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거버넌스: 새로운 시도

Kodebox
7 min readAug 8, 2018

--

거버넌스는 블록체인 네크워크에 업그레이드나 포크 등의 변화를 도입할 때 필요한 관리 시스템입니다. 거버넌스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으면 업데이트 관리를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공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오래 유지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메인넷을 출시한 그룹이나 이들이 설립한 재단에서 전적인 거버넌스를 행세하고 있지만, 보다 외부 기여자를 포용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해 줄 만한 다섯 가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거버넌스 시스템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Zcash

Zcash는 오프체인 거버넌스에 중점을 두고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입니다. Zcash의 오프체인 거버넌스는 크게 오프체인 투표와 커뮤니티 거버넌스 패널로 나눌 수 있습니다. 투표는 오프체인으로 일 년에 한 번 진행되며, Zcash 재단에서 투표할 안건을 모으고, 투표를 진행한 뒤 결과를 종합해서 재단 홈페이지에 공표하고 있습니다. 이 투표에서 투표권이 있는 유일한 집단이 커뮤니티 거버넌스 패널입니다. 커뮤니티 거버넌스 패널은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조직으로, 다양한 타입의 유저를 대표하며 주요 업무는 Zcash 재단에서 투표를 진행할 때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패널 멤버는 커뮤니티에서 지원자를 받은 뒤 Zcash 재단에서 70명 정도를 골라 선발하고 있습니다. 외부 참여자도 있고, 투표 절차도 있기는 하지만, Zcash 재단에서 단독으로 결정하고, 투표 결과도 강제성이 없어서 보여 주기용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Tezos

Tezos는 self-amending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안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온체인 거버넌스의 시초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Tezos에서는 블록 크기, 블록 생성 보상 같은 매개 변수의 값들을 온체인 투표를 통해 정합니다. 투표에 참여하려면 만개의 토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제한이 있긴 하지만, 대량의 토큰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투표할 권리를 양도해서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토큰을 가지고 있다면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투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투표 주기는 네 개의 단계로 이루어져 있고, 총 석 달 동안 세 번의 투표에서 통과를 받아야만 메인넷에 적용이 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유저들의 수정안을 받고, 그 수정안 중에서 투표를 통해 제일 중요한 수정안을 걸러냅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 해당 수정안을 다시 투표에 부칩니다. 수정안이 통과되었다면, 세 번째 단계에서 해당 수정안을 테스트넷에 적용을 하고 경과를 지켜본 뒤, 마지막 단계로 다시 투표해서 통과되면 메인넷에 적용합니다. 투표 통과기준은 두 가지인데, 정족수 이상이 참여하는 것, 그리고 참여한 표 중에서 80% 이상이 찬성할 것으로 매우 까다로운 편입니다. 조건은. 정족수는 80%로 시작해, 유저가 많이 참여하면 늘어나고 적게 참여하면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투표 주기가 긴데다 투표 주기당 처리하는 수정안이 하나로 적은 편이고, 투표에서 통과하는 조건도 까다로운 편이라 시스템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만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이 안전하기는 하겠지만, 업데이트하기도 까다롭고 속도도 느리다는 점이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Decred

Decred는 권력의 분산화가 주요 목표중 하나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거버넌스 시스템도 이런 점을 반영해서 설계했습니다. 이런 점은 투표 주기가 시작하는 조건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데, 투표 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채굴자, 토큰 소유자 둘 다 동의를 해야 합니다. 채굴자의 동의 여부는 최근 생성된 1000개의 블록들 중 995개 이상이 최신 버전을 사용여부로 판단하고, 토큰 소유자의 동의 여부는 투표자의 75% 이상이 최신 버전을 사용하는지 여부로 판단합니다. 둘 다 동의를 해야만 투표 주기가 시작이 되고, 투표는 한 달 정도가 걸립니다. 투표 결과에 따라 수정안은 통과, 거부, 유예, 폐기될 수 있습니다. 75% 이상이 동의하면 통과, 반대할 경우 는 거부되며, 75% 이상의 동의나 반대표를 얻지 못하면 안건이 다음 투표 주기로 유예됩니다. 그리고 투표 만료 날짜가 지나기 전까지 통과나 거부되지 않은 안건은 폐기 처리됩니다. Decred에서는 티켓이라는 것이 있어야만 투표를 할 수 있는데, 투표 주기 하나당 티켓의 수가 40,320개로 정해져 있고, 예치해둔 토큰이 많을수록 티켓을 얻을 확률이 올라갑니다. Decred는 여러 가지 견제 시스템을 도입해서 권력의 균형에 신경을 쓴 거버넌스 시스템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Dfinity

