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에 관한 진실과 오해

Mi Sun Cho
코드체인
Published in
4 min readJan 18, 2019

관련 규제가 존재하지 않아 국경이나 법적 제약 없는 ICO는 모두에게 매력적인 대규모 자본조달 방법이었다.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도 지난해 급성장한 암호화폐 시장에 아무런 조건 없이 투자 및 막대한 수익 실현의 기회를 준 것도 ICO이다.

2018년 하반기 시장이 급변하면서 ICO 시장에 대한 폐해가 슬슬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그렇게 외쳐대던 유틸리티 토큰은 아직도 그 어디에도 쓸 데가 없고 (쓸 수 있는 기미도 안 보이는 프로젝트가 90% 이상), 유틸리티 토큰을 샀지만 규약상 “기부자”인 개인 투자자는 어딘가에 호소도 못하고 그들이 투자한 돈이 공중분해되거나 곤두박질하는 꼴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

이쯤에서 다들 눈을 돌린 곳이 바로 STO. 각종 규제를 따라야 하지만 그래도 법적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고 위험성도 적고 투자자도 보호받으니, 꿩 대신 닭. 그래서 많이들 STO가 ICO를 대체제로만 바라보고 좋다느니 안 좋다느니 논하고만 있고, 서비스에 필요도 없는 유틸리티 토큰을 어거지로 끼워 맞췄듯이 ICO 조달에 실패한 여러 프로젝트들이 스물스물 STO한답시고 여기저기 홍보하고 다닌다.

STO를 자본 조달 방법으로 ICO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자본을 유치하는 데 있어서 이미 국내에선 자본시장법에 크라우드펀딩과 소액공모에 관한 조항이 존재하고 미국에선 Jobs Act, Regulation D exemption 등이 있다. 따라서 ICO와 같이 자본 조달 수단으로만 STO를 바라본다면 어려운 블록체인 끼워넣지 말고 그냥 와디즈 사용하시라. 그리고 누군가 근거법도 제시하지 않고 글로벌 STO를 발행한다면서 토큰을 팔려고 수작부린다면 그냥 자리를 피하시라.

STO의 핵심은 투자자에 대한 법적 보호와 토큰으로 대표되는 자산 이동과 관련된 규약을 토큰이 강제한다는 것이다. 가령, KYC/AML를 통과한 투자자에게만 토큰이 이전될 수 있게 한다든가, 근거법에 따라 lock-up 기간을 토큰이 자동적으로 실행한다든가, 근거법에 따라 accredited investor나 리테일 investor가 각각이 투자 가능한 금액만 받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정 시간에 배당금이나 이자수익을 보내게 할 수도 있고 특정 사안에 있어서 주주투표도 온체인에서 진행하고 관리하게 할 수 있다. 즉, 모든 규제와 규정을 토큰이 강제하기 때문에 여러 거래소에 상장되어도 compliance가 깨지지 않다는 것이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토큰의 핵심이다. 이 모든 활동이 증권의 성격도 있고 증권이 따르는 규제와 유사하기 때문에 증권형 토큰이라고 부르는 것이고.

미국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STO 프로젝트들은 자본 조달의 성격을 띤 프로젝트가 아니다. 물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들이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도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많은 사례는 부동산이나 미술품이나 벤처펀드와 같은 유동성이 낮은 실물 자산의 토큰화이다. 실물자산의 토큰화에 있어서 블록체인이 인프라 기술로 대두되는 이유는 바로 유동성을 높이고, 투명성을 제공하며 (토큰 총발행량이 자산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에 반드시 총발행량은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함), 기존 거래 시스템에서 발행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좀 더 나아가면 법이 인정하는 자산이 뒷받침되는 토큰도 자산이기 때문에 디지털 토큰/자산으로 파생되는 금융상품들이 많아질 수 있다. 즉, 블록체인 상에 발행되고 실물 자산이 뒷받침되는 디지털 토큰으로 크로스보더한 상품과 서비스는 무수히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피카소 그림의 토큰을 담보한 대출 서비스를 만들 수 있고, 다양한 자산의 토큰을 하나의 바스켓에 묶어 펀드 상품을 만들 수도 있다. 이미 우리 나라에서도 실물자산의 공동 소유 서비스 플랫폼들이 출시되고 있고, 이들이 보다 고도화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인프라 기술인 코드체인도 요구사항을 대응하고 있는 단계다.

물론 유동성 확보, 글로벌 거래, 특정 근거법의 부재 등의 해결해야 하는 이슈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핵심을 뒤로한 채 투자금 조달방법으로만 STO를 논의하는 건 시간낭비다. 자본 조달이 됐든, 자산의 토큰화가 됐든 중요한 건 토큰이 무엇을 강제할 것인가, 그리고 자산을 대변하는 토큰으로 나는 어떠한 추가 비즈니스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때다.

블록체인의 핵심은 가치이동(value transfer)이고 블록체인 상에서 이동되는 밸류는 자산의 일부를 표하는 토큰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기부를 했다는 증표일 수 있고, 공공재에 대한 투표권일 수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능하게 한 밸류 트랜스퍼로 열려질 세상에서는 자산의 토큰화와 유동화 외에 오너십의 개념과 구조를 바꾼다는 의미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서비스들이 나올 것이다. 밸류 트랜스퍼가 가진 잠재력을 ICO나 STO와 같은 자본조달로만 보는 시각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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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 Sun Cho
코드체인

코드박스 이사,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