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텍스트 공유하기

우리는 수 많은 업무요청을 하고, 또 받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업무 요청엔, 단순한 사실 확인을 위한 문의도 있지만, 하루 이상의 시간을 쏟아야 하는, 바닥부터 만들어야 하는 기획, 가이드라인의 형태도 존재합니다. 그 동안 여러 업무 요청과 그에 따른 대응을 관찰하며 문제점을 공유, 이후 개선안 제안을 해 봅니다.

하나의 예시를 봅시다.

둘리: 도우너, 최근 부트캠프 기수 수료 인원좀 알려주세요. 도우너: 어느 코스를 드릴까요? 저희가 여러 캠프가 있는데..둘리: 아, SW 과정이요. 도우너: 몇 개 기수까지 드리면 좋을까요? 둘리: 몇 개 기수까지 줄 수 있나요? 도우너: 원하시는 만큼 준비해서 드릴 수 있는데.. 필요하신 이유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 계산할지 달라질 것 같은데요..둘리: 그럼 그냥 3개 기수면 될 것 같아요(3시간 뒤)도우너: 둘리, 여기 있어요. 3개 기수둘리: 3개 기수 평균 숫자는 어떻게 되나요?도우너: 평균은 왜 필요한가요?둘리: 너무 들쭉 날쭉 해서 그냥 평균이 나을까 싶어서요도우너: 잠시만요.. (10분 뒤) 여기 있어요. 둘리: 네 확인했습니다. (1시간 뒤) 도우너, 혹시 3개 기수가 아니라 최근 5개 기수로 늘릴 수 있을까요?도우너: 네 가능한데 왜 그러신가요?둘리: 전체 모수가 적어보이는 것 같아서요. 도우너: 네...둘리, 근데 이 자료는 누구에게서 요청이 온건가요?둘리: 외부 파트너사 후보군이 있는데, 우리 졸업생들 채용에 관심을 보여서요. 그래서 자료를 만들어보고 있어요. 도우너: 네.. 알겠습니다.
source: unspalash,@jeshoots

좀 과장한 면이 없지않아 있지만, 위와 같은 종류의 업무 대화 및 요청은 슬랙에서, 아사나 등 다양한 업무 툴에서 많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미 느끼셨겠지만, 이러한 업무 방식엔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편의를 위해 업무 요청자 둘리를 ‘요청자’로, 업무 수행자 도우너를 ‘수행자’로 줄여 부르겠습니다.

1. 업무 요청자의 질문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수행자는 요청자의 요청이 정확히 무엇인지 몰라 두 번이나 다시 질문을 하여 요구사항을 보완하고 있는데요. 물론 업무 요청의 정의는 수행자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질문을 통해 보완되고 개선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수행자의 질문을 discourage 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요청자는 위 상황에서 충분히 더 명확하게 요청할 수 있었습니다. 수행자의 질문은 요청자와 수행자의 시간을 낭비하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요청자가 5–10초만 더 고민하고 정성을 들였다면 이 2개의 질문은 불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슬랙에서, 아사나에서 우리는 수 많은 업무요청을 하게 되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요청인지 이해하지 못해 수 많은 쓰레드가 달리는 것들을 보게 됩니다. 이게 얼마나 큰 다수의 시간과 리소스를 낭비하는지 많은 분들이 인지하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 업무 요청자의 게으름 때문입니다. 이는 필자 역시 자주 범하는 실수인데요. 만약 본인의 업무 요청에 자꾸 질문이 계속 달린다면, 업무 요청 주체인 스스로를 의심해야 합니다.

2. 배경과 목적, 히스토리를 공유하지 않습니다.

위 상황을 보면, 대화의 가장 마지막에서야 요청된 업무의 배경, 히스토리 및 목적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업무 요청이 되면, 수행자는, 요청자의 의도와 목적, 배경을 상상해가면서 일을 해야 합니다. 당연히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습니다.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일이 진행되는 경우 수행자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 입니다. 기껏해야 요청자가 요청한 최대만큼만 만들어 올 수 있습니다. 최악은 이 요청자의 업무 정의가 명확하지 않으며, 계속 변한다는 점 입니다. 그러면 요청-수행의 계속적인 반복이 이루어집니다. 요청자의 두뇌는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지만 수행자는 그저 따라가기 바쁩니다. 당연히 지치게 되고 업무 산출물은 계속 불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죠. 회사 일이 재미있을리가 없습니다.

솔직해 보도록 하죠. 업무의 배경, 히스토리를 공유하는 것은 귀찮습니다.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 extra info를 제공할 때의 파워는 어마어마합니다. A→B 로 가야하는 것이 업무요청의 목표라고 해 봅시다. 업무 요청 시, 해당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을 지시, 요청한다고 해 보죠. 그런데 최초 요청된 방안보다 얼마든지 더 나은 방향으로, 더 적은 시간을 투자하여,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해 낼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것은 업무 요청자가 배경과 목적을 적극적으로 공유할 때 가능합니다.

이렇게 why를 제공하지 않을 때, 업무 수행자는 업무의 주인의식을 가질 수 없습니다. 요청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식으로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죠. 무엇을 더 어떻게 잘 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러분들이 리더라면

source: unsplash, @minithan

시간이란 사내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아껴야 할 리소스 입니다. 특히 리더는 모든 멤버들의 시간 낭비를 줄이고, 중요한 일에 시간 쏟기, 몰입하기 환경을 계속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아마추어스러운 업무 요청으로스스로의, 동료의, 팀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리더의 업무 스타일은 무섭게 사내로 전파되어져 간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리더가 10초에서 30초를 더 써서 배경과 why를 설명하면, 리더 스스로와 팀원의 몇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업무 수행자의 최고 업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무엇이 더 현명한지, 업무 요청 전 반드시 한 번 더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