Dfinity는 지금까지 살펴본 프로젝트보다 온체인 거버넌스에 많은 힘을 실어준 블록체인 프로젝트입니다. Tezos나 Decred는 투표로 변경할 수 있는 범위가 블록 크기, 생성 주기 등 매개 변수의 값 정도였지만, Dfinity에서는 투표로 다른 계정의 잔고까지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투표의 힘이 강한 편입니다. Dfinity 거버넌스의 특징은 팔로우 기능입니다. 수정안이 올라오는 카테고리별로 팔로우할 유저를 설정할 수 있고, 투표할 때 직접 투표를 하거나 팔로우한 유저를 따라서 투표를 할 수도 있습니다. 유저들의 팔로우 경향을 도식화 시켜보면 인공 신경망과 비슷하다 하여 Dfinity의 블록체인망을 인공 신경망(Blockchain Neural System)이라고 부릅니다. Dfinity에서 수정안을 제안하는 과정은 까다로운 편으로, 다른 유저들에게 투표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를 받아야만 실제 투표에 부쳐집니다.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예치시켜 둔 토큰이 있어야하고, 예치한 토큰 양에 따라 투표 파워가 비례합니다. 투표 주기는 찬반 비율에 따라 달라지는데, 의견이 한쪽으로 쏠린다면 조기 종료되고, 의견이 갈리면 투표주기가 늘어납니다. Dfinity의 시스템은 필요하면 빨리 수정안이 반영되고, 수정안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많기 때문에 잘 쓰인다면 유용할 수 있지만, 투표 결과에 제재를 할 만한 시스템이 아예 없기 때문에 투표 시스템을 남용할 경우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Aeternity

Aeternity는 거버넌스 시스템에 예측시장을 도입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예측 시장은 미래에 일어날 사건에 대한 예측을 걸고, 실제 결과에 따라 투자자들이 금전적인 손실이나 이익을 보는 시장입니다. 예를 들면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벨기에를 이길 것이라는 예측을 걸고, 유저들이 이긴다 혹은 진다에 돈을 겁니다. 그리고 실제 결과가 나온 다음, 결과를 맞춘 유저는 돈을 벌고 틀린 유저는 돈을 잃게 됩니다. 예측 시장에서 찬성, 반대쪽에 걸린 돈의 비율을 보면 그 이벤트가 몇 퍼센트의 확률로 일어날지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구글 같은 대기업에서도 자사 제품의 성공 여부를 예측할 때 쓰고 있습니다. Aeternity에서는 예측 시장을 블록 사이즈, 생성 주기 같은 매개 변수들의 값을 결정할 때 사용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유저가 ‘블록 사이즈를 두 배로 올리면 Aeternity 토큰의 가격이 10% 오를 것이다’ 같은 거버넌스에 관련된 예측을 시장에 올리면, 그 결과를 보고 개발자 측에서 수정안을 반영할지 말지 결정할 것입니다. 아직 세부적인 사항들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수정안이 도입된 뒤 그 영향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영향력을 평가할 변수들과 다른 수정안의 영향력을 제거할 방법을 설정해 두지 않는다면, 베팅을 할 때 해당 수정안보다는 다른 변수의 영향력이 더 많이 반영되어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금전적인 인센티브가 걸려있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대로 투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돈을 잃을까 두려워서 투표를 못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맞다고 생각하는 방식보다는 돈이 되는 방식에 투표할 수도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긴 하지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들도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거버넌스 시스템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오프체인 거버넌스의 Zcash, 온체인 거버넌스의 시초이자 보수적인 형태의 Tezos, 권형의 균형과 견제를 중요시한 Decred, 온체인 거버넌스에 힘을 실은 Definity, 그리고 예측 시장이라는 독특한 형태를 도입한 Aeternity 등이 있었는데요, 이처럼 각각의 프로젝트들은 그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바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Originally published at medium.com on August 8, 201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