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정서 모니터링 & 조절 훈련 (AKA. 셀프멘탈체크)

코드스테이츠가 학습 정서에 주목하는 이유

#롤러코스터에서 살아남기

부트캠프에서 학습하는 동안 수강생들은 어떤 날은 동기들 보다 수월하게 무언가를 이해 했다가, 어떤 날은 동기들 보다 한참을 뒤쳐진다고 느낄 때가 있다. 도망치고 싶은 날이 있다면, 반대로 우쭐해지는 날도 그만큼 많은 것이 부트캠프이다.

이런 경험은이 단지 부트캠프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코넬 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인 David Dunning과 그의 제자였던 Justin Kruger는 Dunning-Krugger 효과에 관한 이론을 제시했다. 이들에 따르면 (1) 스스로 과대평가 하며 높은 자신감을 보이는 시기에서, (2) 스스로를 과소평가 하는 절망의 계곡을 지나, (3) 객관화된 평가를 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의 고원에 이르게 되는 것이 일종의 성장 곡선이다. 달리 말하면 학습의 과정은 본래가 우쭐했다가 좌절했다가를 반복하며 성장하는 롤러코스터라는 것이다.

출처 : 퍼블릭 뉴스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다는 것 쯤이야 모두에게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롤러코스터를 쉴새 없이 타고 있다 보면 아무리 신체적인 체력이 좋은 사람도, 절실하고 의욕적인 사람도 지쳐버리는 것이 당연하다. 중간에 지치지 않고 끝까지 그 롤러코스터에 붙어있으면서 지속가능성의 고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결국 심리적인 체력이 필요하다.

#자기주도학습 제대로 경험하기

학습자의 정서는 단지 롤러코스터에 오랫동안 버티고 있기 위해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코드스테이츠 부트캠프를 아우르는 핵심적인 요소인 자기주도학습에 있어서도 정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측정하는 도구를 살펴보면, 학습자의 인지적 영역 뿐 아니라, 정의적 영역까지도 학습의 영역으로 본다. 머리 뿐 아니라 마음의 영역 또한 자기주도적인 훈련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자기주도학습의 하위 요소 중 인지적인 영역에 해당되는 것은 자기 관리, 자기 평가, 자발적 계획, 인지적 개방성과 같은 것이 있다. 한편 학습에 대한 열의, 호기심, 자기효능감, 흥미, 내적 동기 등은 정의적 영역을 구성한다. 즉, 얼마나 스스로를 잘 관리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지 만큼이나 학습 과정에서 어떤 정서를 가지고 임하는지 또한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부트캠프 학습 기간 내내 포기하지 않고 잘 버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든,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든, 학습자의 정서는 코드스테이츠에서 중요한 요소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정서가 뭔데?

이미 정서라는 개념을 계속 사용하고 있지는 했지만, 간단히라도 우리가 정서를 어떤 의미로 활용 하는지를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이를 위해 정서를 정의하는 것 보다는 감정과 비교해서 설명하는 것이 유용하다. 정서는 비교적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고, 구체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것에 해당하는 반면 감정은 정확한 묘사나 원인을 찾는 것이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감정은 기질적 영향이 강한 반면 정서는 주로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기인한다.

정서 발생 과정

그렇기 때문에 정서는 감정에 비해 인지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위의 그림과 같이 정서는 특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 상황에 대해 평가나 판단을 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표출된다. 그리고 표출된 정서는 다시금 상황에 영향을 끼친다. 위의 사이클을 고려했을 때, 정서를 조절하는 방법은 1)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는지에 변화를 주거나 2) 가치 판단의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정서 조절하기

정서를 조절한다는 것은 나에게 이익될 정서를 표출하고, 그렇지 않는 정서는 표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 불안감이 학습에 방해가 되는 정서라면, 이 때 정서를 조절한다는 것은 내가 느끼는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정서를 조절하는 방법은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에 변화를 주거나, 가치 판단의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같은 예시를 다시 활용해보자면, 나의 불안감을 유발하는 시계 초침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대신에 새소리에 주의를 기울인다거나, 시간을 초단위로 사용하기 않으면 게으른 사람이라는 기존의 가치 판단 방식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를 깨닫는다면 불안을 조절할 수 있다.

