개월이 지났다. 그간 나는 어떻게 성장했는가. 지난 3개월의 회고를 해본다.

코드스테이츠 이머시브 과정을 마치고, 코드스테이츠 교육 엔지니어로 합류하게 되었다. 이전부터 교육에 관심도 있었고 코드스테이츠가 바라보는 방향이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코드스테이츠에서 개발자로서 첫 시작을 하게 된 것은 무척이나 설레는 순간이었다.

개발팀에선 교육을 하며 우리가 필요한 것을 만든다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언뜻 보기엔 교육에 중심이 가 있어서 개발팀의 실력은 크게 기대하지 않을 수 있지만, 갓 들어온 나를 제외하곤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내가 본 개발자들은 다 저렇지 않았는데 유독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냥"이라는 게 없는 것 같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처럼 보이지만 “그냥"을 무시하는 것은 편안함과 싸워야 함을 뜻하고 이런 모습은 결코 쉽지 않다. 항상 이유와 더 좋은 코드를 위해 고민을 하면서도 늘어지지 않고 퍼포먼스를 내는 모습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개발팀에서 일해보는 기회는 나에게 정말 값진 시간이다.

코드스테이츠 이머시브 코스 기간 동안 나는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였다. 코스 초반의 이론적인 부분과 후반부 두 번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협업하는 능력, 기술적인 퍼포먼스 부분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최우수 수강생으로 코스를 마칠 수 있었다. 나는 능력 있는 슈퍼 주니어였다.

막힘없이 달려왔던 나에게 실무 퍼포먼스는 처참함 그 자체였다. 베이스 코드를 파악하는 능력, 예외 상황을 처리하는 능력 등 모든 것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내가 쓰는 코드에 대한 이유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코드 리뷰 때 마다 변변치 않은 변명을 늘어놓는 나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무엇보다 조급함이 내 발목을 잡았다. 차근차근 배워 나간다는 생각보다, 나름 최우수 수강생으로 인정받았었기에 그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불안하고 초조했다. 나는 보여주어야 했다. 빨리 코드를 완성해야 했고, 다시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늪에 빠진 것처럼 나아지진 않고 제자리걸음 이었다.

나는 태도의 전환이 필요했다. 수강생 시절의 화려한 나는 잊기로 했다. 초조해하지 않기로 했다. 입사 3개월 후 연봉인상의 포부 역시 깔끔하게 내려놓았다. 주니어 개발자로서 그제야 성장의 발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하나하나 밟아가야 할 단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무조건적인 수용을 경계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직 잘 몰라”라는 프레임은 주니어 개발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프레임인것 같다. 물론 겸손하게 배우려는 마음가짐은 좋지만, 나는 아직 잘 몰라서 사수의 말이나 블로그의 글, 스택오버플로우의 포스팅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 레퍼런스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생각하고 이유를 묻는 과정이 필요했다.

두 번째론 혼자 추측하지 않는다. 나의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은 꽤나 긍정적인 일임을 너무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초반 내 발목을 잡은 이유 중 하나가 내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코드 리뷰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내가 모르는 키워드가 나왔을 때, 그게 무엇인지 묻지 않고 “아마 그런 거겠지” 하고 넘겨짚던 것들이 결국 내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알고 있는 것, 알아야 할 것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는 것 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론 내 생각을 항상 수면위로 올려 피드백을 받는다. 내가 구현하고자하는 기술적인 방향에 대해, 내가 이해한 내 역할에 대해, 나의 커뮤니케이션 태도에 대해 물어야 한다. 주니어 땐 내가 달려가고 있는 방향이 적절한 방향인지에 대한 감이 부족하다. 마치 신나서 뛰어다니는 아이와 같다. 따라서 끝없이 내 생각을 수면위로 올려 피드백을 받는것이 중요하다. 예를들어 시기에 따라 조급함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을 독으로 받아들일지 약으로 받아들일지는 물어야 한다. 돌아오는 대답을 모두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우리 회사는 주니어의 진지한 고민에 대해 꽤나 진지한 대답을 주기 때문에 귀담아듣기에 너무나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나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나의 오만함이 무너지는 시간임과 동시에 기분좋은 성장통을 경험했던 시간이었다.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 하지만 한 치 앞 만을 보며 달리던 내가 이제 고개를 들 수 있게 된 것은 꽤나 큰 성장임이 틀림없다. 나는 다시 달린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위대한 개발자를 꿈꾸기 전에 어제보다 나은 개발자가 되는것에 초점을 맞춰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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