정서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방법 중 한가지는 자신의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인지적 왜곡을 발견하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수천 수만가지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는데, 이때 인지 부하를 낮추기 위해 뇌는 주의를 기울인 정보만 습득하고 나머지는 배척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일상적으로 인지적인 왜곡을 겪게 되며, 이러한 생각들이 반복되면 편향으로 발전한다. 흔히 확증 편향, 흑백 논리라고 부른 것이 모두 인지적 편향의 한 형태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인지적 왜곡과 편향은 정서에 영향을 끼친다.

인지적 왜곡의 종류

ABC 인지행동모델, REBT 합리정서행동치료에 근거해서 위의 인지적 왜곡과 편향을 스스로 의식하고 생각의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유도 (주변에 보이는 것 5가지를 나열해보세요.)
  • 더욱 중요한 정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 (동료, 가족, 친구 등나의 결정을 지원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3가지 받아봅시다.)
  • 현재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도록 유도 (나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3가지를 나열합니다. 각 요소를 잘 해결하는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이들이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무엇을 하는지 적어봅시다.)
  • 현재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 (나의 성격이나 내가 느끼는 감정 중 궁극적으로 도움이 된 것들을 3가지 적어봅시다. 그 중에서도 이번 과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것을 하나 골라주세요.)

코드스테이츠가 학습 정서를 관리하는 방법

#야심찬 포부

그동안에도 각 부트캠프 마다, 수강생들의 정서를 관리하는 노하우와 인사이트들이 활용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각 부트캠프의 교육운영매니저와 ER(Education Research)팀이 모여 정서를 관리하기 위한 공동의 묘안을 도출하고자 고군분투 했던 것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보다 체계적이고 본격적으로 수강생들의 정서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있었다. 수강생들의 정서가 학습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경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모두가 공감하는 바였고, 커리큘럼이 진행 됨에 따라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는 것 또한 직관적으로 인지했지만 이를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했다. 정서에 관한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쌓이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면 커리큘럼이나 운영 방식에 필요한 개선점 또한 보다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물론, 개별 수강생의 데이터 또한 적시에 적절한 도움을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다.

두번째는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을 자기주도학습 능력의 하위 요소로 보고, 이 또한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정서를 조절하는 것은 감정을 조절하는 것 보다 훨씬 현실 가능한 일이며, 이를 훈련하기 위한 방법 또한 이미 알려진 다양한 접근법들이 존재한다. 부트캠프에서의 원활한 학습을 떠나서, 보다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커리어의 성장을 위해 학습을 이어나갈 이들에게 스스로의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은 강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생각에서 시작하기

앞서 설명했듯이 정서는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가치 판단 및 평가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모든 정서에는 특정한 종류의 생각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취업, 동료, 자기 자신, 학습 내용이나 과제 등 수강생들에게 중요한 몇 가지 대상을 선정하고 각각의 대상에 대해 수강생들이 주로 가지고 있는 생각들에 대해 브레인스토밍했다. 이후에는 그러한 생각이 어떠한 정서를 유발하고, 학습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수강생이 각 대상별로 갖는 생각과 그 결과에 대한 브레인스토밍

각 대상을 중심으로 수강생들의 생각을 브레인스토밍 한 결과는 다시금 몇 가지 사고 방식의 유형으로 정리하였다. 일반적으로 학습에 영향을 끼치는 사고 방식들은 이미 많은 연구들에 의해 도출된 바 있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다시 작업한 이유는 코드스테이츠 부트캠프라는 구체적인 맥락 안에서 그러한 연구 결과가 얼마나 유효할지에 대해서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도출된 내용 중 개방성이나 가치 평가, 성취목표지향성은 기존의 연구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요소였지만 효능감이나 목표에 대한 유연성은 코드스테이츠 부트캠프 안에서 특히 부각되는 요소로 보였다.

수강생의 사고 방식을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유의할 점은, 각 사고 방식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학습 결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목표에 대해 유연하지 않은 사고 방식, 즉 달성하기 어려운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고수하려는 사고 방식은 어떤 경우 그와 같이 높은 목표를 달성하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 지속적인 좌절의 원인이 되어 중도에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시나리오 만들기

학습 정서에 대한 기존의 연구물들은 과제나 학습 활동 전과 중, 후로 학습자의 정서를 구분해서 볼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과제를 앞둔 상태에서는 기대감이나 불안함, 과제를 진행하는 중에는 즐거움이나 회의감, 종료 후에는 뿌듯함이나 좌절감을 느낀다고 볼 수 있다.

코드스테이츠 부트캠프의 경우 “섹션”을 일종의 대단원 개념으로 삼아 전체 과정의 구분점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섹션을 진입하기 전, 진행 중, 종료 후로 구분해서 정서를 살펴보았다. 각 시점 별로 시나리오를 세우듯이, 특정 시점에 특정 사고방식을 가진 수강생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할지를 작성했다. 그런 다음에는 그러한 시나리오 상에서 수강생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정서를 경험할지를 도출하였다.

학습 시점 별 수강생의 정서, 예상 시나리오, 사고 방식

#문항 개발

수강생들의 학습 정서 관리를 위해 첫번째로 필요한 것은 정확한 현황 파악이었다. 우리는 그간 논의했던 모든 내용들을 토대로 각 섹션의 전, 중, 후 시점에 따라 서로 다른 선지를 구성하여 문항을 개발했다. 이후에는 선택한 정서에 따라 그 이유를 물어보는 서로 다른 문항으로 연결되도록 문항을 설계 했다. 해당 문항에서는 앞서 작성해두었던 사고방식의 유형들과 예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각 정서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생각들을 선지로 제시했다.

수강생의 정서 현황에 관한 질문

두번째로 우리는 단지 현황 파악을 위해 수강생들이 코드스테이츠에 정보를 제공해 주는 설문조사로 끝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문항에 응답하는 과정 자체를 통해 자신의 정서를 인지하고, 모호하게 느꼈던 감정에 머물러있던 것에 대해 비교적 명확한 원인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여기서 나아가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고방식, 구체적으로는 가치 판단의 방식에 대해 돌이켜 보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볼 여지가 없는지를 검토해보기를 원했다.

특히 우리의 초점은 수강생들이 학습 활동에 대해서,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갖는 생각 가운데 인지적인 왜곡이 잊지 않은지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었다. 예를 들면 아래의 문항은 위에서 설명한 인지적 왜곡을 다루기 위한 방법 중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1. 동기들과 비교했을 때 나의 학업 성취도는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나요? (“동기들에 비해 아주 낮은 수준이다.” ~ “동기들에 비해 아주 높은 수준이다.”)
  2. 내가 동기들에 비해 비교적 잘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3. 동기들이 나에 비해 비교적 잘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위와 같은 질문은 나의 상대적인 실력에 대한 가치 판단이 실제로 적절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를 검토하게 만든다. 이미 판단했던 결과에 의해 보지 못하고 있던, 나의 판단을 번복하게 만들 수 있는 근거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후에는 다음과 같은 코멘트로 연결되도록 문항을 설계 했다.

“어떤 사람도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는 없어요. 동료의 뛰어난 면을 보고 자극을 받는 것은 좋지만, 누군가에게는 나도 자극을 주는 뛰어난 동료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요~”

#그 이후

이렇게 개발된 문항을 우리는 “셀프 멘탈 체크”라고 부르기로 했다. 처음부터 “셀프 멘탈 체크”는 수집된 데이터를 코드스테이츠가 제품을 고도화하는 데에 활용하는 것 만큼이나 문항에 응답하는 수강생들의 정서 조절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 졌기 때문에 스스로 나의 정서를 점검해본다는 의미에서 “셀프 멘탈 체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쟁쟁한 후보로는 셀프 마인드 PT, 마음 건강 검진, 마음 돋보기 등이 있었다…)

현재 우리는 모든 문항 개발을 완료하고, 수집될 데이터를 관리할 대시보드를 구축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개발 중인 대시보드는 운영매니저가 현황 파악을 위해 활용할 버전으로, 수강생 전반의 정서 현황을 한눈에 보기 위한 목적과 동시에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있는 수강생들을 포착하기 위한 목적 또한 반영될 예정이다. 이후 개발 계획 중에 있는 것은 수강생들이 자신의 정서 현황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버전이다. 내가 최근 일주일, 한달 동안 어떤 패턴을 보여왔는지와 같이 나의 정서 데이터를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정서 조절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Thanks to

기나긴 여정을 함께 해주신(아직도 함께하고 계신..) 많은 크루 분들께 감사합니다!

김수빈님, 김영아님, 김혜진님, 배수현님, 신성훈님, 유수연님

From. Education Research Team 왕주희 한송이 이형재

Reference

김민성. (2009). 학습상황에서 정서의 존재: 학습정서의 원천과 역할. 아시아교육연구 (Asian Journal of Education),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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